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을 잃은 순간부터 지금까지 시후는 자신이 얼마나 오래 허공을 떠돌았는지 알 수 없었다. 끝없는 어둠 속에서 부유하던 그는, 마침내 눈앞에 한 줄기 희미한 빛이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빛과 함께 찾아온 것은 전신을 찢는 듯한 고통, 그리고 힘이 완전히 빠져나간 듯한 무력감이었다.이 무력감은 너무나도 강력해서 시후는 눈꺼풀조차 제대로 뜰 수 없었지만, 곧 몸이 따뜻한 기운으로 감싸지는 것을 느꼈다. 그 따스한 기운은 전신의 고통을 조금씩 가라앉히며, 그 순간 시후는 온기에 휩쓸려 몸이 서서히 솟구쳐 오르는 것을 느꼈다.그때,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시후 오빠!”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시후의 시야가 점차 회복되었다. 눈을 힘겹게 뜨자, 눈앞에는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어깨만 드러낸, 눈부시게 아름다운 한 소녀가 보였다! 그 소녀는 다름 아닌 릴리였다!시후는 순간 숨이 멎었다! ‘이게 꿈인가... 내가 죽은 건가?’완전히 혼란스러워하는 시후의 표정을 본 릴리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시후 오빠, 릴리는 두렵지 않은데, 오빠는 왜 그렇게 놀라는 건가요?”시후는 릴리의 순수하면서도 장난기 어린 미소를 바라보며 가슴이 뭉클해졌다. 시후는 온 몸에 돌던 날카로운 통증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시후의 마음 깊은 곳까지 묘한 평온함이 스며들었다.시후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런 젠장... 내가... 죽은 거야... 그런데 죽었으면 죽은 거지 왜 릴리를 만난 거지...? 릴리가 죽었을 리가 없잖아...? 내가 분명 학교에서 나오지 말라고 했는데... 이게 혹시 죽음 이후의 환상인가...?”이 말을 마치고 시후는 눈꺼풀이 욱신거려 어쩔 수 없이 다시 눈을 감았다. 하지만 이내 가늘고 부드러운 팔이 자신의 겨드랑이 아래로 들어오더니, 전신을 부드럽게 감싸며 끌어올리는 것을 느꼈다.그때, 릴리의 몸이 시후를 꼭 껴안았다. 시후는 두 개의 풍만한 가슴이 자신의 가슴에 바짝 밀착되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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