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후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네. 수고했어요.”…오시연의 비행기가 멜버른에 착륙했을 때, 시후와 릴리가 탄 비행기는 이미 김포공항을 이륙해 사천공항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비행기가 이륙해 서쪽으로 향하는 동안, 릴리에게서는 조금 전까지의 활발함과 귀여운 장난스러움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녀는 시후의 어깨에 잠시 기대더니 곧 초점을 잃은 눈으로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시후는 릴리의 변화가 느껴졌고, 그녀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다. 세상 어느 누구도 지금 그녀보다 부모님을 그리워하지는 못할 것이다. 300년 넘게 떠나 있던 곳에 이제서야 다시 발을 디디려는 순간이라면 그 누구라도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한 시간 남짓 후, 비행기는 사천 공항에 착륙했다.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릴리의 다리는 자신도 모르게 후들거렸다. 시후의 팔을 붙잡는 릴리의 힘은 분명히 강해졌고, 시후는 릴리의 체중 상당 부분이 자신에게 실려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무래도 긴장과 감정 탓에 힘이 빠진 듯했다.시후는 자연스럽게 릴리를 부축하며 공항을 빠져나왔다.공항 밖에서, 시후는 안세진이 준비해 준 위장 신분으로 SUV 한 대를 렌트했고, 차에 달린 블랙박스를 바로 뜯어냈다. 그리고 릴리와 함께 하동군 악양면으로 향했다.공항을 벗어난 뒤 시후가 물었다. “릴리, 진주에는 와본 적 있어?”릴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있어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가 저를 하동군의 외조부모님 댁으로 보내셨거든요. 그때 외할머니 손잡고 여기 한 번 온 적이 있어요. 딱 한 번요.”그녀는 창밖을 보며 감탄하듯 말했다. “선비님, 300년 전의 남쪽 지방은 길이 험했어요. 산 넘고 산 넘어 다녀야 했고, 길도 좁았죠. 진주까지 오는 건 큰 여행이었어요.”시후는 곧장 물었다. “근데 왜 말투가 또 바뀌었어? 우리 약속했잖아.”릴리는 조용히 말했다. “...이곳에 오니까, 300년 전 그때로 돌아온 것 같아서요. 외조부모님 댁에서 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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