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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화. 모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작가: 안나
last update 게시일: 2026-08-18 18:01:41

그 시각 진혁은 태성의 전담 변호사와 함께 경찰청 복도를 빠르게 걷고 있었다.

“구속영장 청구 전에 막아야 합니다.”

변호사가 낮게 말했다.

“불법 침입 정황은 명확하지만, 방화 혐의를 뒤집을 증거가 필요합니다.”

“현장에 발화 촉진제 분사 장치가 있었어요.”

“소방 감식 결과가 나와야 합니다.”

“화재 전에 통신 차단 장치도 작동했습니다.”

“그것도 잔해에서 찾아야 증거가 됩니다.”

진혁은 이를 악물었다.

이민우는 불길로 현장을 지웠고, 언론으로 사람들의 판단을 먼저 움직였다.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태성은 이미 유죄가 된 것처럼 취급받고 있었다.

진혁은 휴대전화를 꺼내 보안팀장에게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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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미한 실루엣의 그대에게   150화. 모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시각 진혁은 태성의 전담 변호사와 함께 경찰청 복도를 빠르게 걷고 있었다. “구속영장 청구 전에 막아야 합니다.” 변호사가 낮게 말했다. “불법 침입 정황은 명확하지만, 방화 혐의를 뒤집을 증거가 필요합니다.” “현장에 발화 촉진제 분사 장치가 있었어요.” “소방 감식 결과가 나와야 합니다.” “화재 전에 통신 차단 장치도 작동했습니다.” “그것도 잔해에서 찾아야 증거가 됩니다.” 진혁은 이를 악물었다. 이민우는 불길로 현장을 지웠고, 언론으로 사람들의 판단을 먼저 움직였다.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태성은 이미 유죄가 된 것처럼 취급받고 있었다. 진혁은 휴대전화를 꺼내 보안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CK 물류 주변 사설 CCTV 전부 확보해.” —건물 내부 영상은 이미 경찰이 가져갔습니다. “내부 말고 외부.” 진혁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화재 전에 들어간 차량, 발화 장치를 설치했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 기자들이 도착한 시간까지 전부 확인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신고자 신원도 추적해. 경찰 신고보다 먼저 기자들에게 보도자료가 뿌려졌다면 발신 기록이 남아 있을 거야.” 통화를 끊은 진혁은 다시 다른 번호를 눌렀다. 이번에는 태성그룹 내부 감사팀이었다. “이사회에 넘어간 자료 전부 복사해 보내십시오.” —어떤 자료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

  • 희미한 실루엣의 그대에게   149화. 무너진 태성

    차가운 형광등 불빛이 경찰청 지하 취조실을 희게 물들이고 있었다. 태성은 금속 의자에 앉아 다친 어깨를 감싼 붕대 위로 피가 번지는 것을 느꼈다.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받을 시간도 없이 간단한 응급처치만 받은 채 곧바로 조사실로 옮겨진 상태였다. 맞은편에 앉은 형사는 두꺼운 서류철을 펼쳤다. “강태성 씨가 CK 물류 터미널에 들어간 이유부터 다시 말씀해주시죠.” “이미 말했습니다.” 태성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20년 전 정우 산업 사건과 관련된 원본 자료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들어갔습니다.” “정식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고 직접 들어갔군요.” “자료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유지에 무단 침입하고 금고까지 열었다는 겁니까?” 태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형사는 탁자 위에 사진 몇 장을 내려놓았다. CCTV 화면을 캡처한 사진이었다. 태성이 금고 앞에 서 있는 장면. 진혁이 주변을 살피는 장면. 연수가 금고 안의 문서를 꺼내는 장면. 그러나 문이 닫히고 불길이 번지는 장면은 어디에도 없었다. “영상이 편집됐습니다.” 태성이 차갑게 말했다. “우리가 안에 갇힌 뒤의 기록은 없군요.” “원본 여부는 분석 중입니다.” “발화 장치와 통신 차단 장치를 찾으면 바로 알 수 있을 겁니다.” 형사는 태성을 잠시 바라봤다. “현장은 화재로 상당 부

  • 희미한 실루엣의 그대에게   148화. 강제된 이별

    “강태성 대표님! 폐쇄된 물류 창고에 불법 침입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하연수 씨! 하정우 대표가 불법 자금 이동에 가담했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강태성 대표가 증거를 없애려고 건물에 불을 질렀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정우 산업의 기밀 자료를 훔치려 했다는 의혹을 인정하십니까?”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질문이 쏟아졌다. 연수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걸음을 멈췄다. 태성은 피가 흐르는 어깨를 감춘 채 즉시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물러서.” 그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화재는 계획된 범죄야. 우리는 안에서 죽을 뻔했어.” 그러나 기자들은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태성의 상처와 연수의 그을린 얼굴을 더욱 가까이 촬영했다. “계획된 범죄라고 주장하시는 겁니까?” “그렇다면 누가 불을 질렀습니까?” “건물 안에서 가져온 자료를 공개할 수 있습니까?” 태성은 연수를 자신의 등 뒤로 감쌌다. “연수야, 아무 말도 하지 마.” “하지만 오빠…….” “지금 네가 하는 말은 전부 편집돼서 이용될 거야.” 그때 경찰들이 기자들 사이를 가르며 다가왔다. 선두에 선 형사가 서류를 내밀었다. “강태성 씨 맞습니까?” 태성은 연수를 등 뒤에 둔 채 형사를 바라봤다. “그렇습니다.” “CK 물류 소유 법인으로부터 불법 침입 및 기밀문서 절취

  • 희미한 실루엣의 그대에게   147화. 불길 속의 진실

    하정우는 중요한 서류를 구분할 때 문서 모서리에 작은 점 두 개와 선 하나를 남기곤 했다. 남들은 의미 없는 낙서라고 생각했지만 연수는 알고 있었다. 아버지만의 표시였다. “잠깐만요.” 연수가 태성의 팔을 조심스럽게 벽에 기대게 했다. “연수야, 어디 가?” “아빠 표시가 있어요.” 연수는 연기가 자욱한 바닥을 기어 서류 상자 쪽으로 다가갔다. “위험해! 돌아와!” 태성이 따라가려 했지만 상처 때문에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연수는 불길이 번지기 직전 상자 안에서 얇은 서류철 하나를 꺼냈다. 서류철 겉면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그러나 오른쪽 아래에 아버지의 표시가 있었다. 연수는 떨리는 손으로 서류철을 펼쳤다. 대부분 비어 있는 종이들이었다. 그 가운데 한 장의 뒷면에 작고 흐릿한 글씨가 남아 있었다. 연수는 소매로 먼지를 닦아냈다. 그리고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숨을 멈췄다. 서명하지 않은 장부를 믿지 마라. 숫자는 M-17에서 다시 시작된다. 아버지의 필체였다. 연수는 그 글씨를 알아볼 수 있었다. 세월이 흘러 잉크가 흐려졌지만 글자의 기울기와 마지막 획을 올리는 습관은 분명 하정우의 것이었다. 연수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떨어졌다. “아빠…….” 태성이 힘겹게 그녀에게 다가왔다.

  • 희미한 실루엣의 그대에게   146화. 불길 속에 갇히다

    “우리는 같이 들어가고.” 연수가 태성의 말을 이었다. “같이 나가요.”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단단히 잡은 채 비밀 통로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진혁이 휴대전화의 불빛으로 앞을 비추며 먼저 좁은 통로를 살폈다. 벽과 천장은 모두 녹슨 철판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오래된 먼지 위에는 누군가 최근에 오간 듯한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태성은 한 손으로 연수의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 벽을 짚으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통로 안으로 들어갈수록 공기는 더욱 답답해졌다. 오래된 기름과 금속이 뒤섞인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진혁이 앞쪽을 살피며 낮게 말했다. “통로 끝에 공간이 하나 더 있어.” “사람이 있는 것 같아?” “아직은 모르겠어.” 진혁이 바닥의 발자국을 비췄다. 안쪽으로 들어간 흔적뿐 아니라 밖으로 나온 흔적도 여러 개 뒤섞여 있었다. 누군가 이 장소를 최근까지 드나들었다는 뜻이었다. 연수는 태성의 손을 조금 더 세게 잡았다. 태성이 곧바로 그녀를 돌아봤다. “괜찮아?” “네.” 연수는 짧게 대답했지만 목소리에는 긴장감이 묻어났다. 태성은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무슨 일이 생겨도 내 뒤에 있어.” “오빠도 혼자 앞에 나가지 마요.” “연수야.” “약속했잖아요.” 연수는 그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말했다.

  • 희미한 실루엣의 그대에게   145화. 함께 나가는 길

    연수는 한동안 화면이 꺼진 휴대전화를 바라봤다. 강한 척했지만 손끝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태성은 휴대전화를 진혁에게 건넨 뒤 연수 앞에 섰다. “연수야.” 연수는 대답하지 못했다. 태성은 그녀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감쌌다. “나 봐.” 연수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흘렀다. “오빠.” “응.” “저 사실 무서워요.” “알아.” “혹시 아빠가 정말 잘못한 거면요?” 태성의 표정이 아프게 흔들렸다. 연수는 울음을 삼키며 말했다. “제가 믿었던 아빠가 제가 알던 사람이 아니면 어떡해요?” 태성은 그녀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맞댔다. “그래도 네가 사랑받았던 기억까지 거짓이 되는 건 아니야.” “…….” “사람은 잘못할 수 있어.” 그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하지만 진실을 안다고 해서 네가 아버지를 사랑했던 시간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야.” 연수는 눈을 감았다. 태성의 숨결과 체온이 가까이 느껴졌다. “그리고 어떤 진실이 나와도.” “네.” “그 진실이 널 아프게 하면 나도 같이 아플게.” 연수가 눈을 떴다. “왜 그런 말까지 해요.” “네 아픔을 대신 가져갈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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