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눈에, 시후는 릴리를 알아보았다! 비록 그녀를 단 한 번 본 적 밖에 없고, 옷차림과 분위기를 바꿨다 해도, 시후는 단박에 그녀를 알아보았다. 그 이유는, 그동안 릴리의 모습이 늘 그의 뇌리에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후는 단 한 번 만난 여인을 이토록 깊게 기억한 적이 없었다. 릴리가 바로 첫 번째였다.릴리의 외모가 물론 경이로울 정도로 아름다웠지만, 그 때문에 기억하는 것은 아니었다. 시후가 그녀를 잊지 못한 진짜 이유는, 노르웨이에서 당시 그녀에게 폴른 오더와의 관계를 물어보지 못한 것을 깊이 후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또 하나, 주머니 속에서 미친 듯이 뛰는 그 반지가 있었다! 그 반지가 자신의 영기를 빨아들일 때마다, 그는 릴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반지가 주머니에서 요동칠 때마다, 그는 본능적으로 그녀를 생각했다.하지만 설마 릴리를 이렇게 다시 만날 줄은 몰랐다! 더군다나, 도망쳐야 할 릴리가 서울에 나타나다니, 그것도 클라우디아의 기숙사 문 앞에서!시후는 즉각 경계심을 품었다. 혹시 릴리가 자신을 찾아 일부러 나타난 게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노르웨이에서 자신이 그녀의 기억을 지웠던 것이 효과가 없었다는 의미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기억을 잃은 소녀가 어떻게 수천 리 떨어진 서울에서 갑자기 자기 앞에 나타날 수 있겠는가?이때 릴리 역시 겉으로는 태연했지만, 속은 극도의 긴장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시후가 자신을 의심할 거라 이미 알고 있었기에, 수없이 연습한 연기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물었다. “안녕하세요, 여기 301호 맞나요?”시후가 대답하기도 전에, 이소분이 반갑게 말했다. “맞아요! 바로 이 방이에요. 문 앞에 번호도 있잖아요. 혹시 이 방에 배정되신 건가요?”릴리는 시후를 보지 않고 이소분을 향해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네, 번호는 봤는데 안에 사람이 많길래, 다시 확인하고 싶었어요.”이소분이 얼른 물었다. “그럼 여기 침대 쓰실 분 맞죠?”릴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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