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3451 - Chapter 3458

3458 Chapters

제3451화

“알겠어요!” 유정은 보석 상자를 밀어 돌려주며 말했다.“하지만 이건 받을 수 없어요. 열심히 일하는 걸로 충분해요. 그게 저에겐 가장 큰 보답이에요. 고마운 마음은 잘 알고 있어요.”“사장님.”안성은 다소 조급한 목소리로 말했다.“이건 사실 일과는 관계없어요. 사장님이 하면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아서요.”“보석이 부족하신 것도 아니고, 이건 값비싼 것도 아니지만, 제가 오래 고민하고 고른 거예요. 부디 받아주세요.”유정은 끝까지 거절했다.“계속 이러면 정말 화낼 거예요.”안성은 표정이 어두워지며 상자를 거둬들였다.“제 선물은 조백림 사장님이 주신 거에 비하면, 정말 보잘것없네요.”유정은 웃으며 말했다.“그건 상관없어요.”서류를 다 읽은 유정은 그것을 안성에게 밀어주며 말했다.“열심히 해요.”안성은 서류를 들고 일어서며 말했다.“더 노력할게요.”유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안성이 돌아서는 뒷모습을 보다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바쁜 하루가 금세 지나갔고, 오늘은 퇴근도 빨랐다. 유정은 집에 돌아와 간단히 식사를 마친 후, 주준과 만화 얘기를 나누기 위해 온라인에 접속했다.수요일 밤, 아홉 시가 다 되었을 무렵, 유정은 막 콘티 한 세트를 끝낸 참이었다. 그때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노크도 하지 않고 들어오는 사람은 백림밖에 없다.유정은 콘티북을 덮고 거실로 향해 걸어갔다. 백림은 겉옷인 수트를 벗으며, 유정이 베란다에 둔 작업용 테이블을 흘깃 바라보고는 미소 지었다.“내 책상 써도 돼. 그렇게 불편하게 안 해도 돼.”“여기가 더 좋아. 시야도 트였고, 아이디어도 샘솟거든!” 유정이 웃으며 말했다.“근데, 갑자기 왜 왔어?”유정은 말끝을 흐리며 눈동자를 굴렸다.“설마 나 감시하러 온 건 아니지?”백림은 수트를 들고 있던 손을 잠시 멈추며 눈을 치켜올려 그녀를 곁눈질했다.“내가 그렇게 속 좁게 보여?”유정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자, 백림은 현관으로 돌아가 도시락 통 몇개를 들고 왔다.“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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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2화

야식을 다 먹고 난 후, 두 사람은 베란다에 나란히 앉아 저녁 바람을 맞으며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베란다엔 두 사람이 딱 앉을 수 있는 소파가 놓여 있었다. 유정은 배도 부르고 술기운도 올라 온몸이 나른해진 상태에서 물었다.“오늘은 약속 없어?”유정은 조백림이 야행성이고 밤 일정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백림은 소파에 느긋하게 기대앉아 긴 눈매에 미소를 띤 채, 눈빛은 은근하고 나른했다.“있었지. 누가 밥 사준다길래 따라갔는데, 식당 음식이 네 입맛에 맞을 것 같더라고. 그래서 새로 해달라고 부탁해서 급히 가져온 거야.”유정의 눈이 반짝 빛났다.“진짜 감동이네!”백림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감동이 쌓이면, 몸으로 보답하려는 거 아냐?”유정은 고개를 젖혀 술을 한 모금 들이켰다.“혹시 내가 끝까지 마음에 드는 사람을 못 만나게 되면, 그땐 생각해 볼게.”사실, 백림이 바람둥이라는 점만 빼면 남편으로는 완벽한 사람이었다.만약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많은 여자가 있든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지금처럼 서로 간섭하지 않고, 예의 지키며 살아간다면 그 또한 나쁘지 않을 것이었다.하지만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기대 없는 삶은, 어쩐지 재미가 없으니 말이었다.백림은 유정과 잔을 부딪치며 말했다.“나도 마음에 드는 사람 못 만나면, 너랑 결혼할래.”유정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자세히 들어보면 마치 어쩔 수 없는 선택 같잖아?”그러자 백림은 가볍게 웃었다.“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그냥 맞장구친 거지.”유정은 고개를 흔들며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둘 다 마찬가지네. 결국은 차선책이라는 거잖아.”백림은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다. 적어도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억지로 결혼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는 끝내 입을 열지 않고, 그저 술잔을 들었다.그때 유정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녀는 화면을 슬쩍 본 뒤, 전화를 받기 위해 자리를 비켰다.“주준.”백림은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 유정이 전화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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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3화

그때, 유정은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져,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백림이 문틀에 비스듬히 기대 있었다.동작은 느긋했지만, 눈빛은 날카롭게 빛났고, 눈을 한시도 떼지 않고 유정을 바라보고 있었다.뭔가 들키면 안 되는 것을 들킨 것 같은 기분에 가슴이 쿵 내려앉은 유정은 이윽고 백림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레 주준에게 말했다.“별일 아니에요. 저 먼저 끊을게요.”주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내가 홍보 이미지 보내줄 테니까 꼭 보고 의견 줘요. 칠성 씨 피드백 받아서 편집자한테 전달할게요.]“그래요, 고마워요!”유정은 급하게 전화를 끊자, 백림은 느긋하게 입꼬리를 올렸다.“뭘 그렇게 허둥대?”유정은 핸드폰을 정리하며 그를 흘깃 쳐다봤다.“누가 허둥댔는데?”“누구랑 통화한 거야?”“네가 알 필요 없어.”유정은 백림을 밀어내며 말했다.“나 이제 잘 거니까 나가.”그러자 백림은 비웃듯 말했다.“배불리 먹여놨더니 바로 내쫓네? 정이 너무 없는 거 아니야?”배불리 먹여놨다는 말투에 은근히 강조하는 느낌이 묻어나 있었다. 이에 유정은 얼굴이 달아올라 그를 거세게 밀쳐냈다. 그러고는 문을 닫고는 곧장 잠금장치를 걸었다.백림은 다시 베란다로 가는 길에 유정이 퇴근 후 종종 앉아 일하는 테이블로 시선을 옮기고는 걸음을 옮겼다.책상 위에 놓인 콘티북 하나를 집어 들고 펼쳐 보자, 유정이 만화를 그린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방 안에서 유정은 메일함을 열어 웹사이트에서 보낸 홍보 이미지를 확인했다.[주준 복귀 신작, 칠성과의 초특급 콜라보, 『세계 종말 생존 법칙』 전격 공개!]적혀있는 내용을 보아하니, 웹사이트에서 주력으로 밀어주고 있는 듯했다.포스터는 굉장히 잘 만들어졌고, 황폐해진 배경 위에 기괴한 생명체들이 좌우에서 덮쳐오고 있었다.그리고 남녀 주인공은 화려한 전투 장비를 착용하고 역동적인 자세로 달리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압도적인 긴장감과 매력이 넘쳐, 보는 이의 피를 끓게 만들었다.매우 만족한 유정은 주준에게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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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4화

유정이 저녁에 집에 도착하자마자, 주준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방금 편집자랑 통화했는데, 이렇게까지 반응이 뜨거울 줄은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후속 작업도 꼭 안정적으로 이어가자고 신신당부했어요.]유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편집자님께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줘요.”주준이 부드럽게 웃으며 덧붙였다.[그리고 요즘 온라인 댓글 중에 좋은 건 보되, 나머지는 너무 신경 쓰지 마요.]유정은 그의 말뜻을 곧장 알아차렸다. 두 사람의 인지도 차이가 꽤 컸고, 주준은 팬층도 훨씬 두꺼웠다. 대부분이 여성 팬이라 이번 공동 작업 이후로 유정의 존재를 의식하게 된 듯했다.일부 팬들은 작품의 성과를 세세히 따지며 유정을 폄하하는 글을 올렸고, 그 탓에 팬들 간의 설전까지 벌어지고 있었다.주준은 팬들에게 조용히 하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런 성과는 둘이 함께 세운 것이라는 말까지 덧붙였지만, 일부 과격한 팬들은 여전히 극단적인 반응을 멈추지 않았다.웹사이트 측은 이런 논란이 오히려 작품의 화제를 키운다며 개입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준은 유정이 상처받을까 걱정스러웠다.이에 유정은 아무렇지 않은 듯 호탕하게 웃었다.“그 사람들 질투하는 거죠. 자기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작가랑 내가 협업해서!”주준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나야 이미 업계를 떠난 지 오래인데, 여전히 나한테 집착하는 거 보면 참 골치 아픈 사람들이죠.]...현관에 서 있던 조백림은 유정의 목소리를 들었는데,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조금 들떴지만, 곧 가라앉힐 거예요. 작품에 집중해야 하니까요.”백림의 눈빛이 잠시 어두워졌고, 그는 조용히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 백림을 발견한 유정은 전화를 끊으려고 인사를 나눴다.백림은 아직 외투도 벗지 않은 채 소파에 기대섰다. 검은 롱코트가 남자의 피지컬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말끔하게 보이게 했다.백림은 천천히 웃으며 말했다.“뭐가 그렇게 신나? 나도 좀 같이 기뻐하자.”유정은 기분이 좋아 굳이 숨기지 않았다.“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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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5화

“내가 유신희처럼 남동생이라도 있었다면, 집안일에 얽매이지 않고 내 꿈을 마음껏 좇았을 거야.”“하지만 나는 외동딸이야. 내가 돌아가지 않으면 우리 부모님은 작은 아빠네한테 끝없이 짓밟히고 밀려날 거고.”유정의 말에 조백림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유정의 부모는 부드럽고 어딘가 나약했기에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작 유정의 부모님은 유정의 강단을 이해하지 못했다. 왜 저토록 독하게 살아가는지, 왜 신희처럼 유순하게 굴지 못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백림은 손가락으로 입술 가장자리에 묻은 술을 닦아내며 물었다.“그 주준이라는 사람이랑 직접 만난 적 있어?”유정은 바로 대답했다.“아니? 앞으로도 만날 일 없을 거야.”백림은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근데 만약에 만나게 됐는데, 그 사람이 젊고 잘생기고, 재능 있고, 너랑 성향까지 잘 맞는다면 좋아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유정은 코웃음을 쳤다.“그만 좀 해. 첫째, 만날 일 없어. 둘째, 나는 판타지에 빠지는 타입 아니거든. 셋째, 주준은 나보다 나이도 많을걸? 결혼도 했을 수도 있고.”백림은 유정의 눈을 지긋이 바라보며 물었다.“만약 진짜로 결혼 안 했고, 너한테 관심을 보인다면? 어떻게 할 건데?”이건 단순한 사랑의 선택이 아니라,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의 선택이기도 했다. 만화를 그리며 자유를 누릴 것인가, 아니면 집안을 위해 돌아갈 것인가의 문제였다.유정은 진지한 얼굴로 술을 들이켰다.“그러면 좀 고민해 봐야겠지.”백림은 갑자기 몸을 숙여 유정을 소파와 팔 사이에 가둬버렸다. 남자의 얼굴은 평소보다 훨씬 어두웠고, 차가운 미소가 입가를 스쳤다.“네가 날 버리고 가겠다고? 그럼 나는 널 망가뜨릴 거야. 네 회사를 무너뜨리고, 네 부모를 거리로 내쫓아서, 평생 죄책감 속에서 살아가게 만들어줄 거야.”유정은 숨이 멎을 듯 놀라 그를 올려다봤고, 잠시 뒤, 조용히 물었다.“그럼 나, 조건 하나 걸어도 돼?”백림의 눈빛이 흥미롭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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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6화

“조백림!”유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목소리마저 날카롭게 변했다.처음엔 백림이 그저 겁만 주려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남자의 손이 자신의 치마 속을 더듬기 시작했을 때, 유정은 백림이 정말 선을 넘으려 한다는 걸 깨달았다.유정이 온 힘을 다해 저항했지만, 체격 차이가 너무 컸다. 그리고 주먹이 백림의 몸에 닿아도 마치 냥냥펀치처럼 느껴졌고, 오히려 분위기만 더욱 짙게 달아올랐다.늘 점잖고 여유로운 백림은 지금 이 순간, 거칠고 이성을 잃은 것 같았다.분위기가 곧 폭주할 듯 통제 불능으로 흐르고 있었다.그 혼란 속에서 유정은 백림을 올려다보다가 갑자기 고개를 젖혀 남자의 어깨를 물어버렸다. 그녀는 정말 이를 세게 악물었다.백림은 그제야 동작을 멈췄다. 고개를 옆으로 돌려 유정을 바라보았지만 피하지도 않았고, 미간 하나 찌푸리지 않았다. 그저 눈빛은 더욱 짙어졌고, 숨은 거칠게 터져 나왔다.유정의 눈은 벌겋게 충혈됐고, 그녀는 천천히 물던 어깨를 놓았다. 조금 전 자신이 문 자리에 핏자국이 번져 그의 셔츠를 물들였고, 유정의 숨도 점점 거칠어졌다.잠시의 정적이 흐른 뒤, 백림은 유정의 옷매무새를 정리해주고는 몸을 일으켰다. 유정은 옷깃을 부여잡은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기 방으로 도망치듯 뛰어갔다.백림은 여전히 바닥에 앉은 채 셔츠 단추를 풀었는데, 어깨에는 선명한 치흔 두 줄이 있었고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이윽고 백림은 허탈하게 웃었다.“미친, 진짜 물어버리네.”유정은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문을 세게 닫았고, 곧장 힘이 빠진 듯 문을 등지고 주저앉았다. 심장은 쿵쾅거렸고, 분노와 두려움 사이를 오갔다.그 순간, 예전 일이 떠올랐다. 처음 백림이 성준의 존재를 알았을 때, 농구장에서 그를 무참히 짓밟고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강제로 키스했던 날.그 키스는 벌이었고, 사람들은 환호했지만 유정만은 알았다. 백림은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는 걸. 그리고 그날의 느낌이, 오늘 더 강하고, 더 분명하게 되살아났다. 한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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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7화

“그럼 너희 관계는 대체 왜 유지하는 거야?”의현이 못마땅한 듯 말하자, 유정은 술잔을 꼭 쥐었다.‘그래,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결국 시간 낭비일 뿐이야.’유정은 돌아가면 약혼부터 깨야겠다고 다짐했고, 의현이 그녀 팔을 툭 치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저기 뒤쪽 봐봐.”유정이 힐끗 시선을 돌리자, 한켠에 한 사십대 여성이 잘생긴 남자 둘 사이에 앉아 있었다. 남자들이 좌우에서 들이대며 여자를 기분 좋게 만들어주고 있었다.의현이 말했다.“조백림이 밖에서 그렇게 놀아도 되는데, 너도 왼쪽 오른쪽 한 번 안아봐야 손해 안 보는 거 아냐?”유정은 고개를 저었다.“됐어, 그런 거 나한텐 안 맞아.”의현은 놀란 눈으로 유정을 쳐다보았다.“설마 너 아직도?”그러고는 장난스럽게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오늘 밤, 우리 한번 미쳐볼까?”그 한마디에, 삼십 분 뒤 유정은 의현과 함께 룸바에 앉아 있었고, 건장하고 잘생긴 남자 두 명이 각각 옆에 앉아 있었다.남자들은 딱 붙는 셔츠를 입고 있었고, 단단한 가슴 근육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중 한 명은 유정의 등 뒤 소파에 팔을 걸치고, 낮고 깊은 목소리로 물었다.“처음 오셨어요?”룸 안에는 어딘가 알 수 없는 향이 감돌았고, 유정은 어지러움과 빠른 심장 박동에 휩싸였다. 몸도 점점 무거워지고 감각이 흐려졌다.그러나 유정은 억지로 숨을 고르며 여유 있는 척 말했다.“아뇨, 처음은 아니에요.”그 남자는 유정의 허벅지 위에 손을 올려 천천히 위로 움직였고, 시선은 그녀의 얼굴을 훑고 있었다.“진짜 예쁘시네요. 눈이 너무 매력적이에요.”하지만 남자의 손길이 지나간 자리마다 오히려 유정은 오한에 가까운 거부감을 느꼈다. 그래서 그의 손을 눌러 막으며 술잔을 잡으려 했지만, 남자가 먼저 술잔을 들고 한 모금 마시더니 유정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천천히 얼굴을 가까이 가져왔다.그 눈빛은 진득하고 유혹적이었다. 입술이 거의 닿으려는 순간, 그 남자의 얼굴이 갑자기 백림으로 변했다. 그 차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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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8화

해성에 이틀 머문 뒤, 강성으로 돌아가는 날 유정은 마음을 정했다. 조백림의 집에서 당장 나가고, 이후 집안과 파혼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이었다.오후 네 시, 비행기가 착륙했다. 유정은 휴대폰을 키자 서은혜에게서 부재중 전화 세 통이 와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걸어 나오면서 유정이 바로 전화를 걸자 서은혜는 곧 받았다. 운 듯 목소리는 여전히 쉬어 있었다.[유정아, 네 아버지 쓰러졌어. 지금 병원에서 응급처치 중이야!]유정의 머릿속이 윙 하고 울렸고,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했다.“어느 병원이에요? 무슨 병인데요?”[뇌출혈이래.]서은혜는 병원 이름도 말하자, 유정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눌러가며 바로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가는 길 내내 마음이 타들어 갔고, 병원에 도착했을 땐 하늘이 이미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응급실 복도에는 유씨 집안 사람들이 거의 다 모여 있었다.“유정아!”서은혜는 유정을 보자 달려와 안으며 눈물을 터뜨렸다. 유정은 창백한 얼굴로 응급실에 켜진 불을 바라보며 물었다.“아빠는 어때요? 어떻게 갑자기 뇌출혈이에요?”그 어떤 징조도 없었기에 당황스러웠고, 서은혜는 울먹이며 말했다.“나도 잘 모르겠어. 점심에 너희 아버지랑 외식했는데, 식사 후에 차를 가지러 갔거든. 한참이 지나도 안 와서 내가 가봤더니 차 옆에 쓰러져 있었어.”“너한테 전화했는데 안 받더라. 다행히 백림이가 근처에 있었고, 걔가 나랑 같이 병원으로 옮겼어. 제일 좋은 의사도 백림이 수소문했고, 수속도 다 밟아줬어.”서은혜는 완전히 겁에 질려 중심을 잃은 상태였기에, 백림이 아니었으면 아무것도 못 했을 것이다.유정은 고개를 들어 천천히 다가오는 백림을 바라봤다. 해는 저물었고, 하늘은 어둑어둑했다. 백색 조명 아래, 백림의 얼굴은 늘 그렇듯 잘생겼지만, 지금은 장난스럽고 나른한 기색 없이 깊고 고요했다.지금까지의 모든 분노는 이 순간의 불안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었기에 유정은 목이 메어 낮게 말했다.“고마워.”백림은 유정의 피곤에 찌든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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