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3651 - Chapter 3660

3690 Chapters

제3651화

유정은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서은혜는 말을 흐리며 구체적인 이유는 끝내 밝히지 않고, 그저 최대한 빨리 집으로 돌아오라고만 했다.이에 유정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소희와 성연희에게 조심스럽게 양해를 구했다.사실 오늘 이 자리는 모두가 예상했듯, 조백림과의 화해를 위한 자리가 분명했다. 그런데 정작 유정이 먼저 자리를 떠야 하게 된 것이다.소희가 시계를 보고 말했다.“우리도 슬슬 가야 해. 급한 일 있으면 먼저 가. 다음에 또 보자.”유정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가방을 챙겨 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문을 여는 순간, 마침 담배를 피우고 돌아오던 백림과 마주쳤다.눈이 마주친 둘은 동시에 시선을 피했고, 유정은 몸을 살짝 틀어 그와 어깨를 스치듯 지나쳤다.백림은 어두운 눈빛으로 유정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리고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섰다.소파에 앉자 임구택이 한쪽 눈썹을 올리며 말했다.“보고도 못 본 척하고 앉아 있냐? 안 따라가?”그러나 백림은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무심히 손안의 라이터를 굴렸다.“이젠 할 말도 없어서.”이에 시원이 라이터를 낚아채듯 가져가며 가볍게 나무랐다.“뭐 하는 거야? 술도 안 마신 거, 데려다주려고 그런 거 아니었어? 그만 버티고 가!”구택도 웃으며 거들었다.“여기에 우리뿐인데, 누가 널 비웃겠냐?”“맞아.”시원이 장난스럽게 말했다.“다 겪어본 사람들인데 누가 누굴 놀리겠냐고?”백림은 입꼬리를 비틀며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러면 먼저 갈게. 계산은 해놨고 오늘 고마웠어.”“이런 인사치레는 됐어. 유정이 벌써 집 도착했겠다.”시원이 웃으며 등을 떠밀 듯 말했다.이에 백림은 미간을 한 번 찡그리더니 고개만 끄덕이고 자리를 떠났다.연희는 백림이 급하게 사라지는 걸 보며 소희에게 눈짓했다.“이거, 아직 마음 남았네.”소희는 담담히 웃었다.“마음이 안 식었으니, 당연히 끝난 게 아니지.”유정은 입구에서 대리기사가 차를 가져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Read more

제3652화

유정은 입술을 꼭 다물었다.“왜 파혼하지 않겠다는 거야? 잘 시작했으면 깔끔하게 끝내는 게 맞잖아. 여기까지 왔는데 서로 더 상처를 줄 필요가 있나?”조백림은 한 번 삼킨 뒤 낮게 반문했다.“그게 나한테 공평해?”백림은 고개를 돌려 유정을 바라보았다. 눈은 벌겋게 충혈됐고, 그 속에서 작게 불꽃이 일렁였다.“나한테 마음 한 점도 없었다면 그날 성당에서 청혼은 왜 받아들였어?”“파리에서 내 손잡고 걸을 때, 내가 늦게 돌아온 날 네가 보고 싶었다고 말할 때, 그 순간 넌 무슨 생각을 했는데?”“우린 애초에 연인 행세를 하자고 계약했지. 하지만 계약서 어디에도 날 사랑하는 척하라는 조항은 없었어.”유정은 그 요염하게 붉어진 눈빛을 마주 보다가 잠시 얼어붙었다.백림은 허스키한 목소리로 힘주어 말했다.“난 네가 날 사랑한다고 믿었어. 그래서 나도 진심을 내줬다고.”“나도 진심이었어!”유정은 마주 보며 말했고, 어느새 눈가가 뜨거워졌다. 이내 그녀는 시선을 돌리고 낮게 속삭였다.“그래서 더 무서워.”그 말을 끝내자마자 문을 열고 내려섰다. 백림은 창밖으로 점점 멀어지는 유정의 어깨를 바라보다 눈을 질끈 감았다.유정은 정원으로 성큼성큼 걸었다. 가슴은 쓰리고, 작은 절망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차라리 백림이 여전히 가벼운 사람이라면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속이며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그런데 백림이 방금 본인도 진심이었다고 한 사실이 웃기고도 슬펐다.유정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눈물을 삼켰다. 잠시 뒤 다가온 도우미가 보이자, 깊게 숨을 들이쉬고 불이 환하게 켜진 본채로 향했다.거실 문을 열자마자 묘한 긴장감이 전해졌는데, 신희 아버지 뻬고 모두 모여 있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중앙 소파에, 유신희는 창백한 얼굴로 할머니 품에 기대 있었고, 옆에는 조엄화가 굳은 얼굴로 앉아 있었다.서은혜가 유정을 보자 곧장 다가왔다.“밖에 춥지 않니?”“괜찮아요.”서은혜는 슬쩍 눈짓했다.“무슨 말을 들어도 흥분하지 마.”유정
Read more

제3653화

“유정아, 상황이 어떻든 간에 지금 조시안은 유신희의 약혼자야. 너도 좀 자제해야 하는 거 아니야?”“너희 둘 관계가 이렇게 모호하면, 우리 신희는 어쩌란 말이니? 너야 망신당해도 상관없겠지만, 우리는 체면이 있다고!”조엄화가 못마땅하다는 듯 쏘아붙이자, 서은혜가 화를 참지 못하고 맞받았다.“우리 유정이는 절대 그런 아이 아니야. 의심되면 조시안 불러서 직접 물어보든지!” 이에 신희는 눈시울을 붉히며 흐느껴 말했다.“시안 씨가 오면 당연히 언니 편만 들겠죠.”그 말에 조엄화는 턱이 떨릴 만큼 격분했다.“형님네 딸이 조씨 집안 형제랑 얽혀선 안 될 관계를 만들고, 왜 우리 신희까지 휘말리게 하는 거예요?”“유정아, 당장 조백림 찾아가서 말해. 우리 신희 조시안이랑 파혼하겠다고!”유정은 오히려 침착하게 말했다.“숙모가 이 혼사를 원하지 않으시면 직접 가서 말씀하세요. 지금 한 말을 조씨 집 사람들 앞에서 똑같이 말해보시죠.”“난 차라리 일이 커지는 게 좋아요. 일이 커지면 진실도 드러나니까요.”조엄화가 눈을 가늘게 뜨고 날카롭게 물었다.“무슨 진실?”“그러니까요. 진실도 모른 채 뭐가 그리 분노에 차서 고함만 지르세요?”유정은 조엄화를 지나쳐 신희를 바라봤다.“그만 좀 울어. 착한 척하지 말고, 지금 당장 조시안 찾아가서 정확히 물어봐. 그 사람이 왜 다쳤는지, 직접 확인해.”“다 확인하고 나서 나한테 뭐라 해도 늦지 않아.”그 말을 끝내고 유정은 돌아서서 나가려 했으나, 뒤에서 조엄화가 분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아버님, 어머님, 신희가 이렇게 큰 모욕을 당했는데 가만히 계실 거예요?”서은혜는 단호히 말했다.“유정이 말이 맞아요. 우선 사실부터 제대로 확인해야죠. 어쨌든 우리 유정이가 조시안이랑 뭔가 있는 건 절대 아니에요.”“우리 신희가 자기 귀로 들은 건데, 그게 거짓일 수 있겠어요?”조엄화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현관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온 유정은 서은혜의 손목을 잡고 말했다.“자는 척하는 사람은 아무리 불러도 안
Read more

제3654화

조백림은 별장으로 돌아와 거실 소파에 앉았다. 담배를 찾으려고 서랍을 열었지만, 눈에 먼저 들어온 건 안에 넣어 두었던 사진 뭉치였다.그날 유정에게 보여준 뒤 이 서랍에 던져 놓고는 한 번도 손대지 않았던 사진이었다.다시 꺼내 첫 장을 펼쳤는데, 서선혁과 유정이 껴안고 있는 장면이었다. 조명이 어두워 서선혁의 뒷모습만 보였고, 유정은 고개를 약간 들고 어딘가 웃고 있는 듯했다.이에 백림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사진을 다시 넣으려던 찰나, 시선이 한 곳에 멈췄다.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나머지 사진들과 비교하더니, 이내 그 배경이 케이슬이라는 걸 확신했다.사진이 찍힌 각도를 보니 몰래 찍힌 건 아니었다. 즉, 그 자리에 다른 사람도 있었단 뜻이었다.백림은 시간 순서를 되짚어보다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급히 휴대폰을 꺼내 소강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시간이 늦어 자고 있었는지 강희의 소리는 흐릿했다.[미스터 임?]“강희 씨,10일 전쯤 동창모임을 케이슬에서 했었나요?”[어, 네.]“정확히 며칠이었는지 기억나요?”[잠깐만요.]강희가 핸드폰을 확인하더니, 입을 열었다.[5일이요.]이때, 백림의 머릿속이 쾅 울렸다.5일, 그가 출장을 떠난 바로 그날이었다. 출발 전에 잠깐 케이슬에 들렀던 기억이 떠올랐다.그렇다면 유정도 그 시간에 그곳에 있었단 뜻이었다.갑자기 떠오른 건 그날 기은미와 하마터면 키스할 뻔한 사실이 떠올랐다. 두 사람이 서로를 껴안고 있었던 그 장면이 생각나자, 백림의 심장이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그는 전화를 끊자마자 곧장 케이슬의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었다.신호음이 세 번 울리도록 받지 않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던 백림은, 전화를 끊고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밖으로 나갔다.차를 몰고 곧장 케이슬로 향했고, 가는 중에 매니저에게서 전화가 왔다.“5일 밤, 7705호실 복도 CCTV를 찾아요. 지금 가는 중이니까.”매니저는 무슨 일인지 몰랐지만 급히 알겠다고 답했다.운전대를 잡은 백림의 머릿속은 뒤죽박죽
Read more

제3655화

그날, 유정은 전부 다 알고 있었다.출장 중이던 조백림이 전화했을 때, 유정은 단지 알았다고만 말했고, 그 뒤로 어떤 질문도 하지 않았다.그때 백림은 이미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어야 했다.그 후, 유정은 그와 자신은 같은 길을 걷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자신이 원하는 건 순수한 감정이라고, 백림을 성준과 똑같은 사람이라고 비난했다.백림은 그때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진심일수록 더 무서운 법이야.”그제야 지금, 모든 게 차분해진 지금에서야 백림은 유정이 했던 말들이 어떤 뜻이었는지 깨닫기 시작했다.그날 밤, 유정은 분명 몹시 괴로웠을 것이다.기침하면서 눈물을 흘리던 얼굴이 떠오르면, 백림의 가슴은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로 아파왔다.그런데 하필 그날, 백림은 유정에게 더 큰 오해만 남긴 채 출장 중이었다.그 후 백림은 사진 한 장에 휘둘려 유정이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돌아섰다고 믿었고, 분노에 휩싸인 그는 잔인할 만큼 복수했다.사실 단순한 복수만이 아니었다. 남자는 유정에게 상처를 주는 모욕적인 말들을 끝도 없이 쏟아냈다.이 수많은 것들이 머릿속에서 지나가자, 백림은 눈을 감고 차에 몸을 기댄 채 머리를 뒤로 젖혔다.‘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백림은 유씨 저택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고, 별장으로 돌아갔을 땐 이미 동이 틀 무렵이었다.소파에 다시 주저앉아 담배를 꺼냈지만, 라이터는 아무리 해도 불이 붙지 않았다. 끝내 그것을 내던졌고, 테이블을 발로 차 뒤엎었다.새벽의 고요함은 테이블이 엎어진 소리에 의해 깨졌다.백림은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얼굴을 감쌌다. 가장 걷어차고 싶은 건,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었다.그 모든 고통 끝에, 백림의 마음엔 한 줄기 희망이 피어올랐다.그날 유정이 기은미와의 키스를 보고 그렇게 괴로워했다는 건, 그만큼 자신을 신경 쓰고 있었다는 뜻이었다.유정은 서선혁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백림 자신이라는 생각에 끊임없이 마른침을 삼키며 창밖을 바라보았다.백림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발
Read more

제3656화

새벽안개는 점점 짙어졌고, 떠오르는 햇빛조차 창백하고 힘을 잃은 듯했다. 바람 한 점 없는 차가움은 뼛속까지 스며들 만큼 매서웠다.유정의 긴 속눈썹 끝엔 물방울이 맺혔는데 맺혀, 마치 눈물처럼 반짝였다. 그녀는 이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돌아가. 시간 잡아서 어른들하고 파혼하는 거 정리해. 이제 너를 미워하지 않아.”“너도 나를 더 이상 원망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마주쳐도, 그냥 편하게 인사할 수 있을 거야.”그 말을 끝낸 뒤, 유정은 돌아서서 도로 건너 먼 곳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유정아!”백림이 쉰 목소리로 불렀다.“너 나 사랑하지? 아니면 그렇게 신경 쓰고, 그렇게 아프진 않았을 거야!”유정의 걸음이 잠시 멈췄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계속 걸어갔다.“그날 밤, 나 기은미랑 같이 있던 거 아니야.”백림은 낮게 말했고, 유정이 그 말을 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미 그녀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으니까.백림은 다시 망강 아파트로 돌아왔다. 소파에 앉자마자, 남자는 그날 밤 유정이 돌아와 얼마나 절망스럽고 슬펐을지가 가늠이 갔다.짐을 싸서 떠날 때의 심정은 또 어땠을까? 그 침묵은 얼마나 단호했을까?단 한 마디도 남기지 않았던 건, 실망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아예 다시 말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따지려고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변명할 이유도 없었고, 잘못한 건 잘못한 것이었다.유정이 아파했고, 마음 썼던 건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여자를 두고, 왜 자신을 사랑했냐고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백림의 마음은 실타래처럼 엉켜 있었다. 꼭 갈 곳을 잃은 것처럼, 사방으로 날뛰며 허우적거리다가, 겨우 출구를 찾은 것 같았다.그런데 그 출구가 투명한 유리로 막혀 있는 느낌이었다.백림은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였고, 그 순간, 유정이 케이슬에서 담배 피우던 장면이 또 떠올랐다.유정이 빨아들인 그 연기가 마치 칼처럼 자신을 찌르는 것 같았다. 오래도록 앉아 있다 담배를 다 피운 후, 그
Read more

제3657화

[허!]시원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왠지 그럴 줄 알았어.]조백림은 머리가 깨질 듯 아파 이마를 짚었다.“유정이 결심이 확고해서, 지금은 사과할 기회조차 없어.”[그럼 그냥 사과하지 마. 그렇게 끝내.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즐기면 되지, 뭐 하러 제대로 연애하려고 그러냐?]시원은 무슨 의미인지 모를 말투로 비웃었다.“형.”백림은 간절함 섞인 어조로 부르자, 시원은 잠시 말이 없다가 곧 입을 열었다.[오늘 밤에 만나서 얼굴 보고 얘기하자.]“형, 그럼 구택이 형은 부르지 마. 소희 임신했잖아. 요즘엔 구택이 형도 자리를 오래 비우기 힘들 거야.”[응.]시원은 덤덤히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고, 백림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다시 업무를 정리했다.그리고 퇴근 후 차를 몰아 넘버 나인으로 향했다.도착하자, 그곳엔 시원과 임구택이 함께 있었다.“구택이 형!”백림이 인사하자, 구택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연희가 오늘 밤 청원에서 자고 간다길래, 소희가 딱 두 시간만 외출 허락해 줬지. 시원이 말로는 네가 위로가 필요하다더라.”시원이 웃었다.“그건 내가 한 말 아니지. 내 원래 말은, 넌 지금 혼나야 하고, 입으로 제일 독한 사람이 이 사람이라 절대 빠질 수 없다는 거였지.”이에 구택은 시원을 흘겨보며 말했다.“그건 네가 더 적격 아니냐?”“아니지, 절대 아냐.”시원이 재빨리 손사래 쳤다.“나 지금은 청아랑 잘 지내는 중이라, 다른 여자는 그냥 성별 없는 로봇처럼 보여.”구택은 백림을 향해 물었다.“넌 어떻게 하려고?”백림은 두 사람 맞은편에 앉아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도 다른 여자에겐 아무 감정 없어. 그날 밤도...”하지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다.시원은 백림의 마음을 짐작한 듯 차분하게 말했다.“지금 너 앞엔 두 갈래 길뿐이야.”“하나는, 유정이랑 끝내고 원래 네 스타일대로 여자를 마음껏 만나며 자유롭게 사는 거. 감정 얽매이지 않고 즐겁게 살 수 있겠지.”“다른 하나
Read more

제3658화

이전부터 함께 진행하던 프로젝트에 대해 조씨그룹에서 새로 담당자를 보내와 다시 협상을 제안했다. 유정은 감정에 휘둘려 일과 돈을 망칠 생각은 없었다.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는 이미 중간 단계까지 와 있었고, 수많은 직원의 노력이 들어간 일이었다.프로젝트는 정상적으로 계속 진행되었고, 거래를 끊었던 여러 클라이언트도 차례로 유정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하며 조건을 낮추고 다시 협력해 달라 요청해 왔다. 심지어 조엄화에게 빼앗겼던 두 명도 돌아왔다.조엄화는 성과에만 급급해 고객들과 구두로만 계약하고 무리하게 생산을 시작했다. 결국 고객들이 떠나면서 판매처가 사라졌고, 유준성에게 심하게 질책당했다고 한다.들리는 말로는 조엄화가 스트레스에 산소호흡기까지 썼다는 말도 돌았다.그날 저녁 무렵, 유정은 조백림에게서 전화를 받았다.[방 정리하다가 네 스케치북 하나 찾았어. 와서 가져가.]유정은 조금 당황했다. 그림 스케치북이 없어진 걸 느끼긴 했지만, 그게 망강 아파트에 떨어져 있었을 줄은 몰랐다.“회사에 택배로 보내줄래?”담담하게 말하는 유정에 백림이 대꾸했다.[시간 없어.]그리고 유정은 말이 없자, 백림은 다소 성가신 기색으로 말했다.[지금 와서 가져가든가, 아니면 버릴 거야.]유정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 시간을 확인했다. 마침 퇴근할 시간이기도 해서, 알겠다고 대답했다.“알겠어. 지금 갈게.”[여기서 기다릴게.]백림은 더 이상의 말없이 전화를 끊었다. 유정은 짐을 정리하고 1층으로 내려가 차를 몰아 망강 아파트로 향했다.예전엔 매일 퇴근하면서 지나가던 거리였다.익숙한 도로, 익숙한 상점들. 길거리를 걷는 사람들마저 어제와 같은 모습 같았다. 모든 게 마치 어제 일처럼 그대로였다.도착하니 현관문이 반쯤 열려 있었고 안에서는 누군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유정이 문을 두드리자 백림의 목소리가 들렸다.“들어와.”유정이 문을 밀고 들어가자, 마침 부동산 중개업체 유니폼을 입은 젊은 여성이 조백림과 작별 인사를 하고 있었다.“사장님, 좋은 소식
Read more

제3659화

백림은 곧장 식탁으로 가서 음식 포장을 차례로 열자, 고소한 향이 방 안 가득 퍼졌다.유정이 좋아하는 굴 구이, 소금으로 구운듯한 랍스타 그리고 양꼬치가 있었다.이윽고 남자가 다시 물었다.“2인분인데 정말 안 먹을 거야?”유정은 냉담한 어조로 대답했다.“안 먹어.”저녁을 먹을 시간이었고 백림은 더 묻지 않고 자리에 앉아 느긋하게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정은 식탁과 제일 먼 거리에 있는 거실 끝 발코니로 나가 앉았다. 해 질 녘 강 풍경이 아름다웠다. 예전에도 그림을 그릴 때면 이 자리에 앉곤 했기에 기다림이 그다지 지루하지 않았다.십 분도 안 되어 백림은 식사를 마쳤다. 손을 씻고 나오더니 묻지도 않은 채 작은방으로 가서 스케치북을 들고나왔다.익숙한 스케치북을 보자 유정의 심장이 움찔했고, 문득 그 그림이 떠올랐다. ‘백림이 봤을까?’유정은 스케치북을 받아 들자마자 이상함을 느껴 펼쳐 보자, 역시나 안쪽이 전부 비어 있는 새 노트였다.이에 유정이 고개를 번쩍 들어 백림을 바라보았고, 남자는 눈썹이 꿈틀거리더니 결백한 표정으로 물었다.“왜?”“내 것 아니야. 내 것은 새 게 아니고 썼던 거야.”유정의 말에 백림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가 네 스케치북을 빼돌렸다는 말이야?”유정은 대꾸하지 못했고, 백림이 웃으며 말했다.“내가 본건 이거 하나야. 우리 둘 가운데 그림 그리는 사람은 너뿐이잖아. 그래서 네 거라 생각하고 연락했지. 다른 것도 잃어버렸으면 변상할게. 얼마면 될 것 같아?”유정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졌고, 더군다나 백림의 돈을 받을 수도 없었다.“됐어. 그럼 다른 데 두고 까먹었나 봐. 전화해 준 건 고마워.”유정은 현관 쪽으로 걸음을 옮기다 말고 돌아서서 물었다.“너 이 집 팔 거야?”“그래.”백림은 창밖을 등지고 서서 유정의 두 눈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안 팔면 자꾸 오게 돼. 오면 너 생각나고, 우리가 여기서 함께 지냈던 게 떠올라. 네가 침대에서 내 이름 부르던 것도.”“조백
Read more

제3660화

삼십 분쯤 뒤, 유정은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스케치북을 찾으러 왔다가 덜컥 집을 사게 되다니, 속은 기분이 점점 뚜렷해졌다.중개인이 서재에서 서류를 복사하러 간 사이, 유정은 조백림을 흘겨보며 물었다.“이 집에서 사람 죽이고 숨겨놓은 건 아니겠지?”“컥.”백림은 물을 마시다가 유정의 말에 놀랐는지 기침을 하며,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나서야 웃으며 말했다.“너무 상상력이 풍부한데? 나는 팔고 싶었고, 넌 사고 싶었잖아. 바로 계약한 거, 깔끔하니 좋지 않아?”“설마 며칠 후에 다시 보자고 하고 몇 번 더 만나고 나서 사인하고 싶었던 건가?”“그럴 리가 없잖아!”유정은 급히 부인하자, 백림이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둘 다 바쁘잖아. 일 처리 빠른 게 뭐가 나빠?”남자의 말은 빈틈이 없었고, 유정은 더는 할 말이 없었다.노을이 지고 있었다. 유정은 창밖을 바라보다 문득 예전에 이 집에서 어느 날 저녁 깨어났던 일이 떠올랐다. 노을이 비치는 강을 보며 생각했던 것이 생각했다. 중개인이 해 질 녘 백림을 데리고 와 이 경치를 보여줬고, 그 자리에서 계약했을 거라고.그런데 그때 머릿속으로만 그려봤던 장면이, 지금 자기 자신에게 그대로 일어날 줄이야. 정말, 세상일은 알 수 없는 일이었다.계약이 끝나자 중개인은 아직 남은 절차가 있다며 다음 일정을 다시 잡자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커리어에서 이렇게 빨리 팔린 집은 처음이라고 무척 기뻐하며 말했다.중개인을 보내고 나자 유정도 자리를 뜨려 했고, 백림은 현관 앞까지 배웅하며 말했다.“열쇠는 네가 갖고 있잖아. 이제 집은 네 거니까, 언제든 와서 살아도 돼. 나는 다시는 안 올 거고.”유정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차에 앉아 반쯤 열린 창으로 스며드는 서늘한 바람에 정신이 더 또렷해졌다.방금 자신이 얼마나 충동적인 선택을 했는지 선명하게 실감이 났다. 도대체 왜 그 순간 집을 사겠다고 한 걸까,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이사할 시간도 없고, 무엇보다 그 집은 원래 백림과 함
Read more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