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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51장

“보직이 없어졌다고요?!”배 회장은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는 다급히 물었다.“진 회장님, 우리 부서가 전반적인 문화예술 업무를 총괄하는 큰 조직인데, 멀쩡한 자리를 그렇게 갑자기 없앨 수도 있는 겁니까?”진 회장은 전화기 너머에서 한숨을 쉬며 말했다.“조직이 크니까 오히려 슬림화가 필요한 거지. 나도 어쩔 수가 없어.”더 이상 이 문제를 길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던 그는 말을 이었다.“배 회장, 정말 미안하네.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당분간은 서화협회 일을 계속 맡고 있게. 새로운 기회가 생기면 가장 먼저 자네에게 알려 주도록 하지.”배 회장은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 진 회장의 뜻을 바로 알아차렸지만 속은 답답해도 겉으로는 공손하게 말했다.“알겠습니다, 진 회장님. 신경 많이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새로운 소식이 생기면 꼭 가장 먼저 알려 주십시오.”“물론이지.”진 회장은 선뜻 대답한 뒤 말을 맺었다.“그럼 이만 끊겠네. 다음에 만나서 이야기하지.”“네, 안녕히 계십시오.”“그러지.”전화를 끊은 배 회장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새 부서로 발령받을 준비까지 거의 끝났는데, 막판에 와서 새 보직 자체가 없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그는 이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지금도 서화협회 회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긴 했지만, 협회 규모가 워낙 작아 직원이라고 해 봐야 스무 명 남짓이었다. 권한도 크지 않았고 실속도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 이 자리는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었다. 그래서 앞으로 상급 협회로 승진하는 것 말고는 다른 기회가 사실상 없었는데, 이번 기회를 놓치고 나면 언제 다시 자리가 생길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배 회장은 자신이 이번 승진 기회를 잃게 된 이유가 모두 이화룡 때문이라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시후는 배 회장의 승진길을 막는 것에서 끝낼 생각이 아니었다. 김상곤을 다시 서화협회로 복귀시키는 일까지 반드시 이루게 할 계획이었다.한편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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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52장

이화룡의 말이 끝나자 김상곤의 얼굴에는 곧바로 기대감이 번졌다.시후는 휴대전화를 들고 말했다.“큰일은 아닙니다. 장인어른 일 때문인데요. 얼마 전에 서화협회에서 나오신 일은 알고 계시죠?”이화룡도 상황을 알아차린 듯 말했다.“그 일은 들었습니다. 직접 사직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그 말을 들은 김상곤은 억울하다는 듯 급히 말했다.“대표님, 저 김상곤입니다. 그건 꼭 설명드려야겠습니다. 제가 자진해서 그만둔 게 아닙니다. 배 회장이 저를 함정에 빠뜨린 거예요. 형식만 갖추자면서 사직서를 써 보라고 하기에 믿고 보냈는데, 그걸 진짜로 처리해 버렸다고요. 뒤늦게 마음을 바꾸려 해도 기회조차 없었습니다. 정말 비열한 인간입니다!”이화룡은 일부러 놀란 듯 말했다.“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그렇다면 배 회장이 너무 심했군요.”김상곤은 마치 자기 편을 만난 사람처럼 반가워하며 말했다.“말씀대로입니다! 정말 너무했습니다. 제 억울함 좀 풀어주십시오.”이화룡은 흔쾌히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은 선생님의 장인어른이시니 이 일은 제가 당연히 나서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지금 바로 배 회장에게 전화해서 사실이 무엇인지 따져 보겠습니다.”“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김상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이 일은 대표님께 부탁드리겠습니다.”이화룡은 웃으며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바로 연락해 보겠습니다.”전화를 끊자 김상곤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은 서방, 보니 이화룡 씨가 아직도 자네를 정말 많이 배려하는구먼. 이화룡 씨가 직접 나서 주면 나도 서화협회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이화룡 씨는 영향력이 있는 분이니까요. 직접 나서겠다고 하셨으니 일단 맡겨 두죠. 이제 연락을 기다리면 됩니다.”김상곤도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그럼 좋은 소식만 기다리면 되겠네.”……한편 그 시각.이화룡은 이미 배 회장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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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53장

배 회장은 아무리 계산을 해도 김상곤을 속여 사직서를 쓰게 만든 일이 발목을 잡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사실 처음부터 김상곤을 속일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원래는 김상곤에게 부회장 자리를 하나 마련해 주려고 했다. 하지만 아내의 말에 마음이 흔들리면서, 김상곤을 도와주는 것이 자신에게는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손해 보는 장사는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고, 이미 제출된 사직서를 이용해 김상곤을 서예협회에서 내보내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원래 그의 계산대로라면 이 일로 김상곤이 자신을 원망하는 것 정도가 전부일 뿐, 다른 문제는 생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이화룡조차 김상곤 일에는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으니 더 걱정할 이유도 없다고 여겼다.그런데 예상과 달리 이화룡이 다시 이 문제를 꺼내 들었고, 하필이면 사직서를 쓰게 만든 과정부터 따져 묻기 시작했다. 그 한마디에 배 회장은 완전히 궁지에 몰렸다. 당황한 그는 황급히 변명했다.“대표님, 그건 오해입니다. 저도 당시에는 부담이 너무 컸습니다. 김상곤 씨가 예전에 장 사장과 함께 일으킨 사건이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켰는지는 잘 아시지 않습니까. 모두가 제가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제가 원칙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할 수도 없었습니다!”이화룡은 차갑게 말했다.“원칙대로 처리하는 건 문제가 없지. 하지만 사람을 속여 사직서를 쓰게 만든 뒤 그걸 빌미로 협회에서 내쫓는 것도 원칙에 따른 처리입니까? 서화협회에서는 그런 비열한 방식도 공정한 절차라고 하나요?”배 회장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이화룡은 가장 치명적인 부분을 정확히 찔렀다는 것을. 김상곤이 얼마나 큰 실수를 했는지를 아무리 내세워도 변명은 가능했지만, 사직서를 속여 받아낸 일만큼은 도저히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다.그 순간 그는 속으로 아내를 원망했다.‘괜히 잘난 척하면서 쓸데없는 꾀를 부리더니 결국 일을 이렇게 만들었군. 그때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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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54장

이화룡은 담담하게 말했다.“이번 일은 배 회장님이 너무 비열하게 처리했지만 그렇다고 내가 배 회장님을 끝까지 몰아붙일 생각은 없습니다. 김상곤 선생을 다시 상임부회장으로 복귀시키라고까지는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중간 관리자급 자리 하나 정도는 마련해 줘야 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적당한 기회를 잡아서 김상곤 선생께 직접 사과하시죠. 그렇게 무례하게 일을 처리해 놓고 당사자에게 사과도 하지 않는 건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알겠습니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배 회장은 감히 이화룡의 말에 토를 달 수 없었고 그저 연신 고개를 숙이며 약속할 수밖에 없었다.김상곤에게 직접 사과하는 것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김상곤에게 중간 관리자 자리를 마련해 주는 일이었다.애초에 아내 말만 듣지 않고 일을 그르치지만 않았더라면, 김상곤을 한 단계 낮은 자리로 옮기고 다른 핵심 간부들을 한 단계씩 승진시키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정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그 기회를 스스로 날려 버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와서 자리를 다시 만들려면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이 될 수밖에 없었다.그래도 아무리 어렵다 해도 이화룡과 흥정을 벌일 용기는 없었다.이화룡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좋습니다. 반드시 해내겠다고 했으니 내일 이 시간까지는 확실한 답을 가져오시죠.”“알겠습니다!”배 회장은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지금 바로 부회장들을 불러 회의를 열겠습니다.”이화룡은 가볍게 웃으며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배 회장님, 내가 보기엔 당분간 서화협회를 떠날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앞으로도 김상곤 선생과 오랫동안 함께 일하게 될 테니 서로 잘 지내도록 하시죠.”그 말을 끝으로 이화룡은 더 이상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배 회장은 그제야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왜 자신의 승진길이 갑자기 막혀 버렸는지 이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원인은 이화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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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55장

아내는 반사적으로 물었다.“여보,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뭘 잘못했어?”배 회장은 사무실 밖에 있는 사람들이 들을까 봐 목소리를 낮춘 채 분노를 억누르며 으르렁거렸다.“다 당신 때문이야! 괜히 쓸데없는 잔꾀를 내서 상곤 씨를 도와주지 말라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이것 봐 이화룡 대표하고 줄이 닿았잖아! 조금 전에 이화룡 대표가 직접 전화해서 나한테 책임을 따져 묻더라고!”아내 황수연은 의아한 듯 말했다.“아니, 당신한테 왜 책임을 묻는데요? 당신도 말했어야지. 이 일은 김상곤이 자기 체면 다 구기는 사고를 친 건데. 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인데요?”배 대표는 버럭 소리쳤다.“이화룡 대표가 따진 건 사직서 문제였어! 이걸 내가 무슨 수로 변명해?”“그건……”전화기 너머의 황수연은 잠시 침묵하다가 차분히 달랬다.“여보, 내 말 좀 들어봐요. 이화룡 대표가 뭐라고 하든 너무 신경 쓰지 마. 그 사람이 당신을 원망한다고 해도 실제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당신은 인사 발령도 곧 나올 예정이었고, 새 부서로 가면 서화협회는 당신 밑에 있는 기관이 되는 거잖아요. 그러면 이런 골치 아픈 일로 다시 엮일 일도 없을 테고. 이화룡 대표와도 앞으로는 접점이 없어질 거야. 우리도 딱히 바라는 게 있는 것도 아니고,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아무리 영향력이 있어도 함부로 우리를 건드릴 수는 없잖아. 그렇지 않아요?”“맞긴 무슨!”배 대표는 욕설을 내뱉듯 말했다.“오늘 진 회장한테 연락이 왔는데, 뭐라고 했는지 알아?”황수연은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뭐라고 했는데요?”배 대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부서 통폐합 때문에 나한테 주기로 했던 자리가 없어졌다는 거야! 승진은 물 건너갔어!”황수연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통폐합이라니? 그런 얘기는 처음 듣는데. 정말 부서를 없앨 거라면 공고나 공식 문서부터 나와야 하는 거 아니에요? 게다가 그런 기관은 인사 조직 개편도 보통 이 시기에 안 해. 최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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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56장

배 회장은 아내가 또 모든 일을 자기가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말을 듣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빈정거리며 말했다.“황수연, 제발 좀! 당신이 일을 이렇게까지 망쳐 놓은 것도 모자라 또 나서겠다는 거야? 당신이 한마디 하고 나면 난 서화협회 회장 자리까지 날아갈 것 같아!”황수연은 핀잔을 들어도 화를 내지 않고 차분히 말했다.“여보, 이번 일은 제 잘못이 맞아요. 그러니까 이번만 한 번 더 만회할 기회를 주세요.”배 회장이 물었다.“그럼 먼저 말해 봐.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할 생각인데? 협회 사람들은 원래부터 상곤 씨를 못마땅하게 생각했어. 이번에 상곤 씨가 쫓겨난 걸 다들 속 시원해하고 있는데, 다시 데려오자고 하면 누가 찬성하겠어? 게다가 원래 상곤 씨한테 주려고 했던 부장 자리도 이미 다른 사람이 차지했잖아. 그 사람 보고 순순히 자리 내놓으라고 하면 되겠어?”황수연이 되물었다.“여보, 죽음을 비밀로 한다는 말 알아요?”배 회장은 무심코 대답했다.“옛날에 황제가 죽었는데도 바로 발표하지 않고 숨긴 채, 그 사이에 권력 다툼부터 끝내던 걸 말하는 거잖아. 왕위를 차지할 사람은 왕위를 차지하고, 반란을 일으킬 사람은 반란을 일으키고.”“맞아요.”황수연은 말을 이었다.“지금 우리 상황도 그거랑 비슷해요. 생각해 봐요. 서화협회 사람들 가운데 당신이 이번에 승진하지 못했다는 걸 아는 사람이 있나요? 다들 아직도 당신이 곧 승진해서 떠날 거라고 생각하고 있잖아요.”“그렇지.”배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방금 전에야 알았으니까, 다른 사람들은 아직 모를 거야.”황수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됐네요. 오늘 저녁에 사람들을 불러 식사하면서 당신은 여전히 곧 승진하는 것처럼 행동하세요. 다들 당신이 금방 떠나고 회장 자리도 비게 될 거라고 믿게 만드는 거예요. 그러면 당신이 식사 자리를 마련한 이유도 당연히 인사 문제를 정리하려는 거라고 생각하겠죠. 예전에 당신이 김상곤 씨를 내보내려고 했을 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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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57장

……배 회장이 저녁 식사 자리를 분주하게 준비하는 동안, 시후는 김상곤과 윤우선을 데리고 청년재 근처의 한 식당으로 향했다.유나는 저녁에도 엠그란드 그룹에서 회의를 하느라 야근을 해야 했다. 마침 저녁시간도 된 데다 집에 가서 밥을 하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 시후는 장인, 장모와 함께 밖에서 식사하기로 했다.식당에 자리를 잡고 앉은 김상곤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앞으로는 정말 어디 여행도 안 갈 거야. 이번 두바이 여행 때문에 반쯤 죽다 살아났네.”그러자 윤우선이 옆에서 핀잔을 줬다.“당신이 괜히 일을 벌이지 않았으면 이렇게까지 됐겠어? 수천만 원짜리 물건을 그냥 남한테 넘겨주다니. 생각만 해도 아직도 속이 쓰려.”“에휴.”김상곤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 얘긴 이제 그만해. 나 좀 오래 살자.”그러다 문득 시후를 바라보며 물었다.“은 서방, 이화룡 씨가 서화협회 복귀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까?”시후는 웃으며 말했다.“그 정도 일은 이화룡 대표님이라면 어렵지 않을 겁니다.”김상곤은 고개를 끄덕였다.“서화협회에만 다시 돌아갈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이야. 못 돌아가면 앞으로 뭘 하면서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고…… 정말 답답하네.”시후는 종업원을 불러 푸짐한 요리를 몇 가지 주문한 뒤 김상곤에게 말했다.“아버님,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일단 소식만 기다려 보세요.”“그래.”……한편 배 회장은 서화협회 부회장들과 새로 부장으로 승진한 유해도를 데리고 아내 황수연이 예약해 둔 호텔로 향했다.배 회장이 아내까지 함께 데리고 온 것을 본 사람들은 이번 자리가 승진을 앞둔 송별회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한 사람이 웃으며 말했다.“배 회장님, 사모님까지 모시고 식사를 대접하시는 걸 보니 이제 곧 승진하시는 모양입니다?”“그러게요!”곧 다른 사람도 맞장구 쳤다.“회장님, 높은 자리로 가시더라도 저희 같은 사람들 잊으시면 안 됩니다.”배 회장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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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58장

그때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배 회장님, 김상곤은 업무 능력도 부족하고 인성도 별로입니다. 어렵게 협회에서 내보냈는데, 지금 와서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받아들여서는 안 되지요!”다른 사람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그들은 김상곤을 싫어할 뿐만 아니라, 그가 돌아와 자신들의 현재 자리를 위협하는 것도 원치 않았다.배 회장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이렇게 생각해 봅시다. 이화룡 회장님의 영향력은 최근 하늘을 찌를 정도입니다. 그분이 직접 김상곤 씨 편을 들어주는데 우리가 모른 척하면, 결국 본인이 직접 나설 겁니다. 그때 그 압박을 누가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순간 회의실 안은 무거운 침묵에 휩싸였다.이화룡의 영향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사실은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게다가 지금은 그가 LCS 그룹의 사람이 되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LCS 그룹의 인맥과 자원까지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 사람이 서화협회 인사 문제에 개입한다면, 사람 하나 복직시키는 일쯤은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었다.그때 황수연이 입을 열었다.“다들 아시겠지만 김상곤 씨는 원래 상임부회장이었어요. 그리고 지난번 일도 사법기관에서 공식적으로 문제를 인정한 게 아니잖아요. 엄밀히 말하면 추문이라기보다는 소문에 가까운 일이죠. 만약 이화룡 대표님이 윗선에서 힘을 써서 김상곤 씨를 다시 상임부회장으로 복귀시키면, 여기 계신 분들은 전부 원래 자리로 밀려날 수밖에 없어요.”그 말이 떨어지자 모두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배 회장을 제외하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김상곤이 물러난 덕분에 승진한 사람들이었다. 만약 김상곤이 원래 자리로 복귀하면 모두 이전 직책으로 돌아가야 했고, 이번 승진도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만다.아내가 분위기를 충분히 조성해 주자 배 회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제 생각에는 여러분을 위해서라도 김상곤 씨가 원래 직책으로 복귀하는 일만큼은 막아야 합니다. 그래서 우선 주임 자리를 하나 마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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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59장

유해도가 흔쾌히 자리를 내주겠다고 하자 배 회장과 황수연은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자리에 있던 다른 부회장들도 모두 긴장이 풀린 표정을 지었다.혹시라도 배 회장이 자신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김상곤을 위해 자리를 비우라고 할까 봐 모두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상곤이 못마땅한 건 사실이었지만, 그의 뒤에 이화룡이 있다는 걸 생각하면 누구도 공개적으로 그를 적으로 돌리고 싶지는 않았다. 정말 자리를 내주라는 말이 떨어진다면, 누구도 감히 거절하지 못했을 것이다.배 회장은 일이 일단락되자 테이블 아래에서 슬며시 아내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아무리 생각해도 아내의 계산은 정말 빈틈이 없었다. 유해도가 저 한마디만 해준 덕분에 내일 바로 인사 조정을 단행해 김상곤을 협회로 복귀시킬 수 있게 됐고, 골칫거리도 자연스럽게 해결된 셈이었다.그때 황수연이 일부러 입을 열었다.“우리 다 같이 유해도 씨를 위해 한잔하는 게 어떨까요? 이번 일은 정말 유해도 씨 덕분에 해결됐잖아요!”“맞아요, 맞아!”배 회장도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자리에서 일어나 술잔을 들었다.“자, 여러분. 다 같이 유해도 씨를 위해 한잔합시다. 이번에 먼저 희생해 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모두 유해도에게 큰 빚을 졌다는 걸 꼭 기억했으면 합니다. 빚은 언젠가 반드시 갚는 법이니까요.”그 말을 듣는 순간 유해도의 가슴은 뜨거워졌다. 마치 진정한 친구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을 것 같은 의로움이 치밀어 올랐던 것이다.유해도는 배 회장이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자신을 지금 자리까지 끌어올려 준 사람도 배 회장이었다. 이제 그가 자리를 내놓으라고 한다면 군말 없이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희생을 높이 평가해 주고 체면까지 세워주니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다른 사람들도 유해도가 이번에 먼저 자리를 양보하면서 모두의 골칫거리를 해결해 준 것이 사실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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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60장

다른 사람들은 황수연의 말을 듣고 보니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무의식적으로 황수연의 의견에 동의해 '김상곤을 고발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고 받아들이는 순간, 마음속에 남아 있던 마지막 불씨마저 완전히 꺼져 버렸다.결국 모두 의견을 모았고, 분위기는 금세 화기애애해졌다. 사람들은 잔을 주고받으며 흥겹게 술을 마셨다.배 회장은 원래 술이 센 편이었지만, 이날만큼은 일부러 주량을 조절해 진짜 취할 정도까지는 마시지 않았다. 대신 술자리가 중반을 넘어가자 일부러 술에 잔뜩 취한 척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테이블에 엎드려 있기도 하고, 또 머리가 아픈 것처럼 관자놀이를 주무르기도 했다. 심지어 옆에 있던 아내까지 속아 넘어가 따뜻한 물을 따라 주고 등을 토닥여 주며 걱정하기 바빴다.사람들은 배 회장이 많이 취한 줄 알고 더 이상 술을 권하지 않았다. 남은 술은 다른 사람들이 나눠 마신 뒤, 배 회장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술자리를 일찍 마무리했다.모두 함께 술에 취한 배 회장을 부축해 밖으로 나와 조수석에 태운 뒤, 황수연이 운전하는 차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고서야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하지만 차가 몇 백 미터쯤 달렸을 때, 조수석에 축 늘어져 있던 배 회장이 갑자기 몸을 똑바로 세우며 말했다.“여보, 앞에서 우회전해.”갑작스러운 말에 황수연은 깜짝 놀라 물었다.“여보, 술 많이 마신 거 아니었어요?”“안 취했어.”배 회장이 태연하게 말했다.“이 정도가 무슨 내 주량이야. 나를 취하게 하려면 최소한 위스키 한 병은 더 마셔야 해.”황수연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오늘 술자리엔 다 당신 부하 직원들이었잖아요. 굳이 주량까지 숨길 필요가 있었어요? 안 마시고 싶으면 그냥 안 마신다고 하면 되지, 누가 억지로 마시게 한 것도 아닌데.”배 회장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당신은 몰라. 오늘은 내가 직원들과 한패처럼 잘 어울린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잖아. 괜히 회장 티를 내면 안 되는데...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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