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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나는 재벌가 사위다: Chapter 5571 - Chapter 5580

5583 Chapters

5571장

시후는 릴리의 그런 반응에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지금 릴리의 맥을 짚는 건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그녀의 두통은 병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영기로 인한 내상 때문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은 직접 약간의 영기를 그녀의 머리로 흘려보내 손상된 부위를 회복시키는 것이었다.그러나 시후는 잠시 망설였다. 릴리의 정체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그 ‘골칫덩이 반지’만 봐도, 비록 영기를 다루지는 못한다 해도 영기가 어떤 것인지 정도는 알고 있을 터였다.예를 들어 바다에서 자란 사람에게 가짜 샥스핀을 진짜 샥스핀이라고 속이면 바로 들통나기 마련인 것처럼 말이다.시후는 릴리가 지금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직접 영기를 전달하면 오히려 정체를 드러내는 꼴이 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그는 그냥 맥을 짚는 척만 하기로 했다. 그 다음에는 반 개 정도의 거풍환을 주어 그녀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으로 마무리하려 했다. 그 약은 자신에게 그리 귀한 것도 아니었으니까.또한 그는 거풍환을 써도 정체가 들통날 걱정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서울에서 시후의 이름을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시후가 만병통치약 하나쯤 내놓는다고 이상할 건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그리고 일부러 거풍환을 반 개만 주려는 이유도 있었다. 한 알을 전부 다 주면 아까워하지 않을 테니 조금만 줘서 귀하게 느끼게 해야 할 것이었다.시후는 손가락을 릴리의 손목 위 맥문에 가볍게 얹었다. 그리고는 눈을 감고 잠시 집중하는 척을 하더니 말했다. “소영아, 맥을 보니 물과 땅이 너에게 맞지 않아 생긴 증상 같아. 게다가 요즘 피로가 겹쳐 편두통이 심해진 거고. 네가 학교 등록한 날부터 시작됐다면, 그날 피곤이 누적됐던 것 같네.”릴리는 속으로 바로 알아차렸다. ‘헛소리네... 완전히 둘러대는구나.’ 그래서 일부러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요, 시후 오빠... 저는 한국에 온 지 꽤 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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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72장

시후가 ‘그 약만 먹으면 완치될 거야.’라고 말하자, 릴리는 순간 호기심이 일었다.그녀는 자신의 두통이 시후의 영기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시후가 도대체 어떻게 영기를 쓰지 않고 자신의 증상을 고칠 것인지 그 점이 궁금했다.그때 시후는 주머니에서 거풍환 하나를 꺼냈다. 그것은 얼마 전 태진도에서 얻은 연단로로 강화해 새로 만든 버전이었다.시후는 그 약을 들고 두 사람에게 말했다. “이건 내가 오래전에 우연히 손에 넣은 신령한 약이야. 죽은 사람을 살린다고는 못 하지만, 온갖 질병엔 다 효과가 있어.” 그러면서 시후는 약간 아쉬운 듯 말했다. “다만 이 약은 이제 거의 남지 않았어. 그러니까 아껴 써야 해. 이번엔 반도 아니고, 4분의 1만 먹으면 충분할 거야.”그 말에 그는 클라우디아를 향해 물었다. “과일칼 있어?”“있어요!” 클라우디아는 얼른 책상 위에서 작은 과도를 집어 들고 시후에게 건넸다.시후는 조심스럽게 약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정확히 4분의 1 크기로 잘랐다. 그리고 시후는 한 조각을 집어 들어 릴리에게 건네며 말했다. “소영, 이걸 바로 삼켜. 곧 좋아질 거야.”릴리는 잠시 망설였다. 그녀는 이 약이 시후가 ‘우연히 얻은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든 것일 거라고 거의 확신했다. 하지만 시후의 약이 과연 믿을 수 있는지는 확신이 없었다.그래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시후 오빠, 이건 그냥 바로 먹으면 되나요?”“그래, 바로 먹으면 돼.”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서 삼켜. 금방 좋아질 거야.”“알겠어요...” 릴리는 잠시 약을 바라보다가 결국 입에 넣었다.약은 입에 닿자마자 녹았고, 그 순간 순수한 약효가 따뜻한 물결처럼 혈관을 따라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곧이어 그 따뜻한 기운이 전부 머리로 몰리더니, 마치 두통의 스위치를 ‘딸깍’ 하고 꺼버린 듯, 머리를 쥐어짜던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다.릴리는 놀라움에 눈을 크게 떴다. ‘믿을 수가 없어... 은시후 씨가 정말로 이런 약을 만들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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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73장

하지만 시후는 릴리가 세상 물정을 잘 아는 아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릴리가 그 반지를 가지고 있었고, 폴른 오더의 영주에게까지 눈에 띈 존재라면, 영기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시후가 지금 가장 걱정하는 건, 릴리가 혹시 이 약을 통해 자신이 노르웨이에서 그녀를 구해준 그 ‘은인’이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않길 바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시후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이 약은 그냥 내가 운 좋게 골동품 거리에서 산 거야. 이제 남은 것도 얼마 안 돼.”릴리는 그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감탄했다. “이렇게 대단한 약이라면, 평소에도 조금 더 구해 두고 비상용으로 써야 하는데 말이죠.”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풍환 같은 약을 휴대하고 있으면 정말로 위급할 때 목숨을 구할 수도 있다. 예전에 송민정이 일본에서 죽을 뻔했을 때도 자신이 준 약 덕분에 살아났으니까.그 생각이 들자, 시후는 속으로 또 다른 걱정을 했다. 만약 폴른 오더의 백작이 정말 서울에 나타난다면 릴리가 위험에 처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백작이 오면 자신은 외할아버지 댁 식구들을 지키는 데 온 힘을 써야 할 터라, 그땐 릴리를 돌볼 여유가 없을지도 몰랐다. 그때가 되면 릴리는 그저 목숨을 운에 맡길 수밖에 없겠지.그래서 시후는 잠시 고민하다가 남은 약을 릴리에게 내밀었다. “보니까 아직 서울 물이 안 맞는 것 같아. 두통이 또 올지도 모르니 이 약의 남은 건 네가 가지고 있어. 필요할 때 써.”릴리는 깜짝 놀랐다. 시후가 준 약이 평범한 게 아니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고, 그가 사분의 일만 나누어 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했다. 그런데 이렇게 남은 걸 다 주겠다고 하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시후 오빠, 이건 너무 귀한 거예요. 제가 받을 수 없어요...”시후는 그런 그녀를 보며 마음속에 연민이 스쳤다. 폴른 오더에게 쫓기며 살아온 그녀의 삶이 얼마나 고단했을까. 서울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위험에 휘말릴지도 모른다니, 인생이 참 험하다 싶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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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74장

시간이 꽤 흘렀기에 시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소영이는 괜찮으니 나도 가봐야겠다.”클라우디아가 아쉬운 표정으로 물었다. “시후 오빠, 벌써 가요? 물이라도 한 잔 드릴까요?”“괜찮아.” 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여기 여자 기숙사잖아. 내가 오래 있으면 안 되지. 이러다간 담당 선생님이 쫓아올 걸?” 그러면서 시후는 다시 말했다. “아, 그리고 내일부터 또 새로 강의 들어가지? 모임도 있고 할 테니 힘들 거야. 그러니까 당분간은 학교 밖으로 나가지 마.”클라우디아는 시위 말속에 숨겨진 깊은 뜻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저는 이미 이씨 아주머니와 소분 언니에게 말했어요. 당분간은 학교에 있을 거라고요.”옆의 릴리는 시후가 자신을 걱정하는 이유를 눈치챘다. 시후가 자신의 안전을 걱정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았다면 남은 약을 자신에게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후가 왜 자신의 안전을 걱정하는 것인지는 알 순 없었지만, 시후의 진심은 느껴졌다. 그래서 릴리는 이렇게 말했다. “시후 오빠 걱정 마세요. 저도 당분간은 학교에 있을 거예요.”“그럼 됐어.” 시후는 마음을 놓았다. 대학교는 외부인이 접근하기 어렵다. 릴리가 서울대학교에만 머문다면, 폴른 오더의 백작이 와도 쉽게 찾지 못할 것이다.게다가 시후는 이미 장 사장에게 미끼를 뿌려두었다. 그러니 백작이 정말 서울에 들어온다면 반드시 그를 잡을 적절한 기회를 찾게 될 것이다. 그 전까지 릴리만 들키지 않으면 괜찮을 것이다.두 사람은 시후를 배웅하러 1층까지 내려왔다. 각자 서로 다른 감정을 품고 있었지만, 작별할 때는 모두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다.시후는 차에 타고도 마음이 조금 불안했다. 그래서 창문을 내리며 말했다. “소영아, 내 연락처 저장해 둬. 혹시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네, 시후 오빠...” 릴리는 휴대폰을 꺼내 그가 불러주는 번호를 적었다.시후는 다시 클라우디아에게도 말했다. “너도 마찬가지야. 무슨 일 있으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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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75장

릴리가 웃으며 말했다. “얼굴에 ‘좋아한다’고 써 있는 사람이 누군데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하는 거야?”클라우디아는 주변을 살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소영아,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마. 나는 시후 오빠를 좋아하지만, 그분은 이미 결혼했잖아. 그냥 타이밍이 안 맞은 것에 한탄할 뿐이야...”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누가 그러더라. ‘당신이 태어날 때 나는 없고, 내가 태어났을 때 당신은 이미 늙어 있다’고.” 릴리는 잠시 씁쓸히 한숨을 내쉬다가 장난스럽게 덧붙였다. “그래도 괜찮아. 결혼했다면... 내연녀라도 되면 되지.”“뭐라고?! 소영아, 너 진짜 이상해!?” 클라우디아는 얼굴이 새빨개져 화장실로 도망가며 외쳤다. 클라우디아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너… 왜 그렇게 헛소리를 하는 거야? 점점 더 말이 안 되잖아! 일부러 놀리는 거지?”릴리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놀리는 게 아니야. 진심이야, 백 퍼센트 진심. 네가 그를 좋아하고, 그도 널 좋아한다면, 아내든 내연녀든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해?”클라우디아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릴리를 쳐다보지도 못한 채 버럭 외쳤다. “너… 너… 너는 가치관이 완전히 잘못됐어!”릴리는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내 가치관이 잘못됐다고? 사람은 행복해지기 위해 사는 거 아니야? 누군가를 사랑하지만 함께할 수 없다면, 그 인생이 행복할 수 있겠어?”클라우디아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행복하지 않더라도, 남의 가정을 깨뜨릴 수는 없잖아……”릴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난 파괴가 아니라 ‘통합’을 말하는 거야. 그 사람의 가정 안으로 들어가서, 가족의 일원이 되는 것. 그건 파괴가 아니야.”클라우디아는 놀람과 부끄러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급히 문을 열고 나갔다. “너 진짜 생각이 너무 왜곡돼 있어! 난 더는 너랑 얘기 안 해! 나 먼저 씻을 거야!”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화장실로 달려갔다.릴리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게 왜 왜곡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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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76장

점괘의 결과가 시후에게 향하자 릴리는 크게 긴장했다. 그의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웬만한 사람은 그를 위협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 그가 위험하다면, 상대의 힘은 엄청날 것이다.릴리는 문득 생각했다. ‘설마 폴른 오더의 다른 백작이 서울로 오고 있는 건가? 분명 그럴 거야. 그래서 은시후 씨가 나에게도 조심하라 한 거겠지.’그녀는 급히 휴대폰을 꺼냈다가 망설였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지금껏 자신은 시후 앞에서 모른 척을 해왔는데, 갑자기 이런 전화를 하면 그가 자신을 의심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릴리는 결국 마음을 굳혔다. ‘그는 내 목숨의 은인이야. 도와줄 수는 없어도 경고는 해야 해.’릴리는 고민 끝에 베란다로 나와 전화를 걸었다. 그때 시후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신호등 앞에서 차를 세우자마자,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시후 오빠, 저 소영이예요.”“소영이? 무슨 일이지?”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 물었다. “시후 오빠, 혹시 생일이 언제예요?”“응? 갑자기 그걸 왜 물어?”“아까 오빠가 우리한테 조심하라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위험할까 봐 제가 점을 좀 쳐보려고요.”“점을 친다고?” 시후는 노르웨이에서 그녀의 책상 위에 놓인 동전들과 윷을 본 게 떠올랐다. 그때 시후는 그것이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라, 전설에 나오는 점을 보는 괘일 수도 있다고 추측한 적이 있었다. 만약 사실이라면, 그건 인간의 손으로는 다룰 수 없는 수준의 점술이었다. 그는 그땐 그냥 우연이라 여겼지만, 지금은 아닌 듯했다.“소영아, 너 점을 볼 줄 알아?” “조금요. 하지만 자주 보면 천벌을 받는다고 해서 잘 안 해요.”“그 정도는 아닐 걸?” 시후가 웃자 임소영도 웃으며 말했다. “맞아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러면서 본론으로 돌아왔다. “그래서요, 시후 오빠. 생일 알려주시면 한 번 점을 쳐볼게요.”그때 시후는 아무런 이상한 점도 느끼지 못했다.릴리는 대화의 흐름을 완벽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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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77장

이렇게 되자 모든 논리가 완벽히 맞아떨어졌다.거짓말이 들키는 이유는 단 하나다. 말한 뒤에 그 말을 지탱할 논리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하지만 릴리처럼 머리가 비상한 사람은, 말이 입 밖에 나오기 전에 이미 머릿속에서 완벽한 논리 구조를 짜 두었다. 그래서 시후는 전혀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는 단지, 릴리가 자신을 위해 점을 쳐주려는 호의를 가진 것이라 생각했다.그 생각에 시후는 숨기지 않고 자신의 생일을 그대로 말했다.릴리는 그가 말한 생일이 자신이 미리 조사해 두었던 정보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을 확인하고, 마음속 깊이 안도했다. ‘역시 은시후 씨는 이제 나를 믿는구나.’“시후 오빠, 그럼 제가 바로 점을 쳐볼게요. 결과 나오면 바로 알려드릴게요.”“그래.”……시후가 청년재에 도착했을 때, 휴대폰으로 릴리의 메시지가 도착했다.시후는 메시지를 읽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 답장을 보냈다.릴리가 곧 답했다.그 말을 본 시후의 표정이 단번에 굳어졌다. 그의 직감이 말했다. 릴리의 말은 결코 근거 없는 예언이 아니다.그녀의 신비로운 배경과, 전설적인 점을 다룰 줄 안다는 사실까지 생각하면, 그녀가 한 말은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이다.게다가 처음 릴리를 봤을 때부터 느꼈던 불길한 예감이 다시 되살아났다.외가 식구들이 한국에 와 있고, 릴리도 서울에 있다. 그때 이미 떠올렸던 생각은 바로 폴른 오더의 백작이 오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이 생각은 다시 머리를 스쳤다.이제 이 모든 것들을 고려해 볼 때, 릴리가 묘사한 위험은 아마도 시후가 예상한 것들과 맞아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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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78장

시후는 폴른 오더의 표적이 외할아버지 댁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릴리가 ‘당신에게 위험이 닥친다’고 했으니, 그건 곧 자신이 큰 전투를 맞이하게 된다는 뜻이 될 것이었다.시후는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8살 때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그날부터, 살아 있는 하루하루가 보상과 같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만 걱정되는 건, 혹시 외할아버지댁과 아내 유나가 동시에 위험에 처하면 자신이 두 곳을 모두 지킬 수는 없다는 점이었다.그런 생각이 들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유나를 서울에서 떠나게 하는 것이었다. 유나가 서울에 없다면 마음 놓고 싸울 수 있을 테니까.하지만 유나가 의심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떠나게 만들 방법은 쉽지 않았다.처음에 시후는 윤우선을 속여 ‘유럽 여러 국가를 방문하는 10일짜리 여행에 당첨됐다’는 식으로 조작된 이벤트를 만들어, 여성 동반만 가능하다고 해 유나를 데려가게 할까 생각했다. 하지만 유나는 미국 연수를 다녀온 뒤로 일 욕심이 강해졌고, 윤우선이 여행을 제안해도 열흘이나 회사를 비울 리 없었다.게다가 어떤 수를 쓰든 단 한 번에 성공해야 했다. 한 번 실패하면 유나가 눈치챌 테니, 재시도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고민 끝에 시후는 미국에 있는 배유현을 떠올렸다. 만약 그녀가 일 때문에 유나를 부른다면, 유나는 분명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유나는 배유현에게 큰 신세를 졌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친구의 부탁이라면 반드시 도와주려 할 테니까.그래서 시후는 즉시 전화를 걸었다. 그때 미국은 막 아침, 배유현은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시후의 전화를 받았다.그녀는 순간 설레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최대한 침착하게 받았다. “은 선생님, 무슨 일이시죠?”“배유현 씨, 부탁 하나 드리고 싶어요.” “뭐든 말씀하세요. 제가 도울 수 있다면 언제든요.”“최근 미국에서 추진 중인 부동산 프로젝트가 있나요?” “있어요. 뉴욕만 해도 여러 건이에요. 그 중에 이제 막 시작하거나 준비 단계인 건요?”“하나 있어요. 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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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79장

“은 선생님, 그럼...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는 아직 만나지 않으신 건가요?” “아직요. 하지만 이번에 위험이 닥친다면, 더는 숨을 수 없겠죠.”배유현은 걱정스럽게 물었다. “제가 도와드릴까요? 사람들이라도 바로 모아 국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지금 상황이 너무 복잡해요. 사람이 많아지면 오히려 위험합니다. 그래서 유나 씨만 먼저 피하게 하려는 겁니다.” 시후는 배유현에게 말했다. “배유현 씨 유나 씨가 잠시 미국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겠어요? 빨리 갈수록 좋습니다.” “알겠습니다.” 배유현은 단호히 답했다. “당장 유나 씨에게 연락하겠습니다!”“고맙습니다.”시후는 전화를 끊고 잠시 차를 길가에 세워두었다. 5분쯤 지나 배유현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은 선생님, 유나 씨와 통화했어요. 제가 ‘뉴욕 상업용 부동산 프로젝트 디자인이 문제로 전면 중단됐다’고 말하고, 여러 디자인 회사 안이 마음에 들지 않아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시후가 물었다. “유나 씨가 뭐라고 했죠?”“유나 씨는 처음엔 규모가 너무 커서 자신이 없다고 했지만, 제가 ‘한국적인 디자인 감성을 넣고 싶다’고 했죠. 미국에 있는 디자이너들을 한국에 대한 이해도는 피상적이라 현재 프로젝트가 중단되었고, 하루에 손실이 천문학적인 수준에 달하고 있으니 윤아 씨가 와서 도와주기를 바란다고 했어요. 유나 씨는 결국 도와주기로 했지만, 은 선생님과 상의해 본 뒤 결정하겠다고 했습니다.”“좋아요. 그럼 지금 바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배유현은 급히 물었다. “은 선생님,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제가 사람을 보낼까요?” 시후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요, 이렇게 해주신 것만으로 충분합니다.”배유현은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 “음... 은 선생님,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말씀하십시오!”“네. 그렇게 하죠.”......잠시 후 시후는 집으로 향했다. 시후가 집에 들어서자 유나가 황급히 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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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80장

유나는 성격은 섬세했지만, 일에 있어서는 언제나 완벽을 추구하는 커리어 우먼이었다. 그리고 시후의 말은 그녀의 마음을 정확히 건드렸다. ‘일하러 가는데 남편이 옆에 따라붙는 건 좀 그렇지... 그건 나도, 남편도 다 한심해 보일 거야.’게다가 마지막 말이 결정적이었다. 배유현과 자신은 친구이지만, 매번 남편을 데리고 다니는 것도 이상했다. 그녀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여보, 그럼 나 혼자 가야겠어요. 내가 없는 동안 당신도 건강 챙기고, 부모님도 잘 부탁해요.”“걱정 마요.” 시후는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배유현 씨한테 아직 확답 안 했죠?”“응, 당신이랑 얘기하고 연락주겠다고 했어요.”“그럼 지금 바로 전화해서 간다고 말해요.”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폰을 꺼냈다.통화가 연결되자 배유현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유나 씨 은 선생님께 말했어요?”“유현 씨, 시후 씨랑 얘기 끝났어요. 나 바로 갈게요.”“정말? 다행이네요!” 배유현의 목소리에는 안도와 기쁨이 묻어 있었다. “그럼 내가 금방 전용기를 보낼게요. 새벽 전에 서울에 도착하면 아침에 바로 출발할 수 있을 거예요!”유나가 놀라 물었다. “이렇게 급해요?”“네. 지금 정말 상황이 급박해서요. 하루라도 지체되면 손실이 수천만 달러라... 이대로면 주주들에게 보고도 못해요.” 배유현이 말한 건 진짜였다. 프로젝트를 중단하면 하루 손실만 천만 달러가 넘고, 기존 설계와 준비를 전면 폐기해야 하기에 실제 손실은 1억 달러 이상이었다.하지만 배유현에게 그건 아무렇지도 않았다. 시후가 한마디만 하면, 백억 달러라도 내줄 테니까. 그래서 이런 작은 손실은 그녀에게 사소한 일일 뿐만 아니라 기꺼이 감수할 만한 것이었다.유나는 미안하면서도 단호히 말했다. “그럼 나 금방 짐 싸서, 내일 새벽 바로 공항으로 갈게요.” 그리고 유나는 말하면서 뭔가 생각난 듯 황급히 물었다. “그런데 전용기는 예약할 필요 없어요 제가 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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