LOGIN내가 세상을 떠나고 5년 후, 딸 유안이가 구희준의 번호로 전화를 걸어 상대에게 물었다. “우리 엄마 좋아해요?” [구희준, 날 좋아하긴 해?] 내가 살아있을 때 전 일기장에 적힌 문장에 대한 답을 듣고 싶었던 거다. 그런데 전화기 너머로 조롱 섞인 말이 들렸다. “엄마가 그렇게 하라고 시켰어? 이젠 딸까지 이용하네. 참 방탕한 여자야. 이미 네 아빠랑 만나고 있으면서 나랑 다시 만나고 싶대?”
View More구희준은 유안이와 날 함께 묻었고 가끔 우리 묘소에 찾아왔다.하지만 바싹 시든 것처럼 잘 지내는 모습은 아니었다.유안이도 그를 볼 때마다 고개를 기울여 내 반응을 살피곤 했다.나는 그를 탓하고 있었다.왜 살아있을 때 진철호와 했던 약속을 말하지 않아 나 혼자 괴롭게 해서 결국엔 생사의 이별까지 오게 됐을까.왜 하필 그날 유안이를 데리고 집을 보러 가서 유안이가 세상을 다 보기도 전에 이승을 떠나게 했을까.그를 원망하지만 이런 모습은 차마 견딜 수가 없었고 그래서 우릴 보러 오지 않길 바랐다.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니까.신이 내 소원을 들었는지 구희준은 보름 동안 오지 않았고 나는 마음이 편했지만 유안이는 실망했다.이 아이가 아빠의 사랑을 갈망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드디어 구희준이 다시 찾아왔고 이번에는 직접 무릎을 꿇었다.일어나.죽었는데 이런 대접은 못 받겠네.그는 우리 무덤 앞에서 긴 연설을 했다.“연진아, 꿈에서 네가 묘소에 자주 찾아오지 말라고 하더라. 그날 내가 유안이 데려가서 이렇게 만들었다고 원망하는 거 알아. 사고가 생긴 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장인어른, 너, 유안이까지 왜 그렇게 됐을까. 그래서 조사해 봤더니 다 진나경 짓이었어. 세 사람 사고를 꾸민 거야. 난 이미 경찰에 신고했고 걘 평생 감옥에서 살 거야.”진나경, 나와 구희준 사이에 끼어들고 우리 셋까지 해쳤다.구희준, 다 네 탓이야!네가 그 여자랑 스캔들만 나지 않았어도 그 여자가 어떻게 너랑 만나겠다는 희망을 품고 우리 셋을 해쳤겠어?빨리 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난 네가 미워.말하며 그의 얼굴에 눈물이 흘렀고 우는 모습을 보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연진이. 다 내 탓이야. 내가 잘못했어. 무척 괴롭고 고통스럽고 내가 미워죽겠어. 아저씨가 나한테 은혜 갚으라고 했던 얘기 기억나? 그 집 처음부터 파산한 적 없더라. 애초에 진나경이 날 노리고 꾸민 짓이야. 내가 진작 알았더라면... 아니면 조금 더 일찍 너에게 나와 그 집안
구희준은 진철호가 세상을 떠난 직후 기자회견을 열며 기자들에게 고인을 추모하고 자신과 진나경에 대한 허위 소문을 퍼뜨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드디어 해명했다.다만 내가 가장 해명하길 바랐던 시점은 아니었다.며칠이 지나도 아무런 변화가 없자 마침내 지독한 자본주의자 피가 흐르는 냉혈한이 방식을 바꿨고 이번에는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다.그는 15분 일찍 와서 선생님께 유안이를 교실 밖으로 불러달라고 부탁했다.“아빠랑 같이 가.”유안이는 삐죽거렸다.“아저씨가 내 아빠 되는 건 싫어요. 전에 우리 엄마 욕했잖아요. 나쁜 사람이에요. 이미 엄마 무덤 앞에서 아저씨 좋아하지 말라고 했어요.”구희준은 쭈그리고 앉아 부드럽게 말했다.“내가 잘못했어. 전에 엄마를 오해했어. 미안해. 지성 삼촌이랑 평생 같이 살 거야? 지성 삼촌이 결혼하면 어떡해?”사실 나도 이 질문을 피하고 있었다.그동안 양지성이 여자를 만나는 걸 본 적이 없었다.내가 너무 이기적이었나.유안이는 생각하다가 말했다.“지성 삼촌은 엄마를 좋아하니까 결혼 안 할 거예요.”이 녀석, 무슨 소리야?왜 그러는 거야!속 좁은 남자 앞에서 그런 말 하면 화낼 게 분명하잖아.그런데 구희준은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더 다정하게 말했다.“그럼 일단 아빠 집 보고 아빠랑 같이 살지 말지 결정할래? 아빠 집에는 엄마가 쓰던 물건이 그대로 있고 방에 물건도 하나도 안 바뀌었어.”내가 전에 살던 방이 그대로라고?내 물건은 오래전에 다 버린 줄 알았는데.유안이는 별빛 같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나도 옛날 물건들이 보고 싶어서인지 말리지 않았다.유안이는 양지성에게 전화를 건 뒤 구희준의 차에 탔고 사랑스러운 아이는 경계심을 내려놓고 먼저 말을 걸기 시작했다.“엄마 상자에 아저씨 사진이 엄청 많은 거 알아요? 그 사진들을 정말 많이 봐서 그때처럼 젊지는 않아도 삼촌 차랑 부딪혔을 때 바로 알아봤어요.”구희준은 웃으며 유안이에게 똑똑하다고 칭찬하다가 한참 후 물었다.“엄마
나는 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이게 다라고?그러면 왜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던 걸까.그도 의아한 내 눈빛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내 말 안 믿는 거야? 지금 언론에서 내가 약혼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한 것도 사실이 아니야.”내가 말을 가로챘다.“거짓말. 그날 병실에서 그 여자 아버지한테 죽은 뒤에도 진나경 챙겨주겠다고 약속했잖아.”하지만 그의 눈에 놀랍고도 기쁜 기색이 담겼다.“날 보러 왔던 거야?”자꾸만 요점을 피해 가는 남자가 싫었다.나는 다소 어색하게 몸을 돌려 낮은 소리로 말했다.“당신이 유안이랑 만나고 한번 찾아갔는데 그걸 볼 줄은 몰랐어.”구희준은 나에게 다가왔다.“내가 잘 챙겨주겠다고 한 건 어려울 때 돈도 빌려주고, 남자 친구가 필요할 때 소개시켜 주는 것도 되잖아. 굳이 결혼해야 하는 거야?”그 말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당신...”“나 뭐? 내가 처음부터 진나경을 좋아했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 난 항상 널 좋아했어.”드디어 일기장 속 답을 얻었지만 생각만큼 기쁘지는 않았다.그동안 너무 속상했던 탓인지도 모르겠다.구희준, 네가 항상 좋아했던 게 나였다면, 그럼 그동안 내가 겪은 괴로움은 뭐였어?네가 우리 관계를 공개하지 않아서 공공장소에서 네 손을 잡거나 가까이 다가갈 엄두도 못 냈고 결혼식도 못 한 채 결혼사진만 조용히 찍어서 SNS에 올리지도 못했잖아.마음이 분노로 가득 차자 한심한 내 눈물이 다시 흘러내렸고 구희준은 내 눈물을 닦아주려고 했지만 나를 그대로 뚫고 지나갔다.“연진아,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내가 스누커 대회에서 보여줬던 멋있는 모습을 네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알아. 그래서 출전 금지당하고 스누커를 포기하기로 결정한 후엔 나한테 너무 실망할 것 같아서 집에 와서 어떻게 너를 마주해야 할지 두려웠어.”막 임신했을 때를 생각하니 개미 수천 마리가 내 가슴을 갉아 먹는 것 같았다.나는 고통스러워 바닥에 웅크린 채 머리를 부여잡았다.“제발 그만 말해. 이제 다 지나간 일이야. 난 이미 죽었어.
난 지금 구희준과 아무 상관도 없는데 남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건 예의가 아니겠지?그래서 나는 슬그머니 자리를 떠나 유안이에게 돌아왔다.처음부터 내가 지키고 싶었던 건 오직 유안이뿐이었다.그런데 며칠 후 구희준이 유안이를 데려가겠다고 했다.구희준이라는 사람의 성격으로 봤을 때 자기 자식이 밖에 떠도는 걸 지켜보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진나경이 유안이를 학대할까 봐 두려웠다.살아생전 인터넷에서 한 글을 봤었다.‘아버지는 아이에게 별 감정이 없다. 아이를 좋아하는 건 단지 아이 엄마를 좋아하기 때문에 아이까지 감싸는 것이다.’하지만 구희준은 날 좋아하지 않는데 유안이를 좋아할까?...별다른 방법이 없으니 그의 꿈으로 들어갔다.평소 이미지에 신경을 많이 쓰는 그가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있어서 나는 다소 적응이 되지 않았다.“연진아, 넌 그렇게 오랜 세월 떠나 있으면서 어떻게 내 꿈에 한 번도 오지 않아. 왜 이렇게 잔인해?”그러는 당신도 몇 년 동안 날 찾지 않았잖아. 내가 죽은 것도 몰랐으면서.그만. 나는 유안이를 데려가는 걸 포기하도록 권유하러 온 거다.“유안이 양지성 곁에서 데려가지 마.”구희준은 고통스러운 듯 물었다. “왜? 임신했을 때도 나한테 말 안 했고 내 아이 낳을 때도 말 안 했잖아. 이젠 나랑 아이가 만나는 것도 막는 거야?”“유안이는 당신과 지내는 것에 적응 못 해. 어차피 진나경과 결혼하면 두 사람 아이도 생기잖아. 이젠 자녀 정책도 있어서 셋 정도는 낳지 않겠어?”구희준은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연진아, 무슨 소리야? 나보고 다른 사람하고 애를 낳으라고?”다른 사람은 무슨, 소꿉친구 진나경인데.봐, 남자는 다 이래. 원하는 걸 얻고 나면 쉽게 질려하지.“내가 수없이 말하지 않았어? 나 진나경이랑 아무 사이 아니야. 무슨 관계가 있었다면 내가 왜 너랑 결혼하겠어?”못 믿겠다.내가 스캔들 해명하라고 한두 번 얘기한 것도 아닌데 단지 그 여자 마음 상하게할까 봐서 하기 싫었던 거겠지.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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