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각, 삼보일배를 하고 있는 소지빈은 수염은 덥수룩하고 온몸은 너덜너덜한 차림이었지만, 여전히 자신의 순례길을 묵묵히 이어가고 있었다. 비록 행색은 초라했지만, 그의 손과 무릎에는 두툼한 보호대가 착용되어 있었고, 세 걸음을 걸을 때마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온몸을 땅에 붙이는 오체투지까지 하고 나서야 그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 세 걸음, 또 엎드리고… 그렇게 그의 벌은 계속 반복되고 있었다.처음 이 길을 나섰을 때만 해도 그의 몸은 이런 고강도의 반복 동작을 도무지 견딜 수 없었다. 매일 고작 1~2km를 전진하는 것도 버거울 정도였고, 이는 하루 10km를 걷는 일반 순례자들과 비교하면 턱없이 느린 속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거리도 점점 늘어나자 그는 점차 이 리듬에 적응해 갔다. 하루에 1~2km를 걷다가 이제는 4km 정도까지 도달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몇 개월 넘게 걸은 끝에, 그는 어느덧 300km가 넘는 거리를 몸으로 지나온 것이다.처음엔 소지빈 자신은 이렇게까지 절하며 길을 걷는 게 얼마나 이상한 일인지, 남들과는 얼마나 다른지 느낄 수 있었다. 낮에는 절을 하며 이동하고, 밤엔 길가에서 끼니도 제대로 못 챙기며 자는 생활이 비정상처럼 느껴졌던 것이다.하지만 거리를 점점 더 옮기다 보니, 자신과 같은 방식으로 남쪽을 향해 절하며 나아가는 이들을 종종 보게 되었다. 다만 그들과 자신이 다른 점은, 그들은 종교적 신념이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기 위한 자발적 순례자였고, 자신은 시후의 명령으로 억지로 이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그러나 걷고 또 걷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소지빈의 마음은 점차 누그러져 갔다. 그는 걸음마다, 절할 때마다 자신의 지난 20여 년 인생을 끊임없이 되짚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실수와 오만함을 깨달았다. 그는 자신이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엘에이치 그룹의 장남이라는 이름을 믿고 제멋대로 굴었던 것, 이것이 첫 번째 죄였다. 시후에게 목숨을 구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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