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은 백림을 바라보며 웃었다.“갑자기 생각났는데, 주준이랑 이야기해야 할 장면이 하나 있어.”그 말에 백림의 얼굴빛이 미묘하게 변했다. 유정은 백림을 밀어내고 책상에서 가볍게 뛰어내렸다. 휴대폰을 집어 들고 자기 방 쪽으로 걸어가던 중, 두 발짝쯤 가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근데 오늘은 무슨 일로 온 거야?”백림은 고개를 돌려 유정을 바라보았고, 잠시 후 입을 열었다.“내일 주말이잖아. 어머니가 집에서 밥 먹자고 하시는데, 시간 괜찮아?”유정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응, 괜찮아.”그 말에 백림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그럼 일찍 자. 잘 자.”“잘 자.”유정은 웃으며 돌아섰고, 방으로 들어갔다.백림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베란다로 나갔다. 강성의 화려한 야경이 남자의 눈에 들어왔고, 눈빛은 더욱 깊어졌다.다음 날, 유정은 백림과 함께 조씨 저택을 찾았다. 가는 길에 유정은 백림에게 차를 세워달라고 했다.꽃집에 들러 커다란 꽃다발을 샀고, 품에 안고 돌아온 유정을 백림은 뜨겁게 바라보았다.“예쁘네.”유정은 자랑스럽게 말했다.“내가 직접 골랐어.”백림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나는 너 보고 한 말이야.”유정은 꽃을 바라보다가 잠시 멈칫하더니, 곧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저택에 도착하자, 주윤숙은 기쁘게 꽃을 받았고, 유정과 함께 거실에 앉아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백림은 옆에서 물을 따르고, 과일을 챙기며 무척 정중하고 성실하게 움직였다.“여기서 네가 할 일은 없어. 오늘 날씨도 좋은데, 서재에서 내가 방금 복원한 경전들 창가에 좀 내놓고 바람 좀 쐬게 해줘.”백림은 즉시 일어났다.“네, 어머니.”유정은 주윤숙 앞에서의 백림의 태도를 흥미롭게 바라봤다. 그는 주윤숙 앞에서만큼은 늘 장난기 넘치던 기운을 거두고, 순한 아이처럼 굴었다.“어머님, 경전 복원도 하세요?”유정은 궁금해서 물었다. 유정은 복원사를 접해본 적이 있었기에, 그 작업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