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유미경은 여전히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몸을 돌려 다나카 코이치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선생님, 제가 아직 화를 내지 않은 건 선생님의 말투가 비교적 정중하고 신사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집요하게 매달리신다면, 더 이상 지금처럼 우호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이 말을 들은 다나카 코이치는 마침내 깨달았다. 지금 이 젊은 여성 역시 돈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며, 오히려 돈 따위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진짜 상류층 아가씨라는 사실을 말이다. 아마도 그녀의 자산이나 배경은 자기가 모시는 나나코와 비교해도 크게 뒤처지지 않을 것 같았다. 이런 사람에게 10억 원을 더 주겠다고 한들,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3천만 원, 5천만 원이 아니라 수억 원을 얹는다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테니까. 오히려 자신이 계속 이렇게 행동한다면 자신은 보잘것없는 구걸꾼이 될 수밖에 없었다.할 수 없이, 그는 길게 한숨을 쉬고 정중히 말했다. “실례했습니다, 아가씨. 제가 경솔했습니다. 불쾌하게 해드렸다면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유미경은 말없이 고개만 살짝 끄덕였고, 다시 분양팀장에게 말했다. “그럼 안내해주실 수 있나요?”분양팀장은 급히 “네, 네! 이쪽으로 오시죠!” 하며 그녀를 이끌었다.유미경이 자리를 떠나자, 다나카 코이치는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자신이 이 아파트 단지에서 다른 평형을 더 둘러봐야 할지, 아니면 아예 다른 단지로 발걸음을 돌려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였다.그때, 그를 응대하던 여성 영업사원이 무언가를 떠올린 듯 급히 말했다. “고객님, 아까 말씀하신 내용이라면... 손님께서는 조용한 환경을 원하신다고 하셨죠? 지금 이 단지엔 더 이상 펜트하우스는 없지만, 조금 전 고객님께서 계약하려던 집의 바로 아래층이 남아있어요!” 그녀는 빠르게 설명을 이어갔다. “보셨다시피, 조금 전 그 손님께서는 나이도 젊으시고, 돈도 많고, 직접 매니저와 함께 집을 보러 오신 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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