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코는 시후의 뒤를 따라 걷고 있었는데, 그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인상을 찌푸리자 깜짝 놀라 물었다. “시후 군, 무슨 일이에요?”시후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나도 잘 모르겠어…” 그는 무심코 주머니에서 그 반지를 꺼내 들었다. 손가락 사이에 낀 그 반지는 마치 파킨슨 환자처럼 계속 덜덜 떨고 있었지만, 꺼내자마자 점점 진정되더니 이내 완전히 멈춰 버렸다.시후는 더더욱 의아했다.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대체 또 왜 이러는 거야? 배고파서 그런 거냐? 또 내 영기를 속여서 빼먹으려는 거야?’나나코는 시후가 그 단순한 반지를 보며 잔뜩 고심하는 모습을 보고 궁금해졌다. “시후 군, 그 반지… 혹시 특별한 물건인가요?”시후는 생각에서 벗어나듯 웃으며 대답했다. “특별한 건 아니고요. 그냥 길에서 주운 고물 같은 건데, 버릴까 말까 고민 중이었어요.”나나코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그럼 경찰서에 맡겨보는 건 어때요? 분실물 보관소에 두면, 혹시 원래 주인을 찾을 수도 있잖아요.”그 순간, 시후는 노르웨이에서 우연히 구해준 그 소녀가 떠올랐다. 그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 주인은 아마 이 물건을 벌써 잊었을 텐데...” 그러곤 다시 반지를 주머니에 넣고 말했다. “이젠 신경 쓰지 말고, 가요. 저기 앞에 있는 엘리베이터 홀이 다나카 씨가 알려준 그 건물이에요.”한편, 한숙현이 모는 차량은 이미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오고 있었다.햇빛이 앞 유리창을 통해 쏟아지자마자, 뒷좌석에 있던 두 여자는 동시에 긴 숨을 내쉬며 속으로 ‘휴, 다행이다!’ 하고 안도했다.방금 두 사람 모두 시후를 마주치며 바짝 긴장했던 그 순간에서 벗어난 것이다. 릴리는 그제야 완전히 긴장을 풀었지만, 유미경은 마음 한켠이 시큰거렸다. 조금 전 시후와 함께 걷고 있던 그 여자는 누구일까? 마음속에서는 본능적으로 그 사람이 바로 시후의 아내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나나코의 외모와 분위기는, 아시아 여성 중에서도 거의 독보적이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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