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의 눈동자에 맺힌 눈물을 본 조백림은 눈을 크게 떴고, 가슴속에서 묵직한 통증이 번져왔다.“미안해.”남자가 정말로, 오래도록 전하고 싶었던 말이었으나. 유정은 냉소를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미안할 필요 없어. 네가 잘못한 게 아니라, 내가 정신을 못 차렸던 거지. 이제 내 손 좀 놔줄래?”“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한 번만 더 믿어줄 수 없어?”백림의 눈빛은 진지하고 간절했지만 유정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애초에 우리 사이엔 신뢰란 게 없었어. 겨우겨우 쌓았던 것도 결국 네가 다 무너뜨렸잖아.”“그게 무너지고 나면, 두 번째는 없어.”백림은 유정을 응시했다.“만약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면? 그래도 안 돼?”유정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내가 왜 끝까지 이유도 설명 안 하고, 오해받고, 보복당하면서도 가만히 있었는지 알아?”“난 네가 이렇게 나와 마주 앉아서, 해명하고, 사과하고, 집착하게 될 걸 알았거든.”그날 백림이 기은미와 포옹하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때, 그 순간 모든 게 끝났다고 유정은 느꼈다.그 뒤로 어떤 말도, 어떤 행동도 유정의 결정을 되돌릴 수 없었다.유정은 백림에게 이별의 이유를 굳이 말하지 않았다.말한다는 건 곧 남자에게 해명할 기회를 주는 것이고, 어쩌면 그걸 핑계로 자신이 백림을 다시 받아들이게 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그렇게 되면, 유정은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다.백림은 심장을 찌르는 듯한 고통에 잠겼다.“그렇게까지 단호해야 해?”유정의 목소리는 메말랐다.“솔직히 말하면, 예전엔 너한테 조금은 감정이 있었어. 하지만 그건 사랑이라 부를 정도는 아니었어. 지금은 그조차도 남아 있지 않아.”백림은 유정의 손을 더 세게 움켜쥐더니, 입꼬리를 삐딱하게 올렸다.“이게 네가 말하는 감정이야? 그래 봤자 그 정도였던 거네.”유정은 차분하게 말했다.“그래도 다행이야. 깊게 빠지지 않아서.”백림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입술을 일자로 앙다문 채,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좋아, 잘 알았어. 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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