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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화. 강 회장의 침묵

作者: 안나
last update 公開日: 2026-08-19 18:01:55

강태성의 구속영장 심사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진혁과 법무팀은 화재 신고보다 먼저 작성된 기사 초안과 CK 물류 터미널 주변의 차량 기록을 확보하기 위해 밤낮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지민 역시 최초 제보 메일의 발신자를 추적하며 언론사 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결정적인 증거는 없었다.

화재가 태성과 무관하다는 정황은 조금씩 모이고 있었지만, 그가 왜 CK 물류 터미널에 들어갔는지, 그곳에서 무엇을 찾으려 했는지를 분명히 증명할 원본 자료가 없었다.

무엇보다 M-17의 끝에서 발견된 계좌가 문제였다.

강 회장 비서실 특별관리계좌.

연수는 그 이름이 적힌 서류를 밤새 바라보았다.

태성을 구하기 위해서는 이 기록을 수사기관에 제출해야 했다.

하지만 아무런 확인도 없이 자료를 공개한다면 강 회장은 20년 전 비자금 사건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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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미한 실루엣의 그대에게   152화. 강 회장의 침묵

    강태성의 구속영장 심사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진혁과 법무팀은 화재 신고보다 먼저 작성된 기사 초안과 CK 물류 터미널 주변의 차량 기록을 확보하기 위해 밤낮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지민 역시 최초 제보 메일의 발신자를 추적하며 언론사 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결정적인 증거는 없었다. 화재가 태성과 무관하다는 정황은 조금씩 모이고 있었지만, 그가 왜 CK 물류 터미널에 들어갔는지, 그곳에서 무엇을 찾으려 했는지를 분명히 증명할 원본 자료가 없었다. 무엇보다 M-17의 끝에서 발견된 계좌가 문제였다. 강 회장 비서실 특별관리계좌. 연수는 그 이름이 적힌 서류를 밤새 바라보았다. 태성을 구하기 위해서는 이 기록을 수사기관에 제출해야 했다. 하지만 아무런 확인도 없이 자료를 공개한다면 강 회장은 20년 전 비자금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될 수 있었다. 그 순간 태성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도 전에, 아버지의 죄를 감추려 했다는 더 거센 의심을 받게 될 터였다. 연수는 혼자 결론 내릴 수 없었다. 진실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을 직접 만나야 했다. 강 회장이었다. 강 회장은 사건 소식을 들은 뒤 병원에서 의식을 잃었지만, 이틀 만에 가까스로 정신을 되찾았다. 의료진은 절대 안정을 권했으나 그는 병원에 머무는 것을 거부했다. “내가 도망치듯 병실에 숨어 있으면 모든 의혹이 사실이 된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평창동 저택으로 돌아왔다. 몸은 예전과 같지 않았다. 간병인과 의료진이 저택에 상주했고, 강 회장은 대부분의 시간을 침실과 서재에서 보내야 했다. 연수는 그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평창동으로 향했다. 오래전 태성

  • 희미한 실루엣의 그대에게   151화. 아버지를 향한 칼

    순간 연수의 눈앞이 아득해졌다. 숨을 쉬는 방법조차 잊은 것 같았다. “아니야.”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건 뭔가 잘못됐어.” 하지만 계좌번호와 당시 비서실 관리 코드가 정확히 일치했다. 이민우가 퍼뜨린 기사는 태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만들어진 거짓과 조작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그 거짓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비밀 계좌의 종착지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곳이었다. 태성의 아버지. 강 회장의 비서실이었다. 연수는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뒤엉켰다. 강 회장이 정우 산업의 비자금 흐름을 알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누군가 강 회장 모르게 비서실 계좌를 이용한 것일까. 태성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만약 알고 있었다면, 그는 자신의 아버지를 지키기 위해 진실을 덮으려 했던 것일까. 아니면 아버지가 관련됐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어 혼자 확인하려 했던 것일까. 연수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봐온 태성은 진실을 덮기 위해 목숨을 거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눈앞의 기록은 분명 강 회장을 향하고 있었다.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화살의 끝이, 태성이 가장 지키고 싶어 했던 아버지에게 닿아 있었다. 연수의 손에 들린 서류는 태성을 구할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였다. 동시에 태성의 세상을 가장 잔인하게 무너뜨릴 수 있는 칼이기도 했다

  • 희미한 실루엣의 그대에게   150화. 모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시각 진혁은 태성의 전담 변호사와 함께 경찰청 복도를 빠르게 걷고 있었다. “구속영장 청구 전에 막아야 합니다.” 변호사가 낮게 말했다. “불법 침입 정황은 명확하지만, 방화 혐의를 뒤집을 증거가 필요합니다.” “현장에 발화 촉진제 분사 장치가 있었어요.” “소방 감식 결과가 나와야 합니다.” “화재 전에 통신 차단 장치도 작동했습니다.” “그것도 잔해에서 찾아야 증거가 됩니다.” 진혁은 이를 악물었다. 이민우는 불길로 현장을 지웠고, 언론으로 사람들의 판단을 먼저 움직였다.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태성은 이미 유죄가 된 것처럼 취급받고 있었다. 진혁은 휴대전화를 꺼내 보안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CK 물류 주변 사설 CCTV 전부 확보해.” —건물 내부 영상은 이미 경찰이 가져갔습니다. “내부 말고 외부.” 진혁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화재 전에 들어간 차량, 발화 장치를 설치했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 기자들이 도착한 시간까지 전부 확인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신고자 신원도 추적해. 경찰 신고보다 먼저 기자들에게 보도자료가 뿌려졌다면 발신 기록이 남아 있을 거야.” 통화를 끊은 진혁은 다시 다른 번호를 눌렀다. 이번에는 태성그룹 내부 감사팀이었다. “이사회에 넘어간 자료 전부 복사해 보내십시오.” —어떤 자료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

  • 희미한 실루엣의 그대에게   149화. 무너진 태성

    차가운 형광등 불빛이 경찰청 지하 취조실을 희게 물들이고 있었다. 태성은 금속 의자에 앉아 다친 어깨를 감싼 붕대 위로 피가 번지는 것을 느꼈다.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받을 시간도 없이 간단한 응급처치만 받은 채 곧바로 조사실로 옮겨진 상태였다. 맞은편에 앉은 형사는 두꺼운 서류철을 펼쳤다. “강태성 씨가 CK 물류 터미널에 들어간 이유부터 다시 말씀해주시죠.” “이미 말했습니다.” 태성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20년 전 정우 산업 사건과 관련된 원본 자료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들어갔습니다.” “정식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고 직접 들어갔군요.” “자료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유지에 무단 침입하고 금고까지 열었다는 겁니까?” 태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형사는 탁자 위에 사진 몇 장을 내려놓았다. CCTV 화면을 캡처한 사진이었다. 태성이 금고 앞에 서 있는 장면. 진혁이 주변을 살피는 장면. 연수가 금고 안의 문서를 꺼내는 장면. 그러나 문이 닫히고 불길이 번지는 장면은 어디에도 없었다. “영상이 편집됐습니다.” 태성이 차갑게 말했다. “우리가 안에 갇힌 뒤의 기록은 없군요.” “원본 여부는 분석 중입니다.” “발화 장치와 통신 차단 장치를 찾으면 바로 알 수 있을 겁니다.” 형사는 태성을 잠시 바라봤다. “현장은 화재로 상당 부

  • 희미한 실루엣의 그대에게   148화. 강제된 이별

    “강태성 대표님! 폐쇄된 물류 창고에 불법 침입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하연수 씨! 하정우 대표가 불법 자금 이동에 가담했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강태성 대표가 증거를 없애려고 건물에 불을 질렀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정우 산업의 기밀 자료를 훔치려 했다는 의혹을 인정하십니까?”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질문이 쏟아졌다. 연수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걸음을 멈췄다. 태성은 피가 흐르는 어깨를 감춘 채 즉시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물러서.” 그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화재는 계획된 범죄야. 우리는 안에서 죽을 뻔했어.” 그러나 기자들은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태성의 상처와 연수의 그을린 얼굴을 더욱 가까이 촬영했다. “계획된 범죄라고 주장하시는 겁니까?” “그렇다면 누가 불을 질렀습니까?” “건물 안에서 가져온 자료를 공개할 수 있습니까?” 태성은 연수를 자신의 등 뒤로 감쌌다. “연수야, 아무 말도 하지 마.” “하지만 오빠…….” “지금 네가 하는 말은 전부 편집돼서 이용될 거야.” 그때 경찰들이 기자들 사이를 가르며 다가왔다. 선두에 선 형사가 서류를 내밀었다. “강태성 씨 맞습니까?” 태성은 연수를 등 뒤에 둔 채 형사를 바라봤다. “그렇습니다.” “CK 물류 소유 법인으로부터 불법 침입 및 기밀문서 절취

  • 희미한 실루엣의 그대에게   147화. 불길 속의 진실

    하정우는 중요한 서류를 구분할 때 문서 모서리에 작은 점 두 개와 선 하나를 남기곤 했다. 남들은 의미 없는 낙서라고 생각했지만 연수는 알고 있었다. 아버지만의 표시였다. “잠깐만요.” 연수가 태성의 팔을 조심스럽게 벽에 기대게 했다. “연수야, 어디 가?” “아빠 표시가 있어요.” 연수는 연기가 자욱한 바닥을 기어 서류 상자 쪽으로 다가갔다. “위험해! 돌아와!” 태성이 따라가려 했지만 상처 때문에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연수는 불길이 번지기 직전 상자 안에서 얇은 서류철 하나를 꺼냈다. 서류철 겉면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그러나 오른쪽 아래에 아버지의 표시가 있었다. 연수는 떨리는 손으로 서류철을 펼쳤다. 대부분 비어 있는 종이들이었다. 그 가운데 한 장의 뒷면에 작고 흐릿한 글씨가 남아 있었다. 연수는 소매로 먼지를 닦아냈다. 그리고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숨을 멈췄다. 서명하지 않은 장부를 믿지 마라. 숫자는 M-17에서 다시 시작된다. 아버지의 필체였다. 연수는 그 글씨를 알아볼 수 있었다. 세월이 흘러 잉크가 흐려졌지만 글자의 기울기와 마지막 획을 올리는 습관은 분명 하정우의 것이었다. 연수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떨어졌다. “아빠…….” 태성이 힘겹게 그녀에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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