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3691 - Chapter 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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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1화

기은미는 놀란 눈으로 조백림을 바라보다, 곧 눈가에 맺힌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제가 도대체 뭘 잘못했는데요? 고치면 안 돼요? 앞으로는 무슨 일 있어도 절대 사장님 귀찮게 안 할게요. 그러니까, 여기 남게 해주면 안 돼요?”백림의 얼굴엔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그러면 본인은 생각해 봤나요? 내가 아까 그 말까지 하고도 강성에 남아 있으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은미는 멍해진 채 눈가에 두려움이 떠올랐다.백림은 더 이상 운마를 쳐다보지도 않고,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그 걸음엔 심지어 다급함까지 담겨 있었다.유정은 동창 모임에 돌아가지 않고 곧장 집으로 향했고, 가는 길에 소강희에게서 전화가 왔다.[모임 명단에 전소은 없었거든. 나 진짜 몰랐어. 알았으면 나도 안 갔어!]유정은 담담하게 말했다.“괜찮아. 나도 전소은 때문만은 아니었어. 그냥 먼저 나오는 게 낫겠다 싶어서.”강희가 투덜거렸다.[이게 동창회인지, 전소은 커플 자랑 쇼인지. 자기들 둘이만 분위기 다 잡고 있더라.][다른 사람들이 일부러 부추겨도, 자기가 칭찬받는 줄만 알아. 나 진짜 창피해서 더는 못 있겠어. 나도 곧 나갈 거야.]유정이 말했다.“술 꽤 마셨던데, 집에 도착하면 연락해.”강희는 민망하게 웃었다.[괜찮아. 남자친구가 데리러 오기로 했어.]그 말에 유정은 웃으며 말했다.“오, 많이 발전했네?”강희의 웃음에는 행복이 묻어났다.[좀 더 만나보니까 진짜 괜찮은 사람이더라고. 가치관도 잘 맞고, 취미도 비슷하고.]진짜 사랑을 만난 것 같은 강희에 유정은 진심으로 기뻤다.“좋다. 다음에 꼭 한 번 얼굴 보여줘.”“당연하지!” 강희는 밝게 대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유정의 기분도 한결 나아진 걸로 보아 강희의 좋은 기운을 받은 듯했다. 하지만 막 집에 도착하자마자, 누군가 문을 두드렸고, 유정은 누군지 짐작하고 처음엔 열지 않으려 했다.그런데 닫아버리는 게 오히려 자신이 신경 쓰고 있다는 걸 드러내는 것 같아, 문을 열었다. 문을 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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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2화

다음 날, 유정이 출근 중인 그때 조백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유정아, 오늘 우리 외할머니 생신이야. 할머니께서 널 꼭 한번 보고 싶다고 하셔. 혹시 시간 괜찮으면 와줄 수 있을까?]뜻밖의 말에 유정은 잠시 대답을 망설였다.예전에 백림이 그림을 배워 외할머니 생신 선물로 드리고 싶다고 말했던 게 떠올랐다. 그때는 그냥 핑계로 넘겼는데, 진심이었던 모양이었다.백림이 설명을 덧붙였다.[갑자기 부른 거 아니야. 며칠 전부터 엄마가 너한테 전화하고 싶어 했는데, 네가 우리 관계를 꺼리는 걸 아니까 내가 말렸어.][근데 외할머니께서 직접 너를 언급하셨어. 꼭 보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유정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주소 보내줘. 지금 차 몰고 갈게.”백림은 유정이 온다고 하자 바로 반색했다.[내가 데리러 갈게.]전화를 끊은 뒤, 유정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골동품을 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명망 있는 화가의 장수도를 한 점 보내달라고 부탁했는데, 바로 외할머니께 드릴 생신 선물로 준비한 것이었다. 그림이 막 도착하자마자, 백림도 도착했다.차에 오르자, 백림은 유정이 손에 들고 있는 예쁜 상자를 보고 입꼬리를 올렸다.“네가 그린 거야?”유정은 곧장 쏘아붙였다.“내가 루피 장수도라도 그렸을 것 같아?”백림은 잠시 멈칫하다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유정은 창밖을 향해 고개를 돌렸지만,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와 입가가 살짝 올라갔다.운전석에서 백림은 유정에게 간단히 외할머니 가족사 즉 여씨 집안에 대해 설명해주었다.“우리 외할머니에겐 자식이 둘이야. 외삼촌이 엄마보다 열 살 많고. 젊을 때 외숙모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나서 외삼촌은 완전히 무너졌어.”“한때는 출가까지 결심했을 정도야. 외할머니가 막긴 했지만, 삭발하지 않은 채 불교 생활을 시작했어. 지금도 세상 떠돌면서 거의 집에는 안 들어오지.”유정은 그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세상에 그런 지극한 정이 남아 있는 사람도 있구나 싶었다.게다가 백림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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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3화

주윤숙은 옆에서 자신의 엄마를 부축하며 말했다.“너무 흥분하지 마세요.”그사이 또 다른 사람들이 생신 인사를 하러 들어왔다.유정은 조용히 옆으로 비켜섰지만, 어르신은 가끔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 눈빛은 사랑스럽다는 느낌이 가득 차 있었다.그런 눈길을 받을수록 유정의 마음은 더더욱 미안함으로 무거워졌다.파티장에서는 내내 주윤숙과 조변우가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으나, 조백림의 외삼촌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듯했다.유정은 창가에 서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그때, 백림이 다가왔다.“배고프지 않아? 내가 너 데리고 작은 방에 가서 뭐 좀 먹게 해줄게.”그러나 유정은 고개를 저었다.“배 안 고파.”백림은 고개를 돌려 외할머니를 한 번 바라보더니, 낮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반년 전까지만 해도 외할머니는 이런 모습 아니셨어. 늘 건강하셨고, 나랑 엄마가 오면 직접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주셨지.”“그런데 반년 전에 갑자기 몸이 안 좋으셔서 병원에 가서 검사해 봤더니 병이었고, 그 후로 급속도로 늙으셨어. 하루가 다르게 약해지시는 거야.”백림은 창에 등을 기댄 채 서 있었다.얼굴의 반은 빛과 그림자에 가려졌고, 선이 뚜렷한 이목구비는 기품 있고 아름다웠다.이윽고 그는 입술을 살짝 열었다.“그래서 오늘 널 데리고 온 거야. 외할머니 기억에 남겨드리고 싶어서.”유정은 남자를 위로하듯 말했다.“요즘 의술도 발달했으니까,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마.”그러나 백림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외할머니 연세가 너무 많아서, 수술조차 못 하셔.”유정은 차분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노인을 바라보다가,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백림은 갑자기 손을 들어 유정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너무 슬퍼하지 마.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서 늙고 병들고 죽는 거야. 피할 수 없어.”유정은 고개를 홱 돌려 백림의 손을 피했다.“손대지 마. 그런 거 싫어.”유정은 왠지, 백림이 지금 자기 자신을 위로하려는 것 같다고 느꼈다.백림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낮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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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4화

유정은 잣 한 줌을 까서 손바닥에 올려 들고, 새장 안으로 손을 살짝 뻗었다.그러자 작은 새 두 마리가 유정의 손가락 위에 내려앉았고, 고개를 숙여 손바닥의 잣을 쪼아먹기 시작했다.간질간질한 느낌에 유정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조백림은 뒤돌아보며 그 모습을 바라봤고,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이런 건가. 마음마저 그 사람에게 따라 흔들리는 기분이었다.잠시 후, 백림이 유정을 불렀다.“유정, 이 채소 좀 씻어줄래?”“그래!”유정은 밝게 대답하고는 손에 있던 잣을 새장 안에 다 털어 넣고, 손을 털며 부엌으로 돌아섰다.문턱을 넘는 순간, 유정의 얼굴에 살짝 그늘이 졌다. 혹여나 아까 자신이 한 대답이 너무 성급했던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왜 멀뚱히 서 있어?”백림이 고개를 돌려 유정을 바라보자, 여자는 아무렇지 않은 척 다가가며 물었다.“뭘 씻으면 돼?”백림은 유정의 말투가 평소와 다르다는 걸 느끼고, 여자가 기분이 상하기 전에 얼른 손에 채소를 들려주었다. 당근 하나와 체리 바구니를 건네며 말했다.“당근은 나 주고 체리는 네가 먹어.”유정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나 시키기 힘들까 봐, 먹을 걸로 매수하려는 거야?’여자는 채소를 들고 옆의 싱크대로 가 씻기 시작했다. 모두 깨끗이 씻은 후, 유정은 체리를 들고 창가로 나가며 물었다.“이 체리, 새들한테 먹여도 돼?”백림은 돌아보며 부드럽게 웃었다.“괜찮아. 근데 너무 많이는 주지 마.”유정은 고개를 끄덕이고, 체리를 반으로 잘라 원앙새들에게 하나씩 건넸다.하나는 부엌 안에서, 하나는 마당에서 각자 할 일을 하고 있었지만, 그 모습은 꽤 잘 어울렸다.생신 잔칫날, 백림은 손수 만든 면을 어르신에게 가져다드렸다.“유정이랑 같이 만든 거예요. 오래오래 건강하세요!”유정도 급히 일어나 말했다.“외할머님, 생신 축하드려요!”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기쁜 얼굴로 웃었다. 면을 한 입 떠먹고는 진심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맛있다.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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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5화

유정은 마음이 따듯해지면서 감동받았다.“감사드려요.”주윤숙은 온화하고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길 조심해서 가. 시간 되면 집에 차 마시러 오고.”“네.”유정은 진심 어린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먼저 가볼게요.”차에 오르자, 조백림이 물었다.“우리 엄마랑 그렇게 오래 얘기하던데, 무슨 말 했어?”유정은 창밖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어머님한텐, 외할머님께 결혼 얘기한 건 그냥 기분 맞춰드리려고 했던 거라고 말했어.”백림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근데 내년 초에 외할머니가 우리 결혼식 참석하시겠다는데, 갑자기 어디서 신부를 구하라는 거야?”유정은 고개를 돌려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지금 그거, 정서적 압박이야?”백림의 얼굴이 잠깐 굳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정은 가방에서 평소 안경을 넣어 다니던 부드러운 파우치를 꺼내 팔찌를 조심스럽게 넣었다. 그리고 차량 수납함을 열어 그 안에 팔찌를 넣었다.백림은 유정의 움직임을 옆눈으로 보고 있다가 낮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서로에게 한 번만 기회를 줄 수는 없을까?”유정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난 이미 분명히 말했어.”신호등 앞에서 차가 멈췄고, 백림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나도 분명히 말했어.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야.”그 말투엔 뻔뻔함과 독기가 섞여 있자, 유정은 남자를 노려봤다. 그러나 백림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눈빛엔 집착이 서려 있었다.“믿기지 않으면 시험해 봐. 한 달, 두 달, 아니면 1년, 10년. 우리 그냥 끝까지 엮여보지 뭐.”유정은 언짢은 듯 소리쳤다.“조백림, 너 되게 없어 보여!”백림은 어깨를 으쓱이며 시큰둥하게 말했다.“이런 추운 날엔 체면 같은 거 필요 없어. 따뜻한 게 최고지.”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 이내 백림은 수납함을 힐끗 보더니 덧붙였다.“거기 둬도 좋아. 언젠가 내가 직접 너한테 채워줄 테니까.”유정은 비웃으며 말했다.“네가 내 손을 잘라서 가져가지 않는 이상은 절대 그럴 일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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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6화

비서가 유정의 집을 알아봐 주던 일은 또다시 흐지부지되었고, 망강 아파트엔 여전히 수상한 남자들이 들락거려 밤에는 유씨 저택으로 돌아왔다.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마주친 광경에 유정은 발걸음을 멈췄다.조백림이 거실 소파에 앉아 유준탁과 함께 차를 마시고 있었다. 대화가 꽤 잘 통하는지, 두 사람 모두 표정이 밝았다.서은혜가 유정이 들어오는 걸 보고 반갑게 일어섰다.“이제야 왔네? 누가 와 있는지 봐.”유정은 직감적으로 백림이 일부러 이러는 거라고 느꼈다. 자기가 오늘 집에 올 걸 미리 계산하고 아침부터 여기에 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이렇게 딱 맞춰 움직이는 그 태도가 불쾌했다.“여기서 뭐 하고 있어?”유준탁이 목소리를 낮췄다.“그게 무슨 말버릇이야?”그러나 백림은 전혀 개의치 않은 얼굴이었다. 표정도 편안했다.“오랜만에 아버님, 어머님도 뵐 겸 해서, 오늘은 일찍 끝났거든.”서은혜는 유정에게 눈짓을 보냈다.“봐, 백림처럼 생각 깊은 사람도 드문데 너는 왜 자꾸 예민하게 굴어? 얼마나 된 일이라고, 아직도 마음 못 풀고 그래.”유정은 백림을 한번 훑어본 뒤 말없이 발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갔다. 이에 서은혜는 백림에게 머쓱한 듯 말했다.“얘 성격이 내 아버지를 똑 닮아서 그래. 고집도 세고 융통성도 없고, 여자애인데도 하나도 안 부드러워.”백림은 담담하게 웃었다.“괜찮아요. 저는 그런 성격이 더 좋아요.”유준탁은 고개를 끄덕이며 흐뭇해했다.“그렇다면 다행이지. 앞으로도 유정이랑 부딪힐 때가 많을 텐데, 네가 좀 더 품 넓게 이해해 줘야지.”“아버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사실 우리 둘 다 서로에게 맞춰가고 있어요. 유정이 저한테 해준 것들도 많아요.”서은혜는 쟁반 하나를 들고 다가왔다. 웃는 얼굴이었다.“두 사람 잠깐 이야기 나눠. 요 며칠 유정이가 몸에 열이 올라서 성질이 좀 날카롭거든. 내가 맑은 탕 하나 끓이라 해서, 그거 좀 가져다주려고.”백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제가 가져다줄게요.”그 말이 서은혜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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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7화

유정은 몸을 돌려 책상에 기대섰다.“잘됐네. 나 너한테 물어볼 게 있어. 이나현이 몽유병처럼 날 놀라게 한 일, 네가 시킨 거지?”오늘 점심, 한 고객과 식사 자리를 가졌는데 우연히 예전에 살던 아파트 이웃이었던 나현을 만났다.고객이 말하길, 예전 대학 시절에 이나현과 같은 과에 같은 기숙사 방을 썼다고 했다.그땐 조용하고 얌전한 성격이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일 처리 빠른 커리어우먼이 되었다며 웃었다.유정은 무심히 물었다.“그분, 원래 몽유병 같은 증상 있어요?”고객은 단호히 말했다.“없었어.”그 말을 들은 순간부터, 모든 게 머릿속에서 딱 맞아떨어졌다. 더는 의심할 여지도 없었다.그제야 백림도 유정이 왜 이토록 날을 세우는지 감이 오는 듯, 미간을 좁혔다.“그 사람이 널 놀래킨 거야?”유정은 비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계속 그렇게 모르는 척해?”백림은 가볍게 웃었다.“정말 내가 시킨 거 아니야. 나 이나현 씨는 알아. 2,3년 전쯤 우리 회사 일 도와줬었어.”“그때 그 사람이 집을 살까 생각했거든. 갑자기 왜 그 집을 사려는 거냐고 물어서, 솔직하게 말했지.”“여자친구랑 싸웠고, 그 여자가 바로 너고, 네가 그 집 맞은편에 산다고.”“그랬더니 그녀가 집은 안 팔아도 된다고, 자기가 도와주겠다고 했어. 그 이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진 나도 몰라.”남자는 이미 나현에게 유정이 자기 여자친구라고 밝혔고, 어느 정도의 눈치는 충분히 있어서 유정을 해칠 일은 안 하리라 확신했다. 그랬기에 큰 걱정도 안 했다.며칠 뒤 유정이 다시 이사했다는 얘기를 들었고, 그는 고마운 마음에 나현에게 전화를 걸어 감사 인사도 전했다.나현이 어떻게 설득했는지 궁금해서 물었지만, 그녀는 끝까지 말하지 않았고, 그래서 더 묻지 않았다.유정은 일단 그 말에 조금 마음이 누그러졌고, 차분히 물었다.“그래서 오늘 우리 집엔 왜 온 거야?”백림은 방 안을 둘러보며 부드럽게 말했다.“네가 어릴 때 살던 집이 궁금했어. 이건 믿을 수 있겠어?”유정이 눈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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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8화

놀란 것도 잠시, 유정은 금세 따라 나갔다.“조백림, 당장 안 멈춰?”계단을 막 오르던 서은혜가 유정을 노려보며 말했다.“또 왜 그렇게 소란이야?”백림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해 마세요, 어머님. 유정이가 제가 가는 게 아쉬워서 그러는 거예요. 붙잡느라 다급해서요.”유정은 그 자리에서 백림을 발로 차서 굴려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서은혜는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그랬구나. 괜찮아, 일이 있으면 얼른 다녀와.”그러고는 유정을 돌아보며 꾸짖듯 말했다.“너도 좀 철들어. 남자한테 너무 들러붙지 말고.”유정은 기가 차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백림은 웃음을 살짝 참으며 말했다.“그러면 먼저 가볼게요.”그러고는 유정을 바라보며 덧붙였다.“일 끝나면 전화할게.”그러나 유정은 딱 잘라 말했다.“필요 없어. 그 시간엔 나 자고 있을 거야.”백림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그래도 걸 거야.”유정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맘대로 해.”백림이 떠난 뒤, 서은혜는 단단히 화가 난 얼굴로 유정을 방 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너희 둘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백림이는 지금 최대한 낮은 자세로 나오고 있잖아. 그런데 왜 넌 그렇게 끝도 없이 몰아붙이는 거야?”유정은 소파에 앉아 차분히 말했다.“엄마, 엄마야말로 태도가 문제 있는 거 아냐? 예전에 나랑 삼촌네 사이 안 좋았을 땐 항상 그쪽 편만 들었잖아.”“그러다 겨우 좀 달라진 줄 알았는데, 이제 와서 또 조백림 편이야.”“항상 이성적으로 판단한다고 말은 하지만, 정작 엄마가 다치게 만드는 건 제일 가까운 사람이라는 건 생각해 본 적 있어?”“내가 뭘 그렇게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적어도 제일 먼저 내 편을 들어야 할 사람은 엄마잖아.”이 세상 부모는 둘 중 하나였다. 자식이 무슨 짓을 해도 감싸고 도는 과보호형, 아니면 자기는 이성적이라는 자의식에 빠져 자식과 남이 다투면 무조건 자식부터 혼내는 유형.전자는 끝없는 편애고, 후자는 위선적인 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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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9화

영상 통화가 연결되자, 화면엔 외할아버지 서정후가 뜨더니 마당 한가운데 서 있는 모습이 나왔다.유정이 보내준 두툼한 패딩을 입고 있었고, 큰 소리로 외쳤다.[유정아, 무슨 일이냐?]유정은 의아해서 물었다.“이렇게 추운데 마당에서 뭐 하세요?”“장석호랑 그 노인네들이랑 한잔하고 있지!”말하면서 휴대폰을 돌려 마당 풍경을 보여줬다.‘헉!’마당 한복판에 테이블 하나 놓여 있고, 그 위에는 동동주와 각종 고기, 술, 그리고 동그란 구리냄비 속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전골이 올려져 있었다.그 주변엔 네댓 명이 둘러앉아 흥겨운 표정으로 술잔을 주고받고 있었다.그중 한 어르신이 휴대폰 화면 속 유정을 발견하곤 손을 흔들며 말했다.[유정이 왔냐, 밥은 먹었어?]유정은 따뜻한 미소로 손을 흔들었다.“칠촌 할아버지, 요즘 건강은 어떠세요?”[좋지! 아직은 팔팔해!]서정후가 다시 휴대폰을 자기 쪽으로 돌리더니 유정을 보며 말했다.[그래, 무슨 일 있냐?]이에 유정은 어색하게 웃었다.“아뇨, 별일 아니에요. 계속 드세요. 술은 좀 줄이시고요.”“그래, 네 말 들을게. 딱 두 잔만 마실게!”화면 속 서정후는 웃는 얼굴로 말했다.“그 조백림이랑은 이제 완전히 끝난 거냐? 정리했으면 바로 경성으로 와. 우리 둘이 오붓하게 설 쇠자.”그 말에 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칠촌 할아버지랑 장석호 할아버지랑 이야기 계속하세요. 너무 늦게 주무시진 마시고요.”[알았어, 알았어!]전화를 끊은 뒤, 유정은 휴대폰을 옆에 던지듯 내려놨다.‘역시 엄마 말은 한마디도 믿으면 안 되네. 저게 고독하다고? 저게 외로움을 타는 거라고?’옷을 갈아입고 샤워하고 나온 유정은, 욕실 문을 열자마자 다시 울리는 벨 소리에 고개를 들자, 또 외할아버지였다.영상 통화를 받으니, 이번엔 술자리에서 조금 떨어진 조용한 마당 구석이었고, 말소리는 멀리서 아련하게 들렸다.서정후가 물었다.[아까 전화 건 거, 혹시 무슨 얘기 하려고 했던 거냐?]술도 놓고, 일부러 자리까지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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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0화

조백림은 차 안에서 한참 동안 기다렸지만 유정에게서 아무런 답장이 오지 않자, 결국 차 문을 열고 내렸다.집으로 올라갔다가, 유정에게서 받아온 만화책이 차 안에 그대로 있다는 걸 떠올리고는 다시 내려가 들고 왔다.샤워를 마치고 침대 머리맡에 기대앉은 그는 몇 개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답장을 보냈다.문득 눈 끝에 책상 위에 놓인 만화책이 들어오자, 남자는 책을 들어 펼쳤다.그런데, 한 장 두 장 넘기다 보니 금세 빠져들었다.유정의 콘티 구성은 탄탄하고 박진감 있었고, 그가 몰랐던 또 다른 세계가 그 안에 펼쳐져 있었다.내용은 상상력을 한껏 자극하는 판타지였고, 이야기 구조도 탄탄해 흡인력이 대단했다.한 장, 또 한 장 손이 멈추질 않았다. 시간 가는 줄도 몰랐고,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니 어느새 새벽 네 시가 넘은 뒤였다.남자는 묘한 흥분에 잠도 오지 않아, 서재로 가 컴퓨터를 켜고 원본을 찾아보기 시작했다.이 만화는 꽤 오래된 작품이라 자료 찾는 데 애를 먹었지만, 결국 온라인에서 원본을 찾아냈다.일부 삭제되었던 장면들은 오히려 제본된 책보다 더 강렬했고, 감정을 뒤흔들 만큼 강한 장면들도 있었다.그렇게 웹상 원본까지 전부 읽어버렸고, 하늘은 벌써 밝아오고 있었다. 그렇게 백림은 꼬박 밤을 새웠다. 만화 속 세계를 따라가다 보니, 그는 또 다른 유정을 마주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낯설고도 익숙한 그런 유정이었다.오전, 유정은 회의실에서 막 나오는 길이었다. 그때 낯선 번호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칠성, 안녕? 나 예전에 너 담당했던 편집자 류수야. 기억나?]유정은 잠시 멍했지만 곧 반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류수님, 안녕하세요!”그는 유정의 첫 번째 담당 편집자였다.이어 류수는 정중하게 말을 이었다.[네가 예전에 연재했던 그 만화, 누가 애니메이션 판권을 사고 싶어 해.][지금 우리 사이트랑 그쪽 제작사에서 협의 중인데, 작가로서 네 협조가 좀 필요할 것 같아서 연락했어. 괜찮을까?]유정은 더욱 놀랐다. 그 작품은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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