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은 황수연의 말을 듣고 보니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무의식적으로 황수연의 의견에 동의해 '김상곤을 고발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고 받아들이는 순간, 마음속에 남아 있던 마지막 불씨마저 완전히 꺼져 버렸다.결국 모두 의견을 모았고, 분위기는 금세 화기애애해졌다. 사람들은 잔을 주고받으며 흥겹게 술을 마셨다.배 회장은 원래 술이 센 편이었지만, 이날만큼은 일부러 주량을 조절해 진짜 취할 정도까지는 마시지 않았다. 대신 술자리가 중반을 넘어가자 일부러 술에 잔뜩 취한 척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테이블에 엎드려 있기도 하고, 또 머리가 아픈 것처럼 관자놀이를 주무르기도 했다. 심지어 옆에 있던 아내까지 속아 넘어가 따뜻한 물을 따라 주고 등을 토닥여 주며 걱정하기 바빴다.사람들은 배 회장이 많이 취한 줄 알고 더 이상 술을 권하지 않았다. 남은 술은 다른 사람들이 나눠 마신 뒤, 배 회장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술자리를 일찍 마무리했다.모두 함께 술에 취한 배 회장을 부축해 밖으로 나와 조수석에 태운 뒤, 황수연이 운전하는 차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고서야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하지만 차가 몇 백 미터쯤 달렸을 때, 조수석에 축 늘어져 있던 배 회장이 갑자기 몸을 똑바로 세우며 말했다.“여보, 앞에서 우회전해.”갑작스러운 말에 황수연은 깜짝 놀라 물었다.“여보, 술 많이 마신 거 아니었어요?”“안 취했어.”배 회장이 태연하게 말했다.“이 정도가 무슨 내 주량이야. 나를 취하게 하려면 최소한 위스키 한 병은 더 마셔야 해.”황수연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오늘 술자리엔 다 당신 부하 직원들이었잖아요. 굳이 주량까지 숨길 필요가 있었어요? 안 마시고 싶으면 그냥 안 마신다고 하면 되지, 누가 억지로 마시게 한 것도 아닌데.”배 회장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당신은 몰라. 오늘은 내가 직원들과 한패처럼 잘 어울린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잖아. 괜히 회장 티를 내면 안 되는데...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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