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 시후의 몸속 영기는 이미 90% 이상 소모된 상태였다. 그는 매우 지쳐 있었고, 마음도 유난히 우울했다. 그는 마치 정신이 번쩍 든 도박꾼처럼, 꿈에서 깨어나고 나서야 자신이 이 사기극에 너무 많은 것을 쏟아 부었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그 때, 시후는 다시 배원단 한 알을 꺼내 먹으려고 했지만, 곧 생각을 바꿨다. 자신이 지금 이 약을 또 먹는다면, 사기를 당한 피해자와 뭐가 다르겠는가? 그래서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손실을 이쯤에서 끊는 것이며, 이 반지에 더 이상 아무런 집착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렇게 마음을 다잡은 그는 지친 몸을 이끌고 반지를 손에서 빼내 손바닥 안에 움켜쥐었다. 그리고 더는 반지 안으로 영기를 주입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러던 중, 시후의 머릿속에는 자연스레 릴리가 떠올랐다. 그는 이 소녀가 결코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반지 속에 뭔가 숨겨진 비밀이 있는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그녀가 이 반지를 자기에게 그냥 넘겨주기로 했다는 사실만 봐도 그녀는 보통 인물은 아닐 것이었다. 게다가 자신이 본 동전과 윷가락을 통해 그려진 선들이 실제로 괘상이라고 한다면, 릴리의 점괘에 대한 조예는, 박청운 선생보다도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을 것이었다.박청운은 자신이 알고 있는 점술의 최고 권위자라 할 수 있으며, 점술 및 풍수계의 아인슈타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인물을 릴리라는 어린 소녀가 능가했다면, 그녀는 인간이라고 하기보다는 거의 괴물 수준으로 뛰어난 인물인 셈이었다.결국, 이 일련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선 릴리 본인의 해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영기의 대량 소모와 계속되는 깊은 고민 탓에, 시후의 몸은 점점 더 나른해졌고, 마치 보통 사람이 3일 연속 밤낮을 새운 듯 온몸에 피로가 몰려왔다. 그는 어느새 눈꺼풀이 감기기 시작했고, 결국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약 30분 후.시후가 잠든 사이, 계속해서 바깥에서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던 헬레나는 오랜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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