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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81장

잠시 말을 멈춘 안태풍이 다시 설명을 이어갔다.“서준자동차의 총투자 규모는 400억 달러로 발표할 예정입니다. 1단계 투자금은 200억 달러이며 Samson 그룹과 LCS 그룹이 각각 50%씩 투자하고 지분도 절반씩 보유합니다.”“초기 투자금 200억 달러는 평택에 초대형 생산공장과 관련 기반 시설을 구축하는 데 사용할 예정입니다. 테슬라 기가팩토리 건설 일정을 참고해 착공부터 양산까지 1년 안에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나머지 200억 달러는 생산 능력 확대와 제품 고도화, 자동차 부품과 물류, 판매망 등 전후방 산업을 함께 육성하는 데 투입할 계획입니다.”그때 시후가 입을 열었다.“외삼촌, 1단계 투자에 교육기금 20억 달러를 추가했으면 합니다. 수도권 주요 대학과 전문대학, 직업교육기관과 장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데 쓰자는 겁니다. 학교의 자동차 관련 학과를 지원하고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우리 수요에 맞춰 학교와 함께 자동차 관련 학과를 새로 만드는 데도 투자했으면 합니다.”“또 일부는 장학금과 생활지원금으로 운영해서 수도권에서 자동차 분야를 전공하려는 우수 학생과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지원했으면 합니다. 아직 학교들과 충분히 협의하지는 못했지만, 실질적인 지원금과 안정적인 취업 기회를 제시한다면 거절할 학교는 없을 겁니다. 발표회에서 한 교수님께 수도권 각 대학 관계자들에게 공식적으로 협력을 제안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발표회가 끝난 뒤 직접 만나 구체적으로 논의했으면 합니다.”“좋은데!”변태섭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말했다.“나도 오랫동안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기 때문에 학교와 학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어. 학교는 취업률과 취업의 질이 학교 경쟁력을 좌우하고, 학생들에게는 안정적이고 좋은 일자리가 무엇보다 중요하지. 기존 산학협력은 대부분 채용 설명회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우리는 학교를 직접 지원하고 학생들의 취업까지 책임지는 거야. 학교 입장에서는 정말 큰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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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82장

서준자동차처럼 수백억 달러 규모가 투입되는 프로젝트치고는 시후와 Samson 그룹에 주어진 준비 기간이 상당히 촉박했다.기자회견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도 세부적으로 조율하고 보완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았고, 상황에 따라서는 일부 내용을 즉석에서 수정해야 할 가능성도 있었다.시후는 오전 내내 모두와 함께 현재까지 생각할 수 있는 세부 사항을 하나하나 최종 점검했다. 회의를 마친 뒤에는 버킹엄 호텔에 남아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유나는 아침에 직접 차를 몰고 출근했기 때문에 시후가 데리러 갈 필요는 없었다.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 버킹엄 호텔에서 만나기만 하면 됐다.시후가 가족들과 식사를 하고 있을 무렵, 기자회견장에는 각 언론사의 기술 인력들이 하나둘 입장하기 시작했다.이번 기자회견에는 수많은 언론사가 참석했지만, 버킹엄 호텔은 사전에 철저한 운영 계획을 마련해 두고 있었다. 각 언론사마다 전용 좌석과 촬영 위치가 배정됐고, 기자는 지정 좌석을, 촬영기자는 지정된 카메라 위치를 사용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호텔 객실 여러 곳도 언론사의 임시 운영실로 개방됐다. 현장에 오지 않은 제작진은 그곳에서 기자에게 질문 순서를 전달하고, 촬영감독에게 카메라 구도와 주요 인물을 지시하며 원격으로 생중계를 총괄했다. 덕분에 점심 무렵부터 촬영 장비와 통신 설비를 담당하는 스태프들이 차례로 입장해 각자의 위치에서 장비 설치를 시작했다.이번 협력은 워낙 큰 관심을 모으고 있었기에 기자회견이 시작되기도 전에 장비 설치를 마친 언론사들은 곧바로 온라인 생중계를 시작했다. 기자회견장 모습을 실시간으로 송출하자 수많은 사람들이 각 언론사의 라이브 방송에 미리 접속해 발표 시작만을 기다렸다. 평소 스마트폰 신제품이나 자동차 신차 기자회견을 기다리던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한편, 남반구 극지방 인근에 머물고 있던 오시연 역시 이번 두 그룹 간의 협력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그녀는 거대한 스크린 앞에 앉아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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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83장

오시연이 되물었다.“그렇다면 왜 지금 와서 두 가문이 다시 화해하고, 심지어 손까지 잡았다고 생각하나?”오인천이 공손히 답했다.“영주님, 제 생각에는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첫째, Samson 그룹은 몇 차례나 일가 몰살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세가 크게 꺾였을 겁니다. 그러니 예전처럼 안하무인으로 LCS 그룹을 대하지는 못할 것입니다.”“둘째, 여러 차례 몰살 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 덕분에 당시의 진실을 이미 알게 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안예선과 은서준의 죽음이 LCS 그룹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 LCS 그룹을 바라보는 Samson 그룹의 시각도 크게 달라졌을 것입니다.”“셋째, Samson 그룹은 지금 영주님을 몹시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족 모두 한국으로 왔고, 막대한 자금을 한국에 투자하면서까지 정부의 보호를 받으려 하고 있습니다. 이미 한국을 장기적인 거점으로 삼기로 한 이상 그 거점을 최대한 안전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LCS 그룹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런 때에는 적을 하나 더 만드는 것보다 친구를 하나 더 만드는 편이 훨씬 유리하니까요.”오시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더 이상 이 문제를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다. 지금 그녀에게 Samson 그룹도 LCS 그룹도 가장 중요한 상대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Samson 그룹 뒤에서 움직이는 정체불명의 인물을 찾아내는 일이었다. 그 인물이야말로 자신의 가장 큰 위협 거리였기 때문이다.그때 생중계 화면에서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지금부터 언론 관계자 여러분의 입장을 시작하겠습니다. 기자회견 시작까지 1시간 남았습니다.”오시연은 화면을 응시한 채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안예선도 지금 어디선가 같은 생중계를 보고 있겠지. 친정 식구들과 시아버지가 다시 화해한 모습을 보면서 분명 기뻐하고 있을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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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84장

오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생각은 괜찮군. 하지만 어떻게 해야 그자가 의심하지 않고 단서를 물게 만들 수 있을까? 그자는 신중할 뿐만 아니라 우리 쪽의 어떤 허점까지 파악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았다면 북유럽에서 제때 릴리를 구해 낼 수도 없었고, 키프로스의 죽음의 전사 기지를 찾아낼 수도 없었을 테니까. 그런 상대를 함정으로 끌어들이는 건 쉽지 않아.”오인천은 무언가 떠오른 듯 급히 말했다.“영주님, 만약 그자가 정말 우리의 허점을 알고 있었다면 지금처럼 잠복 체제에 들어간 이상 그 허점도 함께 사라졌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시 릴리를 추적했던 일과 키프로스 죽음의 전사 기지와 관련된 인물과 조직을 다시 움직이면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하면 그 허점도 다시 드러날 것입니다.”오시연의 눈빛이 번쩍 빛났다.“생각해 보니 처음으로 그자의 손에 큰 피해를 본 건 Samson 그룹을 몰살시키려고 죽음의 전사를 뉴욕에 보냈을 때였지.”“맞습니다.”오인천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파견한 죽음의 전사들은 모두 행방불명됐습니다.”오시연이 말을 이었다.“상식적으로 죽음의 전사들은 자신들이 어디에서 왔는지조차 모른다. 그러니 그자가 그들을 통해 정보를 얻었을 리는 없다. 그런데도 그자는 곧바로 북유럽에 나타나 릴리를 구했고, 이어서 키프로스 기지까지 찾아냈어.”잠시 생각하던 그녀가 물었다.“그때 릴리를 잡으러 보낸 특수부대는 키프로스에서 출발한 게 맞지?”“맞습니다.”오인천이 대답했다.“당시 첩보가 너무 급박했습니다. 릴리가 이미 짐을 싸고 북유럽을 떠나려던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4대 백작을 보내려 했지만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기회를 놓칠 수 없어 키프로스에 있던 특수부대를 급히 투입했고요.”오시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혹시 우리가 죽음의 전사와 특수부대를 이동시키던 비행기가 그자에게 노출된 건 아닐까? 만약 비행기의 위치를 추적하고 있었다면 비행기가 어디를 오가든 우리의 움직임을 모두 알 수 있었을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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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85장

바로 그 시각, 시후와 유나는 버킹엄 호텔 정문 앞에서 만났다.유나와 함께 온 사람은 서울의 한 신문사 기자이자 그녀의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원래 해당 신문사에는 발표회 취재 인원 네 명이 배정됐지만, 회사 사정이 워낙 어려워 추가 기자를 보낼 형편이 되지 않았다.시후가 다가오자 유나의 친구가 웃으며 물었다.“유나야, 이분이 남편분이야?”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소개했다.“이령아, 인사해. 내 남편 시후야.”그러고는 시후를 바라보며 말했다.“여보, 이쪽은 이령이에요. 제 고등학교 동창이고 지금 서울일보에서 일하고 있어요. 서울일보 수석기자예요.”진이령은 손사래를 쳤다.“에이, 놀리지 마. 무슨 수석기자야. 우리 신문사 전임 기자가 지금 둘뿐이라 둘 다 수석기자야. 차석기자는 두고 싶어도 둘 사람이 없거든. 이러다 언제 폐간되면 수석기자라는 직함도 없어질 걸.”유나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서울일보 사정이 그렇게 안 좋아?”“안 좋은 정도가 아니지.”진이령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요즘은 신문 자체를 보는 사람이 거의 없잖아. 게다가 우리 신문은 원래도 발행 부수가 적은 편이었는데, 이제는 더 심각해졌어. 큰 신문사들은 정부 기관이나 철도, 항공사 같은 곳과 계약해서 안정적으로 물량이 나가니까 광고도 계속 들어오는데 우리는 그런 것도 없어. 광고 수입이 거의 바닥이라 이대로 가면 1년도 못 버틸 거야.”유나가 위로하듯 말했다.“괜찮아. 종이신문이 어렵다면 뉴미디어로 옮기면 되잖아. 예전 기자나 아나운서들도 지금은 유튜브나 인스타로 개인 채널 많이 운영하더라. 팔로워만 늘어나면 수입도 꽤 괜찮다고 들었어.”진이령이 웃었다.“나도 그 생각은 하고 있어. 다만 아직 회사에 다니는 중이라 개인 채널을 만들 수가 없어. 회사 규정상 재직 중에 운영한 계정은 회사 소유가 되거든. 퇴사한 다음 시작하려고.”유나가 말했다.“그럼 지금부터라도 틈날 때 콘텐츠 방향은 미리 고민해 보는 게 좋겠다. 대본도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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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86장

입구에 거의 다다랐을 때 시후는 주머니에서 마스크 두 장을 꺼냈다. 하나는 직접 쓰고, 다른 하나는 유나에게 건네며 말했다.“여보, 우리 둘 다 마스크 쓰고 들어가는 게 좋겠어요. 우린 진짜 기자가 아니니까 괜히 아는 사람한테 얼굴 보이는 것보다 낫잖아요.”이번 기자회견은 Samson 그룹과 LCS 그룹이 20년 만에 처음으로 함께하는 공식 행사였다. 세간의 관심이 워낙 큰 만큼 폴른 오더도 분명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을 거라고 시후는 생각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얼굴이 아버지 은서준과 너무 닮았기 때문에 혹시라도 누군가에게 정체가 드러나는 일은 피해야 했다.유나는 시후의 진짜 의도는 몰랐지만 그의 말이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는 사람을 마주칠 수도 있고 기자가 아닌데 기자석에 들어온 모습이 알려지면 괜히 곤란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마스크를 쓰면 그런 걱정을 덜 수 있었다.그래서 두 사람은 각각 마스크를 쓴 채 기자회견장 안으로 들어갔다.행사장 안은 이미 발 디딜 틈 없이 붐비고 있었다. 사방에 기자들과 촬영기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진이령은 두 사람을 서울일보 좌석으로 안내했고, 세 사람은 나란히 앉았다.진이령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진짜 규모가 엄청나네. 해외 언론도 엄청 많이 왔어.”유나가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발표하는 두 그룹이 워낙 큰 곳들이니까 언론에서도 어떤 사업을 함께하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겠지.”진이령은 고개를 저었다.“그것만은 아니야. 내가 예전에 두 가문의 관계를 꽤 조사해 본 적이 있는데, 원래 두 집안이 사돈이었다는 건 알고 있지?”“응.”유나가 말했다.“예전에 관련 기사 몇 개 읽어 봤어. 원래는 사돈이었다가 나중에 사이가 틀어졌고, 안씨 집안에서 LCS 그룹 때문에 딸을 잃었다고 생각했다는 정도만 알고 있어.”“맞아.”진이령이 말을 이었다.“20년 전에 LCS 그룹의 둘째 아들과 Samson 그룹 장녀가 함께 살해됐고, 두 사람의 아들도 행방불명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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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87장

진이령이 말했다.“예전부터 이런 이야기가 계속 있었어. 가족 세 사람이 모두 주변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소문 말이야. 이번에 Samson 그룹과 LCS 그룹이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것도, 아마 그들을 기리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유나는 더욱 놀란 표정을 지었다.“Samson 그룹 장녀가 바로 미국에서도 유명했던 안예선이잖아! 예전에 전기를 읽어 봤고, 얼마 전 미국에 갔을 때도 아직까지 그분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많았어. 그런데 그분이 수도권에서 사고를 당한 거였어? 정말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진이령이 고개를 끄덕였다.“그 사건 이후 관련 내용은 워낙 철저하게 통제됐거든.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아.”그러고는 말을 이었다.“아마 안예선은 들어 봤어도 LCS 그룹 둘째 아들인 은서준은 잘 모를 거야. 사실 그분도 엄청난 인물이었어.”유나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은서준이라는 이름은... 거의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안예선을 아는 건 실리콘밸리에서 워낙 유명했기 때문인데. 당시 세계적인 IT 기업들 가운데 안예선이 투자했던 회사가 정말 많았잖아.”진이령이 말했다.“안예선만큼 대중적인 인지도는 아니었지만, 은서준도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어. 요즘 말로 하면 완전 레전드였지. 몇 번의 기업 인수전에서 로스차일드 가문조차 손을 못 쓸 정도였으니까. 정말 천재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사람이었어.”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시후는 끝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사실 당시 사건을 아는 사람 대부분은 진이령이 알고 있는 정도가 전부였다.심지어 시후 자신도 오랫동안 부모를 직접 죽인 것은 로스차일드 가문이고, 간접적으로 부모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사람은 할아버지 은충환이라고 믿고 있었다. 폴른 오더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그때 유나가 문득 떠오른 듯 물었다.“두 사람의 아이는 이름이 뭐였어?”그 질문을 듣는 순간 시후의 심장이 순간 철렁했다.진이령이 혹시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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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88장

기자회견이 곧 시작된다는 안내가 나오자 진이령도 더 이상 유나와 잡담을 이어 가지 않았다.옆에 있던 시후도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기자는 기자였다. 온종일 각종 뉴스를 접하는 사람들이니, 남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을 리 없었다. 진이령이 조금만 더 캐물었다면 자신의 중요한 비밀까지 흘러나왔을지도 몰랐다.예를 들어 부모님이 사고를 당한 시기와 자신이 보육원에 들어간 시기가 정확히 겹친다는 점, 게다가 자신 역시 성이 은 씨라는 점까지. 다행히 유나는 그런 쪽으로 깊이 파고드는 성격이 아니었다. 조금만 더 의심했더라면 분명 이상한 점을 눈치챘을 것이다.하지만 다행히도 당시 시후의 신상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진이령 같은 기자도 당시 LCS 그룹 아이가 실종됐다는 사실만 알 뿐, 이름이 무엇인지는 몰랐다. 만약 그녀가 그 자리에서 ‘그때 실종된 아이 이름이 시후였대.’라고 말했다면, 아무리 순진한 유나라도 한 번쯤은 의심해 봤을 것이다.곧 기자회견이 시작됐다.안태풍은 기존 대기업들처럼 주요 인사들이 일렬로 앉아 함께 발표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그는 혼자 무대 위로 올라섰고, 객석 조명이 꺼지자 무대 위의 안태풍과 뒤편의 초대형 LED 화면이 순식간에 모든 시선을 사로잡았다.안태풍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바쁘신 가운데 오늘 기자회견에 참석해 주신 언론인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Samson 그룹 CEO 안태풍입니다. 오늘 저는 Samson 그룹과 LCS 그룹을 대표해 양 그룹의 중요한 사업 계획을 여러분께 발표드리려 합니다.”안태풍은 몇 년 전부터 Samson 그룹의 대외 사업을 총괄하며 꾸준히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무대에 선 그의 모습은 외모와 분위기, 말투와 태도까지 모두 완벽한 엘리트 그 자체였다. 덕분에 객석의 젊은 여성 기자들 가운데는 그를 동경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유나의 친구 진이령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안태풍, 진짜 완벽한 골드미스들의 이상형 아니야? 잘생겼지, 능력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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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89장

Samson 그룹과 LCS 그룹이 추진하는 새로운 전기차 브랜드의 투자 규모는 한성 모빌리티의 무려 서른 배에 달했다!이 정도 규모의 투자는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을 통틀어도 좀처럼 보기 힘든 초대형 프로젝트였다!생중계를 지켜보던 시청자들도 하나같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평택 시민들은 당장이라도 환호성을 지를 기세였다. 한 도시에 60조 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진다면 도시 전체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것이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 역시 크고 작은 혜택을 누릴 수밖에 없었다.안태풍은 다시 말을 이었다.“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Samson 그룹은 얼마 전 기업회생 절차를 밟던 한성 모빌리티를 인수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400억 달러 투자는 한성 모빌리티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양 그룹은 논의 끝에 완전히 새로운 자동차 브랜드를 출범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향후 한성 모빌리티의 인력과 생산 설비는 모두 새로운 브랜드로 통합될 예정입니다. 한성 모빌리티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새로운 브랜드의 일부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방금 말씀드린 400억 달러에는 한성 모빌리티의 기존 자산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청중석에 있던 기자들의 표정은 더욱 놀라워졌다. 한성 모빌리티 역시 수조 원을 들여 인수한 기업이었다. 그런데 그 자산조차 400억 달러 투자에 포함되지 않았다면 실제 투자 규모는 그보다 훨씬 크다는 뜻이었다.안태풍은 뒤편의 대형 스크린을 바라보며 말했다.“아마 모두가 가장 궁금해하실 것은 Samson 그룹과 LCS 그룹이 함께 만드는 새로운 자동차 브랜드의 이름일 것입니다. 이제 제 뒤에 있는 대형 스크린을 함께 봐 주십시오. 10초 뒤, 새로운 자동차 브랜드가 여러분 앞에 공개됩니다.”말이 끝나자 행사장 조명이 모두 꺼졌다.거대한 영화관처럼 스크린만 밝게 빛났고, 객석은 완전히 어둠에 잠겼다.잠시 후 화면에 커다란 숫자 10이 떠올랐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하나둘씩 함께 카운트다운을 외치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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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90장

서준자동차라는 글자가 화면에 떠오르는 순간, 행사장에 있던 모두가 그 압도적인 분위기에 숨을 삼켰다.많은 사람들은 '서준'이라는 이름이 담긴 의미를 곱씹었다. 그 이름을 브랜드에 내건 순간, 이미 물러설 길은 없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그 속에는 이미 승리를 확신하는 강한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언론인들 역시 금세 그 의미를 알아차렸다. LCS 그룹의 요절한 둘째 아들의 이름이 바로 '서준'이었다.그제야 모두가 깨달았다!Samson 그룹과 LCS 그룹이 함께 만든 자동차 브랜드는 세상을 떠난 은서준을 기리기 위해 붙인 이름이었던 것이다. 20년 동안 등을 돌렸던 두 그룹이 갑자기 손을 맞잡은 이유도 이제야 이해가 됐다.잠시 말을 멈췄던 안태풍이 다시 입을 열었다.“서준자동차의 '서준'은 세상을 떠난 저희 매형 은서준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이 이름에는 그분을 기리는 마음과 함께,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끝없이 도전했던 그분의 정신을 이어받겠다는 뜻을 담았습니다. Samson 그룹과 LCS 그룹은 모든 역량을 쏟아 서준자동차를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로 키워낼 것이며, 은서준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결과를 반드시 만들어 내겠습니다. 또한, 우리 두 가문이 그분의 이름과 기대에 부응하기를 바랍니다.”그 말을 듣던 시후는 객석에서 조용히 눈시울을 붉혔다. 아무도 자신을 보고 있지 않은 틈을 타 그는 소매로 흘러내린 눈물을 살며시 닦아냈다.……한편, 가야산.안예선은 발표회 생중계를 바라보다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친정과 시댁이 함께 만든 자동차 브랜드에 남편의 이름이 붙을 줄은 그녀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화면 위에서 힘차게 휘날리는 깃발의 모습을 보는 순간, 애써 붙들고 있던 감정이 한꺼번에 무너졌다.손금옥은 그런 안예선을 바라보며 얼른 휴지를 건넸다.“사모님, 오히려 기뻐하셔야 합니다. 제 생각엔 Samson 그룹과 LCS 그룹이 함께 만드는 브랜드 가운데 은서준 상무님의 이름보다 더 어울리는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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