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로 가득 찬 채 아파트를 떠난 유정은 차를 몰았다. 가슴이 꽉 막힌 것 같았고, 그 감정을 어디에도 풀어낼 수 없었다.술 한잔 나눌 사람을 찾고 싶었지만, 장의현은 해성에 있었고, 소강희는 출장 중이었으며, 전소은은 남자친구와 데이트 중이었다. 이럴 때 함께 있어 줄 사람 하나 없는 현실이 괜히 서러웠다. 얼마나 울었는지도 몰랐고, 무작정 출발해서 도착한 곳은 어느 식당 앞이었다. 유정은 들어가 상다리 부러지게 음식을 시켰다. 배불리 먹고 마신 후, 유정은 다시 거리로 나와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그렇다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기분이 나쁜 상태에서 유씨 집안 사람 중 누군가라도 건드리기라도 한다면, 정말 어떻게 폭발할지 유정 자신도 몰랐다.차를 세우고, 유정은 광장 한가운데 놓인 벤치에 앉아 주변의 북적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그 순간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부모님과 크게 다투었던 그날 밤, 유정은 역시 이 광장에 혼자 앉아 있었고, 그때 조백림이 나타나 먹을 걸 사서 데려가 준 적이 있었다.유정은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은 백림이라는 사람을 전혀 몰랐다는 사실을. 겉보기엔 언제나 부드럽고 예의 바르며,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세심해 보였다. 또한 인내심도 많고 다정한 사람처럼 보였지만, 실상 그의 행동은 잔혹하고 계산적이었다.사람의 마음을 간파하고 움직이는 데 있어선, 여자를 달래는 것보다 훨씬 능숙했다. 백림은 이중인격 같았는데, 한편으론 자비로웠고, 한편으론 잔혹함으로 가득했다.자비로운 성격은 주윤숙의 영향이 큰 것 같았다. 그렇게 고결하고 엄친아처럼 길러졌지만, 동시에 복잡한 집안 환경 속에서 자라며, 사람의 마음속 어두움을 먼저 배워야 했다.어쩌면 세상에서 단 한 사람, 주윤숙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진심으로 믿어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그날 이후 유정은 다시는 망강 아파트로 돌아가지 않았고, 딱 한 번 갔는데 그것도 오후 시간을 내어 짐을 챙기러 갔을 뿐이었다.또한 본가에도 가지 않았다. 유정은 기분이 너무 안 좋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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