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유현이 다시 말했다. “아 참, 유나 씨. 짐은 너무 많이 챙기지 말아요. 생활용품이든 일에 필요한 도구든, 여기 다 있으니까요. 내 집에서 나랑 같은 방을 쓰면 돼요. 부족한 건 바로 내 걸로 쓰면 되니까, 이번엔 정말 가볍게 와요. 단출할수록 좋아요.”“알겠어요...”배유현이 워낙 다급하게 전화를 한 탓에, 유나는 망설일 틈도 없었다. 전화를 끊자마자 유나는 시후와 함께 방으로 돌아가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배유현은 ‘가볍게 오라’고 말했지만, 유나는 그래도 혹시나 폐를 끼칠까 봐, 필요한 개인 물품은 최대한 챙겨두었다.그 사이 배유현은 이미 전용기를 준비했다. 페이셔스 그룹의 전용기가 밤중에 출발해 새벽 무렵 서울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유나만 타면 곧장 뉴욕으로 떠날 수 있게끔.배유현이 워낙 급하다고 한 만큼, 유나도 시간 낭비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새벽 6시에 출발하기로 했다. 그 시간대의 서울은 도로가 한산하니 빨리 공항에 도착할 것이고, 수속이 빠르면 7시 전에 비행기에 오를 수도 있었다.멀리 미국까지 가야 한다는 생각에 유나는 마음이 무거웠지만, 배유현이 자신을 도와준 일을 생각하면 거절할 수 없었다. 이건 꼭 갚아야 할 ‘빚’이었으니까.시후는 그런 아내를 바라보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짐을 다 싸고 나서 시후가 물었다. “여보, 이번 일 부모님께 말씀드릴까요?”유나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냥 갈래요. 엄마한테 말하면 또 따라가겠다고 하실 거예요. 휴가 가는 것도 아니고, 일하러 가는 건데... 당신이 나를 공항에 데려다주고, 내가 비행기 타면 그때 말씀드려요. 오늘 밤에 급히 결정된 거라 말하면, 엄마도 따라올 시간은 없을 거예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네요. 솔직히 나도 어머님이 따라가신다 하면 좀 걱정됐거든요. 괜히 미국 가서 사고라도 나면, 당신 혼자 힘들잖아요.”......그날 밤, 시후는 침대에 누웠지만 한숨도 자지 못했다. 비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