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3491 - Chapter 3500

3802 Chapters

제3491화

가로등은 화단 속 꽃나무 사이에 숨어 희미하고 차가운 빛을 뿜고 있었다. 그 빛은 유정의 매서운 눈동자에 스며들었고, 서늘한 기운이 반짝였다.유정은 연한 분홍빛 입술을 꾹 다문 채, 담담하게 서니를 바라보았다.“서니 씨가 내게 소리 지를 만큼 대단한 사람이라도 돼요? “조백림이 좋으면 당당하게 쫓아다녀요. 날 끌어들여서 방패막이로 세우면서, 입으로는 날 위한다는 헛소리 하는 거, 그거 방금 기은미보다 더 위선적이었어요.”“잘 들어요. 난 조백림 안 좋아해요. 그 사람이 누구랑 있든 상관없으니까 더는 나 귀찮게 하지 마요.”말을 끝낸 유정은 그대로 돌아섰고, 뒤에 남겨진 서니는 놀란 눈빛으로 그 자리를 지켜볼 뿐이었다.유정이 멀리 사라지자, 그제야 서니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태어나서 항상 곱게만 자라온 자신이, 처음으로 유정에게 뺨을 맞는 수모를 당할 줄은 몰랐다.자기 약혼자 하나도 지키지 못하는 유정이, 감히 자기 얼굴을 때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웠다.서니는 울음을 삼키며 분노에 휩싸였고, 파티장으로 돌아가 백림에게 당장 하소연할 생각으로 몸을 돌린 순간, 나무 그림자 아래 서 있는 백림이 보였다.키가 크고 균형 잡힌 몸에, 묵직한 눈빛으로 서니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깊고 어두운 눈동자는 감정을 알아챌 수 없었다.서니는 두어 걸음 다가가며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빠.”백림은 입꼬리를 차갑게 올리며 물었다.“아파?”이에 서니는 울먹이며 대답했다.“아파요.”“맞을 만했네.”백림의 목소리는 무미건조했고, 차가운 기운이 뼛속까지 파고들었다.“다시는 건드리지 마. 또 맞으면 그건 네가 스스로 자초한 거야. 맞고 싶으면 계속 들이대든가.”생각과는 다른 백림의 말에 서니는 멍해졌다. 늘 온화하던 백림이 이렇게까지 날이 선 말투를 쓰다니, 순간 겁이 났다.“너도 어린 나이 아니잖아. 우리 아버지한테 말해서 남자 소개받든가, 아니면 그냥 경성으로 돌아가.”담담히 말하는 백림에 서니는 겁에 질린 얼굴로 울며 말했다.“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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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2화

백림은 몸을 기울이며 다가왔다. 남자의 저음은 거칠고 위태로우면서도 치명적이었다.“나는 좀 속이 좁아서 말이지. 복수하는 걸 좋아해. 쟤 보는 앞에서 나랑 키스해 줘. 그러면 기분이 좀 나아질지도 모르지.” “기분이 좋으면, 조시안 작품에도 더는 손대지 않을 거고.”유정은 눈살을 찌푸렸다.“지금 나 협박하는 거야?”백림은 잘생긴 눈썹을 살짝 들어 올렸다.“네가 그렇게 느낀다면, 협박 맞지 뭐.”유정은 냉소를 터뜨렸다.“그걸 내가 무서워할 거라고 생각해?”“넌 당연히 신경 쓸 거야.”백림은 시선을 슬쩍 온천 건너편으로 흘기더니, 다시 유정을 천천히 바라봤다.“그 만화 작가란에 아직도 칠성이라는 이름 걸려 있잖아.”유정은 눈앞에 있는 백림을 노려보았다. 여자는 뺨을 확 후려치고 싶은 악독한 남자가 이런 얼굴을 가졌다는 게 너무 짜증이 났다. 백림은 유정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가까이 다가왔다. 등불 아래, 백림의 검은 눈동자엔 별빛이 깃든 듯 섬광이 일어 보였다.“내 동생 말이지, 그 연기 끝내고 진짜로 빠진 것 같더라. 넌 그 착각 좀 끊어주고 싶지도 않아?”백림은 더욱 가까이 다가와, 붉게 물든 얇은 입술을 살짝 열었다.“나 안 사랑한다며? 그렇게 내 가슴에 칼 꽂는 건 잘도 하더니, 이번엔 걔한테도 보여줘. 내가 너한테 어떤 존재인지.”유정은 잠시 멈칫했고, 머릿속이 복잡했다.“빨리.”백림은 짜증 섞인 어조로 재촉하자, 유정은 이를 악물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눈을 감고 조심스럽게 몸을 기울였다.남자의 입술에 닿는 순간, 차갑고 부드러운 감촉이 온몸을 움켜쥐듯 번졌고, 숨이 멎었다. 유정이 가만히 멈춰 있으니, 백림이 비웃듯 말했다.“내가 이렇게 키스했나? 지금 뭐 해? 뽀뽀 놀이해?”유정은 어깨에 얹은 손에 힘을 주며 이를 악물었다. 억지로 참으며, 분한 마음으로 남자의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아픈지 백림은 낮게 신음하듯 음 하고 소리를 냈고, 그 순간 유정은 온몸이 저릿해졌다.백림의 몸에서는 은은한 백단향이 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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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3화

“딴 여자나 찾아.”유정은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며 백림을 밀어내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아무렇지 않은 척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백림의 시야에서 벗어나자마자, 유정은 한고비를 넘겼다는 듯 크게 숨을 들이켰다. 홀을 지나던 중, 웨이터를 만나 술 한 잔을 시켰고, 잔을 받자마자 단숨에 들이켰다. 그러나 강한 술기운에 오히려 정신이 더 맑아졌다.유정은 파티장으로 돌아가지 않고,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향했다. 자신의 객실로 들어선 유정은 신발을 벗어 던지고, 맨발로 거실까지 걸어가 그대로 소파에 쓰러지듯 몸을 던졌다.그렇게 평정심을 완전히 되찾자, 조금 전의 일이 점점 더 선명하게 떠올랐고, 부끄러움과 후회가 한꺼번에 밀려왔다.‘어떻게 그런 유혹에 흔들릴 수 있었지? 걔가 어떤 사람인지 뻔히 알면서.’유정은 백림이 혐오스럽고, 치졸하고, 가능한 한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존재라고 생각했다.이윽고 핸드폰을 꺼내 장의현에게 전화를 걸었고, 통화가 연결되자, 의현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꼬마 요정!]유정은 눈을 감은 채 잠시 침묵하다가 조용히 물었다.“의현아, 여자가 안 좋아하는 남자한테도 몸이나 마음이 반응할 수 있을까? 그 남자가 얼굴과 몸이 완벽하다는 전제하에 말이야.”의현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그럼 당연하지. 남자나 여자나 예쁘고 멋있는 거엔 약해. 그건 본능이야.]그제야 유정은 조금 안심한 듯 말했다.“고마워, 이제 됐어. 그럼 이만 끊을게.”[잠깐!]의현이 다급하게 붙잡았다.[왜 그런 걸 물어? 너 설마 남자한테 뭔 짓 했어? 너 먼저 덮쳤어?”그 말에 유정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고, 복잡했던 마음이 단숨에 풀리며 뻔뻔하게 대답했다.“그런 셈이지.”의현은 웃음을 터뜨렸다.[야, 너 설마 또 이상한 술집 간 건 아니지? 아 맞다, 지난번에 우리가 갔던 그 바 아직도 안 열었더라. 소문엔 꽤 큰손한테 찍혔다던데?]의현의 말에 유정은 흠칫했고 뭔가 찔리는 기분이 들었다.“나 샤워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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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4화

유정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나 조백림이랑 파혼해도 괜찮겠어요?”갑작스러운 폭탄 발언에 서은혜는 펄쩍 뛰며 반대했다.“당연히 안 괜찮지! 너 왜 또 말 같지 않은 말을 해? 백림이 얼마나 괜찮은 애인데, 걔한테 도대체 뭘 더 바라는 거야?”유정은 진심 어린 눈빛으로 서은혜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물었다.“근데 내가 백림의 옆에 있으면서 하나도 안 행복하다면요?”그런데도 서은혜는 곧바로 잔소리 모드에 돌입했다.“너 아직 어려서 맨날 사랑 타령만 하는 거지. 사랑 그게 뭐 얼마나 중요하다고 그래?”“사랑만 믿고 결혼해서 잘 사는 사람, 몇이나 되는 줄 아니?”“우리가 구식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잘 생각해 봐. 요즘 그렇게 사랑에 눈먼 여자 중에 제대로 된 결과 본 사람 있어?”“중요한 건, 너한테 믿음을 주는 남자랑 사는 거야. 백림인 성격, 집안, 능력,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잖아. 엄마 눈은 절대 틀리지 않아.”“둘이 다투고 있는 건 알겠지만, 지금은 감정적으로 판단할 때가 아니야. 이럴 땐 그 어떤 결정도 내리면 안 돼.”...유정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오른쪽 귀로 듣고 왼쪽 귀로 흘려들을 정도로, 듣는 둥 마는 둥 했다.“알았어요, 알았다고요. 그러니까 제발 그만해요.”둘이 티격태격 하며 말을 주고받는 사이에, 어느새 본채 거실에 들어섰다. 요즘 들어 조엄화는 보석에 빠져 있었고, 마침 신화선과 함께 최근에 산 보석들을 보고 있었다.유신희는 유정을 보자 미소를 지으며 먼저 일어났다.“언니 왔어요?”이에 신화선도 고개를 들고 손짓했다.“유정아, 이리 와서 앉아라.”“할머니, 숙모 안녕하세요.”유정이 공손히 인사했다.모두 자리에 앉고 나서, 조엄화는 도우미에게 보석 상자를 치우게 하고 유정을 바라보며 물었다.“요즘도 호텔에서 지내니?”그 말투엔 서은혜처럼 걱정스러운 분위기는 전혀 없었고, 언제나처럼 알 듯 말 듯 한 비꼬는 뉘앙스가 섞여 있었다.유정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숙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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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5화

유정은 서은혜를 바라보자, 서은혜 역시 유정을 나무라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그 눈빛에 유정은 괜히 자신의 성격이 원래부터 못됐다는 자책감에 사로잡혔다. 자기는 정말 사랑받기 힘든 사람인가 하는 그런 기분이 스쳤다.오늘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날이었고, 사실 처음에는 마음도 가벼웠지만, 지금은 완전히 기분이 가라앉아버려 한 마디도 더 하고 싶지 않았다.유정은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빠져나가려 했다.“어르신, 사모님들, 유정 아가씨 약혼자 분 오셨어요!”도우미가 와서 조용히 알리자, 유정은 걸음을 멈추고 문 쪽을 바라보았다.검은색 롱코트를 걸친 채 집안으로 들어오는 조백림은 더욱 날렵하고 단정해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조각처럼 잘생긴 얼굴엔 여느 때처럼 은은한 미소가 번져 있었다. 특히 백림의 눈동자는 맑은 산 위로 떠오른 달빛처럼 깊고 환했고, 그 속에 감춰진 감정은 도무지 읽히지 않아 마치 안개 너머에서 그를 바라보는 듯한 착각을 주었다.그날 밤의 기억이 스치자, 유정은 귀가 화끈 달아올라, 백림이 자신을 보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시선을 피했다.백림은 부드럽고 예의 바르게 인사를 나누었고, 곧장 유정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눈빛을 살짝 깔고 조심스레 물었다.“무슨 일 있었어?”마치 그녀의 마음속을 들여다본 듯한 말투였다. 그러나 유정은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아니야, 괜찮아.”“백림아, 무슨 일로 왔니?”서은혜가 반가운 듯 나서자, 백림은 차분히 말했다.“오늘 본가에서 저녁식사 있어서요. 어머니께서 유정이를 보고 싶다고 하셔서 제가 데리러 왔어요.”서은혜는 기쁜 얼굴로 말했다.“그래? 그럼 어서 다녀와.”유정은 이런 분위기에서, 특히 조엄화와 유신희가 지켜보는 앞이라 더더욱 딱 잘라 거절할 수도 없었기에,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전화만 해도 되는데. 난 그냥 혼자 차 몰고 가도 됐는데 왜 왔어?”백림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말했다.“그냥 널 빨리 보고 싶어서.”유정은 그 말이 진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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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6화

조씨 저택에 도착하자, 조백림은 차를 세우고 유정과 함께 별장으로 이어지는 작은 길을 따라 걸었다. 걷던 중 유정은 무언가 떠오른 듯 발걸음을 멈추고 물었다.“조...시안, 오늘 와?”갑작스럽게 나온 이름에 백림도 멈춰서서 몸을 돌렸고, 남자는 깊고 어두운 눈동자로 유정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입가엔 살짝 웃음이 번졌다.“오길 바라는 거야, 아니면 안 왔으면 하는 거야?”유정은 얼굴빛이 살짝 어두워지며 입술을 꽉 다물자, 백림은 곧장 대답했다.“오늘 안 와. 앞으로 가족 모임에, 아니 이 집에서 걔를 보는 일은 없을 거야.”유정은 얼마 전 카페에서 시안과 마지막으로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고,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혹시 만화 때문이야? 그건 너무하잖아. 설령 사생아라 해도, 그건 본인이 선택한 게 아니야. 그 사람도 조씨 집안 사람이잖아.”“네 아버지의 아들이고, 네 할아버지의 손자인데 네가 뭔데 그 사람의 출입을 막아?”백림의 눈빛이 갑자기 싸늘해졌다. 마치 초겨울 바람이 정면으로 불어와 얼굴이 칼에 베일 듯이, 차디찬 기운이 훅 하고 밀려왔다.그는 꽤 허스키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유정아,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제대로 생각해 봤어?”이에 유정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입술을 질끈 깨물며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백림은 냉랭한 눈빛으로 유정의 얼굴을 스치듯 바라보더니, 말없이 몸을 돌려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에 유정은 그 자리에 한참을 서 있다가, 조용히 그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백림은 유정보다 몇 걸음 앞서 걷고 있었지만, 혼자서 먼저 들어가지 않고 유정이 도착할 때까지 현관 앞에서 기다렸다. 그리고 유정이 다가오자 함께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거실 안엔 조씨 집안 어른들이 모두 모여 있었고, 유정을 보자 다들 반가워하며 인사를 건넸다.백림은 장손이자, 조철용의 가장 아끼는 손자였기에 그의 약혼녀인 유정도 늘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백림은 언제나처럼 고상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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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7화

유정은 주윤숙에게 조백림과는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주윤숙의 맑고 따뜻한 눈빛을 마주하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를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식당으로 향하던 중, 유정은 정서니와 마주쳤다. 서니는 유정을 보자 눈빛을 피했고, 못 본 척 고개를 돌려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척했다.역시, 그 뺨 한 대가 효과가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적어도 이제는 함부로 다가와 큰소리치는 짓은 못 하게 됐다.서니는 더 이상 유정에게 들이대지 못하게 되자, 그 대신 백림에게 가서 불평을 쏟아냈다.“오빠, 왜 또 그 여자 데리고 왔어?”백림은 겉옷을 벗고 얇은 회색 셔츠 차림으로 서 있었는데, 길고 곧은 피지컬, 시크한 분위기였다.“유정은 내 약혼녀야. 근데 내가 데리고 오면 안 될 이유가 있어?”차분하게 말하는 백림에 서니는 불쾌한 눈빛으로 말했다.“그 여자, 지난번 파티에서 직접 말했잖아. 자기는 오빠 안 좋아한다고, 오빠가 어떤 여자랑 같이 있어도 신경 안 쓴다고.”“그런데 왜 오빠는 아직도 그렇게 잘해줘?”백림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는데, 목소리에도 서늘한 날이 섞였다.“서니야, 네가 왜 유정한테 뺨 맞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 있어?”서니는 찡그리며 되물었다.“왜 맞은 건데?”“네가 멍청하고, 자기가 뭘 하는지도 모르니까.”백림은 싸늘한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학교 다닐 땐 성적 엉망이라 아버지가 부탁해서 겨우 졸업했고, 일하면서는 태도 불량에 게으르기까지 해서 몇 번이나 잘렸지.”“너 이력서 돌려도 받아주는 데가 없잖아. 그에 비해 유정은 어땠는지 알아?”“명문대 졸업, 우수한 성적, 졸업하자마자 회사 책임지고 홀로 운영하지. 걔는 모든 면에서 뛰어난 사람이야.”“똑같은 여자지만, 유정은 큰 뜻을 품고 살아가고, 넌 사랑 타령이나 하며 이간질이나 해대잖아. 그 차이가 얼마나 큰 줄 알아?”“그래서 유정이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난 걔를 내 약혼녀로 택한 거고, 너 같은 사람이 설령 나한테 죽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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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8화

주윤숙의 말에 마음이 동한 유정은 호기심이 생겼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다음에는 어떻게 됐어요?”주윤숙은 회상에 잠긴 눈빛으로 조용히 말했다.“그 후로 내가 조씨 집안에 시집을 왔고, 그때부터 그 사람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어. 우린 서로 떳떳했지만, 결혼한 이후부턴 나 하나의 문제가 아니더라고.”“내가 하는 말, 행동 하나하나가 두 집안 전체에 영향을 주게 되니까. 그 사람도 내가 멀어졌다는 걸 느꼈는지, 점점 자연스럽게 멀어졌어.”유정은 아쉬운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충분히 이해되는 말이었다.“앞으로 저도 조시안 씨와는 따로 연락하지 않을 거예요.”주윤숙은 애틋한 눈빛으로 유정을 바라보며 말했다.“백림이를 위해서, 네가 그렇게 아끼던 것들을 내려놓은 거, 나 알고 있어. 백림이는 지금 원망과 질투로 제정신이 아니지만, 언젠가는 깨달을 거야.”유정은 시선을 떨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늘 아버님께서 너랑 백림이 결혼식 날짜를 정했는지 물으셨어. 약혼한 지도 꽤 됐으니까.”주윤숙의 말에 유정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아직은 생각 안 해봤어요.”주윤숙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유정을 바라보았다.“괜찮아. 나는 네가 어떤 마음인 줄 알아. 그래서 조급하게 굴지 않을 거야.”“직접 와서 백림이랑 결혼하고 싶다고 말해 주기 전까지, 나는 절대 강요하지 않을 거야.”유정은 그 말을 듣고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울컥했는지, 진심을 담아 말했다.“감사드려요.”주윤숙은 잔잔하게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있는 한, 아무도 널 힘들게 하진 못해.”유정은 그 말을 전적으로 믿었는데, 주윤숙은 조씨 집안 안에서 입지가 단단한 사람이었다.어떤 일은 조철용조차 먼저 주윤숙과 상의한 후 조변우에게 전달할 정도였다. 그런 사람이 자신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해주는 건 단순한 위로가 아닌, 현실적인 보호였다.그로 인해 따뜻함을 느낀 유정과 주윤숙의 관계도 한층 더 가까워졌다. 둘이 한참을 이야기 나누는 와중에, 도우미가 다가왔다.“사모님, 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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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9화

“차라도 마시죠.”그렇게 말한 사람은 도우미를 불렀고, 곧 차와 다과, 과일이 조용히 정자 근처로 올라왔다.유정은 등을 기둥에 기대고 앉아, 등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조나단의 어머니, 백림의 숙모, 또 몇몇 당숙의 와이프들이 모여 수다를 떨고 있었다.대화 주제는 너무 뻔했는데, 서로 옷차림 평가하거나 자식 자랑, 남편 자랑, 그리고 결국엔 어김없이 빠지지 않는 남의 집 이야기였다.유정은 졸음이 올 만큼 흘려듣고 있었는데, 그 순간 귓가에 익숙한 이름이 들려왔다.“오늘 모임에 조시안은 왜 안 왔대요?”백림의 당숙 와이프가 무심하게 묻자, 유정은 눈을 뜨고 고개를 살짝 돌렸다. 이에 조나단 어머니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들으니까, 백림이가 다시는 저택에 못 들어오게 했대요!”또 다른 여자가 한마디 거들었다.“시안이도 참 안 됐네요. 태생 때문에 평생 고개 못 들고 살아야 한다니. 근데 그걸 백림이가 그렇게까지 몰아붙일 건 아니죠.”한 명이 혀를 차며 냉소적인 어조로 말했다.“백림이, 겉보기엔 점잖고 부드러워도, 속은 매정한 애예요. 걔 완전 자기 엄마 판박이더라니까요?”“도련님도 그걸 아는 거죠. 그래서 일부러 그쪽을 좀 소홀히 하는 거고!”조나단 어머니는 날카로운 말투로 끼어들었다. 원래부터 조씨 집안에서 백림네 집안을 부러워했다.주윤숙이 늘 조용히 행동하면서도 자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걸 질투해 왔던 사람이었으니까.“게다가 도련님도 그렇고 첩도 한심하긴 마찬가지예요. 차라리 본처랑 갈라서고 정식으로 들어오든가 하지, 맨날 그림자처럼 살잖아요.”“그러니까 그 아들까지 저렇게 미운 오리새끼 취급받는 거지!”그 말에 유정의 얼굴은 금세 창백하게 굳어졌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옮겨 다리 위에 섰다.이윽고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숙모님은 워낙 착하시니까, 작은아버님께서 밖에 두고 있는 여자분을 집에 모셔와서 자매처럼 지내보시는 건 어때요?”“제가 조만간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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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00화

일요일 저녁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사흘 내내 그치지 않았다. 기온은 연일 떨어졌고, 강성 도시는 회색빛 장맛비 아래 완전히 잠겼다.을씨년스러운 겨울이 예전보다 한발 먼저 다가온 느낌이었다.서은혜는 유정에게 전화를 걸었다.[아직도 호텔에 있는 거야?]에어컨 고장 때문이라는 핑계도 이제는 너무 궁색했고, 유정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호텔비를 한 달 치로 결제해 놓아서 안 들어가면 그냥 돈 버리는 거잖아요.”서은혜는 유정이 집에 들어오지 않으려는 걸 이해하지 못한 듯 말했다.[네 숙모가 좀 말이 거칠긴 해도, 그냥 안 들리는 척하면 되잖아. 그 사람 하나 때문에 집을 안 들어오는 건 좀 아니지 않니?]이에 유정은 담담히 설명했다.“집에 있으면 늦게 들어갈 때는 누구 깨울까 걱정되고, 일찍 들어가면 할아버지, 할머니랑 식사하면서 내 험담까지 들어야 하잖아요.”“회사에서 이미 하루 종일 시달리는데, 집에서도 피곤한 소리 듣고 싶진 않아요. 지금처럼 주말마다 엄마랑 아빠 보러 가면 충분해요.”서은혜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걱정스레 물었다.[그래도 계속 호텔에만 있을 수는 없잖아.]“회사 근처로 집 알아보고 있어요. 살 집 구하면 바로 이사 갈 거예요.”[그래, 요즘 날씨도 추운데 몸조심해.]“네, 알겠어요.”전화를 끊은 유정은 막 들어오던 비서를 보며 물었다.“집은 어떻게 됐어요?”“지난번 마음에 들어 하셨던 집, 집주인이 갑자기 안 팔겠다고 해서요. 그래서 지금 다시 알아보는 중이에요.”이에 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좀 서둘러 줘요.”“네.”이틀 뒤, 비서는 새로 매물 하나를 찾아 사진을 보내왔는데, 70평에 방 4개짜리였다.인테리어도 유정의 취향에 맞았고, 위치도 꽤 괜찮았다.비서는 사진을 넘기며 웃으며 말했다.“이 집은 원래 투자용으로 산 거라 실제로 사람이 한 번도 살지 않았대요.”그 말에 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이걸로 하죠.”“그러면 오늘 오후에 가보실래요? 직접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유정은 일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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