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후와 릴리는 산에서 내려온 뒤, 하동으로 이동해 차를 찾았고, 그곳에서 출발해 불사골로 향했다.불사골은 릴리 부모가 영면한 곳이자, 릴리가 도망치던 시절 처음으로 발을 디뎠던 장소였다. 이번에 시후가 릴리와 함께 이곳으로 온 목적 중 하나 역시, 그녀와 함께 릴리가 지냈던 옛 자취를 다시 돌아보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이번 일정은 불사골에 들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불사골에서 다시 천왕봉으로 이동해 릴리가 그림 속에 남겨 둔 지리산의 청학연못을 찾아가는 계획까지 포함돼 있었다.오시연의 행방에 대해서는, 시후는 이제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시후는 오시연이 이미 거북등 산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녀가 이번에는 완전히 세속으로 들어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세속에 완전히 발을 들인 이상, 오시연은 종 감시 시스템에 기록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오시연은 분명 여러 감시 카메라에 포착됐을 것이고, 손주도에게 부탁해 관련 영상을 확보하기만 하면, 국내에서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 대략적인 경로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시후는 지금 굳이 오시연을 추적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오시연의 실력을 감안하면, 성급하게 접근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뿐이었다. 그러니 차라리 가고 싶은 곳을 모두 다니게 둔 뒤, 그 흔적을 따라가며 동선을 정리하는 편이 훨씬 합리적일 것이다.마지막으로 오시연이 지리산의 어디로 들어갔는지 특정할 수 있다면, 과거 맹장명이 수련에 들어갔던 위치 역시 반경 수십 킬로미터, 어쩌면 그보다 더 좁은 범위로까지 압축할 수 있을 터였다.시후와 릴리가 차를 몰아 불사골로 향하던 바로 그 시각, 한준우와 서란은 오후 항공편을 타고 김포로 향하고 있었다.지난번 한국에 왔을 때, 두 사람이 함께 온 것은 아니었지만, 마음속에는 비슷한 기대를 품고 있었다. 그러나 구현 제약 임상시험 선발에서 나란히 탈락했고, 두 사람의 마음은 유난히 무거웠다.그리고 두 사람은 죽기 전에 다시 기회가 생기게 될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