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마치고 릴리는 시후를 따라 나와, 과거 시후의 부모가 거주하던 별채로 향했다.이 별장의 규모는 상당히 컸다. 당시 시후의 부모는 이곳에서 서로 연결된 네 개의 방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거실 하나와 침실 하나, 서재 하나, 그리고 시후의 방이 있었다. 쉽게 말해 방 세 개에 거실 하나가 딸린 아파트의 구조와 같았다.시후는 이곳에서 몇 년을 지낸 적이 있었기에 전체적인 배치는 여전히 익숙했다. 게다가 눈에 띄는 변화도 거의 없어 방을 구분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거실에 들어서자, 가구와 배치는 부모가 자신을 데리고 떠나던 날과 다를 바 없었다.시후의 머릿속에는 어린 시절, 이곳에서 부모와 함께 지내던 장면들이 한꺼번에 떠올랐고, 마음이 복잡해졌다.시후는 릴리와 함께 방들을 대략적으로 훑어보았다.거실과 침실에는 가구 외에도 새로 준비된 이불과 베개가 놓여 있었지만, 최근에 교체된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 탓에 이 두 공간은 단서를 찾기엔 의미가 없어 보였다.그래서 시후는 자연스럽게 서재에 집중했다.별장의 측면 공간을 개조한 이 서재는 약 10평 남짓으로 아주 넓지는 않았지만, 3면이 모두 책장으로 채워져 있었고, 상당한 분량의 책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책장에는 은서준과 안예선이 남긴 책들이 꽤 남아 있었다. 이 책들은 모두 은서준, 안예선 부부에게 소중한 애장품들이었다.시후가 대략 훑어보니, 장서의 분류는 크게 세 가지였다.하나는 금융과 경영관련 서적. 세계적인 경제학자와 금융 전문가들의 저서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고, 또 하나는 역사와 인물 전기, 마지막 하나는 주역과 팔괘 같은 사주 관련 서적이었다.어릴 적 시후는 이런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했기에, 부모의 서재에 들어오면 흥미로운 역사책만 골라 읽고 나머지는 거의 들여다보지 않았다.그리고 오늘에 와서야, 부모가 오래전부터 주역과 팔괘와 같은 내용들을 이미 연구해 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릴리 역시 책들을 훑어본 뒤 감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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