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3681 - Chapter 3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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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1화

유정은 그 그림 위에, 그 한 줄도 적어두었다. 백림이 성큼성큼 걸어간 건, 단지 스쳐 지나간 한순간일 뿐이었는데, 여자는 백림의 옷차림과 옆모습을 그렇게까지 정교하게 그려냈다.부정할 수 없었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면 모두 아는 사실이었다. 머릿속에, 마음속에 깊이 각인되어야만, 실제로 보지 않고도 그 사람을 온전히 그려낼 수 있다는걸.유정의 마음은 순간 시려왔고, 처음엔 이 노트를 가져가려 했다. 하지만 잠시 고민 끝에, 아무것도 보지 못한 척 다시 원래대로 두었다.그 순간, 거실에서 갑작스레 조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백림! 우리한테 노래 한 곡 불러 줘!”조지는 서재에서 기타를 하나 찾아내 백림에게 던졌다. 그때 백림은 바 홈의 높은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남자는 팔을 뻗어 기타를 정확히 받아낸 뒤, 담배를 꺼버리고 몇 음을 가볍게 튕겼다. 그리고 웃으며 물었다.“뭘 불러줘?”조지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아무거나!”백림은 기타를 두 팔에 안고 음을 조율하더니,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난 지붕 위에 서 있어, 황혼의 빛이 퍼지고사랑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묘한 반응, 문득 네가 생각났어이 감정, 마치 수수께끼 같아마음이 좀 급하고, 약간 화도 나그러니까 제발 포기하지 마, 알겠지”...기타 소리는 섬세하면서도 묵직했다. 그리고 백림의 낮고 매력적인 음성과 어우러져, 겨울밤의 적막 속을 조용히 파고들었다.“요즘 너도 나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사랑과 비슷한 그런 감정 말이야같은 날, 사랑이 가까워졌다는 걸 알았어그건 사랑이야, 부정할 수 없는 거야”...“우리 둘, 낯설지만 익숙해사랑은 아주 조심스럽게 다가오고 있어그래서 묻고 싶은 거야넌 믿고 있어사랑이 오는 이 느낌, 참 예쁘지 않아”...“이 세상은 참 매정하지그래서 더 고마워사랑해 그 한마디 말을 듣고 싶었어”...백림은 고개를 약간 숙이고 있었다.머리 위 조명이 희미하게 그를 비추는 가운데, 빛과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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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2화

등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곧 유정의 어깨 위로 외투 하나가 조심스럽게 덮였다.뒤를 돌아보니 조백림이 그녀 곁으로 다가와, 팔을 난간에 기대고 바깥의 눈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이게 네가 보고 싶다고 했던 그 큰 눈 아니야? 좀 이따 조지까지 불러서 마당에서 눈싸움할래?”유정은 피식 웃었다.“어른 세 명이 눈싸움한다고?”백림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그게 어때서? 우리가 재밌으면 된 거지. 남들 눈치를 왜 봐?”유정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 나이를 지나면, 마음도 달라져. 거기 서 있어도, 예전처럼은 못 돼.”백림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시도도 안 해보고 어떻게 알아?”유정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그냥 하고 싶지 않아.”백림은 유정을 깊이 바라보았다.“왜?”유정은 눈을 돌려 백림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어깨에 걸친 외투를 벗어 남자에게 건넸다.“한 번 넘어졌으면, 두 번은 넘기고 싶지 않으니까.”그렇게 말한 유정은 몸을 돌려 거실로 돌아갔다. 백림은 유정의 외투를 품에 안은 채, 묘한 의미가 담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하늘에서 쏟아지는 눈을 바라보며 혼자 조용히 웃었다.그날 밤, 조지는 백림의 집에 묵었고, 시간이 늦어지자 유정은 인사하고 집으로 돌아갔다.유정이 집에 돌아간 후, 조지는 백림에게 물었다.“내가 다시 돌아올 땐, 너희 둘 다시 잘 지내고 있을까?”백림은 확신에 찬 눈빛으로 대답했다.“물론이지.”남자는 조지와 가볍게 잔을 부딪쳤다.“너도 올 땐 네 여자친구 데리고 와.”조지는 눈썹을 치켜올렸다.“같이 노력해 보자.”백림은 잔을 들고 고개를 젖혀, 남김없이 들이켰다.유정은 집으로 돌아와 베란다에 섰다.바깥에는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고, 문득 기분이 이끌려 두꺼운 패딩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섰다.단지 안의 화단과 길은 모두 하얗게 덮여 있었고, 온 세상이 은빛으로 감싸여 있었다.저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는데, 정말로 눈싸움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두 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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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3화

조백림은 고개를 돌려 유정을 바라보며 깊은 눈으로 말했다.“내 손 꼭 잡아. 이번엔, 절대 너 넘어지게 안 할게.”차가운 공기에 유정의 얼굴은 눈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고, 속눈썹 위엔 눈송이가 앉아 있었다.촉촉한 눈동자로 백림을 바라보던 유정은, 망설임 없이 남자의 손을 뿌리치며 조소 섞인 말투로 말했다.“눈싸움 한 번도 안 해봤지? 둘이 손잡고 눈싸움하면, 맞아 죽기 딱 좋겠네.”백림은 그런 유정의 뒤를 한 치도 떨어지지 않고 따라다녔다.유정이 눈을 맞지 않게 방패가 되어주고, 쉴 틈 없이 눈덩이를 건네주었다. 그리고 여자가 가는 방향을 따라 시선을 고정한 채, 입가에는 줄곧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조백림! 이렇게 재밌는 걸 혼자 하고 있었어?”조지가 쏜살같이 달려왔다. 흥분한 조지는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지 못하고 닥치는 대로 눈덩이를 던졌다.결국 얼마 못 가 역공에 당해 머리를 감싸고 도망 다니기에 바빴다. 유정은 눈밭 위를 뛰어다니는 큰 체구의 조지를 보며 배꼽을 잡고 웃었다.처음 만났을 때, 조지의 흰 셔츠에 피아노 앞에 앉아 있던 고상한 모습이 떠올라, 지금의 모습은 완전히 반전이었다.“조백림! 왜 다들 나만 공격하는 거야! 빨리 도와줘!”조지는 이리로 달려왔다. 그러나 백림은 바로 유정의 손을 이끌고 자리를 피했다.“네가 맞는 건 괜찮은데, 우리까지 끌어들이지는 마.”유정은 돌아보며 조지를 걱정스레 봤다.도와주러 가려던 순간, 유정의 손목을 붙잡은 백림의 손이 세차게 조여 왔고, 이어서 그녀는 그대로 남자의 품에 안겼다.갑작스러운 상황에 유정의 눈이 커졌다. 곧 등 뒤에서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큼직한 눈덩이가 백림의 등에 명중했다.움직이려던 유정을 백림이 꽉 껴안은 채 말했다.“가만있어. 아파 죽겠으니까.”유정은 황당한 얼굴로 백림을 쳐다보았다.‘눈덩이가 아프면 얼마나 아프다고.’“진짜 아파.”백림은 머리를 낮추고, 쉰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무 아파서, 요즘은 밤에 잠도 못 자. 가슴이 텅 빈 것처럼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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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4화

식탁으로 돌아온 유정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보온통을 열었다. 조백림이 끓인 첫 번째 국이었고, 솔직히 그리 맛있지는 않았다.유정은 겨우 반 그릇 정도 마시고는 더는 못 먹겠다는 듯 국을 한쪽으로 밀어두고 방으로 들어가 잠자리에 들었다.잠들기 전, 백림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국 마셨어?]이에 유정은 답장했다.[끓이고 나서 네가 끓인 거 맛 좀 봤어?][엄청 맛없었어?]유정이 답장을 하지 않자, 곧이어 또 메시지가 왔다.[처음 끓여봐서 경험이 부족했어. 다음엔 꼭 더 잘 끓일게. 유정, 한 번만 기회를 줘!]유정은 그 문자를 보며, 애쓸 필요 없고 기회도 없다고 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하지만 보내려는 찰나, 눈꺼풀이 무겁게 감기더니, 휴대폰을 손에 쥔 채로 그만 잠들어 버렸다.다음 날 아침.백림은 조지를 공항에 데려다주고 막 돌아오는 길이었고, 시간은 딱 적당했다. 유정은 막 세안을 마쳤고, 그때 초인종 소리가 울려 문을 열자 역시나 백림이 서 있었다.“보온통 깨끗이 씻어뒀어. 가져다줄게.”유정이 말하자, 백림은 아무 말 없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유정이 돌아봤을 때, 그는 아주 당당한 얼굴로 말했다.“원래 집주인이 자기 집 구경 좀 하겠다는데, 안 돼?”유정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고개를 끄덕였다.“편하게 앉아.”백림은 웃으며 식탁 쪽으로 가 앉고는 말했다.“아침 같이 먹자.”그러나 유정은 보온통을 들고 나오며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집 구경까진 그렇다 쳐도, 새 주인집에서 밥까지 먹고 가는 건 좀 그렇지 않나?”“새 주인집이면 그렇지. 근데 약혼녀 집이라면 괜찮지 않나?”아무렇지도 않은 백림에 유정은 이를 악물고 남자를 노려봤다.식탁보와 식기들은 모두 새것으로 바뀌어 있었고, 백림은 그것들을 둘러보다 웃음을 터뜨렸다.이윽고 고개를 들어 유정에게 물었다.“겉모습을 바꿔서 잊으려고 하는 거지? 효과는 어때?”도발하는 듯한 질문에 유정은 단호하게 말했다.“아주 좋아.”백림은 가볍게 눈썹을 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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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5화

“말도 안 돼!”유정은 화가 나 국자까지 집어던졌다.목소리엔 분명한 분노가 담겨 있었다.“가서 그 기러기, 다시 데려와!”백림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다.“내가? 왜 내가 가?”유정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네가 멋대로 넘긴 거잖아. 당연히 네가 가야지!”백림은 할 말이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지금 당장 갈게!”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향했다. 그러다 유정 옆을 지나며 그녀의 손목을 툭 붙잡고 일으켜 세웠다.“넘긴 건 나지만, 주인은 너야. 우리가 같이 가야 말이 되지 않겠어?”백림은 유정의 손을 잡고 문을 나섰다. 남자의 손바닥은 여전히 따뜻했고, 예전에는 그 온기가 좋았는데, 지금은 마치 화상을 입을 것처럼 뜨겁고 불편했다.“손 놔. 나 혼자 갈 거니까.”유정이 말하자, 백림은 미련 없이 남자의 손을 놓았다.잠시 뒤, 윗집 문을 두드리자, 영인이 금세 문을 열었다.“오빠!”영인은 놀라움 섞인 반가운 목소리로 백림을 부르자, 그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영인 씨, 안녕하세요.”영인의 시선은 곧 백림의 옆에 선 유정에게 옮겨졌고, 놀란 듯 물었다.“무슨 일이에요?”백림은 유정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죄송해요. 예전에 제가 마음대로 기러기를 넘겼는데요. 제 약혼녀가 그 기러기를 포기하지 못해서요. 다시 데려가려고 해요.”“영인 씨가 정말 새를 좋아하신다면, 제가 새로 한 마리 구해드릴게요.”영인은 두 사람이 맞잡은 손을 보고, 기러기보다도 그 장면에 더 놀랐다.이제 보니, 두 사람은 다시 잘 지내고 있는 거였고, 또 기회가 사라진 것이다.영인은 실망한 듯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제가 가지고 올게요. 안으로 들어오실래요?”유정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밖에서 기다릴게요.”잠시 후, 영인은 새장을 들고 나왔다.기러기는 씻긴 듯 보였지만, 깃털 곳곳엔 여전히 색이 남아 있었다.무기력하게 새장 안에 누워 있는 모습은, 며칠 전의 활기찬 모습과는 확연히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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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6화

“그러기만 해 봐!”유정이 성난 목소리로 소리치자, 조백림은 비웃듯 웃으며 말했다.“그래, 내가 너희를 팔 수 있을 리 없지. 그런데 뭘 그렇게 겁을 내?”유정은 눈빛을 바꾸더니 한 걸음 앞으로 나서고는 조용히 백림의 차에 올랐다.차는 빠르게 달렸고, 백림의 전화는 줄곧 울려댔다. 남자가 전화를 다 끝낸 후, 유정은 조심스럽게 말했다.“귀찮게 해서 미안해.”백림은 유정을 흘긋 바라보며 말했다.“귀찮은 거 아니야. 내가 먼저 기러기를 넘겼잖아. 지금 하는 건 그냥 내 잘못을 수습하는 거지.”유정은 고개를 돌려 뒷좌석의 새장을 바라봤다. 안에 웅크리고 있는 기러기를 보니 괜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짝이라도 하나 있으면 좋을 텐데.’차는 어느 고급스러운 주택 앞에 멈췄다. 백림이 새장을 들고 앞서 걸었고, 유정도 그 뒤를 따랐다.문을 열자마자, 뭔가가 갑자기 두 사람을 향해 튀어나왔다. 유정은 놀라 비명을 지르며 반사적으로 백림의 뒤로 숨었다.백림은 본능적으로 팔을 뻗어 유정을 보호했고, 튀어나온 정체를 확인하자 웃음을 터뜨렸다.“먹을 거라도 갖고 있어?”백림이 유정에게 묻자, 유정은 조심스레 몸을 내밀어 확인했다.나뭇가지 위에 앉은 작은 원숭이 한 마리가 두 사람을 눈을 굴리며 쳐다보고 있었고, 가지가 그 무게에 흔들리고 있었다.유정이 주머니를 뒤지니, 박하사탕 한 통밖에 없었다. 이에 백림은 그중 하나를 꺼내어 원숭이에게 내밀었다. 원숭이는 두 손으로 사탕을 움켜쥐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이에 유정은 숨을 내쉬며 물었다.“입장료였어?”백림은 웃으며 유정의 머리카락에 붙은 나뭇잎을 떼고, 손을 잡았다.“가자.”유정은 본능적으로 손을 뿌리쳤으나, 백림은 손을 더 꽉 잡으며 말했다.“또 다른 동물 만날 수도 있으니까, 이게 더 안전해.”그러나 발끈한 유정은 바로 반박했다.“나 안 무서워.”“나는 무서워.”능청스럽게 말하는 백림에 유정은 말문이 막혔다.무슨 말을 하려던 찰나, 유정의 시선이 얼어붙었고, 놀란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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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7화

“모든 반려동물은 전자 식별번호가 따로 있어서 혼동될 일 없습니다. 안심하셔도 돼요.”직원이 설명했다.기러기를 새장 안에 넣자마자, 기러기는 바로 다른 기러기들과 어울려 놀기 시작했고, 금세 생기가 돌았다.유정이 떠나려 할 때, 기러기가 날아와 그녀를 향해 꽥꽥 소리를 냈다. 꼭 작별 인사라도 하듯이 말이다.위탁 비용을 결제하고 저택을 나온 뒤, 유정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기러기 문제는 이제야 겨우 정리된 셈이었다.차 안에서 조백림이 물었다.“이제 나 안 미워하지?”유정은 담담히 말했다.“처음부터 미워한 적 없어.”백림은 차에 시동을 걸며 부드럽게 말했다.“실수했더라도, 꼭 돌이킬 수 없는 건 아니잖아. 우리가 원하기만 하면,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면 말이야.”이에 유정은 놀란 듯 눈썹을 살짝 떨구고는, 고개를 숙였다.백림은 시계를 보며 말했다.“오전 내내 이리저리 바빴네. 우리 점심 먹고, 내가 회사 데려다줄게.”“됐어.” 유정이 조용히 거절했다.“회사에 먼저 들러야 할 일이 있어.”백림은 여전히 천천히 말했다.“어차피 가는 길인데, 밥은 먹고 가자. 밥은 먹어야지.”그러나 유정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차 세워. 나 그냥 택시 탈게.”“안 돼.”단호하게 말하는 백림에 유정은 화가 치밀어올라 소리쳤다.“조백림, 그게 사과하는 사람 태도야?”백림은 순간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고, 유정도 깜짝 놀라 입을 다물었다.‘방금 내가 무슨 말을 한 거지?’신호등 앞에서 차가 멈췄고, 조백림은 유정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낮고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이제야 내 사과를 받아줄 기회를 주는 거야?”유정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돌렸다.“난 아무 말도 안 했거든.”조림은 피식 웃으며 더는 말없이 운전했고, 신호가 바뀌자 교차로를 지나 다음 골목에서 회사를 향해 방향을 틀었다.점심 식사 후, 유정은 서정후의 메시지를 받았다.[문득 생각났는데, 그 기러기 어찌 됐냐?]‘헉! 며칠이나 지났는데 이제야 생각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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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8화

유정은 분이 풀리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설령 까먹었다 쳐도, 남의 집에 멋대로 들어오는 게 네 눈에는 아무 문제 없어 보여?”이에 조백림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내 약혼녀에게 국 끓여주러 온 건데, 뭐가 문제야?”유정은 백림을 노려보다가 헛웃음을 터뜨렸다.“너, 본인이 끓인 국이 얼마나 맛없었는지는 알고는 있는 거야?”이 말에 백림은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정말 그렇게 맛없었어?”유정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대꾸했다. “입에 대기도 힘들었어.”백림은 국을 한 숟갈 떠서 살짝 맛보더니, 이내 얼굴을 찡그리고는 작게 중얼거렸다.“이상하네. 분명히 요리사가 알려준 순서대로 하나도 안 빠뜨리고 만들었는데.”그 모습을 지켜보던 유정은 속이 조금 시원해졌고, 그대로 등을 돌려 방으로 들어갔다.샤워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백림은 여전히 국 앞에서 연구 중이었다. 그러나 유정은 신경 쓰지 않고 서재로 들어가 일을 계속했다.한 시간쯤 지나 백림이 문을 두드렸다.“유정, 나와서 밥 먹자.”유정은 차갑게 말했다.“안 먹어.”백림은 문에 기대어 낮고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나한테 삐졌다고 해서 배까지 굶길 필요는 없잖아. 아까 너희 어머니한테 전화해서 국 끓이는 비법을 좀 배웠어. 이번엔 괜찮을 거야. 한 번만 먹어봐.”몇 초 뒤, 서재 문이 벌컥 열리며 유정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누구한테 전화했다고?”“예비 장모님.” 백림이 다정하게 웃었다.“네 입맛을 제일 잘 아시잖아. 내가 너한테 국 끓여주고 있다니까, 아주 좋아하시던데?”이에 유정은 분노가 치밀어 눈을 부릅떴다.“조백림, 너 도대체 무슨 속셈이야?”백림은 유정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얼굴에서 웃음을 서서히 걷고 또박또박 말했다.“너랑 결혼하고 싶어.”유정은 날숨을 들이쉬며 눈빛을 차갑게 굳혔다.“꿈 깨.”그 말을 끝으로 문을 닫으려 했지만, 백림이 먼저 문을 막고 몸을 들이밀더니, 유정의 팔을 잡아 벽 쪽으로 몰았다.그리고 고개를 숙여 입술을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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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9화

조백림은 재빨리 키를 뽑아 들며 눈앞의 현관문을 멍하니 바라봤다. 도어락이 바뀌어 있었다.그 시각, 유정의 휴대폰에서 어떤 앱의 알림음이 울렸다.유정은 영상 속에서 당황하고 분노하는 백림의 얼굴을 보고, 속이 뻥 뚫리는 듯한 통쾌함을 느꼈다.며칠 만에, 드디어 한 번은 제대로 반격한 기분이었다.설이 다가오면서, 지방에 있던 동창들이 하나둘 귀향했고, 자연스레 동창 모임도 이뤄지기 시작했다.해 질 무렵, 소강희가 유정에게 전화를 걸었다.“몇몇 동창들 모이기로 했어. 같이 가자.”유정은 모이는 멤버들과 딱히 친한 사람도 없어 처음엔 내켜 하지 않았지만 강희가 끈질기게 붙잡았다.“같이 가자. 너 안 가면 나도 별로 재미없을 것 같아.”이에 유정은 마지못해 대답했다.“그러면 잠깐만 있다가 나올게.”“그래, 알았어!”둘은 약속 시간을 정했고, 퇴근 후 유정은 차를 몰고 케이슬로 향했다.룸에 들어서자, 열댓 명 남짓한 사람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다. 모두 한눈에 알아볼 만한 얼굴들이었고, 유정과 강희는 한 가지에 동시에 놀랐다. 전소은이 왔는데, 진기호와 함께 온 것이었다.유정을 본 소은은 못 본 척하며 기호의 팔짱을 끼고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눴다.강희가 유정을 힐끗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말 안 했네. 둘이 다시 만나는 중이야. 소은이 매일 기호 씨 회사 앞에서 기다렸다나 봐. 힘들게 다시 붙잡은 거래.”유정은 소은과 친구 사이가 아니었기에, 그녀 일엔 더 이상 신경도 쓰고 싶지 않았다.그날 소은은 들뜬 듯 보였다. 연달아 두 곡을 부르고, 기호와는 커플 듀엣곡까지 불렀다.그 사이, 강희가 화장실에 갔다가 세면대 앞에서 소은과 또 다른 여자 동창이 화장하며 이야기하는 걸 듣게 되었다.“소은아, 너 예전에 유정이랑 엄청 친하지 않았어? 오늘은 둘이 한마디도 안 하네?”소은은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다, 눈을 흘기고는 싸늘하게 웃었다.“학교 다닐 땐 좋았다고 해서, 앞으로도 쭉 좋으란 법은 없지.”그 친구는 흥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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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0화

유정은 조백림을 똑바로 노려보았다.“내 얼굴 어디가 기뻐 보여?”“혹시 내 핸드폰 위치추적을 한 거야?”분명 오후에 백림은 집으로 돌아갔었다. 이에 유정은 말하면서 곧장 핸드폰을 꺼내 확인했다.백림이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그렇게까지 비열해 보여? 네가 집에 안 가니까, 나 혼자 있어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어. 밖에 나왔는데 이렇게 딱 마주치다니, 이건 운명이잖아.”실제 상황은, 예전에 백림이 케이슬 점장에게 부탁해 유정의 출입 영상을 체크하도록 했다.그래서 오늘 유정이 케이슬에 들어서자마자 지점장이 곧바로 그에게 보고한 것이었다.유정은 휴대폰을 꼼꼼히 확인했지만 아무 이상 없자, 그녀는 술을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너는 네 볼일 봐. 난 좀 앉아 있다 갈 거니까.”백림이 물었다.“또 동창 모임이야?”유정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응.”이에 백림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전소은도 왔어?”“왔어. 왜?”“또 남자친구 자랑했지?”백림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가자. 남편이 체면 세워줄게.”지난번 사진 유포 사건을 포함해, 소은은 늘 뒤에서 더럽고 비열하게 행동해 왔다.이번엔 아예 정면으로 유정과의 관계를 드러내고, 과거 일까지 한꺼번에 청산할 생각이었다.그 말에 유정은 냉소를 머금었다.“우리가 무슨 사이인데, 네가 내 체면을 세워?”백림이 막 입을 열려는 순간, 클럽 쪽 직원 하나가 급히 달려왔다.“조백림 사장님!”백림은 차분히 물었다.“무슨 일이죠?”직원은 숨을 고르며 말했다.“기은미 씨가 어떤 남자 손님한테 붙잡혔어요. 저한테 사장님 모셔 오라고 해서 지금 좀 와주셔야 할 것 같아요.”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백림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졌고, 곧바로 유정을 바라보았다.유정은 차갑게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봐. 진짜 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따로 있잖아.”여자는 그렇게 말하고 의자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이에 백림은 눈빛을 날카롭게 좁히며 입술을 앙다물었다. 유정의 뒷모습이 사라지는 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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