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3471 - Chapter 3480

3482 Chapters

제3471화

유정은 허둥지둥 조백림을 밀어냈으나, 어둠 속에서 백림의 억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나 씻었어!”확실히 백림의 몸에서는 더 이상 술 냄새가 나지 않았다. 옷도 갈아입었고, 샤워 후의 바디워시 향기와 그 특유의 은은한 단향이 풍겨왔다.번화한 세계에 사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백림에게선 늘 고요하고 절제된 향이 났다. 그런 반전이 유정에게는 종종 믿기지 않게 느껴졌다.“진짜로 씻었다니까.”백림은 나른한 목소리로 반복했다. 그러면서 유정의 소매를 살짝 당기며 말했다.“아무것도 안 할게. 그냥 같이 있고 싶어.”어스름한 불빛 아래, 유정은 백림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봤다.“혹시 실연이라도 한 거야?”‘오늘 밤 그 기은미라는 여자가 거절한 걸까?’백림은 눈을 뜨고 유정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아직 파혼 안 했는데, 내가 누구한테 실연당하겠어?”유정은 순간 기은미 라는 이름을 말할 뻔했지만, 다행히 입을 꾹 닫았다.백림은 눈을 감은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 생일이었는데, 우리 아버지는 선물 하나만 보내고 끝이었어. 근데 조시안 생일 땐 외국에 있다가 일부러 돌아와서 챙겼더라고.”“기억이 맞다면 그때 해외 출장 중이었는데도 말이지.”유정은 백림의 담담한 어조를 들으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옆으로 돌아누운 유정은, 백림이 왜 오늘따라 이상했는지를 이제야 이해했다.무슨 말을 해야 위로가 될지 몰라, 그저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백림은 유정의 손을 자신의 눈 위에 얹으며 낮게 말했다.“네가 부러워. 부모님 사이도 좋고, 무남독녀라서.”유정은 코웃음을 쳤다.“난 오히려 너희 어머니가 널 무조건 감싸주는 게 더 부러운데?”백림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나랑 결혼하면 되잖아. 그러면 부러워할 필요 없어.”백림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 얇은 입술이 유정의 손목을 스치고, 그 미세한 촉감이 유정의 마음을 간질였다. 손을 빼려 했지만 백림은 단단히 붙잡았다.백림은 코맹맹이 섞인 목소리로 속삭였다.“가지 마.”유정은 조용히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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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2화

눈을 뜨자, 창밖은 이미 훤하게 밝아 있었고, 유정은 온몸이 알 수 없는 피로감에 휩싸였다.“깼어?”머리맡에서 나른하고 섹시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정이 퍼뜩 고개를 들자, 백림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멍한 상태로 유정은 이게 현실인가 싶었다.백림은 자기 손목을 그녀 앞에 내밀며 말했다.“자기야, 혹시 개띠야? 왜 이렇게 잘 물어?”유정은 백림의 손목에 남은 선명한 잇자국을 바라보며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문 거야?”“그럼 내가 내 손을 물었겠어?”백림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유정은 어젯밤 이상한 꿈을 꾼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지만, 정작 자세한 장면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언제 백림을 문 건지도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유정은 눈을 감고 베개 속으로 얼굴을 파묻은 채 중얼거렸다.“지난번에 쓴 약 아직 남아 있지? 그냥 네가 발라. 난 한숨 더 잘래. 그동안 내가 왜 널 물었는지 반성 좀 해볼게.”백림은 유정의 피곤한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한 듯 몸을 숙였다. 손을 들어 흩어진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자, 하얗고 작은 귀가 드러났다.유정의 피부는 부드럽고 섬세했다. 그는 본능처럼 손끝으로 살며시 쓸어내리며 마치 달래듯 어루만졌다.잠시 후, 백림은 몸을 숙여 유정의 귓불을 살짝 물었고, 유정은 저도 모르게 몸이 움찔하며 숨을 헉 하고 들이마셨다.백림의 혀끝이 유정의 옆선을 따라 부드럽게 훑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유정아, 우리 이 관계, 이제 확실하게 하자.”유정은 순식간에 정신이 번쩍 들었고, 그녀는 백림의 입술을 피하며 고개를 돌려버렸다.“너한테 명분 있는 잠자리 파트너 하나 더 만들어 달라는 거야?”백림은 팔로 머리를 괴고 옆으로 돌아누워 유정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나를 너무 자기중심적으로만 보지 마. 이런 관계에서 더 즐거운 쪽은 오히려 여자일 수도 있잖아.”유정은 얼굴까지 화끈 달아올랐지만, 시선은 점점 또렷해졌다.“내가 어젯밤에 괜히 마음 약해졌지.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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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3화

정선숙 아주머니가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사모님께서 지금 쉬고 계시니, 목소리를 낮춰주세요.”정선숙 아주머니는 주윤숙 곁을 20년 넘게 지켜온 도우미였다. 그래서 조변우도 그녀에게는 일정한 예우를 갖춰왔기에, 바로 언성을 낮추고 묵직한 어조로 물었다.“무슨 일 있었나요?”정선숙 아주머니는 고개를 숙이고 담담히 말했다.“어제 둘째 당숙 사모님께서 차를 가져오셨어요. 그러다 자연스럽게 조시안 씨 생일 때 회장님께서 함께하신 사진 몇 장을 사모님께 보여드리셨고요.”“이야기가 좀 길어져서 사모님이 차를 많이 드셨는데,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셔서 하루 종일 기운이 없으셨어요.”조변우는 순간 멍해졌다. 오늘 조길창 아내의 스캔들이 터져 자신이 병원에 실려 보낸 일을 떠올리자, 모든 게 하나로 연결됐다.유진숙이 어떻게 그 사진을 갖고 있었는지는 더 확인할 필요도 없었고, 백림이 보복 대상으로 삼은 이들은 모두 이유가 충분했다.조변우는 미간을 바짝 좁히고 분노를 애써 누른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위층에 올라가 보지.”이에 정선숙 아주머니는 조용히 비켜섰다.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위층은 고요했고, 조변우는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낮췄다.침실 안, 주윤숙은 느슨한 긴 원피스를 입고 낮은 안락의자에 기댄 채 잠이 들어 있었다. 고개를 베개에 기대고 있었고, 손에는 펼쳐진 경전 한 권이 들려 있었다.창밖에서 부는 바람이 커튼을 살짝살짝 흔들었고, 드문드문 그녀의 치맛자락이 들렸다.긴 속눈썹 아래 고요하게 감긴 두 눈, 부드럽고 맑은 기운을 뿜어내는 주윤숙의 얼굴은 여전히 처음 만났던 그 순수한 소녀의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그 오랜 세월 속에서도, 그녀는 변하지 않았다.조변우는 문 앞에 오래도록 서 있었다. 빛이 조금씩 희미해질 때야 주윤숙의 곁으로 다가가 얇은 담요를 들고 조심스럽게 여자의 어깨에 덮어주었다.조용히 주윤숙의 단아한 얼굴을 바라보던 그는, 더 이상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돌아섰다.조변우가 방을 나간 뒤, 주윤숙의 긴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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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4화

유정은 찻잔을 들고 조용히 말했다.“우리 관계는 좀 복잡해요. 그렇게 단순한 연애가 아니거든요.”주준은 잠시 멈칫하며 되물었다.“무슨 뜻이에요?”유정은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듯 웃으며 말을 돌렸다.“어쨌든, 우리 사이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만나지도 않아요.”예를 들어, 지난번 아침에 헤어진 뒤로 벌써 일주일 넘게 서로 얼굴도 못 봤고, 연락도 없었다. 둘은 오직 서로가 필요할 때만 만났고, 이건 둘만의 찰떡호흡이였다.유정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 지 주준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들으면 들을수록 신기한 관계네요.”그러나 유정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주준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그 사람, 사랑해요?”유정은 잠시 멈춘 뒤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안 사랑해요.”주준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그럼 왜 사귀는 거예요? 소중한 청춘인데, 좋아하는 사람이랑 연애해야죠. 지금 그런 관계를 유지하는 거 시간 낭비 아닌가요?”유정도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지금 저는 좋아하는 사람이 없거든요.”“만약 언젠가 생긴다면요?”주준이 장난스럽게 되묻자, 유정은 진지하게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지금 그 사람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연애하겠죠.”이에 주준의 눈빛이 순간 부드럽게 빛났다.“좋네요. 얼른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기를 바랄게요.”유정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고마워요.”두 사람은 잠깐 잡담을 나눈 뒤 다시 작업에 몰두했다.점심은 카페에서 간단히 해결하고, 오후에도 작업을 이어갔다. 평소엔 바빠서 시간이 부족했기에, 주말을 활용해 일주일 분량의 연재를 미리 정리하기로 했다.해가 질 무렵이 되자, 두 사람은 각자 짐을 챙겼다.“내일도 올 거예요?”주준의 질문에 유정은 쑤신 손목을 돌리며 미안하다는 듯 말했다.“내일은 부모님 뵈러 집에 가고 싶어요.”주준은 따뜻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요, 가족이 먼저죠. 다음 주에 다시 봐요.”유정도 웃으며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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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5화

주준이 그렇게 말하자 유정은 더 이상 거절하지 않고 시간을 확인했다.“그러면 지금 바로 가죠.”주준은 무척 기뻐하며 말했다.“고마워요, 칠성!”유정은 털털하게 웃으며 말했다.“별말을 다 하시네요.”두 사람은 차를 나란히 몰아 주준의 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유정은 예의상 꽃다발 하나와 꽤 있어 보이는 화과자 세트를 샀다.주준이 앞에서 차를 인도했고, 금향도로 고급 주택가에 들어서자 유정은 그제야 주준의 집안이 평범하지 않다는 걸 실감했다.차는 정원이 있는 한 별장 앞에 멈췄고, 주준이 유정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서자 도우미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도련님, 다녀오셨어요?”정원에는 정자와 누각이 층층이 자리하고 있었고, 앞마당을 지나자 3층 저택이 시야에 펼쳐졌다.거실에 들어서자, 주준이 웃으며 외쳤다.“엄마, 누구 데려왔게요?”목재 가림막 뒤에서 한 여자가 걸어 나왔다. 몸에 꼭 맞는 개량한복을 입고 있었고, 세련되게 관리된 모습이었다. 전체적으로 여리여리한 느낌에, 가는 눈매와 하얀 피부를 지녔으며, 이목구비가 뚜렷하지는 아니었지만 단아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겼다.여자는 유정을 살펴보며 부드럽게 웃었다.“우리 백안이 친구니? 참 예쁘게 생겼네.”주준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원래 백안이었거든요.”유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정중히 인사했다.“안녕하세요.”주준이 소개했다.“엄마, 이쪽은 제 친구 칠성이에요.”여인은 유정을 반갑게 맞으며 자리에 앉게 했고, 도우미에게 다과와 차를 준비하게 했다. 그러면서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아가씨 얘기 자주 했어. 똑똑하고 재능도 많다고. 그리고 우리 아들이 데려온 첫 번째 여자친구야.”유정은 재빨리 해명했다.“저희는 만화 때문에 알게 됐고, 비즈니스 파트너예요.”이에 여인은 온화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알고 있지.”유정은 여인의 웃음에서 뭔가 이상한 기류를 느꼈지만, 정확히 무엇인지 짚어내지는 못했다.주준이 옆에서 설명했다.“엄마, 괜히 오해하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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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6화

주준은 잠깐 미간을 찌푸렸다.“우리 아버지는 사실 집에 자주 안 계셔요.”유정은 고개를 갸웃했다. 조금 전 주준 어머니의 말투로는 부모 사이가 꽤 좋아 보였는데, 어째서 자주 집에 안 온다는 걸까?남의 집 일이기에 더 조심스러운 유정은 더 이상 캐묻지 않았고, 대신 연못 쪽으로 몸을 돌려 물고기 먹이를 던졌다.금세 두 사람은 다시 만화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애니메이션 제작사에서 최종 시안으로 만든 커버 이미지가 단톡방에 올라왔고, 윤우현이 확인 후 피드백이 있으면 말해달라고 했다.웹툰에서 커플 팬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 애니메이션화 과정에서 주인공 간의 감정선이 좀 더 두드러졌다. 주준은 그 부분이 마음에 들었고, 유정도 별다른 이견은 없었다.주준은 확대해서 커버 세부를 보여주며 말했다.“이 그림 속 주인공이 딱 우리 둘 같지 않아요? 함께 손잡고 나아가는 느낌 딱 맞지않아요?”이에 유정이 놀란 듯 물었다.“이 커버 주준이 그린 거예요?”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른 사람한테 맡기면 마음이 놓이지 않더라고요.”그는 이어서 말했다.“아, 엔딩에 대해 생각을 바꿨어요. 원래는 여주인공이 죽는 걸로 했는데, 지금은 그냥 같이 살아남게 하고 싶어요.”“둘이 함께 아이도 많이 낳고, 새로운 세계를 재건하는 결말. 설정에도 잘 어울리고요.”그 말에 유정은 미간을 찌푸렸다.“근데 그러면 후반부 전체를 다 뜯어고쳐야 해요.”원래 설정상 여주인공은 전체 분량의 75%쯤에서 희생되는 구조였기에, 그걸 바꾸면 이후 스토리 전체가 수정돼야 했다.“그래도 바꾸는 게 어때요? 댓글 보면 알겠지만, 커플 팬들 반응이 엄청나요. 여주인공 죽이면 다들 폭발할걸요?”그러나 유정은 반대했다.“우린 독자 몇 명의 반응으로 전체 서사를 휘두를 수는 없어요. 그러면 작품의 중심이 사라져요.”주준은 진심 어린 눈빛으로 말했다.“하지만 난 여주인공이 살아있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그래요.”그 눈빛에 마음이 동한 유정은 망설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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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7화

“알겠어요!”유정은 콘티북을 챙기기 위해 집에 들렀다. 근처 상가에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한 뒤 올라와 문을 열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거실에 조백림이 앉아 있었다.백림은 고개를 들고 그녀 손에 들린 노트북 가방을 보더니, 문득 뭔가를 떠올린 듯 물었다.“집에는 안 갔다며. 어디 다녀온 거야?”유정은 곧장 책상 쪽으로 걸어가면서, 솔직히 말할지 잠시 고민했다. 그러나 책상 앞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결심한 듯 담담히 말했다.“주준이랑 있었어.”백림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봤다.“둘이 만났다고?”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여러 번 봤어.”밖은 해가 막 저문 시간인 데다가 실내에 불도 켜지지 않아 방 안은 어슴푸레했고, 백림의 눈빛은 더 어둡고 깊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유정 앞으로 다가와 책상에 팔을 짚고 물었다.“유정아, 너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는 있는 거야?”유정은 노트북 가방을 열다 말고 고개를 들어 그를 또렷하게 바라보며 대답했다.“당연히 알고 있지.”백림은 한참 유정을 응시하다가 이전의 날 선 태도와는 달리 조용히 물었다.“여러 번 봤다며. 그 사람 어떤 사람이야?”“괜찮은 사람이야. 예의도 있고, 재능도 있어.” 유정이 거리낌 없이 말하자, 백림의 눈빛은 더욱 어두워졌다.“그러면 작업은 얼마나 더 남았어?”“최소 두 달. 왜?”백림은 단호하게 말했다.“지금 당장 그만둬. 네가 빠져.”갑작스러운 말에 유정은 놀란 눈으로 백림을 바라보며 되물었다.“왜?”그러자 백림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그냥, 내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랑 계속 같이 일하는 거 싫으니까.”유정은 어이없다는 듯 비웃었다.“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해.”유정은 평소에도 남자 고객과 미팅이 많은 편이었기에 백림의 말대로라면 일을 아예 그만두라는 말밖에 안 되었다.백림은 묘한 눈빛으로 유정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나는 그저 네가 다치지 않길 바랄 뿐이야.”“그래? 생각해 줘서 정말 고맙네.”유정은 비꼬듯 말하며 콘티북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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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8화

유정은 입 안 가득 케이크를 물고 있다가 삼킨 뒤, 손등으로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내 입에 뭐 묻었어요?”“아니요, 그냥 먹는 모습이 귀여워서요.”주준이 다정하게 웃자, 유정은 어깨를 으쓱였다.“조금 배고팠나 봐요. 먹는 모습 웃겼죠?”“이 반쪽도 다시 먹어요. 저는 배 안 고프거든요.”주준은 남은 반쪽 케이크를 유정에게 건네자, 유정은 망설이지 않고 받아서 입에 넣었고, 콘티북을 넘기며 입안 가득한 채로 말했다.“점심에 좀 바빠서 제대로 못 먹었어요.”“아무리 바빠도 몸 챙겨야죠.”주준이 진심 어린 걱정을 내비치자, 유정은 눈을 내리깔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늘 그런 건 아니니까 괜찮아요.”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몇 마디 더 나눈 뒤 작업에 집중했다.밖엔 비가 점점 더 세차게 내리고 있었고, 열어 놓은 창문 틈으로 실비가 흘러들었다. 주준은 조용히 일어나 유정 쪽 창문을 닫고, 자신 쪽 창문만 살짝 열어뒀다.카페 안은 둘뿐이었다. 밖엔 쏟아지는 빗소리, 사람들은 우산을 쓰고 바삐 움직이고 있었고, 실내는 유독 고요했다.은은한 커피 향이 가득 퍼지고, 천장에 매달린 고풍스러운 조명이 따스한 빛을 내리비추었다. 그런 공간에서 유정은 마음이 차분해졌고, 창작에 깊이 몰입하게 되었다.비는 계속 그치지 않아 결국 둘은 맞은편 샤부샤부 가게에 가지 못하고 카페에서 저녁까지 해결했다.저녁을 먹던 중, 주준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칠성한테 말하고 싶은 게 있어요.”유정이 고개를 들었다.“뭔데요?”“이번 주 토요일에 자선 행사 파티가 있어요. 저희 엄마가 주최 쪽 인사 중 한 분인데, 칠성이랑 같이 가고 싶대요.”꽤 정중한 초대라, 유정은 거절할 수 없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토요일 별일 없어서 같이 가도 돼요.”“정말 고마워요.”주준이 환하게 웃었다. “뭘 그렇게까지 고마워해요. 괜찮아요.”유정이 말하며 손사래를 쳤다.저녁 9시쯤 비가 그치고, 두 사람은 정리한 뒤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카페 밖은 여전히 공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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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9화

유정은 수요일 저녁, 주준이 재킷을 건네준 날을 떠올렸다. 그가 감기에 걸린 게 아마 그날 때문일 거라 생각하자,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저 때문에 감기 걸린 거 아니에요?”“그냥 목이 조금 아플 뿐이고, 참을 수 있어요. 칠성이 감기 걸리는 것보단 내가 낫죠.”주준은 쉰 목소리로 낮게 말했는데, 오히려 그 음성은 더 깊고 부드럽게 들렸다. 유정은 그 깊은 눈빛을 마주 보며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곧 주준이 말했다.“엄마도 도착하셨으니, 인사드리러 가죠.”두 사람은 호텔 안으로 들어가자, 대기실에서 주준의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었다.주준 어머니는 오늘도 단정한 개량한복 차림이었다. 연한 연분홍색의 고운 천에 섬세한 수공 자수가 놓인 옷은 그녀의 우아함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움직임 하나하나에 우아함과 단정함이 배어 있었다.유정을 보자, 그녀는 활짝 웃으며 따뜻하게 손을 잡았다.“칠성!”“안녕하세요.”유정이 미소 지으며 인사했다.“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칠성 씨를 보면 이상하게 정이 가.”여자는 잔잔하게 웃었다.“딸을 늘 갖고 싶었는데, 결국 그 인연이 없었거든.”주준이 장난스럽게 어깨를 으쓱했다.“결국 날 무시하는 거네요!”유정은 웃으며 말했다.“딸이었다면 지금의 주준만큼 훌륭하지 못했을 수도 있죠.”주준이 유정을 보는 눈빛에는 묘한 감정이 어려 있었다.“역시 칠성이 최고네요.”유정은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행사 시작했어요?”“곧 시작해. 우리 자리로 가자.”그렇게 자연스럽게 유정을 저산의 팔짱을 끼게 허고, 화려한 복도를 함께 걸었다.행사장에는 몇몇 연예인들도 초청되어 있었다. 황금빛 샹들리에 아래, 반짝이는 조명이 장내를 수놓았고 분위기는 꽤 성대했다. 세 사람이 나란히 입장하자, 순식간에 사람들의 시선이 셋에게 집중되었다.유정은 순간적으로 긴장했다. 처음엔 사적인 자리인 줄 알고 참석한 건데, 이렇게 격식 있는 자린 줄 몰랐다.이 자리에 온 사람들 대부분이 강성에서 이름난 재벌과 명문가 인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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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0화

주윤숙은 조시안의 인사에 가볍게 고개만 끄덕이고, 곧장 유정을 바라보며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유정아, 백림이랑 같이 온 거 아니었어? 아까 어디 갔었어?”조변우는 의아하다는 듯 세 사람을 번갈아 훑어보았고, 시안은 놀란 눈으로 유정을 바라보았다.그 옆에서 유정의 손을 꼭 잡고 있던 여경은 그 손을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하지만 유정은 단숨에 마음을 정리하고, 차분하게 그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이미 벌어진 상황을 수습하듯 천천히 백림을 향해 걸어가며 입을 열었다.“파티장이 헷갈려서 길을 잃을 뻔했어. 그러다 입구에서, 조시안 씨를 만났어.”유정이 백림의 쪽으로 향하던 순간, 시안의 눈빛은 점점 어두워졌다. 유정의 변명 아닌 변명에 백림은 미소를 머금었지만 눈에는 냉기가 서려 있었다.“내가 뭐라고 했어?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봐, 이게 말을 안 들은 결과가 이렇게 오해를 만들잖아.”유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말없이 입술을 꾹 다물었다. 시안이 계속해서 유정을 바라보고 있는 와중에 조변우가 무표정하게 물었다.“당신이 왜 와 있지?”그러자 여경이 나긋하게 대답했다.“제가 이 행사 주최자 중 한 명이라서요. 사실 안 오려다가,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요. 얼굴만 비추고 떠날거예요..”이후 백림이네 식구들은 몇 마디 더 나눴지만, 유정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백림의 옆에 붙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웃었고, 머릿속에선 내내 파티장을 떠날 핑계를 찾고 있었다.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잠깐 볼 수 있을까? 나 정원 쪽 레스토랑에 있어.]보낸 사람은 시안이었다. 유정은 잠시 망설이다가 백림에게 화장실 좀 다녀온다고 말하고, 조용히 파티장을 빠져나와 정원 레스토랑으로 향했다.오늘은 호텔 전체 층이 행사로 통제되어 있어, 레스토랑에도 사람은 거의 없었다.조명이 어두운 공간에서 익숙한 뒷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유정은 한 걸음씩 시안에게 다가가, 맞은편에 조용히 앉았다.시안은 담담하면서도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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