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3831 - Chapter 3840

3858 Chapters

제3831화

두 노인은 뒷마당 정자에서 천천히 물을 끓여 차를 우리고 있었다.긴 복도를 따라 등불이 줄지어 매달려 있고, 한창 피어난 매화는 가지마다 어지럽게 얽혀 있어 고풍스러운 운치를 더했다.[소희야.]도경수는 소희를 보자마자 곧장 푸념부터 늘어놓았다.[네 할아버지 그 양반 말이야, 정말 너무 야박해. 칠십 년 묵은 딸기주 한 항아리를 숨겨놨다더라.][그러면서 하는 말이, 네 딸 시집가는 날 나랑 마시겠대. 너 생각해봐라, 이게 사람 속이는 소리가 아니면 뭐겠니?]우스운 건, 도경수는 취중에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술이 깨고 나서야 그 아이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게다가 딸이라고 해도, 결혼까지는 앞으로 최소 25년은 더 있어야 할 텐데, 그걸 진짜로 기다리겠다고?소희는 웃으며 말했다.“스승님, 절대 장난이 아니에요. 스승님도 할아버지도, 그 술 꼭 같이 드시게 될 거예요.”곁에서 차를 따르던 강재석이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들었지? 소희가 그렇게 말했으니, 괜한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도경수는 코웃음을 쳤다.[흥, 그냥 자기 혼자 마실려고 아끼는 거지!]“오빠랑 아심은요?”도경수가 답했다.[아침부터 경성에서 손님이 왔어. 네 오빠랑 아심이 응대하느라 바빠.][안 그랬으면 네 할아버지가 이렇게 유유히 앉아 차를 마시고 있을 리가 없지. 전부 다 우리 손녀딸 덕분이야, 안 그래?]이번엔 강재석도 반박하지 않고 맞장구를 쳤다.“그 말이 맞지. 아심인 우리 집안의 복이야.”도경수는 그 말에 우쭐했지만,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간질간질했다.이때 임구택이 뒤에서 다가와 소희의 휴대폰을 받아 들고 화면을 고정해 주며 다정히 인사했다.“할아버님, 어르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그래, 그래! 새해 복 많이 받아라!]강재석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소희가 해외에 있던 몇 년 동안, 설이면 늘 임구택이 대신 강재석을 찾아뵙곤 했기에, 그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소희도 잘 챙기고, 너도 몸 잘 챙기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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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2화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유정은 부모님과 함께 유씨 저택으로 향했다. 가고 싶지 않았지만, 두 분만 보내기엔 걱정이 앞서,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다.예전 같았으면 이미 북적거렸을 유씨 저택은 올해 유난히 조용했다.유지태는 꽤 전통을 중시하는 사람이어서, 명절이면 언제나 집안을 활기차게 꾸몄다.그러나 이번엔 대문에 붙은 설그림과 복조리 외엔 장식이 거의 없었다. 마당엔 등 하나 걸려 있지 않았다.세 사람을 도우미가 응접실로 안내했고, 마침 손님이 막 떠나는 길이라 가볍게 인사만 나눈 뒤, 거실엔 유씨 집안 식구들만 남게 되었다.이전의 냉랭하고 적대적인 태도는 온데간데없고, 유지태와 신화선은 유정 가족에게 유난히 다정했다. 유정에게는 세뱃돈까지 챙겨주었고, 신화선은 손수 유정이 좋아하던 과일까지 씻어 내왔다. “유정이는 어릴 때부터 체리가 제일 좋았지. 그때가 두 살쯤이었나, 내가 씨 빼고 조각조각 잘라서 먹여줬는데 얼마나 예쁘게 먹었는지 몰라.”“감사해요, 할머니.”유정은 과일 접시를 받아 들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건 분명 감정에 호소하려는 전략임이 분명하고 무조건 뭔가 할 말이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그리고 유정의 예상대로, 유지태는 옛이야기를 곧장 꺼냈다.“시간이 참 빠르구나.”“그러게 말이에요. 어느새 유정이가 시집갈 나이가 됐고, 우리도 이렇게 늙어가고...”신화선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예전엔 온 가족이 모여서 명절을 참 즐겁게 보냈는데, 너희가 집을 나가고, 너네 동생 집안은 신희랑 명현의 일로 정신없고, 올해는 아무 기운도 안 나더라.”“너희 아버지랑 나, 생각날 때마다 울었어.”이윽고 신화선의 시선이 유준탁에게 향했다.“준탁아, 우리 다시 같이 살자. 우리는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 없잖아. 네가 나가버리니까 엄마는 가슴이 너무 허전하구나.”이에 유준탁의 미간이 좁아졌고, 눈빛은 잠시 흔들렸다.“할머니, 우리가 안 돌아가려는 게 아니라, 지금은 숙모가 우리를 노골적으로 미워하시잖아요.”“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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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3화

서은혜는 유정의 팔짱을 끼고 함께 병원을 향했다. 차에 올라타자마자, 유지태와 신화선은 연신 당부를 쏟아냈다.“병원 도착하면 꼭 연락 줘야 해!”차가 유씨 저택을 벗어나자, 서은혜는 유정의 배를 쓰다듬으며 걱정스럽게 물었다.“어쩌다 갑자기 배가 아픈 거니?”유준탁 역시 초조한 목소리로 말했다.“조금만 참아. 근처 병원으로 바로 갈게.”그때 유정이 서은혜의 손을 가볍게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예전에 유신희가 아픈 척할 때마다 화가 났는데, 내가 해보니까 이거 꽤 괜찮네요.”서은혜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방금까지 고통에 찡그렸던 얼굴엔 장난기 어린 미소가 가득했다.“너! 너, 연기한 거니?”유준탁도 깜짝 놀라 운전기사에게 차를 세우게 하고는 뒷자리를 돌아보았다.“무슨 일이야? 진짜 괜찮은 거야?”“아빠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의도가 안 보이세요? 숙모가 집이랑 회사를 팔려고 하니까, 우리한테 그 방패 역할을 하라고 부른 거잖아요.”“내가 가만히 있었으면, 아빠 또 흔들렸을걸요?”유정은 조금도 걱정하는 기색 없이 단호했다. 사실 그녀는 조엄화가 진짜로 회사를 팔 거라곤 믿지 않았다. 그 두 어른은 항상 계산에 밝았고, 죽기 전까지는 절대 모든 걸 내줄 사람들이 아니었다.유준탁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도 그분들은 내 부모야.”“그러니까, 보지 말아야 덜 흔들리죠.”유정은 서은혜의 팔짱을 꼭 끼며 유준탁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엄마가 그 집에서 당한 게 몇 년이에요? 이사 나오고 얼마나 편해졌는지 아빠도 봤잖아요. 아빠, 다시 엄마를 그 집으로 보내실 수 있어요?”유준탁은 서은혜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였다.“우린 돌아가지 않아. 그리고 그분들과 함께 살지도 않을 거야. 내가 약속해.”서은혜는 유정의 손을 꼭 쥐었는데, 감격스러움이 눈가에 고스란히 번졌다.“점심은 밖에서 먹어요. 내가 예약할테니까!”유정은 기분 좋게 휴대폰을 꺼냈다. 처음으로 아버지가 마음을 굳힌 모습에 흡족했다.그렇게 세 사람은 어디서 먹을지 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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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4화

화장실 바깥, 직원 복장을 한 남자는 손가락으로 은빛 단검의 날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작고 날카로운 그 칼날엔 냉기마저 감돌았다.이 복도에는 총 네 개의 룸이 있었고, 안에서는 모두 설날 가족 모임이 한창이었다. 건물의 방음 상태가 좋아 복도는 고요했고, 긴장감마저 감돌았다.그때, 누군가 낮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남자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달려들어 그의 목덜미를 정확히 가격했다.남자는 한마디조차 내지르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곧바로 뒤따라온 사람들이 조용히 그를 들고 사라졌다.단 30초도 걸리지 않은 일이었다. 복도는 다시 원래의 정적을 되찾았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고요했다.조씨 저택.룸이 있었고, 안에서는 모두 설날 가족 모임이 한창이었다. 건물의 방음 상태가 좋아 복도는 고요했고, 긴장감마저 감돌았다.그때, 누군가 낮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남자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달려들어 그의 목덜미를 정확히 가격했다.남자는 한마디조차 내지르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곧바로 뒤따라온 사람들이 조용히 그를 들고 사라졌다.단 30초도 걸리지 않은 일이었다. 복도는 다시 원래의 정적을 되찾았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고요했다.조씨 저택.백림은 휴대폰을 내려다보며 유정에게 물었다.[점심 먹고 나서는 뭐 할 거야?]“부모님이랑 잠깐 쇼핑 가려고.”유정은 대답하며 창밖을 내다보았다.[그래, 너무 늦지 않게 돌아와.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하고.]“넌 네 일 보면 돼. 내 걱정은 안 해도 되니까.”백림은 아쉬운 듯 유정과 한참을 더 이야기하다가 아쉽게 통화를 마쳤다.두 시간 뒤, 백림은 조엄화가 머무는 별장 거실에 앉아 있었다. 얇은 입술 사이로 담배를 물고, 뿜어내는 연기 사이엔 서늘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백림은 말없이 조엄화를 노려봤다. 처음엔 끝까지 발뺌하던 조엄화도, 백림이 데려온 사람을 보고 나서부터는 아예 입을 닫아버렸다.어차피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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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5화

조엄화는 유명현의 비명을 들으며 가슴을 부여잡고 오열했다. 끝내 무너진 그녀는 바닥에 쿵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었다.“제발, 제발 그만 좀 때려요. 다신 유정이한테 손 안 댈게요, 진짜예요. 제발 우리 아들 살려줘요.”조백림은 담담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들어 조엄화를 촬영했다.“지난번 일 이후, 유정이 곁에는 항상 사람이 붙어 있어요. 그런데도 또 손을 대면...”백림은 말을 멈추고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다음에 당신 아들이 영상에 나오면, 그땐 지금처럼 멀쩡하진 못할 거예요. 제 말 이해하셨죠?”조엄화는 혼이 빠진 눈으로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알겠어요. 절대, 절대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약속해요.”유준성도 아내를 부축하며 나섰다.“명현이랑 신희만 무사하면 뭐든 할게요. 제발 아이들만은...”백림은 둘을 잠시 내려다보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말끔한 슈트 너머로 뿜어져 나오는 냉혹함과 기세는 방 안 공기를 짓누르듯 무거웠다.백림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방 안엔 흐느끼는 두 사람만이 남았다.유준성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제발 이제 그만하자. 이 사람들 건드리면 안 돼. 그냥 명현이랑 신희 형량 마칠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자. 이번 일도 결국은 신희 잘못이잖아.”조엄화는 끝까지 참았던 분노와 억울함이 섞인 눈물 속에서도, 더는 저항할 용기를 낼 수 없었다.백림이 마당을 지나 나오자, 마침 도착한 유지태와 신화선이 그를 맞닥뜨렸다.백림은 자연스럽게 웃으며 인사했다.“할아버님, 할머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유지태는 삼가의 저택 안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를 듣고 얼굴이 어두워졌다.“무슨 짓을 한 거냐?”백림은 여유롭게 고개를 갸웃했다.“숙모님께서 유정이를 초대하셨다기에, 저도 명현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보여드리러 왔어요.”유지태는 순간 눈빛이 변했다.“명현이한테 뭘 한 거지?”백림은 오히려 되물었다.“그보다, 숙모님이 유정이를 어떻게 초대했는지부터 여쭤보셔야죠.”그 말에 유지태는 입을 다물었다.“방금 그분과는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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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6화

설날 이튿날, 소희와 임구택, 그리고 임유진, 임유민 남매까지 넷이 하루 종일 고스톱을 쳤다.셋째 날, 임구택은 원래 소희를 청원으로 데려가려 했으나 아직 출발도 못 했는데 집에 손님이 찾아왔다.손님은 일흔이 넘은 노인이었고, 국내에서도 이름난 학자였으며, 서울에서 내려와 손녀 백구연을 데리고 왔다.구연은 스물두 살로, 이전엔 독일에서 유학했으며, 몸은 마른 편이었고, 이목구비는 작고 섬세했지만 정교했으며, 이름처럼 맑고 차가운 인상에 당찬 분위기를 풍겼다.이름에 구라는 글자가 들어가 있어선지, 임시호는 일부러 구택에게 그녀를 소개했고, 구연은 냉담한 표정으로 구택에게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반면 백호균은 구택을 두고 칭찬이 끊이질 않았다.예전엔 두 집안이 교류가 있었지만,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터였다. 백호균은 경성에 집을 사서 이곳에서 여생을 보낼 예정이었고, 이튿날에 도착해 셋째 날 아침 일찍 인사를 온 것이었다.백호균은 학계에서 높은 지위를 가진 인물이었고, 임시호도 그를 매우 존중해 서재로 안내하여 이야기를 나눴다.“백구연 씨!” 유진이 다정하게 인사하며 웃으며 말했다. “어른들 얘기하시는 동안 우리랑 놀래요?”백구연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괜찮아요, 물어봐 줘서 고마워요.”그 말을 마치고 백호균을 따라 서재로 들어갔다.이에 유진은 소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성격이 엄청 차갑네!”유민이 말을 받았다.“약간 예전의 숙모 느낌도 있어!”그 말에 유진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진짜? 나는 전혀 몰랐는데?”유진은 구연의 뒷모습을 돌아보았는데, 뒤에서 보니, 정말 조금 닮은 것도 같았다.백호균은 임씨 저택에 두 시간가량 머물렀고, 이내 작별 인사를 하며 말했다.“이제 강성에 정착했으니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회장님!”임시호는 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선생과 나는 황혼에 친구를 다시 만난 셈이지요. 절대 부담 갖지 마세요.”백호균은 온화한 얼굴로 말했다.“그렇다면 앞으로 자주 폐 끼치죠.”임시호가 말했다.“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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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7화

“잘 가.”유정이 손을 들어 인사했다.VIP 대기실로 돌아오니, 부모님은 외할아버지와 통화 중이었다. 유정은 조백림 옆에 앉아 조용히 말했다.“아까 서선혁 만났어.”백림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경성 가는 길이었어?”“아니, 친척 배웅 왔대.”유정은 직원이 가져다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는데, 약간 쓴맛에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근데, 걔 진짜 의현이 안 좋아하나 봐.”백림은 유정의 손을 잡았다.“그 말, 본인한테 들은 거야?”이에 유정은 고개를 저었다.“거절했대. 근데 난 둘이 좀 아까운 것 같아.”꽤 아쉬워하는 유정을 보며 백림이 웃었다.“오작교 해주는 게 그렇게 재밌어?”유정은 전의를 불태우듯 말했다.“처음 맡은 오작교인데 실패하면 안 되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겠어.”...그날 밤, 선혁은 집안 모임에 참석했다. 작은아버지, 큰아버지, 사촌 형제들까지 서른 명이 넘게 모여 무척이나 북적였다.경성에서 일하는 그가 설에 겨우 내려왔으니, 사촌 형제들이 잔을 돌릴 기회도 놓치지 않았다. 연거푸 일곱 잔, 여덟 잔을 마시고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 선혁은 전화를 받는 척하며 방 밖으로 빠져나왔다.밖에 나와 정신을 좀 차리려던 그는 문득 핸드폰을 꺼내 메시지를 확인했다. 게임 앱 아이콘이 보이자 의현이 떠올랐다.손끝이 잠시 머뭇거리다 게임을 열었는데, 의현은 접속 중이었다. 심지어 게임 중이었고, 누군가와 듀오를 하고 있었다.선혁은 눈살을 찌푸리며 관전 버튼을 눌렀다. 의현은 이제 성준 캐릭터는 쓰지 않고 윤영이라는 캐릭터를 플레이하고 있었고, 함께한 팀원은 조협이라는 캐릭터였다. 두 사람은 커플 스킨을 입고 찰떡같이 호흡을 맞췄다. 윤영이 체력이 낮아질 때마다 조협은 반드시 제시간에 도착해 그녀를 지키고, 심지어 3킬까지 따냈다.상대편 채팅창엔 계속 투덜거리는 말들이 올라왔다.[저 커플 좀 봐라. 길 하나는 남겨줘야지.][애정행각으로 내 눈을 테러하네.][난 게임하러 왔지, 꽁냥대는 꼴 보러 온 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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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8화

모임이 끝날 무렵, 서선혁은 술에 많이 취해 있었다. 간신히 버티며 집에 도착한 그는 부모님께 간단히 인사하고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눕자마자 일어나질 못했다.어머니가 꿀물을 들고 들어왔다.“이거 마시고 씻고 자.”“네.” 선혁은 눈을 감은 채 대답했는데, 머리가 어지러워 몸을 움직이기도 싫었다.“그냥 거기 둬요.”어머니는 찻잔을 내려놓고 문을 닫은 뒤 나갔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선혁은 천천히 눈을 떴다. 씻으러 가야겠다며 몸을 일으키려다 다시 누웠다. 머리가 무겁고 멍했다.그때, 침대 옆에 놓인 핸드폰 화면이 깜빡였다. 새 메시지가 왔고. 화면이 꺼지기 직전, 선혁은 손을 뻗어 핸드폰을 들어 앱을 열었다.바로 의현에게서 온 문자였다.[미안, 이제야 너 메시지 봤어.][요 며칠은 정말 시간이 없었어. 올해 할아버지 큰형네 가족이 다 같이 와서, 매일 모임이 있었거든. 오늘 밤에서야 겨우 한숨 돌렸어.]선혁은 눈을 가늘게 뜬 채 메시지를 읽었다.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였지만, 무심코 의현에게 음성 전화를 걸었다.7초, 8초쯤 지났을까? 전화를 받는 소리가 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의현이 물었다.[여보세요?]선혁은 핸드폰을 귀에 댄 채 말이 없자, 의현이 다시 살짝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서선혁?]조용한 밤. 의현의 목소리엔 약간의 불확실함이 묻어 있었다. 선혁이 실수로 음성 통화를 눌렀다고 생각했는지, 숨결에도 조심스러운 기색이 배어 있었다.선혁은 술기운이 섞인 쉰 목소리로 말했다.“너 나한테 거짓말했잖아.”의현이 잠시 말을 멈췄다.[내가 무슨 거짓말을 했는데?]선혁은 몇 초를 더 망설이다가 낮게 말했다.“너랑 조협, 커플 스킨 입었잖아. 절대 처음으로 논 거 아닐 거야. 꽤 오래 같이 한 거 맞지?”“새 파트너 생겼으면, 나한텐 얘기해야 하는 거 아냐?”이에 의현은 웃었다.[우리 진짜 오늘이 처음 같이 한 거야. 그 스킨은 걔가 선물한 거고, 난 예뻐서 그냥 받은 거고.]선혁은 아무 말이 없었고, 의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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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9화

서선혁은 침대 머리에 등을 기댄 채, 느긋한 말투로 웃으며 말했다.“또 소개팅이에요?”송현서는 그 말에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아들 역시 눈치가 빨라.”“안 가요.”선혁은 단칼에 잘라 말했다.“내가 소개팅까지 해서 여자친구를 만나야 할 정도로 딸린다고 생각해요?”순식간에 송현서의 표정이 싸늘해졌다.“그럼 여자친구를 데려와야지! 매년 명절마다 너는 네 캐리어만 질질 끌고 들어오잖아. 캐리어랑 그렇게 붙어 다닐 거면 차라리 그거랑 결혼해!”선혁은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좋아요. 이따 나가서 캐리어 손잡이 잡고 말할게요. 내 여자친구, 이름은 캐리라고요.”그 말에 송현서는 옆에 있던 장식품을 들고 그대로 던지려 했고, 서선혁은 몸을 홱 피하며 손을 들어 항복하듯 말했다.“알겠어, 알겠다고. 올해는 캐리어 말고 여자친구 손을 잡고 들어올게요.”송현서는 장식품을 제자리에 내려놓으며 마지막 경고를 건넸다.“딱 1년이야. 내년 이맘때까지 여자친구를 데려오든, 너희 아빠 회사 들어가든 둘 중 하나야. 선택은 네 몫이야.”말을 끝내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방을 나갔다. 그 모습을 본 선혁은 한숨을 내쉬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우리 엄마 변했어. 첫날 나 마중 나와서 웃던 모습은 어디로 간 거야? 여기 오래 있으면 위험하겠는데?”선혁은 이불을 걷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찰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을 확인하고 전화를 받았다.[서선혁!]유정의 목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유정아, 무슨 일이야?”선혁은 장난스러운 어조로 받았다.[정말 부탁할 게 있어서.]“말만 해.”[내가 장의현한테 줄 자료를 깜빡하고 못 줬어. 혹시 경성 돌아가기 전에 해성에 들러서 전달해 줄 수 있을까?]선혁은 짧게 웃었다.“택배는 안 돼?”[안 돼. 기밀 자료야. 혹시라도 유출되면 곤란해.]“그 정도로 믿어주는데, 그렇게까지 중요한 자료면 내가 직접 전해줘야지.”[고마워, 진짜 고마워. 역시 내 동창 최고야!]“별말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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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0화

서선혁이 고개를 들어 웃으며 물었다.“그렇게 기밀이라는 자료가 뭐길래?”장의현은 순간 당황했지만, 곧 표정을 고쳐 침착하게 대답했다.“이탈리아어로 된 문서야. 유정이 부탁해서 번역 좀 해주기로 했어.”선혁은 의외라는 듯 눈을 깜빡였다.“이탈리아어까지 해? 은근히 대단한데?”의현은 겸손하게 웃으며 서류 봉투를 한쪽으로 밀어두었다.“오늘 경성으로 바로 돌아가는 거야?”선혁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대답했다.“원래는 내일 돌아가려고 했는데, 자료 전해주려고 하루 앞당겼지.”의현은 예의를 지키며 말했다.“급한 거 아니면 하루 더 해성에서 쉬고 가지 그래?”이에 선혁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지!”의현은 조금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는데, 선혁이 이렇게 흔쾌히 받아들일 줄은 몰랐다.선혁은 장의현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지금 혹시 나한테 예의 차리려고 그런 거야?”의현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손사래를 쳤다.“설마, 그럴 리가.”선혁은 또렷한 이목구비에 생기 넘치는 얼굴로 물었다.“그래서 어떻게 나를 접대할 생각인데?”이에 의현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물었다.“어디 가고 싶은 데라도 있어?”선혁은 창밖을 내다보며 고개를 저었다.“사람도 많고, 딱히 끌리는 데도 없네.”“그렇다고 여기서 오후 내내 커피만 마실 수는 없잖아.”의현이 말하자, 서선혁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물었다.“게임 같이하던 사람, 누구야?”갑작스러운 질문에 장의현은 잠시 멍해졌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대학교 동창이야. 동창 모임에서 게임하는 걸 보고 친구 추가했어.”선혁은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괜찮네. 나 없을 때도 같이 게임할 사람 생겼으니.”의현은 말없이 커피잔만 바라보며 입을 다물었다.순간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었다. 적막이 잠시 흘렀고, 의현은 시선을 돌려 맞은편 쇼핑몰 외벽 스크린을 바라봤다.곧 의현은 고개를 돌려 서선혁에게 말했다.“우리 영화 볼래?”둘은 상영 시간이 가장 가까운 영화로 예매했다. 마침 발렌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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