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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63 Chapters

5661장

시후는 놀란 눈으로 물었다. “이 그림, 네가 그린 거야?”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며칠 전에 그렸어요. 선비님을 위해서요.”시후는 깜짝 놀랐다. 릴리가 그렇게 뛰어난 그림 실력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장인어른이 얼마 전 협회에서 전시회를 열 것이라며 적절한 작품을 찾느라 애쓰고 있다고 했다. 만약 이 그림을 미술협회에 내면, 아마 전국의 산수화가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다!시후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릴리가 반지가 끼워진 시후의 오른손을 양손으로 부드럽게 잡았다. 그런 뒤 그녀는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선비님, 소녀 감히 선비님을 데리고 300년 전의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합니다!”그녀의 말이 끝나자,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던 반지가 릴리의 말을 이해했다는 듯 은은한 빛을 내며 진동했다. 그 순간, 시후의 의식이 아득해졌다. 마치 릴리의 인도를 받는 듯 시후는 보이지 않는 문을 빠르게 통과했다. 시원한 바람이 시후를 스치며 눈앞의 풍경이 순식간에 생생하게 그려졌다.푸른 하늘과 끝없이 이어진 산맥, 맑은 물이 비치는 천지, 그 속에서 수많은 꽃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하늘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맑고 푸르며 산은 초록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흰 구름은 마치 손이 닿을 듯 가까이 와 있었고 호수 옆 유난히 푸르른 찻잎의 어머니 나무 곁에는 무수한 꽃들이 만발해 있었다. 호수 위에는 푸른 하늘과 흰 구름, 푸른 산이 반사되어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었다.그리고 그 나무 아래, 시후가 자세히 보니 눈부시게 아름다운 소녀가 하늘색 한복을 입은 채 차를 끓이고 있었다. 그녀는 바로 릴리였다.멀지 않은 곳에서 찻잎을 관리하는 농부들이 바구니를 지고 내려오며, 나무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아가씨.”릴리는 그들을 일일이 반갑게 맞으며 수확한 찻잎에 대해 물었다.농부들은 수줍은 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갓 딴 찻잎을 건넸다. 릴리는 손끝으로 찻잎을 집어 향을 맡고,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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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62장

릴리의 뒷모습이 산등성이 너머로 사라지자, 시후의 의식은 순식간에 현실로 되돌아왔다.눈을 뜨는 순간, 시후는 릴리가 진짜 300년 전부터 살아온 사람이라는 걸 믿게 되었다.그제야 시후가 가지고 있던 릴리에 대한 모든 의문이 풀렸다. 그녀는 18살의 얼굴로 박청운이 100살이 되어서도 하지 못한 신에 가까운 점을 치고, 풀지 못한 괘를 단번에 풀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나이에 벌써 폴른 오더의 표적이 되었음에도 끝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 노르웨이에서 그녀를 구한 뒤, 얼마 안 돼 다시 한국에서 릴리를 마주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그리고 18살 정도 되어 보이는 릴리가 그린 그림들은, 그 깊이와 완벽함도 이제 엄청났다. 그 예술적 재능은 역사상 어떤 화가도 능가할 정도였다.그리고 릴리가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 순간 이 모든 의문들은 곧바로 타당한 이유를 찾게 되었다.리의 그림 실력을 살펴보자면, 그녀는 그림을 이해하는데 300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다. 그렇다면 이것은 다른 화과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전문성이라고 할 것이었다.점술 역시 마찬가지였다.박청운은 겨우 100살이었고 릴리는 300살이 넘었다. 그 차이는 자명했다. 동시에 시후는 릴리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진 것을 알아차렸다.왠지 모르게 릴리의 모든 움직임이 시후에게 갑자기 세월을 초월하는 아름다움, 너무나 아름다워서 세상의 어떠한 꽃도 릴리의 앞에서는 빛을 잃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리고 릴리가 고대의 여인들이 자칭하던 ‘소녀’라는 말을 사용하자 시후는 릴리가 마치 바닥에 누워 부드러운 배를 드러내며 가장 큰 약점을 한꺼번에 드러내는 새끼고양이 같다고 느꼈다.릴리는 고개를 숙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소녀 선비님을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어요. 하지만 선비님이 물었잖아요. 저는 거짓말을 못 하니까요...”시후는 침묵했다가, 조용히 물었다. “넌... 300년 전에서 온 사람이야? 아니면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살아온 거야?”릴리는 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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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63장

릴리는 피식 웃으며 두 손을 허리에 모으고 살짝 허리를 굽혀 인사하며 말했다. “선비님, 굳이 절 ‘당신’이라 부를 필요 없어요. 그냥 릴리라고 불러주세요.”“그게...” 시후는 진지하게 말했다. “당신은 이제 거의 400살이잖아요. 내가 당신을 ‘할머니’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인데...”릴리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저는 아직도 자라지 못한 소녀일 뿐, 늙은 할망구는 아니라고요. 비록 거의 400년을 살았지만, 여전히 18살 밖에 안 됐어요...”“으음...” 시후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두 개의 목소리가 싸우고 있었다. 하나는 ‘그래, 릴리 말이 맞지. 400년을 살기는 했지만 겉모습은 여전히 소녀잖아.’ 다른 하나는 ‘그래도 400살이야! 400년이라니? 너는 아직 40살도 안 됐잖아!’시후는 망설임이 혹시라도 실수를 불러올까 봐 그 혼란을 떨쳐내려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는 물었다. “저...” 조금이라도 격식의 말을 내뱉는 순간, 릴리의 아름다운 눈썹에 불쾌감이 스치는 것을 분명히 알아차렸기에 시후는 재빨리 말을 정정했다. “아니 내 생각에 넌...”릴리의 옅은 우울감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달콤한 미소가 자리를 대신했다. “선비님께서는 무슨 말씀을 하실 건가요? 듣고 있어요.”시후는 놀라 물었다. “그런데 릴리, 400년을 살았는데도 어쩌면 그렇게 젊을 수 있는 거야? 게다가 18살도 안 돼 보여. 설마 회춘단을 계속 먹은 건 아니지?”릴리는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저는 회춘단 같은 약을 먹은 게 아니에요. 17살 때부터 제 몸과 얼굴은 지금 이 모습 그대로 멈췄어요. 그 뒤로 300년 넘게 전혀 늙지 않았죠.”시후는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그게... 가능해? 너는 연기를 다루는 것도 아니고 설령 연기를 잘 다룬다고 하더라도 영원히 젊음을 유지할 수는 없을 텐데.”릴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선비님은 ‘영춘단’이라는 약에 대해 들어본 적 있으세요?”시후는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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