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후는 놀란 눈으로 물었다. “이 그림, 네가 그린 거야?”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며칠 전에 그렸어요. 선비님을 위해서요.”시후는 깜짝 놀랐다. 릴리가 그렇게 뛰어난 그림 실력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장인어른이 얼마 전 협회에서 전시회를 열 것이라며 적절한 작품을 찾느라 애쓰고 있다고 했다. 만약 이 그림을 미술협회에 내면, 아마 전국의 산수화가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다!시후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릴리가 반지가 끼워진 시후의 오른손을 양손으로 부드럽게 잡았다. 그런 뒤 그녀는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선비님, 소녀 감히 선비님을 데리고 300년 전의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합니다!”그녀의 말이 끝나자,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던 반지가 릴리의 말을 이해했다는 듯 은은한 빛을 내며 진동했다. 그 순간, 시후의 의식이 아득해졌다. 마치 릴리의 인도를 받는 듯 시후는 보이지 않는 문을 빠르게 통과했다. 시원한 바람이 시후를 스치며 눈앞의 풍경이 순식간에 생생하게 그려졌다.푸른 하늘과 끝없이 이어진 산맥, 맑은 물이 비치는 천지, 그 속에서 수많은 꽃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하늘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맑고 푸르며 산은 초록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흰 구름은 마치 손이 닿을 듯 가까이 와 있었고 호수 옆 유난히 푸르른 찻잎의 어머니 나무 곁에는 무수한 꽃들이 만발해 있었다. 호수 위에는 푸른 하늘과 흰 구름, 푸른 산이 반사되어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었다.그리고 그 나무 아래, 시후가 자세히 보니 눈부시게 아름다운 소녀가 하늘색 한복을 입은 채 차를 끓이고 있었다. 그녀는 바로 릴리였다.멀지 않은 곳에서 찻잎을 관리하는 농부들이 바구니를 지고 내려오며, 나무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아가씨.”릴리는 그들을 일일이 반갑게 맞으며 수확한 찻잎에 대해 물었다.농부들은 수줍은 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갓 딴 찻잎을 건넸다. 릴리는 손끝으로 찻잎을 집어 향을 맡고,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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