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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91장

안태풍은 두 노인을 직접 무대 아래까지 배웅한 뒤 다시 단상으로 올라왔다. 그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이제부터는 PPT를 통해 서준자동차의 주요 계획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먼저 초기 투자 규모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400억 달러입니다. 이는 자동차 제조업 역사상 단일 투자로는 최대 규모입니다.”“다음으로, 1년 안에 평택에 연간 35만 대 이상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초대형 공장을 완공하고, 2년 안에 70만 대, 5년 안에는 150만 대 생산 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5년 안에 연간 150만 대 생산. 계획이 공개되자 행사장은 다시 한번 술렁였다.현재 연간 150만 대 이상을 생산하는 전기차 업체는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게다가 그런 기업들조차 대부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시장을 다져 온 회사들이었다.막 출범하는 신생 브랜드가 5년 만에 그 규모에 도달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누구도 쉽게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하지만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그 수치는 어디까지나 평택 슈퍼팩토리 하나의 목표일 뿐이었다. 국내 시장이 안정되면 시후는 Samson 그룹과 함께 남해안 지역에 해외 수출 전용 초대형 공장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었다.그때가 되면 연간 생산 목표는 300만 대까지 늘어날 예정이었다.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태풍이 지나치게 자신만만하다고 생각했다. 자동차는 음료수처럼 쉽게 팔리는 제품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한 번 차를 사면 최소 몇 년은 타기 때문에 구매 결정도 매우 신중했다. 생산 능력만 키웠다가 판매가 부진하면 하루 손실만 해도 천문학적인 수준이 될 수 있었다.한때 한성 모빌리티 역시 거대한 투자와 함께 전기차 시장의 선두주자가 되겠다고 선언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지 않았는가.하지만 시후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서준자동차 뒤에는 Samson 그룹과 LCS 그룹이라는 막강한 자본이 있었다. 더불어 CEO 역시 전기차 분야 최고 전문가인 변태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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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92장

안태풍의 발표를 통해 전 세계는 서준자동차의 원대한 비전을 확인했다. 또한 두 가문이 자동차 브랜드에 고(故) 은서준의 이름을 붙이기로 한 결정은, 이번 승부에 Samson 그룹과 LCS 그룹이 걸고 있는 것이 단지 두 가문의 명예와 영광만이 아니라, 은서준이라는 이름 자체라는 사실을 행동으로 보여 준 것이기도 했다.이어 변태섭과 한미정이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서준자동차의 CEO와 CLO(최고법무책임자)를 맡은 두 사람은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바라본 서준자동차의 미래 비전과 포부를 차례로 밝혔다.한미정의 등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서준자동차의 강한 의지를 보여 주었다.창업 초기부터 국내 정상급 변호사를 최고법무책임자로 영입하는 자동차 회사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기업은 법무 부서를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문제가 없을 때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문제가 생겨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막대한 손실과 비용을 치른 뒤에야 법무 조직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는 기업도 적지 않다.자동차 산업은 IT 업계와 마찬가지로 법적 분쟁이 특히 많은 분야다. 강력한 법무 조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특허와 지식재산권 문제는 물론이고, 차량 모델명 하나만으로도 상표권이나 특허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123'이라는 이름의 차량을 개발했더라도, 다음 날 미국 시장에 출시하려는 순간 현지 자동차 업체가 나타나 "자동차 모델명 '123'에 대한 권리는 우리에게 있으니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는 것이다.그런 만큼 서준자동차가 출범과 동시에 최고법무책임자를 최고경영자 바로 다음의 핵심 직책으로 배치한 것은, 처음부터 철저히 준비된 기업이라는 인상을 심어 주기에 충분했다.하지만 한미정이 호평을 쏟아낸 것과는 정반대로, 학자 같은 분위기가 짙고 온화하면서도 품격 있어 보이는 변태섭은 오히려 대중의 의문을 사기 시작했다.발표회가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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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93장

변태섭은 월가에서는 금융 분야에서 일했고, 한국에 돌아온 뒤에는 세연대학교에서 금융학 교수로 재직했다. 자동차 산업과의 접점이라곤 기껏해야 운전면허를 갖고 있을 것이라는 점 정도였다.그러자 인터넷에서는 이른바 키보드 워리어들이 곧바로 비판에 나섰다. 두 거대 그룹이 서준자동차에 모든 것을 걸어놓고도, 정작 중요한 승부는 신인에게 맡겼으니 성공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또 어떤 사람은 타이타닉호를 예로 들었다. 배도 최고였고, 승객들도 최고였지만 선장이 허영심만 가득한 무능한 사람이었기에 결국 그 거대한 배를 침몰시킨 것도 바로 선장이었다는 것이다.하지만 정작 당사자들만 알고 있었다. 변태섭의 미래형 자동차 산업에 대한 이해는 단순히 전공이나 경력만으로 평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사실을.발표회를 지켜본 유나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시후에게 말했다.“여보, 변 교수님은 원래 대학 교수셨잖아요. Samson 그룹과 LCS 그룹이 40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맡겼는데, 정말 잘해내실 수 있을까요? 방금 인터넷 반응을 보니까 다들 걱정이 많던데요.”옆에 있던 진이령도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나도 좀 불안한데. 사업은 돈만 많이 투자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하잖아. 아무리 돈이 많아도 방법이 틀리면 실패할 수 있고. 이번 CEO 선임은 조금 성급했던 것 같아. 업계에서 사람을 데려왔어야 했어. 테슬라든, 토요타든, 국내 전기차 기업들이든 업계 최고 인재들을 돈으로라도 데려왔으면 훨씬 낫지 않았을까?”그녀는 말을 이었다.“만약 CEO를 잘못 뽑아서 의사결정이 꼬이고 투자금만 날리게 되면, 앞으로 남는 건 4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기업이 아니라 400억 달러짜리 애물단지일 수도 있어. 다들 서준자동차가 서울 경제를 살려줄 거라고 기대하는데, 결국 실패하고 철수해 버리면 얼마나 허탈하겠어.”시후는 진이령의 의견에 반박하지도, 동의하지도 않았다. 사람마다 사물을 판단하는 기준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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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94장

시후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반대로 근거 없이 떠받드는 사람들도 많죠. 아직도 어떤 사람들은 파라티가 전기차의 원조라면서 언젠가는 화려하게 재기할 거라고 이야기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말이 나온 지도 벌써 10년입니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실제로 출고된 차량은 고작 12대 정도이고, 그것마저도 모두 리콜됐다는 이야기가 있죠. 그런 사람들에게 자동차 회사를 맡기느니 차라리 그 회사 대표에게 맡기는 편이 나을 수도 있어요.”그러다 문득 얼마 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일이 떠올랐는지 웃으며 말했다.“아 참. 레이온 모빌리티 대표도 신차 발표 때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엄청 욕먹었잖아요. 경쟁사들은 그 시기에 맞춰 줄줄이 가격을 내렸고요. 그때는 인터넷 전체가 대표를 비웃는 분위기였어요. 마을 강아지까지 놀릴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죠. 대부분은 그 회사가 크게 망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출시 첫날 1년 생산 물량이 다 팔렸잖아요. 그러니까 그렇게 '군아' 하며 놀리던 사람들이 어느새 다시 '대표님', '회장님' 하면서 태도를 싹 바꾸더라고요. 마치 자기 입에서 비아냥대던 말이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것처럼요.”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맺었다.“그러니까 모두가 안 된다고 하는 일이 반드시 실패하는 건 아니라는 거죠.”“세상에서 진실은 언제나 소수의 손에 있으니까요.”“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데 주변 사람들이 전부 안 된다고 해도 너무 낙담하지 마세요. 끝까지 밀어붙이면 의외의 성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하지만 반대로 모두가 무조건 된다고 한다면, 그때는 오히려 더 조심해야 해요. 몇 번이고 검토하고 또 검토해야 합니다. 마을 강아지까지 '그거 하면 돈 번다'고 짖을 정도라면, 그 돈은 아마 당신 차지가 아닐 가능성이 더 크니까요.”시후의 유쾌한 비유에 진이령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웃음을 참으며 유나를 바라보고 말했다.“유나야, 네 남편 정말 재치 있으시다.”그러고는 시후를 향해 물었다.“시후 씨,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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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95장

외부에서는 변태섭을 향한 의심과 비판이 쏟아졌지만, 정작 변태섭 본인은 그런 여론에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발표회가 끝나자마자 그는 모든 역량을 서준자동차의 성장에 쏟아부었다.그는 신혼인 한미정과 함께 곧바로 한성 모빌리티 생산기지로 향해 현지 조직과 인력, 설비를 통합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동시에 별도의 인사팀을 꾸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자동차 분야 핵심 인재 영입에도 나섰다.변태섭의 계획은 명확했다. 현재 한성 모빌리티의 기존 조직은 당장 모든 기존 업무를 중단하고 서준자동차 신차 개발에 전념한다.동시에 여기에 새롭게 영입되는 인재들을 계속 투입해 조직 규모를 키우고 전체적인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것이었다.그는 개발팀에 3개월 안에 서준자동차 첫 번째 모델의 1.0 버전을 완성하라고 지시했다. 평택의 슈퍼팩토리는 완공까지 1년 가까이 걸릴 예정이었기 때문에, 첫 모델이 확정되면 우선 한성 모빌리티의 기존 생산라인을 활용해 시제 차량을 제작하고 각종 테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시제 차량이 도로 주행 시험과 성능 개선을 마치면 평택 슈퍼팩토리에서 소량 생산을 시작하고, 다시 한 차례 보완 작업을 거친 뒤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었다.변태섭은 시제 차량의 첫 번째 성능 개선이 끝나는 시점이면 외부에 관련 내용을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때는 별도의 신차 발표회를 열어 전 세계에 서준자동차의 첫 양산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었다.레이온 모빌리티는 자동차 사업을 시작한 뒤 첫 모델을 출시하기까지 약 3년이 걸렸다. 하지만 서준자동차는 상황이 달랐다. 이미 한성 모빌리티라는 기반을 확보한 덕분에 초기 준비 과정은 물론 생산 협력사를 찾는 데 드는 시간까지 대폭 줄일 수 있었다.변태섭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는 사이, 한동안 이화룡 대표의 사육장에 갇혀 있다가 다시 보름 넘게 바다를 떠돌던 호그비츠 부자는 마침내 목적지인 중동 해역에 도착했다.짙은 안개가 아라비아해를 뒤덮어 하늘과 바다의 경계조차 분간하기 어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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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96장

월터의 얼굴을 근접 촬영하던 블랙드래곤 대원은 카메라를 더욱 가까이 들이대며 그의 처절한 모습을 빠짐없이 담아냈다. 이런 진심 어린 눈물은 몸값을 요구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장면이었다.대원은 큰 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조금만 더 세게 울어 봐. 눈물도 더 흘리고, 콧물도 좀 나오면 좋겠네요. 그래야 어머니가 영상을 보고 더 시원하게 돈을 보내시지.”윌터는 울먹이며 말했다.“저... 정말 최선을 다해 울고 있어요...”대원은 고개를 끄덕였다.“슬프긴 하네. 그런데 아직은 충분히 처량해 보이지 않아서. 앞으로 남은 인생 수십 년 동안 계속 이화룡 대표의 사육장 병상에 누워 온몸에 투석관을 꽂은 채 살아야 한다고 한번 생각해 봐. 그런 끝도 없는 삶을 떠올리기만 해도 절망스럽지 않아?”그 말을 듣는 순간 윌터는 더욱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눈물은 물론 콧물까지 흘러 아버지 스티브 호그비츠의 옷에 묻을 정도였다.그제야 대원은 만족한 표정으로 말했다.“좋아. 이 정도면 됐어. 이제 영상을 편집해서 가족들에게 보내도록 하지. 가족들이 몸값을 낼지는... 결국 가족애가 돈보다 중요한지, 돈이 가족보다 중요한지에 달렸겠지.”그는 다른 대원들에게 손짓했다.“데리고 들어가.”부자는 서로 부둥켜안은 채 다시 선실로 끌려갔다.대원들은 현장에서 촬영한 영상을 곧바로 편집해 블랙드래곤 사령관 성도민에게 전달했고, 그는 다시 시후에게 영상을 전송했다.시후는 영상을 여러 번 확인하며 신원이 드러날 만한 단서가 없는지 꼼꼼히 살폈다.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그는 성도민에게 암호화된 경로를 이용해 영상을 스티브 호그비츠의 아내인 제니에게 보내라고 지시했다.그동안 미국에 있던 제니는 줄곧 로스차일드 가문으로부터 좋은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회장 하워드 로스차일드는 그녀의 남편과 아들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장남이자 후계자인 스티브 로스차일드까지 한국으로 보냈다. 로스차일드 가문 정도의 힘이라면 남편과 아들의 행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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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97장

“바다라고요?”하워드 로스차일드는 그 말을 듣자마자 다급히 물었다.“납치범들이 요구한 게 있습니까?”제니 호그비츠가 대답했다.“있어요! 10억 달러를 요구했어요. 그것도 암호화폐로요!”“10억 달러?”하워드 로스차일드는 목소리를 높였다.“이놈들 배짱 한번 대단하군! 10억 달러라고? 세상에 어떤 납치범이 몸값으로 10억 달러를 요구해? 완전히 미친 인간들이군!”하워드 로스차일드마저 금액이 너무 크다고 하자 제니는 결국 서러움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회장님... 그 인간들은 정말 악마예요... 10억 달러는 몸값이 아니라... 목숨값이에요...”“목숨값?”하워드 로스차일드가 되물었다.“그게 무슨 뜻입니까?”제니는 흐느끼며 말했다.“돈을 보내야 남편과 아들이 살아남는다는 뜻이에요. 돈을 안 보내면 두 사람을 죽여서 바다에 던져 버리겠다고 했어요...”“젠장!”하워드 로스차일드는 욕설을 내뱉었다.“저건 납치범이 아니라 강도잖아! 10억 달러를 받아도 사람은 안 돌려보낸다고?!”“맞아요...”제니는 울먹이며 말했다.“48시간만 시간을 주겠다고 했어요. 그 안에 암호화폐를 보내지 않으면 남편과 아들을 바로 죽이겠다고 했어요.”하워드 로스차일드는 잠시 침묵하다가 물었다.“그럼 당신 생각은 어떻습니까? 돈을 줄 겁니까, 말 겁니까?”제니는 울먹이며 되물었다.“회장님, 위치를 추적해서 해병대를 투입해 구출할 방법은 없을까요? 예전에 그런 식으로 사람을 구해낸 적이 있으셨잖아요...”몇 해 전, 로스차일드 가문 직계 일원 가운데 한 젊은 후계자가 남미에서 휴가를 보내다 현지 반군에게 납치된 적이 있었다. 당시 하워드 로스차일드는 미 해병대를 움직여 그를 구출했다.작전 규모가 워낙 컸던 탓에 미군은 상대 조직을 테러 단체로 규정했고, 대테러 작전이라는 명분 아래 천 명이 넘는 해병대를 투입해 조직을 통째로 소탕했다. 미국 국민들은 그것이 정교한 대테러 작전이었다고 믿었지만,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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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98장

하워드 로스차일드는 말을 이었다.“제니, 이런 상황에서는 감정보다 현실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10억 달러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에요. 호그비츠 가문에는 더더욱 그렇지. 그리고 그 돈을 내면 사람을 돌려받을 수 있다면야 낼 가치가 있겠지만, 문제는 돈을 보내도 사람을 돌려받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겁니다. 그건 너무 위험한 겁니다.”제니는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회장님... 설마... 포기하라는 말씀이신가요?”하워드 로스차일드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아닙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그런 뜻이 아닙니다. 제 말은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겁니다. 결정은 당신이 해야 합니다. 상대는 48시간만 줬고, 결정적인 정보도 하나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48시간 안에 제가 사람을 찾아낼 방법은 없습니다. 게다가 상대는 바다 위에 있습니다. 계속 움직이는 목표예요. 지금 여기 있어도 48시간 뒤에는 수천 해리나 떨어져 있을 수 있습니다. 설령 영상을 어디서 찍었는지 알아낸다 해도, 48시간 뒤에는 반경 천 해리에 달하는 바다를 뒤져야 합니다. 수학은 좀 하죠? 반경 천 해리면 면적이 얼마나 됩니까?”제니가 무의식적으로 계산했다.“원의 넓이는 반지름의 제곱에 원주율을 곱하니까... 반경 천 해리면... 약 314만 제곱해리네요...”“바로 그겁니다!”하워드 로스차일드가 한숨을 쉬었다.“그 정도라면 미 해군을 전부 투입해도 48시간 안에 사람을 찾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러니 차라리 돈을 줄지 말지만 판단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제니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회장님, 10억 달러로 두 사람을 데려올 수만 있다면 저는 기꺼이 내겠어요. 하지만 지금은 돈을 내도 사람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모르고, 이후에도 계속 돈을 요구할지, 아니면 두 사람을 죽여 버릴지도 알 수 없잖아요.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이 10억 달러는 너무 위험한 도박 같아요. 결국 돈만 잃고 끝날 수도 있고요.”하워드 로스차일드 로스차일드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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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99장

하워드 로스차일드는 도대체 누가 호그비츠 부자를 납치했는지는 전혀 몰랐지만, 상대가 결코 만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모두가 두 사람이 한국 어딘가에 감금돼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들은 느닷없이 바다 한가운데서 모습을 드러냈다. 게다가 입을 열자마자 10억 달러를 요구했다. 10억 달러라는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는 납치범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돈을 받아도 사람은 돌려보내지 않겠다고 가족에게 대놓고 통보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었다.이런 납치범을 상대로 제니가 돈을 주지 않는다면, 상대는 분명 이 사실을 세상에 폭로해 그녀를 냉혈한이자 돈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몰아갈 것이었다.제니는 결혼 전 로스차일드 가문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녀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게 되면 로스차일드 그룹 역시 괜한 피해를 입게 된다.그래서 하워드 로스차일드는 제니가 순순히 돈을 보내기를 바랐다.게다가 그는 제니를 속이려는 것도 아니었다. 돈만 보내면, 제니를 세계적인 화제의 인물로 만들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오히려 걱정되는 건 제니가 돈에만 집착해 끝까지 10억 달러를 내놓지 않는 경우였다.하지만 제니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원래 호그비츠 가문은 남편이 이끌고 있었다. 아들이 실종되자 남편은 아들을 구하기 위해 한국으로 갔다가 자신마저 납치당했다. 지금은 가문의 모든 업무를 제니가 맡고 있었지만, 남편의 동생들이 하나같이 가문의 경영권을 노리고 있었다. 혼자서는 그 형제들을 상대하기 어려웠다.앞으로 나이가 들면 가문의 지배력은 점차 무너질 것이고, 결국 자신은 완전히 밀려날 가능성이 컸다.지금 그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가문을 장악할 명분과 권위였다.만약 이 10억 달러로 완벽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고, 거기에 하워드 로스차일드 로스차일드의 약속까지 더해진다면 앞으로 호그비츠 가문에서 자신을 위협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었다.한참 고민하던 제니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회장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돈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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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00장

스티브 로스차일드는 아버지와 몇 마디 더 형식적인 대화를 나눈 뒤 전화를 끊고 곧바로 시후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때 시후는 서초화원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10분 전 릴리에게 연락이 왔다. 새로운 단서를 찾았다며 서초화원에서 직접 이야기하자는 것이었다. 세심한 릴리는 다과와 저녁까지 준비해 두고 화로를 둘러앉아 차를 마시자고 초대했고, 시후도 흔쾌히 승낙했다.전화가 연결되자 스티브 로스차일드가 먼저 말했다.“은 선생님, 아버지께서 돌아오라고 하시더군요. 이제 곁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 드리지 못하게 됐습니다.”시후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특별히 도움 받을 일도 없었잖아요. 돌아오라고 했으면 얼른 돌아가세요.”스티브 로스차일드는 얼른 말했다.“가기 전에 식사라도 한 끼 대접할 수 있을까요?”시후가 말했다.“식사는 됐고, 차라리 현금으로 주세요.”스티브 로스차일드는 순간 멍해졌다가 머쓱하게 웃었다.“은 선생님도 참...! 진심으로 식사 한번 대접하고 싶습니다. 꼭 시간을 내주셨으면 합니다.”시후가 물었다.“언제 출발하실 겁니까?”스티브 로스차일드는 이렇게 답했다.“특별한 일이 없으면 내일 돌아갈 생각입니다. 더 늦으면 아버지께 설명하기도 어렵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하루라도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고 계시니까요.”시후가 말했다.“그럼 내일 점심이죠. 해븐 스프링스는 어떻습니까?”스티브 로스차일드는 기뻐하며 말했다.“좋습니다! 내일 점심 해븐 스프링스에서 뵙겠습니다.”“좋습니다.”시후가 말했다.“그럼 내일 뵙죠. 저는 일이 있어서 먼저 끊겠습니다.”“네, 은 선생님. 내일 뵙겠습니다!”……날씨는 더욱 추워졌고, 산에는 소나무를 제외하면 푸른 잎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부분의 나무는 잎을 모두 떨군 채 앙상한 가지와 줄기만 남아 있었다.시후가 서초화원 꼭대기에 있는 릴리의 별채에 도착했을 때, 예전에 호수에서 가져온 어미나무는 여전히 푸르게 우거져 있었다. 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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