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후는 다시 물었다. “그때 그 사람과 대결할 때, 대결 대상인 환자는 어떻게 정했습니까? 혹시 이런 가능성은 없을까요 그가 미리 환자 행세를 할 사람을 심어놓고, 그 뒤에 나타나 치료 대결을 제안하며 판을 짠 것?”“그건...” 최제천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 만한 증거는 없지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요.” 그러고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은 선생님, 원래 도술이라는 건 마음을 수양하고 욕심을 비우는 걸 중요시하는데, 그 ‘홍선생’이란 자는 도술을 행하는 자이니, 그런 비열한 짓을 하진 않았을 겁니다.”시후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말했다. “마음을 수양한다는 사람이 남의 한의원에 와서 내기를 합니까? 절의 승려나 성당의 신부가 매일같이 재벌들과 어울리고, 냄새나는 돈 이야기에만 빠져 있다면, 그들이 정말로 신앙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시후가 이렇게 말한 이유는, 고은서에게 들은 이야기 때문이었다. 그녀에 따르면, 홍선생은 시후의 외할머니와 매우 친밀한 사이였다고 했다. 하지만 시후의 생각에, 진정한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면 무엇보다도 권력과 이익을 멀리해야 할 것이다.만약 누군가가 최선을 다해 상류층, 권력층과 가까워지기 위해 스스로를 포장하고 다듬는 데 수십 년을 들였다면 그는 이미 속이 검은 인물일 가능성이 컸다. 그런 사람이라면, 내기에서 몰래 환자를 심는 일쯤은 아주 흔한 수작일지도 모른다. 그때 진소희도 갑자기 깨달은 듯,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말씀 맞아요! 그 사람, 딱 봐도 엄청 교활하게 생겼고 말하는 데 사람을 끌어당기는 재주가 있더라고요! 그날도 환자들 앞에서 몇 마디만 하니까 외할아버지가 분위기에 말려서 거절 못하고 덜컥 수락하셨다니까요! 그러니까 미리 환자를 심어 놓은 것도, 충분히 가능한 얘기가 될 거예요!”최제천은 긴 한숨을 쉬었다. “이제 와서 그런 얘길 해봤자, 이미 늦었지... 그날 현장에 있던 수많은 환자들이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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