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3641 - Chapter 3650

3678 Chapters

제3641화

시안은 늦은 밤, 급히 저택으로 돌아왔다. 거실에는 여경이 난로를 안고 앉아 있었다. 얼굴엔 어딘지 모르게 온화한 미소가 떠 있었고, 말투 또한 다정했다.“2층에 올라가 봐. 엄마가 너한테 줄 선물이 있어.”시안의 눈빛이 반짝이며 물었다.“무슨 선물이요?”여경은 희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난로 표면의 무늬를 어루만졌다. 눈매는 부드러웠지만, 눈동자 깊숙한 곳에는 서늘한 기운이 도사리고 있었다.“가보면 알아. 네 방에 있어.”여경은 잠시 뜸을 들인 후 덧붙였다.“마음 약해지지 마. 기억해. 이건, 네가 받아 마땅한 거야.”시안은 뭔가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계단을 올랐다.방문을 열자, 어두운 조명 아래 침대 위에 누운 여자의 실루엣이 드러났다. 이윽고 그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긴 머리카락을 걷어냈다.그 얼굴을 보는 순간, 시안의 숨결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온종일, 아니 그보다 더 오래도록 그리워하던 얼굴. 유정이었다.유정은 옆으로 몸을 돌린 채 누워 있었고, 한쪽 팔은 침대 기둥에 가늘고 단단한 밧줄로 묶여 있었다.눈은 꼭 감겨 있었고, 니트 소매 아래로 보이는 목덜미엔 선명한 멍 자국이 남아 있었다.옆의 협탁에는 이미 사용된 주사기가 놓여 있었다. 시안은 손을 뻗어 그녀의 목덜미 위 멍을 조심스레 어루만지다,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칠성.”시안은 낮고 애타는 목소리로 칠성의 이름을 불렀다.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여경이 들어왔고, 그녀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지금은 아직 손을 풀지 마. 깨어날 수도 있으니까.”그러나 시안은 불쾌한 얼굴로 물었다.“지금 상태 괜찮은 거예요?”“죽진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여경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하고 싶은 거 있으면 지금 해. 깨어나도 이 일, 아무한테도 말 못 해. 알잖아,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지.”여경은 덧붙일 말도 없이 문을 닫고 나갔다.방 안은 더욱 어둠에 잠겼고, 시안은 천천히 유정의 허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남자의 시선은 흐려졌고, 호흡은 점점 거칠어졌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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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2화

장의현은 단호하게 말했다.“이건 분명 계획적인 일이에요. 누군가 고의로 CCTV를 망가뜨렸어요. 유정을 노린 거라고요.”조백림은 조급한 마음을 꾹 눌렀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 뒤, 곧장 몸을 돌려 밖으로 나섰다.남자의 다리는 길었고 걸음은 엄청나게 빨라, 의현은 거의 뛰다시피 쫓아가며 물었다.“혹시 누가 그런 건지 알고 있어요?”“아니요.”백림은 냉정하게 대답했다.“의현 씨는 먼저 호텔로 돌아가요. 제가 유정이 찾으면 연락할게요.”“말도 안 돼요! 어떻게 가만히 기다려요!”쾅! 백림은 의현의 말을 자르듯 차 문을 세차게 닫았고, 차량은 그대로 어둠속으로 사라졌다.거리 한복판에 남겨진 의현은 이를 악물며 중얼거렸다.“진짜 싸가지 없는 자식!”한편, 여경은 거실 소파에 앉아 애완묘에게 사료를 주고 있었다.그 순간, 문이 벌컥 열리며 조백림이 들이닥쳤다. 남자는 아무런 말도 없이 도우미를 밀치고 집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왔다.“조백림?”여경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곧 평정을 되찾은 듯 자연스럽게 웃으며 말했다.“무슨 일이야? 이런 밤에 웬일이니?”백림의 시선은 집 안을 스캔하다가 2층을 향해 멈췄다.“아버지, 여기 계세요?”여경은 속으로 안도하며 천천히 대답했다.“아니? 며칠 전부터 오시지도 않았는데.”그러나 백림의 눈빛은 어두웠다.“운전기사는 아버지를 오늘 이쪽에 모셔다드렸다고 했어요. 급한 일이 있어서 직접 찾아봬야 해요.”백림이 말을 마치자마자 2층으로 향했다.“조백림!”여경은 바로 백림을 따라 올라가려 했지만, 백림의 수행원이 둘 앞을 막아섰다.“뭐 하는 짓이에요? 여긴 제 집이에요. 이건 주거침입이고 인신 감금이에요. 경찰 부를 거예요!”그러나 수행원들은 아무 말없이 냉담한 표정만 지었다.그 사이, 백림은 2층에서 도우미 하나를 붙잡고 물었다.“조시안 방, 어디죠?”도우미는 그의 날 선 기색에 겁먹은 얼굴로 떨며 한쪽을 가리켰다.“저, 저 방이에요!”백림은 곧장 달려가 문을 밀어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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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3화

[드디어 전화를 받았네. 유정이 찾았어요? 경찰 부를까요?]장의현은 눈물을 글썽이면서 묻자, 조백림은 잠시 뭔가를 생각하다가 이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신고하지 말아요. 내가 찾았으니까.”유정을 찾았다는 말에 의현은 놀랐다가 바로 물었다.[유정은 어때요? 지금 어디예요?]“괜찮아요. 일단 집으로 데려가는 중이니까, 의현 씨는 호텔로 돌아가요. 내일 연락할 테니까.”[난 유정을 직접 보고 싶어요.]그러나 의현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전화는 끊겼고, 그녀는 분해서 휴대폰을 던질 뻔했다.조백림은 계속해서 유정을 품에 안고 있었다. 백림이 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였다.첫째, 유정에게 실제적인 상처가 없었다. 둘째, 신고가 접수되면 여경이 끝까지 물고 늘어져 이 일을 세상에 퍼뜨릴 것이 분명했다.조시안에게 당했다는 낙인은 평생 유정을 따라다닐 것이었다. 지금은 서로 약점을 쥔 셈이라, 여경도 함부로 입을 열지 못하기도 했다.백림은 품에 안긴 유정을 바라보며 손끝으로 여자의 이마와 눈썹을 어루만졌다. 얼굴을 살짝 맞대니, 문득 자신이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절감했다.백림은 유정을 망강 아파트로 데려왔다. 침대에 눕힌 뒤, 따뜻한 물수건으로 얼굴과 상반신을 가볍게 닦아주었다.목덜미의 멍 자국을 보자 분노가 치밀어 올라 잠시 숨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 모든 정리를 마친 그는 침대가에서 좀처럼 떨어지지 못했다.방금 일까지 겹치니 한순간도 곁을 비우기가 싫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신발을 벗고 침대에 올라가 유정을 가만히 끌어안았다.익숙한 향기, 익숙한 온기. 두 사람이 이곳에서 나누었던 수많은 순간이 파도처럼 밀려왔다.그때 유정은 품에서 환하게 웃곤 했다. 여자는 자신에게 따뜻하다고 말하며 먼저 입맞춤을 하고, 해가 방안으로 스며들면 반짝이는 눈빛으로 인사를 건넸다.이 모든 것이 그저 한때의 호감이었을까? 도대체 언제, 아무런 징조도 없이 마음이 떠나 버린 걸까?백림은 몸을 웅크려 유정의 어깨에 이마를 대고는 어둠 속에서 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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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4화

다음 날, 유정이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훤히 밝은 아침이었다. 여자는 눈을 뜨자마자 벌떡 일어나 앉았고, 눈빛은 당황에서 멍함으로 변해갔다.익숙한 방이 눈에 들어오자, 머릿속은 순간적으로 텅 비었고, 시선은 멍해졌다.‘망강 아파트?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어젯밤, 누군가에게 기절 당했고, 그 후로는 계속 혼수상태였다.‘설마 날 기절시킨 사람이 조백림? 걔가 날 여기에 데려다 놓은 이유는 대체 뭘까?’고개를 숙여보니, 자기 옷은 온전히 입혀져 있었고, 방 안에도 오직 자신뿐이었다.어제 맞았던 어깨와 목덜미 쪽이 조금만 움직여도 욱신거렸고, 은은한 약 냄새가 났다. 손으로 만져보니 끈적거리는 게, 멍을 가라앉히는 연고 같은 게 발라져 있는 것 같았다.‘이게 무슨 일이지?’유정은 고개를 돌려 휴대폰을 찾았는데, 침대 머리맡에 놓인 게 보이자, 재빨리 손을 뻗어 집어 들었다.아직 전원을 켜기도 전,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유정은 침대에서 일어나 안방을 나섰고, 무의식적으로 사방을 둘러봤으나, 백림의 모습은 없었다. 백림은 여기 없었다.‘그렇다면 누가 나를 데려온 걸까?’초조한 초인종 소리가 머릿속의 의문을 끊어냈고, 유정은 급히 문 앞으로 달려갔다.문을 열자, 장의현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유정을 보자마자, 그녀는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고, 달려와 유정을 껴안았다.“꼬마 요정, 진짜 나 심장 멎는 줄 알았어. 밤새 한숨도 못 잤다니까.”“이 다크서클 좀 봐봐!” 의현은 자신의 눈가를 가리키자, 유정은 고개를 기울여 자세히 봤다. “어디?”이에 의현은 억울하다는 듯이 나무랐다. “지금 농담할 기분이야?”유정은 가볍게 숨을 내쉬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 있었던 거야?”의현은 분한 듯 말했다. “너 납치당했어!”그 말에 유정은 즉시 고개를 홱 돌렸다. “조백림이 한 짓이야?”의현은 순간 당황했지만 곧 말했다. “아니야. 내가 그 사람한테 전화한 거야. 널 못 찾겠어서 너무 다급했거든. 강성에서 아는 사람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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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5화

유정의 얼굴이 순간 하얘졌다. 놀람과 두려움, 실망이 한꺼번에 몰려와 가슴 깊숙이 내려앉았다. 잠시 숨을 고른 뒤, 그녀는 낮게 말했다.[고마워. 날 구해줘서.]“고맙긴. 아직 넌 내 약혼자잖아. 널 지키는 건 당연한 일이지.”백림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속에 묘하게 눌린 감정이 깃들어 있었고, 유정은 눈을 떨궜다.[그러면 이만.]전화를 끊은 뒤, 유정은 천천히 소파에 몸을 기대었다. 표정은 여전히 가라앉아 있었고, 어두워진 눈빛이 방 안에 드리워졌다.장의현이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무슨 일이야? 누가 널 납치한 거야?”유정은 백림과 조시안, 그리고 자신 사이에 있었던 일을 처음부터 설명했다. 얘기를 마친 후에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조시안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의현은 눈빛을 흘기며 말했다.“원래부터 속이 검었을지도 몰라. 유신희랑 약혼하고 나서는 백림을 증오했겠지. 그래서 널 이용해서 복수하려 한 거야.”의현은 냉소적인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너랑 백림 씨 헤어진 거, 그 사람들도 알고 있었을 거야. 어젯밤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났으면, 네가 입도 못 열 거라는 계산도 했겠지.”“도련님이 될 뻔한 사람과 그런 일이 생겼다면, 두 사람 모두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이 될 테니까.”그리고 유씨 집안과 조씨 집안의 관계도, 이제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을 터였다.“진짜, 악질이다.”의현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백림 씨한테 그 모자 얘긴 물어봤어? 그 여잔 지금 어떻게 됐는지?”유정은 아까 정신이 없어서 묻지 못했던 걸 떠올렸고, 이내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백림 씨가 가만둘 리 없어.”의현이 단언하듯 말했다.유정은 예전에 시안을 따라 그 여자를 만났던 일을 떠올렸다.그땐 여경이 조변우의 내연녀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여경은 겉보기엔 다정하고 친절했지만, 묘하게 불편한 기분이 따라붙었었다.지금 생각해 보면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 남의 남편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오랜 시간 관계를 유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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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6화

주말, 청원.소희는 점심때 한 시간쯤 눈을 붙였다. 깨고 보니 휴대폰엔 임구택이 보낸 메시지가 잔뜩 쌓여 있었다. 어제 출장을 떠난 그 남자는 오늘 밤이면 돌아올 예정이었다. 하루도 채 안 떨어져 있었는데도, 마치 오래 떨어진 사람처럼 사소한 것까지 꼬치꼬치 물어왔다.메시지를 돌려보낸 뒤, 오영애 아주머니가 갓 고운 잉어즙을 반 공기 떠다 주었다.그리고 소희는 그것을 먹고 서재로 가 설계 도면을 그리기 시작했다. 막 자리에 앉았을 때, 오영애 아주머니가 다시 들어와 작은 다과를 내밀었다.“이것도 좀 드세요. 이따가 사장님께서 댁에 오셔서 작은 사모님 마른 얼굴 보시면 마음 아파하실 거예요.”“그 사람은 어제 나갔고 오늘 밤이면 돌아와요.”소희는 난감한 얼굴로 강조했으나, 오영애 아주머니는 다정하게 웃었다.“사장이 어제부터 지금까지 저한테만 전화를 일곱 통이나 하셨어요.”이에 소희는 할 말을 잃었다.“걱정하실 만도 해요. 벌써 오 개월이 넘었는데도 티가 안 나잖아요.”오영애 아주머니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소희는 여전히 가녀린 몸이었고, 볼만 살짝 살이 오른 정도였다. 헐렁한 롱 원피스를 입고 의자에 앉아 있으면 다섯 달 차라는 사실을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였다.“의사 선생님이 아기만 건강하면 된다고 하셨어요. 제 체중은 크게 상관없대요.”소희가 배를 살짝 쓸어내리며 부드럽게 웃었다.“저녁엔 뭐가 드시고 싶으세요?”“방금 잉어즙을 먹어서 아직 안 배고파요. 배고프면 말씀드릴게요.”“네, 알겠어요.”오영애 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나섰다.아주머니가 채 나가기도 전에 설희와 데이비드가 서재로 달려 들어왔다. 두 마리 모두 소희의 치맛자락을 살짝 물고는 밖으로 나가자고 졸라댔다. 살금살금 힘을 빼고 몸을 비비 꼬며 애교를 부렸다.결국 소희는 도면을 덮고 두 마리와 함께 언덕 산책길에 나서기로 했다. 밖으로 나선다는 말을 듣자 오영애 아주머니는 기다렸다는 듯 긴 롱패딩을 들고 와 입혀 주었다. 또한 목도리도 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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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7화

성연희가 웃으며 말했다.[오늘 밤 다 같이 모일까? 장시원 오빠한테 조백림도 부르라 하고, 나는 유정에게 연락할게.]소희가 부드럽게 대답했다.“임구택한테는 내가 얘기할게.”성연희는 모임을 더 북적이고 싶어서 구은정과 임유진도 초대했다. 강아심과 강시언까지 부르고 싶었지만 두 사람은 강성에 있지 않아 포기했다.곧 해가 저물었고, 주말이라 유진은 집에 머무르고 있었는데, 은정에게서 전화가 오자 외출 채비를 했다.방을 나서던 유진은 계단을 내려가려던 임유민과 마주쳤다.“맨날 붙어 있더니 주말에도 또 데이트야?”유민이 유진을 훑어보며 묻자, 유진은 경쾌한 걸음으로 아래층으로 향했다.“소희랑 연희 언니가 모인대. 나도 끼려고.”유진은 뒤돌아 유민을 바라보았다.“같이 갈래?”이에 유민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어깨를 으쓱했다.“내가 거길 왜?”유진이 눈을 가늘게 접었다.“아이들 보러 가는 거지. 너랑 요요 한 테이블에 앉히면 되잖아.”유민은 고개를 돌리며 흘겨보았다.밖에선 은정의 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유진이 조수석에 타자마자 은정이 몸을 기울여 턱을 살짝 잡았다.유진의 또렷한 눈동자가 도르륵 굴러가는 순간, 뒤쪽 문이 열리더니 유민이 올라탔다.이에 은정은 아무렇지 않은 듯 손을 거두고, 유진의 안전벨트를 채워 주었다.“유민이도 가는 거야?”유진이 웃었다.“유민이가 베이비 시터 해 준대요.”유민이 인사했다.“은정이 형!”이에 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방학은 했니?”“곧 해요.”유민이 살짝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형, 언제쯤 한가해져요?”“연말쯤은 돼야 할 것 같은데.”은정이 시동을 걸며 물었다.“근데 왜?”유민의 눈이 반짝였다.“사격 좀 배우고 싶어서요.”이때 유진이 곧장 끼어들었다.“방학이면 나랑 시간 보내야지, 형이 어떻게 가르쳐. 삼촌한테 부탁해.”“삼촌이 시간이 있을 것 같아?”유민이 비꼬듯 쳐다보았고, 유진은 의자에 기대 뒤돌아 장난스럽게 웃었다.“그러면 소희한테 배워달라고 해. 삼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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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8화

“임유민!”임유진은 얼굴까지 달아오르며 부끄러움과 분노에 휩싸인 채, 손에 잡히는 걸 들어 동생에게 던졌다.구은정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고, 짙은 눈동자엔 웃음기가 가득했다.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다른 손으로 유진을 다시 자리에 앉히며 말했다.“괜찮아. 나도 같은 생각 했는걸.”이에 유진은 볼이 붉게 물든 채 시선을 흘리다가 결국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고 말았다.넘버 나인에 도착하자 마침 장시원과 우청아가 요요를 데리고 도착했다. 입구에서 마주친 일행은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요요는 귀엽고 달콤한 목소리로 임유민을 찾았다.“유민 오빠!”유민은 무릎을 굽히며 손을 내밀었고, 요요는 조그만 발로 총총 달려와 남자의 품에 안겼다.건장한 소년 품에 안긴 작은 요요는 마치 말랑한 찹쌀떡처럼 귀엽기만 했다.해가 저문 저녁 바람 속에 퍼진 요요의 까르륵 웃음소리에 주변 분위기도 덩달아 화사해졌다.청아는 연한 분홍빛 코트를 입고 시원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요요도 오빠가 생겼네.”시원은 청아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부드럽게 웃었다.“유민이는 듬직한 오빠가 될 거야.”은정과 유진도 다가왔고, 모두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안으로 들어갔다.유진이 요요를 안아보려 하자, 유민은 요리조리 피하며 말했다.“요요야, 우리 이모한테 안 안기기로 하자!”이에 유진이 발끈했다.“임유민, 다음 주말에 사격 배우고 싶으면 그렇게 말하지 마!”유진이 성큼성큼 따라붙자, 유민은 요요를 안은 채 성큼성큼 앞으로 걸었다. 요요는 두 사람의 장난에 깔깔 웃으며 그 웃음소리가 넘버 나인 정원을 울렸다.모두가 방 안으로 들어서자, 연희, 노명성, 조백림 등이 이미 도착해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요요를 보자 연희가 기분 좋게 웃으며 다가와 손을 내밀었으나, 요요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엄마가 그랬어요. 예쁜 연희 이모 배 속에도 아기가 있어서 요요 안으면 안 된대요. 아기 다칠 수도 있대요!”연희는 검정과 남색이 섞인 스트라이프 롱드레스를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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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9화

조백림은 차를 음미하며 입술을 살짝 다물었다. 붉은빛이 감도는 얇은 입술이 살짝 말려 올라가며, 냉소 섞인 말이 흘러나왔다.“내가 그렇게 한심해 보이나?”장시원은 웃으며 임구택을 바라보았다.“내기할래? 결국엔 쟤 문 앞에 서서 사과하게 될걸.”구택은 소파에 등을 기대고 느긋하게 웃으며 말했다.“뭘 걸 건데?”“네가 지면, 나중에 형 딸이 나를 시원아빠라 부르게 하고, 형이 이기면, 우리 둘째가 널 구택아빠라고 부르게 하면 되지.”둘째라는 말에 구택은 한쪽 눈썹을 들어 올렸다.“둘째라고? 어디 있는데?”시원은 아주 여유롭게 웃어 보였다.“형 둘째보다야 빨리 나올 거니까 그건 걱정하지 말고.”이에 백림이 옆에서 낮게 말했다.“그 내기, 나랑 상관없는데 왜 날 걸고 넘어지지?”구택은 담담히 웃었다.“시원이 확신하는 거지. 넌 결국 밖에서 한참 서 있게 될 거라고.”너무 당연하다는 듯 하는 말에 백림의 눈빛이 더 싸늘해졌다.“그럴 일 없어.”“그러면 계속 버텨. 끝까지 버티면 내가 이기는 거니까.”시원은 여우 같은 웃음을 지으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셋 다 술은 손도 대지 않았다. 은정은 밤에 유진을 데려다줘야 했고, 그래서 이번엔 다들도 술 대신 차를 선택했다. 그렇게 어느새 넘버 나인은 찻집 분위기가 되었다. 차 몇 잔을 들이켠 뒤, 시원이 백림을 향해 말했다.“쓸데없는 자존심 부리지 말고, 그냥 가서 사과해. 남자가 먼저 고개 숙이는 거, 전혀 창피한 일 아냐.”그러나 백림은 찻잔의 가장자리를 손끝으로 살짝 문지르며 낮게 말했다.“그건 사과의 문제가 아니니까.”한편, 연희도 유정에게 조심스레 물었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파혼 얘기까지 나온 거야?”유정은 그날 밤 봤던 장면이 아직도 마음을 찌르는 듯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지난 일이라 다시 얘기하고 싶지 않아.”연희는 어두운 얼굴의 백림을 흘깃 바라보고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예전엔 관심 없었으니까 참고 넘겼고, 이제 마음이 생기니까 더는 못 참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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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0화

임구택은 두 임산부를 위해 야식을 주문했다. 소희와 성연희가 따끈한 야식을 먹고 있을 때, 우청아가 다가와 유정 옆에 자리를 잡았다.청아는 보드라운 니트 스웨터를 입고 있었는데. 본래의 온화한 분위기에 한층 차분함이 더해져 있었다.“사실 네 마음이 제일 이해돼.”청아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처음에 나도 시원 오빠를 믿기 어렵더라. 언젠가 오빠 마음이 나한테만 머무를까, 자신이 없었어.”유정은 잔을 들어 한 모금 삼켰다.“그래도 시원 오빠는 결국 해냈잖아.”이에 청아의 눈빛이 맑게 빛났다.“백림도 해낼 거야. 아직 자기 마음을 분명히 보지 못했을 뿐이야.”유정은 고개를 저었다.“그 사람이 깨달을 때까지 기다릴 시간 없어.”마음을 돌이켰다고 해도, 이미 자신은 너덜너덜해져 있을지 몰랐다.청아는 백림 쪽을 한 번 바라보았다.“저 사람도 썩 기분 좋아 보이진 않아.”이에 유정이 코웃음을 쳤다.“처음으로 여자가 자기 통제에서 벗어났으니 불편하겠지.”“저런 남자들, 사랑하지 않으면 미련 없이 놓아.”청아는 차분히 말했다.“쉽게 못 놓는 건 분명 이유가 있어.”“지금은 시원 오빠 믿어?”“응.”청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적어도 이 순간은, 그 사람이 나를 정말 사랑한다고 확신해.”“근데 왜 아직 결혼 안 했어?”유정은 고개를 기울였다. ‘요요도 벌써 이만큼 자랐는데.’그 말에 청아는 숨을 길게 내쉬며 웃었다.“결혼은 내가 그 사람에게 진 빚부터 갚고 해야지.”“빚이 있다고?”“아빠가 진 것도 있고, 내가 작업실 차리면서 쓴 것도 있고. 나는 전부 기록해 뒀어.”이에 유정은 미간을 좁혔다.“혼자서 요요를 임신해서 낳았고, 2년을 홀로 키웠어. 그 빚이라는 건 시원 오빠가 너에게 져야 하지 않아?”청아의 눈동자에 단단한 빛이 어렸다.“그건 내 선택이었어.”유정은 어깨를 으쓱하며 잔을 기울였다. 서로 남 일에는 조언을 잘하면서, 막상 자신 일에는 헤매고 있다.그때 소희와 성연희가 야식을 가져왔고, 연희가 손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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