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 홍콩으로 향하는 직항 항공편이 인천 공항에서 이륙했다.비행기 창밖으로 점점 멀어지는 한국을 바라보며, 수많은 감정이 뒤섞인 유미경은, 시후와 처음 홍콩에서 만났던 순간들을 하나하나 떠올렸다.오늘 우연히 시후와 나나코가 함께 걷는 모습을 본 건, 잠깐이나마 그녀의 마음에 자격지심을 안겨주었지만, 그렇다고 시후를 향한 자신의 진심 어린 사랑까지 흔들리게 하진 않았다. 다만 지금의 유미경은 그저 시간이 좀 더 빨리 흘러가기를 바랄 뿐이었다. 서울대학교의 개강일이 하루라도 빨리 다가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그녀는 이미 마음을 정했다. 학기가 시작되면, 시후에게 전화를 걸어 서울에 볼 일이 있어 왔다며, 조심스럽게 한 번 얼굴을 보자고 이야기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만났을 때, 자신이 서울대학교에 임용되었다는 사실을 그 자리에서 전해줄 계획이었다.만약 시후가 그 사실을 듣고 달갑지 않게 반응하더라도, 심지어 그녀에게 한국에서 떠나달라고 말한다 해도, 이제는 개의치 않을 것이다. 서울은 그녀가 처음으로 살아 보기로 직접 선택한 세상이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 곁에 조금이라도 더 머물고 싶다는 단순한 이유 하나로 결정한 것이었다. 그러니 누가 뭐라 해도, 그녀는 그 마음을 바꿀 생각이 없었다.그 시각, 유미경이 탄 비행기가 점점 상공을 벗어나던 찰나, 다른 한 대의 비행기가 서울 공항 활주로에 천천히 착륙하고 있었다.이 비행기는 바로 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르에서 출발해, 만 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날아 한국에 도착한 것이었다. 그 비행기 안에는, 지금은 마다가스카르에서 대지주가 된 엘에이치 그룹의 전 회장, 소성봉이 타고 있었다. 그는 아들 소수도의 초청을 받아,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일부러 한국까지 날아온 것이었다.아들이 곧 허영수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의 첫 반응은 ‘놀람’이었고, 두 번째 반응은 ‘안도’였다. 그가 안도한 이유는, 하영수를 아끼고 좋아해서 라기보다는, 그동안 아들이 박혜정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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