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Bab 3731 - Bab 3740

4388 Bab

제3731화

고효석이 달려왔다.“그러지 마! 동상 걸려.”유정은 바로 손을 치우고 눈을 털어냈다.“도로 정리는 좀 어때?”효석은 숨을 고르며 말했다.“해 떨어지니까 잘 안 보여. 진도가 안 나가.”유정은 들고 있던 따뜻한 물을 건네며 말했다.“그냥 구조대 오길 기다리자.”지금은 찬밥 더운밥 따질 상황이 아니었기에 효석은 유정의 물을 두어 모금 마신 뒤 컵을 돌려주며 말했다.“괜찮아. 몸 좀 움직이니까 오히려 덜 춥네.”유정은 다시 그들과 함께 돌을 옮겼다. 그러다 효석이 전화를 받는 걸 보게 되었고, 곧 돌아온 그의 표정이 어두워진 걸 느꼈다.유정이 다가가 조용히 물었다.“무슨 일이야?”효석은 낮게 말했다.“구조팀에서 연락이 왔는데 다른 지역도 눈사태가 나서, 차량이 산사태에 깔렸대. 그래서 우선 그쪽으로 갔대. 우리 쪽은 대기하래.”“얼마나 기다리면 되는데?”유정이 조심스레 묻자, 효석은 고개를 천천히 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에 유정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제설 차량 없이 사람 손으로 이 길을 뚫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지금도 모두 한계였는데, 밤새 버틸 수 있을까?효석은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며 낮게 말했다.“지금은 말하지 말자.”유정도 고개를 끄덕였다. 구조대가 올 거라는 희망이 있어야 사람들은 견딜 수 있다. 그 희망이 무너지면, 체력보다 먼저 마음이 무너질 것이다.“차라리 다시 마을로 돌아갈까?”유정이 제안했다.“그래도 거긴 텐트도 있고 담요도 있고, 음식도 있잖아.”효석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우리가 여기까지 온 지 한 시간이 넘었어. 다시 돌아가면 왕복 두 시간 걸리고, 시내로 나갈 기름도 부족해져.”“아까 내가 후방 도로도 확인했는데, 거기서도 작은 산사태가 있었어.”다시 마을로 가자는 제안은 받아들여질 수 없었다. 그렇게 하려면, 구조대가 오지 않는다는 걸 알려야 하고, 그러면 모두의 정신적으로 무너질 게 뻔했다.이번 구호 활동에 참여한 단체 사람 중에는 대학생 자원봉사자 두 명, 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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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2화

그러나 남자는 곧장 말했다.“괜찮아요, 전 남자니까 버틸 수 있어요!”“우리 모두 살과 피로 이루어진 사람이에요. 자기가 남자라고 해서 추위를 더 견딜 수 있는 건 아니에요.”“가서 불 좀 쬐고 오세요. 돌아가면서 따뜻하게 하면 모두 무사할 수 있어요.”유정은 남자를 불 쬘 수 있는 자리로 밀어 보내자, 그는 감사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고마워요!”“당연한 일이죠.”유정은 자신이 여자라는 이유로 특별 대우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곳에 있는 모두는 같았다.너무 추워서 도저히 가만히 서 있을 수 없던 유정은 아예 다시 돌을 옮기러 갔다. 효석도 함께 와서 돌을 나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람들이 점점 불안해지고 있어.”유정은 담담하게 대답했다.“괜찮아. 고효석 네가 있으니까, 다들 마음 붙이고 버티는 거야.”효석은 손을 후 불며 웃었다.“그렇게 믿어주는 거야?”“넌 군인이잖아. 그 자체가 사람들에겐 믿음이 돼.”유정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효석은 웃으며 유정의 어깨 위에 쌓인 눈을 털어줬다.“그렇게 말해주니까 책임이 더 막중해지네.”두 사람의 움직임을 보고 다른 사람들도 다시 힘을 내어 길 정리에 합류했다.또다시 30분이 흘렀고, 유정은 눈앞이 핑 돌 정도로 지쳤다. 발끝에 감각이 사라지며 힘이 풀렸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며 돌이 바로 옆으로 굴러떨어졌다.강리나와 나희연이 가까이 있다가 다급히 달려와 유정을 일으켜 세웠다.유정은 옆에 주저앉았다. 온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얼어 있었고, 앞쪽 어둠 속 산길을 바라봤지만 구조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희연은 그녀 옆에 앉아 멍하니 말했다.“우리 여기서 얼어 죽는 거 아닐까?”리나는 곧장 소리쳤다.“그런 말 하지 마! 말이라고 다 되는 줄 알아? 구조대 곧 올 거야!”유정은 조용히 리나를 바라봤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구조대가 정말 언제 올지,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유정과 효석뿐이었다.시간은 점점 흘러갔고, 사람들의 체력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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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3화

고효석은 돌무더기 위에서 곧장 내려와 제설차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총 두 대의 제설 차량이 도착했다. 모두 너무 흥분한 나머지, 제설차 뒤쪽에 세워진 검은색 롤스로이스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조백림은 조용히 차를 한쪽에 세우고 내린 뒤, 긴 다리로 빠르게 걸어왔다. 도로를 막고 있는 진흙과 돌무더기를 바라보는 그의 얼굴은 점점 더 굳어졌다.백림은 곁에 있던 한 사람의 팔을 붙잡고 물었다.“유정, 여기 있나요?”“유정이요?”질문을 받은 이는 구호단체 소속으로 효석 쪽 사람들과는 낯선 사이였다. 그는 되물었다.“혹시 고효석 중위님 여자친구 말씀하시는 거예요?”백림의 눈매가 가늘게 좁혀졌다.“지금 어디 있나요?”남자가 손으로 가리킨 곳은 다들 쉬던 쪽이었다.“저쪽에 있을 거예요.”백림은 가슴을 쓸어내리듯 안도의 숨을 내쉬고,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으로 빠르게 걸어갔다.그때 유정과 리나는 막 마른 가지를 주워 돌아오고 있었다. 길 건너편이 소란스러운 걸 본 리나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구조대 왔나 봐!”유정은 효석을 찾으려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어둠을 뚫고 들려왔다.“유정아!”목소리는 거칠고 절박했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들은 유정은 순간 자신이 착각한 줄 알았다.그때 키가 크고 길쭉한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고, 조명이 닿자 점점 뚜렷해지는 이목구비가 눈에 들어왔다. 곧 유정의 눈가가 뜨겁게 젖었고, 백림은 유정의 앞으로 성큼 다가와 그대로 끌어안았다.백림의 가슴은 숨이 가쁠 정도로 들썩였고, 품에 안은 유정이 마치 다시 찾은 전부인 것처럼 온몸으로 껴안았다. 그간의 공포와 불안이 백림을 짓눌렀던 듯, 한동안 말도 잇지 못했다. 유정도 남자의 품에 팔을 감았다. 그 순간, 마치 눈도, 바람도 멎은 듯했다.마음속을 뒤흔들던 두려움이 말끔히 사라졌다. 유정은 코끝이 시큰해지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어떻게 온 거야?”백림은 자기 외투를 벗어 유정의 어깨에 감싸 안고, 차가운 그녀의 뺨을 두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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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4화

제설차가 투입되자, 채 반 시간도 되지 않아 길이 뚫렸다. 그리고 사람들은 마침내 차로 돌아가 시동을 걸고 집으로 향할 수 있게 되었다.산길은 여전히 위험했지만, 앞뒤로 나뉘어 선 두 대의 제설차가 차량 행렬을 호위하며 안전하게 그 길을 지났다.유정은 백림의 차에 탔다. 몸이 서서히 따뜻해지고, 사방이 환하게 밝혀졌을 때야 길게 숨을 내쉬었는데, 죽다 살아 돌아온 기분이었다.조금 전 산속에서의 모든 일들이, 마치 악몽처럼 느껴졌다. 휴대폰에 신호가 잡히자마자 유정은 외할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했다.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지만, 안도감이 묻어났다.[무사하다니 됐다.]막 뉴스에서 유정 일행이 지나간 산길 여러 곳에서 산사태가 났다는 보도를 본 터였다.서정후는 가슴이 철렁했지만, 백림이 뒤쫓아 갔다는 사실에 한 줄기 희망을 걸고 있었다.전화를 끊고 나서, 백림은 유정의 다친 손을 조심스럽게 쥐고선 목소리를 낮춰 다그쳤다.“이런 날씨에 산에 들어간다고? 도대체 이 생각은 누구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야?”유정은 서둘러 해명했다.“우리가 도착했을 땐 눈이 안 왔어. 그리고 마을 상황이 너무 급박했거든.”그러곤 약간 흥분한 채로, 마을 절반이 눈에 파묻힌 참상을 이야기했다.“이 추위에 사람들이 텐트에서 자고 있었어. 담요도 없는 집도 있었고. 우리가 물자 들고 가서 그나마 다행이었지, 아니었으면 오늘 밤 어쩔 뻔했는지 몰라.”백림은 더는 나무랄 말도 못 하고, 유정의 붉게 튼 얼굴을 만지며 낮게 말했다.“너한테 무슨 일 생겼으면, 내가 어떻게 됐을지 생각은 해봤어?”유정은 괜스레 머쓱해져 백림의 얇은 옷차림을 보며 눈썹을 찌푸렸다.“왜 이렇게 얇게 입고 왔어? 여기가 무슨 강성인 줄 알아?”백림은 슬쩍 고개를 돌리며 그녀를 흘겨봤다.“할아버님이 늘 하시는 말투 그대로네?”유정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랐다.‘설마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라도 있는 거야?’이윽고 유정은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등에 난 상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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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5화

유정은 국을 받아 들고 단숨에 반 그릇을 들이켰다. 속이 따뜻해지자, 비로소 살 것 같았다.조백림은 냅킨을 집어 유정의 입가를 조심스레 닦아주며 낮게 물었다.“거기에는 먹을 건 없었어?”“있었지.”유정은 입안 가득 음식을 넣고 고개를 끄덕였다.“근데 다 나눠줬어.”“바보.” 백림은 낮게 한숨을 쉬었다. “그 와중에도 네 몫은 안 챙겨놨냐?”서정후도 처음엔 한마디 하려다, 백림이 대신 나무라자 입을 다물고 헛기침만 했다.이때 고효석이 웃으며 말했다.“제 잘못이에요.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유정은 효석에게 반찬을 하나 집어 주며 말했다.“아니야. 너 나한테 빵 하나 남겨줬었잖아. 내가 그걸 또 누구한테 줬지. 네 잘못 아냐.”백림의 시선이 유정의 젓가락을 따라갔다가 조용히 눈을 내렸다. 유정은 잠깐 멈칫하더니, 남자에게도 반찬을 하나 집어 올려줬다.그런 모습에 백림은 유정을 힐끗 보더니, 얇게 다문 입가에 미세한 곡선을 그렸다.식사를 마치자, 서정후는 세 사람을 거실로 불러 앉혔다. 차를 따라주던 가사도우미에게는 그만 쉬라고 일러둔 뒤,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잘 됐다. 오늘 이렇게 다들 모였으니, 이참에 할 말을 확실히 해두자.”유정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또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는 거야, 할아버지는...’서정후는 조백림을 바라보며 말했다.“너하고 유정이 파혼했잖아. 그리고 난 유정이랑 효석이를 허락했어. 그러니 넌 돌아가.”유정은 눈을 확 뜨며 자리에서 고개를 들었다.“할아버지!”효석이도 놀라서 나직이 외쳤다. “할아버지, 농담이죠?”서정후는 눈을 부릅떴다.“넌 우리 유정이 마음에 안 드냐?”“그런 거 아니예요!” 효석은 반사적으로 대답한 뒤, 급히 말을 이었다.“유정이는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일 뿐이에요. 저한텐 소중한 친구죠.”서정후는 손을 내저으며 말을 자르듯 말했다.“그런 말 말고, 딱 잘라서 말해. 좋아해, 안 좋아해?”효석은 잠시 얼어붙었고, 백림은 남자를 잠시 스쳐보더니 조용히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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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6화

고효석이 대답하기도 전에, 유정이 먼저 나섰다.“할아버지, 또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면, 저 바로 강성으로 돌아갈 거예요!”“너!” 서정후는 얼굴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화가 났고, 유정은 고효석을 돌아보며 말했다.“미안해. 더는 배웅 못 하겠어.”효석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말했다.“괜찮아. 서로 마음에 두지 말자.”효석은 서정후에게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똑바로 돌아서 조용히 걸어 나갔다.이윽고 백림도 자리에서 일어나 작별 인사를 건넸다.“유정이는 오늘 밤 굶고 추위에 떨었어요. 먼저 좀 쉬게 해주시죠. 내일 다시 정식으로 인사드리러 올게요.”“그때 할아버님께서 뭐라 하시든, 두 귀 쫑긋 세우고 들을게요.”백림은 돌아서려다 다시 서정후를 향해 말했다.“그리고 유정이 손등에 상처가 났어요. 약 좀 발라주시죠.”이어서 유정을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할아버님이 널 걱정해서 그러시는 거니까, 너무 마음 상하게 생각하지 마. 난 이만 갈게.”유정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바래다줄게.”두 사람은 함께 밖으로 걸어 나갔다.눈은 여전히 내리고 있었고, 사락사락 떨어지는 소리가 겨울밤의 고요함을 더욱 짙게 만들고 있었다.백림은 대문을 나선 뒤 돌아서서 유정을 바라보았는데, 그의 목소리는 낮고 깊었다.“네 할아버지가 너한텐 중요하다는 거 알아. 그래도 누가 뭐래도, 난 널 포기할 수 없어.”유정은 멍하니 백림을 바라보았다. 남자의 짙고 어두운 눈동자엔, 거의 집착에 가까운 단단한 확신이 담겨 있었다.백림의 시선이 더 깊어졌다.“이제 들어가서 자. 내일 다시 올게. 걱정하지 마. 모든 건 내가 책임질게.”유정은 코끝이 찡해졌고,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백림의 눈동자엔 마치 별의 바다가 잠긴 듯한 잔잔한 떨림이 지나갔다.“지금 이 고갯짓 하나면, 나한텐 충분해.”백림은 조용히 돌아서 차 쪽으로 걸어갔고, 유정은 그 눈송이 속에 녹아드는 남자의 뒷모습을 오래 바라보다가 천천히 문을 닫았다.다시 거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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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7화

십여 분 동안 내적 갈등을 겪은 끝에, 유정은 결국 스탠드 등을 켰다.시계를 보니 벌써 새벽 두 시. 창밖을 한 번 바라본 유정은 옷장 속에서 긴 롱패딩을 꺼내 입고 방을 나섰다.이 시각, 서씨 저택은 깊은 적막에 잠겨 있었다. 다만 회색 담장 아래로 길게 뻗은 불빛만이 흐릿하게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하늘과 땅, 눈으로 모두 뒤덮인 세상은 경계조차 사라진 듯, 온통 혼돈 그 자체였다.유정은 눈 쌓인 바닥을 조심스럽게 밟으며 문밖으로 걸어 나갔다. 무거운 나무문을 밀고 나서자, 바깥은 칠흑 같은 어둠과 싸늘한 공기로 가득했다.유정은 입술을 지그시 다물며 낮게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잠시 그렇게 눈밭에 멈춰 서 있던 유정은 돌아서려다, 그대로 얼어붙었다. 대문 옆 벽에 기대어 선 남자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백림은 가는 눈으로 유정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 눈빛엔 놀람과 안도가 동시에 담겨 있었다.백림의 검은색 코트 위로 눈송이가 소리 없이 내려앉아 있었고, 이마를 덮은 머리카락은 이미 축축이 젖어 있었다.피부는 차갑고 창백했지만, 그 눈동자만큼은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달처럼, 은은한 빛을 띠고 있었다.유정의 심장은 그 순간 멈췄다가, 다시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고, 그녀는 숨을 죽인 채 그를 응시했다.“아직 안 간 거야?”“응, 안 갔어.”백림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고, 낮게 갈라졌다.“밤에 있었던 일이 계속 마음에 걸려서 그냥, 네 가까이 있고 싶었어.”“그리고 더 무서운 건, 혹시 네가 할아버지 말에 마음이 흔들려서, 날 정말 버리면 어떡하나 그게 두려웠어.”백림의 말에 유정의 마음 어딘가가 갈라지듯 찢어졌고, 억눌러왔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화나고, 서럽고, 분했다. 유정은 백림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고, 가까워질수록 시야가 흐려졌다.그리고 그 앞에 선 순간, 여태까지 묵혀왔던 감정들이 무너져 내렸다. 여자는 손을 들어 그의 가슴을 마구 때리며 울부짖었다.“나쁜 놈!”“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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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8화

한참을 더 껴안고 있다가, 유정이 먼저 몸을 일으켰다. 물기를 머금은 눈동자가 조백림을 또렷하게 바라봤다.“여기서 이러지 말고 이제 들어가.”“그래.”백림은 부드럽게 답했다.붉은 입술은 여전히 차가웠고, 눈동자는 별처럼 반짝였다. 남자는 다정한 눈길로 유정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정작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서서 그녀만을 응시했다.유정이 뒤돌아 서씨 저택 안쪽을 바라보다가, 입술을 깨물더니 손을 뻗어 백림의 손을 잡았다. 그리곤 말없이 그를 이끌었다.이에 백림은 살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꼬마 요정?”유정은 돌아보며, 반짝이는 눈 속에 결심을 담아 조용히 말했다.“오늘 밤 그냥 있어 줘.”백림은 낮게 웃었고, 눈빛엔 부드러움이 가득했다.“할아버님이 알게 되시면 화내실 거야.”유정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환하게 웃었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눈까지 오는데, 손님 붙잡는 게 예의 아닌가?”그러고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속삭이듯 말했다.“게다가 할아버지는 이미 주무셔. 모를 거야.”그 말을 마치자마자, 유정은 그를 이끌고 안으로 들어섰고, 문도 유정이 뒤돌아 조심스레 닫았다.백림은 유정의 뒤를 따랐다. 안뜰의 희미한 조명 아래, 그녀의 목덜미 아래로 흘러내린 머리칼 사이로 얼어붙은 귀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그 모습을 본 순간, 백림의 마음은 녹듯이 스르르 풀어졌다.‘이렇게 함께할 수 있다면, 혼날 각오쯤은 괜찮아.’유정은 발소리를 죽이며 빠르게 움직였다. 안뜰을 지나고, 거실을 지나, 그대로 2층까지 올라갔다.가슴이 쿵쾅거렸는데, 뭔가 나쁜 짓이라도 하는 것처럼 긴장됐다. 그리고 백림은 그런 유정의 뒷모습을 보며 웃음을 참느라 애썼다.방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고, 밖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걸 확인한 유정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백림은 돌아서 유정을 문에 기대게 하더니, 턱을 살짝 들어 올리고는 그대로 입을 맞췄다. 유정 또한 살짝 발을 들어 그 입맞춤에 응했다.마치 다툰 연인이 화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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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9화

백림이 욕실로 들어가자, 유정은 이불을 꼭 끌어안은 채 침대에 누웠다. 점점 더 굵어지는 눈발을 바라보며, 여자는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결국, 유정은 백림을 용서했다. 과거의 둘은 사랑을 잘 알지 못했고, 서로를 좋아하면서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이제는 이 사랑에 출구를 내주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에 답이 나올 것이니까.이건 체념도, 자기희생도 아니었다. 유정 역시 이번 일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분명히 알게 되었고, 그 마음에 솔직하기로 한 것이다.잠시 뒤, 백림이 수건만 두른 채 방으로 들어왔고, 유정은 조심스레 몸을 조금 옆으로 옮기며 말했다.“불 끌게.”“응.” 낮고 깊은 목소리가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눈빛이 스미는 방 안, 백림은 유정의 허리를 감싸 안고 천천히 다가왔다. 따뜻한 온기, 익숙한 향기에 유정은 갑자기 긴장되어 잠든 척 눈을 감았다.백림의 손길이 조심스레 옷 속으로 스며들었고, 유정은 남자의 손을 붙잡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안 잘 거야?”“너나 자.”백림의 목소리는 꽤 허스키했고, 유정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백림은 서서히 다가와, 유정의 볼을 쓰다듬다 이내 입술을 맞췄고, 유정은 잠시 눈을 감고 그 입맞춤을 응했다. 하지만 등에 느껴진 상처에 손이 닿자 유정은 순간 손을 멈췄다.“약은 발랐어?”백림은 유정의 허리를 더 가까이 끌어왔고, 부단히 여자의 볼과 턱에 입을 맞추며 웅얼거렸다.“아니, 까먹었어.”이에 급해 난 유정이 잔소리를 했다.“그러면 내일 아침엔 꼭 발라. 상처 아직 안 나아서 약 끊으면 안 돼.”“이렇게 오자마자 보내려고?”백림의 허스키한 목소리에는 약간의 애교가 묻어 나 있었다.“내가 가서 네가 보고 싶으면 어떡해?”백림의 팔베개를 베고 있던 유정은 가볍게 콧소리를 내며 낮게 말했다.“안 보고 싶어 하면 되지.”백림은 유정의 허리를 감싸고는 낮게 말했다.“원래는 어제 네가 간 걸 알고 찾아오려고 했어.”“근데 내가 네 집을 찾아갔을 때,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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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0화

눈보라가 새벽 전의 어둠을 두드리는 가운데, 조백림의 거칠고 깊은 숨소리가 추위와 뒤섞여 떨려왔다.“정말로 날, 그냥 조금 좋아하는 거야?”“스스로를 속이는 꼬마 요정 같으니라고.”“내가 보고 싶다고, 아주 많이 사랑한다고 말해 봐.”...매서운 바람이 구슬프게 울었다.유정은 백림의 어깨에 이마를 묻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얗고 여린 손끝이 그의 단단한 허리와 등을 꼭 쥐고 있다가, 더는 버티지 못하자 마침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너... 사랑해.”조백림, 사랑해!...한밤중에 추위에 떨고, 밤이 깊도록 제대로 잠들지 못한 유정은 해가 밝을 무렵이 되어서야 겨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오전 열 시였다. 눈을 번쩍 뜨고 고개를 돌리자, 침대엔 자신 혼자뿐이었다.혹시 어젯밤 일은 꿈이었나 싶어 고개가 멍해졌다. 하지만 침대 위에 남아 있는 백림의 온기와 향기가 아직 그대로였다.‘어디 간 걸까?’유정은 졸음이 단번에 깨며, 부리나케 옷을 챙겨 입고 방을 나섰다.계단을 내려서자, 백림이 홀로 의자에 앉아 장기판의 끝난 판을 뚫어지게 들여다보고 있었다.유정은 가볍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할아버지는 화를 내지 않으셨고, 백림도 쫓겨나지 않은 모양이라, 다행이었다.유정의 발소리에 백림이 고개를 들었고, 눈빛에 은은한 부드러움이 깃들었다.“일어났어?”유정은 귀 끝이 발그레해지며 주변을 둘러보았다.“할아버지는?”“마당에서 저 기러기한테 모이 주고 계셔.”말을 하며 백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배고프지? 아침 챙겨 놨어.”유정은 어딘가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근데 왜 아직 여기 있는 거야?”백림은 유정의 쪽으로 다가오며, 가볍게 그녀의 뺨에 입을 맞췄다.“나 어젯밤에 왔다니까. 잊은 거야? 아니면 그냥 꿈꾼 줄 알았어?”유정의 얼굴이 다시금 붉게 물들었고, 눈을 흘기며 말했다.“말 조심해. 내가 무슨 뜻으로 물어본 건진 알잖아.”백림은 웃음을 머금으며 테이블 위 장기판을 힐끔 봤다.“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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