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후는 폴른 오더의 표적이 외할아버지 댁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릴리가 ‘당신에게 위험이 닥친다’고 했으니, 그건 곧 자신이 큰 전투를 맞이하게 된다는 뜻이 될 것이었다.시후는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8살 때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그날부터, 살아 있는 하루하루가 보상과 같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만 걱정되는 건, 혹시 외할아버지댁과 아내 유나가 동시에 위험에 처하면 자신이 두 곳을 모두 지킬 수는 없다는 점이었다.그런 생각이 들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유나를 서울에서 떠나게 하는 것이었다. 유나가 서울에 없다면 마음 놓고 싸울 수 있을 테니까.하지만 유나가 의심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떠나게 만들 방법은 쉽지 않았다.처음에 시후는 윤우선을 속여 ‘유럽 여러 국가를 방문하는 10일짜리 여행에 당첨됐다’는 식으로 조작된 이벤트를 만들어, 여성 동반만 가능하다고 해 유나를 데려가게 할까 생각했다. 하지만 유나는 미국 연수를 다녀온 뒤로 일 욕심이 강해졌고, 윤우선이 여행을 제안해도 열흘이나 회사를 비울 리 없었다.게다가 어떤 수를 쓰든 단 한 번에 성공해야 했다. 한 번 실패하면 유나가 눈치챌 테니, 재시도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고민 끝에 시후는 미국에 있는 배유현을 떠올렸다. 만약 그녀가 일 때문에 유나를 부른다면, 유나는 분명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유나는 배유현에게 큰 신세를 졌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친구의 부탁이라면 반드시 도와주려 할 테니까.그래서 시후는 즉시 전화를 걸었다. 그때 미국은 막 아침, 배유현은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시후의 전화를 받았다.그녀는 순간 설레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최대한 침착하게 받았다. “은 선생님, 무슨 일이시죠?”“배유현 씨, 부탁 하나 드리고 싶어요.” “뭐든 말씀하세요. 제가 도울 수 있다면 언제든요.”“최근 미국에서 추진 중인 부동산 프로젝트가 있나요?” “있어요. 뉴욕만 해도 여러 건이에요. 그 중에 이제 막 시작하거나 준비 단계인 건요?”“하나 있어요. 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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