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3621 - Chapter 3630

3690 Chapters

제3621화

조백림은 눈을 가늘게 뜨며 웃음을 삼켰다. 남자의 입꼬리가 차갑게 말려 올라가더니, 손에 들고 있던 다이아몬드 반지를 들어 호수 쪽으로 던졌다.한밤의 겨울 공기 속, 작은 물소리가 유난히 선명하게 퍼졌고, 반지는 그대로 호수 밑으로 가라앉았다.마치 한때 눈부시게 뜨거웠지만, 한순간의 소용돌이에 부서지고 말았던 백림의 사랑처럼 강렬했지만 연약했고, 결국에는 파도 한 번에 끝없이 가라앉았다.조씨 집안과의 정략 관계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기에, 백림은 유씨 집안의 다른 사업에는 손대지 않았다.그저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건 오직 유정의 회사였다. 투자 철회는 물론,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들까지 전면 보류됐다.백림은 다른 기업들에 직접적으로 제재를 요청한 건 아니었지만, 업계 사람들은 흘러가는 분위기를 빠르게 읽었다.백림과 유정 사이가 틀어진 걸 알아차린 이들은 서둘러 유정 회사와의 관계를 정리했다.그렇게 유정의 회사는 점점 더 고립되었고, 버티는 것조차 위태로웠다. 오히려 처음 창업했을 때보다 상황은 악화했다. 백림의 직접적인 타격까지 더해지니, 사방이 적처럼 느껴질 지경이었다.신희네 가족은 지난번처럼 또 아무 도움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유정의 고객을 빼앗으며 뒤에서 뒤통수를 쳤다.이에 이번에는 유정도 그냥 넘기지 않고, 직접 그 집에 찾아갔다.조엄화는 파렴치함을 능청으로 포장하며 말했다.“우리가 뭘 어쨌다고? 사람들 스스로 우리 신희가 백림이랑 약혼한다고 믿고 찾아와서 손잡자고 한 거야. 화나면 그 사람들한테 따져야지, 왜 우리한테 그래?”“게다가 너 혼자 파혼한다고 고집부려서 우리 집안 망할 뻔했잖아.”“우리 신희가 나서서 수습한 덕분에 지금 이 정도로 끝난 거야.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니니?”파혼 발표도 안 했고, 약혼도 아직 열리지 않았는데, 그 이야기를 떠들고 다닌 사람은 조엄화 자신이었다. 그걸 핑계 삼아 유정의 고객을 빼앗은 것이었다. 유정은 말없이 물 한 잔을 집어 들더니, 조엄화의 얼굴에 그대로 끼얹었다.“우리 집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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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2화

소강희는 유정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다정하게 말했다.“시간 좀 지나서 다들 마음 가라앉으면, 내가 전소은 불러낼게. 셋이 제대로 한번 얘기해 보자. 오해만 풀리면 예전처럼 돌아갈 수도 있잖아?”유정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오해가 아니야. 내가 일부러 눈을 감고 있었던 거야. 마치 아무 문제도 없는 것처럼. 그러다 결국, 두 눈으로 보고 나서야 정신이 들었지.”유정의 분노는 어쩌면 그 누구보다, 자신에게 향한 것이었다.이에 강희는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그게 무슨 말이야? 난 잘 이해가 안 되는데?”그러더니 유정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장난스럽게 웃었다.“너, 혹시 취했어?”유정은 눈빛이 멍하게 풀린 채, 바에 엎드렸다. 평소의 강단 있고 당당한 모습은 사라지고, 가냘픈 모습만 남아 있었다.늦은 밤, 유정이 집에 돌아오자 거실에서 기다리던 서은혜가 잔뜩 인상을 쓴 채 물었다.“술 마셨니?”유정은 물컵을 들고 단숨에 마신 뒤 대답했다.“조금 마셨어요.”서은혜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너 아빠 말로는, 지금 회사 상황이 많이 안 좋다고 하더라. 혹시 백림이한테 한 번 부탁해 보는 건 어때?”“파혼했어도, 이렇게까지 몰아붙이진 않게 해달라고 말이야. 아니면 내가 가서 얘기해 볼까?”“안 돼요!”유정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그 사람한테는, 절대 부탁하지 마세요.”서은혜는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그럼 어쩌려는 거야?”며칠째 유정은 밥도 못 챙겨 먹고, 밤새 회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어, 그대로 두면 무너질 것만 같았다.유정은 소파에 앉아 조용히 입을 열었다.“회사 망하면 아빠랑 엄마는 나 원망할 거예요?”서은혜는 한참 말이 없다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그날 너 아빠가 말했잖아. 우리 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함께 있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그래서 파혼도 막지 않은 거고. 회사가 무너지더라도, 우리 둘 다 널 원망하지 않을 거야.”유정의 목이 콱 막히는 듯했고, 그저 조용히 고개를 기울여 서은혜의 어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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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3화

신희는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엄마, 그냥 간단한 약혼식이잖아요. 너무 거창하게 꾸미지 않아도 돼요.”상대만 바뀌었을 뿐이었고, 굳이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이번 약혼식은 조씨 집안과 유씨 집안 가족들만 참석하기로 했다.그 순간 조엄화가 힐끗 유정을 훑어보더니,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어떻게 대충 할 수가 있어? 이건 조씨 집안 후계자와의 약혼식이야. 너는 앞으로 그 집안의 안주인이 될 사람이라고!”“백림이도 분명히 말했잖아. 흐트러졌던 걸 바로잡는 거라고. 결국 최선의 선택을 한 거지.”“그만큼 대우도 최상이어야 마땅하지 않겠어?”신희는 작게 중얼거렸다.“엄마, 제발 그만 좀 해요. 언니도 있는데.”그러곤 상자들을 안고 조용히 아래층 옷방으로 내려갔다.신화선은 신희의 뒷모습을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신희는 정말 마음씨가 곱지. 늘 다른 사람부터 생각해.”조엄화는 우쭐한 얼굴로 말했다.“신희가 착하니까 하늘이 복을 내려준 거죠. 이런 좋은 인연은 그냥 생기는 게 아니잖아요.”이에 신화선은 눈빛을 살짝 바꾸며 말했다.“신희 옷 고르는 거 도와줘. 옷방에 같이 가보지 그래?”그 말에 조엄화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신희를 따라갔다.둘이 사라지자 신화선은 조용히 서은혜를 향해 손짓했다.“이리 좀 와볼래?”서은혜가 다가와 앉자 신화선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내일 약혼식엔 유정이 안 오는 게 좋겠어. 갑자기 이렇게 상황이 바뀌었는데, 아이 마음이 편할 리 없잖니? 안 와도 누구 하나 뭐라 안 할 거야.”서은혜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네, 저도 유정이랑 이야기해 볼게요.”신화선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유정을 위한 마음인 거, 알아줬으면 좋겠어.”“알아요, 어머니.”서은혜는 차분히 대답했다.그 사이, 신희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맞춤 제작한 고급 드레스와 세트로 맞춘 다이아몬드 액세서리가 신희의 단아한 분위기에 화려함을 더했다.너무 아름다운지 신화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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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4화

유신희는 드레스를 갈아입고 위층으로 올라가 정리해 두었다. 자신의 방에 들어서자, 책상 위에 놓인 주준의 친필 사인이 눈에 들어왔다.그러자 조금 전까지 들떴던 마음은 스르르 가라앉고, 묘한 허전함이 번졌다.신분과 위치 같은 걸 다 떼어내고 보면, 신희가 진심으로 끌렸던 사람은 조백림이 아니라 주준이었다. 하지만 신희는 주주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또한 냉정히 따져보면, 백림과의 결혼이야말로 최고의 선택이라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결국 신희는 책상 위에 놓인 사인본과 주준의 작품들을 서랍 깊숙이 넣었다. 이제는 그 어떤 망상도 접어두고, 내일 있을 약혼식에 집중해야 했다.그 시각, 유정의 방.서은혜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섰을 때, 유정은 아직도 노트북 앞에 앉아 업무 보고서를 들여다보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서은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그만하고 내일 해. 몸 상해.”유정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담담히 말했다.“금방 끝나요.”서은혜는 고개를 끄덕이며 방을 나갔다가, 잠시 후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들고 다시 들어왔다.그러고는 조심스럽게 유정의 곁에 컵을 놓고, 한참 망설이다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유정아, 내일 약혼식 너 갈 거야?”유정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가요.”백림이 직접 초대장을 보냈기에, 그녀는 그 자리에 갈 수밖에 없었다.이에 서은혜는 조심스레 말했다.“안 가는 게 낫지 않을까? 너 할머니도 너 안 갔으면 하시더라. 괜히 마음만 더 아플 거라고.”유정은 키보드를 치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할머니가 날 걱정해서 그러시는 걸까요? 아니면 신희가 불편해할까 봐? 아니면 혹시 내가 가서 약혼식 망칠까 봐?”서은혜는 순간 말을 잃었고,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그게 누구 때문이든 틀린 말은 아니잖아. 지금 너랑 신희가 한자리에서 마주하면, 아무도 편하지 않을 거야.”그러고는 말투를 바꾸어 덧붙였다.“마침 잘 됐다. 조씨그룹이 이번 씨엠 프로젝트에서 발을 뺐잖니? 네 아빠랑 내가 다른 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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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5화

조백림이 준비한 약혼식 장소는 천월부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와 유정이 약혼식을 했던 바로 그곳이었다.이 약혼식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조롱처럼 느껴졌다.유씨 집안 식구들은 일찌감치 도착해 있었고, 조씨 일가도 모두 자리를 채웠다.누구도 말은 꺼내지 않았지만, 분위기는 지나치게 밝았다. 억지로 웃음을 띤 얼굴들 속엔 어떤 긴장도 숨겨져 있었다.백림의 큰어머니와 숙모는 유씨 집안 어른들과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에 비해 주윤숙은 한쪽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마치 오늘의 약혼식이 자신과는 아무 상관 없는 일처럼 말이다.그 모습을 눈치챈 유신희는 조심스레 다가갔다. 손에 찻잔을 들고, 얌전하고 공손한 말투로 말을 건넸다.“어머님, 차 한 잔 드세요.”주윤숙은 손을 뻗어 찻잔을 받으며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요.”그 눈매는 부드럽지만, 선을 긋는 듯한 거리감이 느껴졌다.이에 신희는 입술을 꼭 다물었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저도 이런 상황이 될 줄은 몰랐어요. 사실 요 며칠 너무 불안하고, 마음이 무겁기만 해요.”그 말에 주윤숙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백림이가 너무 제멋대로예요. 유정이도, 그리고 당신도 상처만 입었죠.”며칠 동안 주윤숙은 백림에게 전화를 여러 차례 걸었지만, 단 한 통도 받지 않았고, 집에도 들어오지 않았다.자식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건 부모라고, 주윤숙은 백림 역시 힘든 감정을 안고 있을 거라 짐작하고 있었다.주윤숙은 유정과 단둘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하지만 혹시 유정의 말처럼 진짜로 서로 간의 약속에 불과한 관계였다면, 지금 연락하는 것조차 짐이 될까 두려웠다.신희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상황은 혼란스럽지만 그래도 제가 정말 사장님과 함께하게 된다면, 이 관계를 진심으로 대할 생각이에요.”“그 사람도, 그 사람의 가족도 저한테 소중하니까요.그 말은 어딘가 유정을 은근히 비꼬는 느낌이 섞여 있었다.그리고 주윤숙은 표정을 흐리지 않은 채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유정이는 오늘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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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6화

이에 조변우는 목소리에 짜증을 감추지 못한 채 말했다.“지금 백림인 유신희랑 약혼하려 하잖아!”주윤숙은 눈가를 옅게 찌푸리며 조용히 대답했다.“이제 그만하고, 상대 측 집안 식구들 챙기러 가요.”쫓겨난 듯한 분위기였지만, 조변우는 여전히 맞은편 소파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다.남자는 테이블 위 유리잔에 담긴 차를 가리키며 찌푸린 얼굴로 말했다.“요즘 잠도 못 자니까, 이런 차 많이 마시지 마.”주윤숙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조변우는 눈치를 보다가도 스스로 무안해진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마침 조철용이 들어오는 걸 본 남자는 그제야 몸을 일으켜 다가갔다.주윤숙도 자리에서 일어났고, 조변우는 일부러 한박자 늦게 걷다가 여자의 발걸음을 맞춰 나란히 걸어갔다.약혼식은 곧 시작될 참이었으나, 백림은 예정 시간보다 한참 늦게 도착했다.회색빛 블루 셔츠에 어두운 정장, 몸에 꼭 맞는 바지로 군더더기 없는 실루엣이었다.말끔한 옷차림에 날카로운 이목구비까지 더해져, 그 모습은 더없이 당당하고 단단해 보였다.신희는 이렇게 멋있는 백림이 이제 자신과 약혼할 사람이라는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뛰었다.그러나 백림은 모두의 시선을 잠시 훑더니, 직설적으로 물었다.“유정이는 안 왔나요?”그 말에, 그 공간의 공기가 싸늘해졌고, 서은혜가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섰다.“유정이가 오늘 중요한 일이 있어서, 참석이 어렵다고 했어.”이에 백림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었다.“전화 한 통 해주세요. 당장 오라고.”신희의 얼굴빛이 순간 흐려졌고, 조엄화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유정이가 자발적으로 안 오는 걸 굳이 무리하게 부르지 말죠.”그러나 백림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소파에 앉았고, 냉소와 오만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유정이 안 오면, 오늘 약혼식 안 해요.”그 말에, 모두의 표정이 변했고, 특히 신희는 하얗게 질렸다. 목에 걸린 다이아 반짝임조차 여자의 창백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이에 조철용이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조백림, 언제까지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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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7화

조백림은 여전히 소파에 느슨하게 기대앉아 있었고, 유정이 들어섰음에도 고개 한 번 들지 않은 채 휴대폰 화면만 내려다보고 있었다.“유정아!”서은혜가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다가왔다. 주윤숙도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굳이 앞으로 가지는 않았다. 다만 유정이 눈길을 보내자, 조용히 미소 지으며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유신희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곧 차분한 얼굴로 미소를 띠며 말했다.“언니, 언니 오면 시작하려 했어요.”그 순간, 백림이 벌떡 일어나 조철용 쪽을 향해 말했다.“다 왔네요, 할아버지. 자리에 앉으시죠.”조철용이 일어서는 것을 기다린 백림은, 바로 그 뒤를 따라 파티장 안으로 향했다. 그리고 유정 쪽은 끝까지 단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이곳은 호텔 상층에 위치한 스위트룸이었다. 입구 꽃장식 복도를 지나면 곧장 넓은 파티장이 펼쳐졌다.30평 남짓의 공간은 정갈하고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고, 테이블에는 다양한 모양의 고급 요리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가운데는 금으로 된 화려한 동물장식 들이 놓여있었고 이는 제법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조씨와 유씨 양가 인사들이 차례로 자리에 앉았고, 조철용이 먼저 입을 열었다.“여러 사정으로 인해 오늘 약혼식이 조금 간소해졌네요. 뭐, 우리끼리 조용히 밥 한 끼 나누며 아이들의 새출발을 지켜보는 걸로 하죠.”유지태가 웃으며 화답했다.“이런 자리가 오히려 더 좋죠. 복잡한 예식보다 이렇게 마주 보고 이야기 나누는 게 편하고 좋아요.”조씨 집안의 김숙정이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유씨 집안 딸들은 어쩜 하나같이 이렇게 예쁘고 기품이 넘치는지. 신희는 갤러리에서 일한다면서요? 딱 봐도 예술 감성 넘치는 분위기예요.”이전에 유정이 한 방 먹였던 백림의 숙모 역시 말을 보탰다.“역시 우리 백림이 눈썰미가 좋네요. 고르고 또 골라 제일 괜찮은 사람을 골랐잖아요.”신희는 겸손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과찬이세요. 감사해요, 큰어머니, 숙모님.”그때, 백림이 자기 숙모를 향해 냉정한 시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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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8화

조시안은 방 안을 한 바퀴 훑어보며 시선을 돌리다, 유정에게 잠깐 머문 눈길을 거두고 조백림을 바라봤다.“형, 무슨 일이에요?”오늘이 조백림과 유신희의 약혼식이라는 걸 시안은 알고 있었다. 유정을 포기하고 신희를 택하다니, 도무지 백림의 속내를 알 수 없었다.하지만 그 선택은 시안에게 한 줄기 희망을 안겨주었다. 최소한, 유정과 백림은 더 이상 아무 관계도 아니라는 뜻이었으니까.시안이 등장한 순간부터 신희는 얼어붙은 듯 굳어 있었다. 주준이 왜 이 자리에 갑자기 나타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리고 주준이 아버지를 부르고, 백림을 형이라고 부르자, 신희는 이 상황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몇 초 만에 정신을 차린 신희는 확실히 깨달았다. 주준이 백림의 이복동생, 조씨 집안의 사생아 조시안이었다.‘주준이, 바로 조시안이었다니!’신희는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뻔했다. 그리고 그 순간 머릿속에서 많은 일들이 하나로 엮여지기 시작했다.왜 시안과 칠성이 작품의 절정기에서 돌연 협업을 중단했는지, 왜 시안이 칠성 이야기를 할 때마다 말을 아꼈는지 알게 되었다.왜냐하면 둘 사이에 백림이라는 인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시안은 이미 오래전부터 칠성이 유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럼 전시하기 전부터 그 존재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 칠성과 함께 전시회를 나가자고 고집했을까?그건 백림을 도발하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유정을 좋아해서였을까?수많은 생각이 한꺼번에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며, 실타래처럼 얽혀 멍해졌다.신희는 멍하니 주준을 바라보았지만, 남자는 단 한 번도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백림이 시안을 부른 이유가 궁금해졌다.혹시 신희랑 백림의 약혼을 지켜보게 하려는 건가?백림이 혹시 자신이 시안을 좋아하는 걸 알고, 일부러 마음을 꺾으려는 걸까?신희가 끝없는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조변우가 입을 열었다.“백림아,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시안을 왜 부른 거지?”백림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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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9화

“아버님! 어머님!”조엄화는 다급하게 유지태와 신화선을 바라봤다.조금 전까지 기뻤던 얼굴은 순식간에 절망으로 얼룩졌고, 꼭 광대처럼 이 상황에서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유지태는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이런 일이라면, 미리 말해줬어야 하는 거 아닌가?”조철용은 양옆을 둘러보며 멋쩍은 듯 웃었다.“사실 나는 말이야, 시안이랑 신희가 은근히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신희, 너 생각은 어때?”“저...”신희는 멍한 눈으로 고개를 들었고, 시안과 눈이 마주쳤다. 남자의 짙게 가라앉은 시선이 여자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조엄화는 신희를 향해 눈빛으로 절대 받아들이지 말라는 신호를 계속 보냈다. 그러나 신희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웃었다.“전 괜찮아요.”그 말에 시안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조엄화는 두 눈을 크게 뜬 채, 이를 악물고 신희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작은 목소리로 쏘아붙였다.“너 정신 나갔어?”신희는 벼랑 끝에 선 사람처럼 눈에 큰 결심을 했는지 입술을 굳게 다물고는 조엄화의 말은 못 들은 척했다.조엄화는 이번엔 남편의 옷소매를 끌어당기며 속삭였다.“당신은 가만히 있을 거야?”유준성은 인상을 구기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 어머니도 계시는데 우리가 뭘 말하겠어.”조철용은 유지태에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두 아이가 다 동의했으니, 나도 별문제 없네. 당신은 어때?”시안의 가슴이 차갑게 식어갔다.‘다 동의했다고? 당사자인 내가 동의하지 않았는데?’‘출신은 선택할 수 없지만, 와이프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유지태는 시안을 한 번, 신희를 한 번 바라보더니 당황한 얼굴로 어색하게 웃었다.“너무 갑작스러워서, 아무런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했어.”조철용은 계속해 말했다.“신희는 참 괜찮은 아이고, 시안이도 나무랄 데 없지. 얼굴합도 잘 맞고. 이렇게 혼사로 맺어지면 서로 더 돈독해지고 좋은 일이지 않겠어?”유지태는 마지못해 헛웃음을 흘리더니, 곧 신희를 깊이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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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0화

조시안은 아무 말 없이 예물 상자를 유신희에게 건넸는데, 포장을 뜯지도 않았고, 직접 손에 끼워주지도 않았다.그 무심한 태도에 조엄화의 얼굴은 더욱 굳어졌고, 시안이 원하지 않는다는 걸 신희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가슴 한쪽이 싸늘하게 식었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심지어 살짝 시안의 쪽으로 몸을 기울이기까지 했다.이어서 양가 어른들이 인사말을 전했고, 조철용은 고가의 옥으로 된 팔찌 하나를 준비해 신희에게 선물하며 덕담을 건넸다.“두 사람이 오래도록 사이좋게 지내길 바란다.”유지태도 시안에게 값비싼 선물을 건네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사실 이 선물은 원래 백림을 위해 정성껏 고른 것이었지만, 이제 와서 시안에게 건네려니 마음 한편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또한 그런 속내쯤은 시안도 쉽게 눈치챘다.약혼식이 마무리되고 파티가 시작되려던 찰나, 유정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잠깐만요. 신희의 혼사가 결정된 이상, 저와 백림 씨의 약혼도 이 자리에서 정리해야 하지 않을까요?”“양가 어르신도 계시니, 함께 발표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유정은 백림과 약혼할 당시 받았던 반지를 조용히 꺼내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이에 백림의 표정이 서늘하게 굳었고, 가늘고 긴 눈매가 유정을 매섭게 스쳤다.“유정 씨, 그렇게까지 서두를 필요 있나요?”그러자 유정은 담담하게 받아쳤다.“백림 씨는 일 처리에 있어서 여지를 남기지 않는 분 아닌가요?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좋겠네요.”백림은 굳은 얼굴로 낮은 목소리를 흘렸다.“오늘은 시안과 신희의 약혼식이죠. 근데 우리가 여기서 퇴혼까지 하면 흥을 깨는 거잖아요. 그건 다른 날 이야기하도록 하죠.”그리고 말을 덧붙였다.“유정 씨, 걱정하지 마요. 아무도 당신 붙잡지 않으니까.”그 말인즉슨, 자신은 유정이 아니어도 괜찮으니 착각하지 말라는 뜻이었다.이에 유정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렸지만, 곧 시선을 내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상황이 또 좋지 않게 흘러가자 서은혜가 서둘러 나섰다.“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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