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는 아버지를 급히 모셔와 간신히 안정시켰어요.” 릴리는 조용히 회상했다. “아버지는 제게 이름도 모르는 약을 건네며 아무것도 묻지 말고 먹으라 하셨죠. 저는 이 약의 효능을 몰랐지만, 아버지의 말씀을 어길 수는 없어서 그 약을 바로 먹었어요. 그리고 약을 삼키자, 그제야 아버지께서는 그게 ‘영춘단’이라는 걸 알려주셨죠...”릴리는 이 말을 하면 눈시울을 붉혔고, 목소리가 떨렸다. “아버지께서 영춘단에 드시지 않고 제게 주신 이유는 언젠가 제가 눈앞에서 늙어 죽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셨어요. 아버지께서는 만약 아버지가 딸이 천천히 늙어 죽는 것을 지켜보면서 영원히 살 수 있는 약이 있다면 그건 불멸이 아니라 독이라고 말씀하셨죠...”“아버지께서는 저보다 먼저 돌아가셔야 편히 돌아가실 수 있을 것이라고 하셨는데, 저에게는 ‘넌 아직 젊고, 결혼도 하지 않았으니 이 약을 먹고 500년 동안 잘 살아보아라’고 하셨죠.”시후가 뭔가 생각난 듯 불쑥 말했다. “300살이 넘었다고 했으니, 아이는...?”릴리는 시후를 흘끗 노려보며 살짝 새침하게 말했다. “선비님, 제가 비록 300년 넘게 살아왔지만, 그래도 몸과 마음은 여전히 천진난만한 아가씨라고요. 결혼은커녕 연애조차 한 적이 없답니다. 게다가 지난 세월 내내 저는 쫓기며 살아왔어요. 몇 년마다 한 번씩 몸을 숨기고, 이름과 신분을 바꿔야 했으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어찌 아이가 있을 수 있겠어요?”“아, 아... 미안해, 내 착각이었구나.” 시후는 얼굴을 붉히며 허둥지둥 사과했다.릴리는 조용히 말했다. “아버지께서는 제게 당부하셨어요. 만약 세속의 인연에 얽매이기 싫다면, 적어도 처음 400년 동안은 홀로 지내며, 절대 혼인하지 말라고요.”“왜?” 시후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릴리는 담담히 설명했다. “제가 먹은 ‘영춘단’은 처음 400년 동안은 몸이 자라지도, 늙지도 않게 해요. 그리고 마지막 100년 동안 어느 순간부터 서서히 나이를 먹기 시작하죠. 그러니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