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웃는 얼굴의 그림은 간단한 선으로 그려져 있었지만 매우 생동감 있게 표현되어 있었고, 심지어 그 미소에는 분명한 경멸의 기색까지 묻어 있었다.사내가 글자의 완벽한 필체에 감탄하고 있을 때, 이어폰에서 갑자기 변조된 낮고 음산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매우 격노한 듯했다. “그래, 릴리! 넌 죽어야겠다! 정말 죽어 마땅해!” 이 말이 끝나자, 그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터뜨려 버려!”사내는 놀라며 무심코 물었다. “터뜨리다니요? 뭘 말입니까?” 그 순간, 사내의 왼쪽 가슴에 달려 있던 휴대용 카메라가 갑자기 폭발했다!“쾅!”하는 굉음과 함께, 고성능 폭약의 충격파가 책상을 산산조각 냈고,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먹으로 쓴 글귀 또한 고열에 순식간에 불타 잿더미로 변해버렸다.현장에 있던 사내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가슴에 강한 통증을 느끼며 공중으로 튕겨 나갔고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말았다! 그의 시신은 참혹했다. 폭약이 그의 가슴을 완전히 날려버렸고, 얼굴에는 죽기 직전의 극도의 공포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는 죽는 순간까지도, 자신이 죽을 줄 몰랐고, 설마 자신이 착용하고 있던 카메라가 폭발의 원인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 카메라의 내부는 매우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었고, 내부 공간의 절반 이상이 고성능 폭발물로 채워져 있었다. 그 안에는 또 하나의 초소형 기폭 장치가 숨겨져 있었으며, 외부 조작자는 기존 통신망과 카메라 내장 리튬 배터리를 이용하여 언제든지 원격으로 폭발을 유도할 수 있었다.이 장치를 개발해 조직원들에게 지급한 이유는, 필요할 때 증거 인멸과 함께 조직원을 제거하기 위해서였다.이윽고, 카메라의 폭발은 곳곳에서 불을 내기 시작했다. 카메라 전체는 전부 가연성 소재로 만들어졌고, 특수 플라스틱 외피는 고온에서 녹으며 아스팔트처럼 끈적끈적한 상태로 변하면서 불길을 오랫동안 지속시키는 성질이 있었다.폭발로 인해 끈적한 물질이 책상, 마루, 커튼 등으로 튀었고, 이 물질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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