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3941 - Chapter 3950

3999 Chapters

제3941화

“그러죠.’심명은 고개를 숙인 채 대충 대답만 했고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이에 구연의 눈빛이 잠시 흔들리더니 곧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소희는 청원으로 돌아가, 아주머니에게 자신의 짐을 간단히 챙기게 한 뒤에 차를 타고 도씨 저택으로 향했다.옆에 있던 연희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정말 도씨 저택에 가서 지낼 거야?”소희는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연희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그럼 나도 같이 갈래. 마침 아심이도 거기 있으니까 우리 셋, 임산부들이 함께 지내면 딱 좋잖아.”소희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연희야, 제발 장난치지 마.”연희는 눈썹을 치켜올렸지만 더는 말하지 않았다.도씨 저택에 도착하자, 도우미들이 소희의 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소희와 성연희는 정원 테라스에 앉아 음식을 나누며 이야기를 이어갔다.연희는 소파에 몸을 기대고 있고 눈빛에는 의문이 가득했다.“뭔가 이상해. 뭔가 안 맞는단 말이야.”소희는 주스를 한 모금 마신 뒤 담담히 입을 열었다.“맞아. 일부러 그랬어. 심명을 불러서 연극을 한 거야.”연희의 눈이 크게 뜨였다.“역시! 어쩐지 네가 다 안 알려줬다고 생각했어. 도대체 무슨 일이야?”소희는 시선을 멀리 정원 끝으로 던지며 천천히 말했다.“내 쪽에서 온 보고에 따르면, 오빠가 곤경에 처했어. 내가 직접 가야 해.”이에 연희는 놀라 목소리를 높였다.“너, 삼각주에 가려는 거야?”그제야 모든 것이 퍼즐처럼 맞아떨어졌다. 소희가 괜히 구택을 자극해 집을 옮긴 것도, 며칠간 자취를 감춰도 들키지 않으려는 계산이었다.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안 돼!” 연희는 단호히 거절했다.“지금 넌 아이를 품고 있어. 거기 가서 뭘 할 수 있겠어? 위험하기만 하지. 난 절대로 허락 못 해!”그러고는 바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지금 당장 네 남편에게 전화할 거야!”“연희야!” 소희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오빠가 사로잡혀 있고, 백협은 큰 타격을 입어 우두머리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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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2화

출근하자마자 우행과 칼리는 구택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눈치챘다.사무실에서 나온 우행이 칼리에게 물었다.“사장님, 무슨 일 있었나요?”칼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잘 모르겠어요. 점심 무렵에 잠깐 나갔다 오시더니, 그때부터 계속 저러세요.”우행은 잠시 눈살을 찌푸리더니 서류를 들고 자리를 떠났다.그때 마침 구연이 사무실 쪽으로 향하자, 칼리가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귀띔했다.“사장님, 방금 화내셨으니까 조심하세요.”“고마워요.”구연은 안심시키듯 웃어 보이고, 서류를 들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구택은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담담하게 사인을 했다. 그러나 구택의 휴대폰이 울리자, 구연의 시선이 흘끗 화면을 스쳤다. 발신자는 노정순이었다.구택은 잠시 화면을 바라보다가 깊게 찡그린 채, 바로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신 서류를 돌려주며 짧게 말했다.“이제 나가보세요.”구연은 고개를 숙이고 물러난 뒤 곧장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닫자마자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스피커폰으로 전환된 듯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또렷했다.노정순의 음성이 날카로웠다.[아침에 강재석 어르신이 네 아버지한테 전화하셨어. 소희가 도씨 저택에 머문다던데, 무슨 일이냐?]구택은 차갑게 대꾸했다.“별일 아니에요. 그저 할아버님 곁에 있고 싶다 해서요.”노정순은 믿지 않는 듯 단호했다.[넌 정말 안심하고 소희 혼자 밖에서 지내게 할 수 있겠어? 분명 뭔가 있는 거 아니니?]“정말 아무 일도 없어요.”구택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묻어났다.“지금 바빠서 이만 끊을게요.”뚝 전화를 끊자마자, 안에서 쾅 하고 서류가 탁자에 내던져지는 소리가 이어졌다.화장실에서 나온 구연의 얼굴은 평소보다 창백했고 이를 눈치챈 칼리가 곧장 다가왔다.“구연 씨, 어디 아파요?”구연은 배를 감싸 쥐며 힘겹게 웃었다.“점심때 먹은 해산물이 신선하지 않았나 봐요. 배가 좀...”칼리는 서랍을 열어 약을 꺼내주었다.“이거 효과 좋아요. 하나 드세요.”“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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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3화

오래 머물 수 없었던 구연은 곧 휴대폰을 꺼내 자료를 하나하나 스캔해 저장했다. 이후 모든 것을 원래대로 정리해 두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서랍을 잠갔다.구연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사무실을 빠져나온 뒤 모니터 화면을 원상복구했다. 그러고는 곧장 백호균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순조로워요!]곧 기쁜 기색이 무더나는 짧은 답장이 왔다.[수고했구나.]구연의 얼굴에 비로소 안도 섞인 미소가 번졌다. 그러고는 즉시 스캔한 자료들을 다른 곳으로 전송했다.다음 날, 구연은 다시 심명을 불러내 만났다.약속 장소에 미리 도착했는데, 뜻밖에도 심명이 먼저 와 있었고 옆에는 낯선 인물이 앉아 있었다.심명은 구연을 보자 손을 들어 반겼다.“구연 씨!”구연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가다가, 심명의 옆 사람을 보고 잠시 눈빛이 흔들렸다.심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개했다.“내 친구 남바보라고 해요!”그러자 옆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가볍게 웃었다. 검은 셔츠 차림에, 목에는 사파이어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혼혈의 이목구비는 잘생겼지만 어딘가 날카로운 기운을 풍겼다. 남자는 심명을 비스듬히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얘 농담은 믿지 마요. 난 남궁민이라고 해요. 만나서 반가워요.”구연은 심장이 순간 크게 뛰는 걸 느꼈지만 표정을 다잡고 고개를 끄덕였다.“백구연이에요.”그러나 안심할 틈도 없이, 남궁민은 구연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물었다.“구연 씨,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있지 않나요?”이에 구연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고 심명이 웃으며 끼어들었다.“설마 또 전 여자친구 같다고 하는 건 아니겠지? 예쁜 여자만 보면 어디서 본 것 같다고 하는 네 수작, 십 년 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너무 진부해.”이에 남궁민은 도도하게 코웃음을 쳤다.“내가 꼬실 필요가 있나? 늘 여자가 날 따라오지.”구연이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남궁민 씨가 착각하신 것 같네요. 저와는 처음 뵙는 겁니다.”이에 남궁민은 어깨를 으쓱였다.“그럼 내가 잘못 봤네요.”구연은 화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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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4화

다음 날은 주말, 백호균은 다시 임씨 저택을 찾아갔다.서재에서 담소를 나누던 중, 임시호에게 강재석의 전화가 걸려 왔다. 강재석은 임구택과 소희의 일은 일절 묻지 않았고, 단지 앞으로 며칠 소희를 데리고 운성에 다녀오겠다고만 전했다.이에 임시호는 다급히 말했다.“소희와 구택 사이의 사정을 저도 조금은 알고 있어요. 이미 구택에게 전화를 걸어 아내를 데리러 가라고 했고요.”“소희는 출산이 한 달도 남지 않아서 먼 길을 오가는 건 안전상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그러나 강재석은 담담하게 웃으며 대꾸했다.[사람을 붙여 세심히 돌보게 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게. 돌아오지 못하면 운성에서 출산해도 되니까.]그 말에 임시호의 얼굴이 굳어졌다.“그건...”강재석은 단호하게 끊었다.[이렇게 하는 거로 하죠.]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어버렸다.임시호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백호균에게 서재에서 잠시 쉬라 하고, 다시 구택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를 두 번이나 걸었음에도 연결되지 않았다.어쩔 수 없이 서재로 돌아와 백호균을 맞이한 임시호는 내내 찌푸린 얼굴이었다.이에 백호균이 살펴보고는 물었다.“무슨 일 있나요?”임시호는 한숨을 내쉬었다.“아이들이 커 가면서 점점 말을 듣지 않네요.”백호균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부부 싸움이야 원래 흔한 법이지요. 강재석 어르신이 손녀를 너무 아끼다 보니, 데려간다고 하면 데려가는 거고요.”임시호는 여전히 미간을 좁혔다.“하지만 어떻게 소희가 운성에서 출산하게 둘 수 있겠나요?”백호균이 제안했다.“그렇다면 직접 가보는 게 낫겠군요.”임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어쩔 수 없네요.”백호균은 미소 지었다.“시아버지가 직접 나서서 말한다면, 소희도 분명 체면을 생각해 따라줄 거예요.”그러고는 곧 일어나 자리를 정리했다.“어서 가는 게 좋겠군요. 이런 일은 미루지 않는 게 상책이니까요.”시호는 난처한 웃음을 지었다.“괜한 웃음거리만 보여드렸군요.”백호균은 가볍게 농담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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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5화

또 다른 자료는 공항의 감시 영상이었다.그 화면 속에는 군중 사이를 스쳐 지나가는 소희의 모습이 뚜렷이 잡혀 있었다.원래도 가녀린 체형에 헐렁한 옷을 입고 있어 임신한 배는 눈에 띄지 않았다. 게다가 챙이 있는 모자를 눌러쓴 터라,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전혀 알아채지 못할 모습이었다.여자는 어떤 짐도 들고 있지 않았다. 한 시간 전 강성을 떠난 것도 강재석과 함께 운성으로 간 게 아니라, 곧장 해외행 비행기에 오른 것이었다. 임산부라 특별 인원 등록까지 한 기록이 있어, 소희가 틀림없었다.백호균은 곰곰이 생각하며 물었다.“너는 이번 일에서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라고 보니?”백구연은 침착하게 분석했다.“소희와 심명이 함께한다는 건 아마도 거짓일 거예요. 임구택을 의도적으로 자극하기 위한 연극이죠. 진짜 목적은 남편 몰래 출국하는 거였어요.”구연은 사진을 집어들며 덧붙였다.“강재석과 함께 떠난 건 사실 성연희일 거예요. 소희가 그 여자를 시켜 자기 행세를 하게 하고, 자신은 그사이에 해외로 간 거죠.”백호균은 얼굴을 굳혔다.“하지만 강재석 같은 사람이 그렇게 쉽게 속을까? 그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지 않냐.”구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어쩌면 소희가 진실을 말했을지도 모르죠. 그래서 강재석이 직접 협조했을 가능성도 있어요.”백호균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빛은 무거웠다.“내가 알기로는, 강재석은 그 손녀를 무척 아껴. 임신한 몸으로 위험에 뛰어드는 걸 과연 허락했을까?”구연은 담담히 말했다.“피로 맺어진 손녀가 아니라는 점이 변수일 수도 있죠. 만약 친손자가 위험에 처해 있고, 소희만이 구할 수 있다면 설사 임신한 몸이라 해도 강재석이 허락했을 거예요.”백호균은 다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수도 있겠네.”그러고는 물었다.“임구택 쪽은 어떤 움직임이 있나?”구연이 보고했다.“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았어요. 어제 장시원이 여러 차례 달래려 했지만, 끝내 고개를 숙이지 않았죠. 자존심이 너무 강한 거죠.”이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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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6화

칼리가 자리를 비우자, 구연은 책상 위의 서류들을 차분히 정리했다. 심명과 진행하던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었고, 당분간은 특별히 맞춰야 할 일도 없었다.곧 자기 일을 대신 맡게 될 이는 칼리일 것이다. 어차피 그 무렵이면 구택 역시 더는 이런 일에 신경 쓸 여유가 없을 터였다.서류 정리를 마친 구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심명 씨, 시간 괜찮으세요? 프로젝트가 잘 진행되고 있어서요. 감사의 의미로 제가 식사 대접하고 싶거든요.”수화기 너머 심명의 웃음은 늘 그렇듯 가벼웠다.[미안해요. 지금은 볼일이 있어서 이제 시간 되면 제가 대접할게요.]구연의 눈에 실망이 스쳤으나 곧 눈을 내리깔고 담담히 웃어 보였다.“좋아요. 그럼 다음에 뵙죠.”전화를 끊은 뒤, 구연은 심명이 사인한 문서를 꺼내 바라보았다. 힘차고 거침없는 필체는 그와 똑같이 오만하고 제멋대로였다.구연은 서류를 조심스레 파일에 넣고 정리했다.이틀 뒤, 집에 돌아오자 백호균이 사람을 시켜 구연을 서재로 불렀다.“때가 되었어. 오늘 밤, 강성을 떠나는 거야.”구연은 눈빛을 단단히 다잡았다.“곧장 준비할게요.”백호균은 시계를 확인하며 덧붙였다.“열 시 비행기야. 마중 나올 사람이 있고 아직 몇 시간 있으니까 시간은 넉넉하다.”“네.”구연은 고개를 숙여 복종을 표했다.할아버지와 손녀는 함께 저녁을 먹었다. 식사를 마친 뒤, 구연은 방으로 돌아가 출발 준비를 했다.밤 여덟 시가 가까워졌다. 떠나기까지 두 시간 남짓. 강성에서의 임무는 이제 마무리였다.구연의 다음 행선지는 삼각주였고 그곳에서의 임무는 바로 소희 암살하는 것이다.소희만 사라진다면 말리연방과 백협의 결렬은 확실해지고, 그 틈을 타 C국 국경의 요충지를 차지하는 일이 손쉬워진다.소희의 목숨을 끊는 것, 그것이 구연과 백호균의 목적 중 하나였다.몇 달간 강성에서 보낸 시간은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임씨그룹에 잠입해 구택의 신뢰를 얻었고, 비록 중간에 위기도 있었지만 결국 말리연방의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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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7화

심명을 보지 못한 것이 과연 다행인지, 아니면 아쉬운 일인지 알 수 없었다.그러나 구연이 몸을 돌리려는 찰나, 낯익은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이에 구연은 곧장 고개를 돌렸다.정말로 심명이었다.심명은 바에 앉아 바텐더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진한 갈색 셔츠에 검은 바지, 한 쌍의 복숭아꽃 같은 눈은 반쯤 가늘게 뜨인 채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심명의 잘생긴 옆얼굴은 다채로운 조명 아래서 유난히도 빛나 보였다.구연은 저도 모르게 심명의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몇 미터 남짓 떨어진 순간, 심명이 불현듯 전화를 받았다. 누군가가 그를 위층으로 불러 모으는 듯했다. 이에 심명은 태연하게 응답하며 바 스툴에서 내려와 뒤쪽 계단으로 향했다.그렇게 구연은 그대로 심명을 따라 올라갔다.위층은 전부 밀폐된 룸이었고 심명은 그중 한 방의 문을 밀어 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왔어? 술이나 따르지?”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몸을 빼내듯 안으로 들어갔다. 구연은 문 앞에 서서, 더 들어가야 할지 망설였다.‘마지막 한 번이야.’그 생각이 결심을 굳히게 했고 구연은 손을 들어 문을 밀었다.방 안은 다소 어두웠으나 구연이 상상했던 화려하고 술 냄새가 진동하는 광경과는 전혀 달랐다. 방 안은 기묘할 만큼 고요했다.오랜 훈련으로 다져진 감각이 즉시 잘못됬음을 느껴. 구연은 몸을 돌려 나가려 했다.그러나 등 뒤에서 찰칵 하는 가벼운 소리가 났다. 바로 문이 잠긴 것이다.곧 조명이 켜졌고 소파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본 순간, 구연의 몸은 얼어붙었다.삼각주로 진언을 구하러 갔어야 할 소희가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여자의 눈빛은 싸늘하게 빛나며 곧장 구연을 꿰뚫고 있었다.구연의 등줄기를 차가운 땀이 타고 흘렀다. 여자는 황급히 휴대폰을 꺼내 신호를 보내려 했으나, 화면을 보는 순간 더욱 싸늘해졌다.방 안은 이미 신호가 차단돼 있었다. 어떤 전화도, 어떤 메시지도 보낼 수 없었다.“백규연.”귀에 익은 목소리가 곁에서 울렸다. 구택이 걸어 나오며 매섭게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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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8화

규연이 소희를 바라보며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분명 공항에서 네가 떠나는 걸 봤어.”소희의 눈빛은 맑고 또렷했다.“네가 본 영상은 조작된 것이야.”소희는 실제로 진언의 소식을 주시하게 했고, 일주일 전 갑자기 진언이 하쿠산에서 조난당해 갇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하지만 소희는 그 소식의 진위가 의심스러웠다.최근 진언과의 연락은 끊겼지만, 밤영이 백협을 지키고 있어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구택이 보낸 사람도 진언이 갇혔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기에, 둘은 그 소식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그래서 소희는 계략을 세워 일부러 믿는 척했다. 걱정하는 척하며, 곧 출산할 몸임에도 불구하고 급히 삼각주로 가 진언을 구하러 가려는 척했다. 또 일부러 심명과 연기를 해 구택을 자극했고, 자기가 강재석과 함께 운성으로 돌아간다고 속였다.물론 이것은 백씨 가문의 백호균과 규연에게 보이기 위한 연극일 뿐이었다. 실제로는 삼각주에 가지도 강성을 떠나지도 않았다.일이 반은 사실처럼 반은 거짓처럼 꾸며져 오히려 백호균과 규연을 속였다.백호균과 규연은 심명을 이용해 구택을 자극하려 했다는 점을 짐작했을 테지만, 결국 구택이 소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간과했다.특히 미수 사건 이후, 구택은 심명 때문에 질투는 했을지언정 소희와 냉전 상태에 빠지진 않을 것이고, 더구나 소희를 도씨 저택에 그냥 두지도 않을 것이었다.규연은 소희의 침착한 얼굴을 보며 모든 것을 이해한 듯했으나, 자존심 때문에 패배를 인정하지 못했다.“불가능해. 공항 직원들이 탑승자의 임신 보고서를 확인했어. 네가 직접 공항에 가지 않았다면, 어떻게 진짜 검사 보고서가 있겠어?”영상에서 탑승자는 임신 검사 보고서를 제출해 등록하는 장면이 보였다.이에 소희가 냉소적으로 웃었다.“탑승한 사람은 실제로 임신 중이야.”강성을 떠난 사람은 아심이었다. 소희가 규연에게 준 영상에 AI 얼굴 합성을 사용했다. 원래 강심은 임신 시기가 아니라 임신 등록을 할 필요가 없었다. 다만 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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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9화

구택이 소희를 바라봤다. 소희는 잠시 생각한 뒤, 명우와 그 뒤에 선 이들에게 말했다.“보내줘요.”“네!”명우는 곧장 대답하며 사람들을 물렸다.규연은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마지막으로 소희를 바라본 여자는 살짝 비웃듯 말했다.“어쩌면 우리 다시 만날 수도 있을 거야.”그 말과 함께 몸을 돌려 빠르게 사라졌다.소희는 규연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다가, 또렷하고도 차가운 얼굴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아니? 백규연, 우리는 영영 다시 만나지 않을 거야.”구택은 소희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조금 전의 날카로운 기운은 사라지고, 오직 따뜻한 눈빛만이 남아 있었다.“뒤에 일은 내가 처리할게. 넌 이제 잠깐 눈을 붙여.”소희는 맑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구택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소희의 얼굴을 살며시 쓸어내렸다.“내가 옆에 있는데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소희는 나직이 속삭였다.“오후 내내 잤더니 아직 졸리지 않아. 조금만 더 기다릴래. 곧 모든 게 끝날 테니까.”규연은 곧장 차를 몰아 미친 듯한 속도로 백씨 가문 저택으로 향했다.지금 당장이라도 할아버지를 데리고 떠나야 했다.그 순간, 휴대폰이 울렸는데 바로 백호균이었다.[어디 있는 거냐!]백호균은 분노 섞인 목소리로 다그쳤다.규연은 차마 심명을 만나러 갔다고 말할 수 없었다. 심명의 얼굴이 스치자 가슴이 날카롭게 찔린 듯 저렸다. 이에 여자는 힘겹게 목소리를 눌렀다.“볼일이 좀 있어서 나갔어요. 곧 돌아갈게요.”[우릴 데리러 올 사람이 15분 안에 도착해. 당장 돌아와!]백호균의 어투는 명령조였다.“네!” 구연은 짧게 답했다. 여자는 두 손으로 핸들을 꽉 움켜쥐었고, 얼굴에는 결연한 빛이 서려 있었다.하지만 결국 한발 늦었다.저택에 도착하자마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고 규연이 곧장 서재 쪽으로 뛰었다. 어둠이 짙게 깔린 밤, 복도엔 전등 불빛만이 드리워져 있었고, 맞은편 지붕 위에서 냉혹하게 번뜩이는 총구의 빛이 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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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0화

규연의 얼굴은 이미 잿빛으로 변해 있었다. 여자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심명을 바라봤다. 눈빛 속엔 붉은 핏물이 맺혀 있었고, 그 시선은 마지막이라도 되는 듯 매섭게 심명을 꿰뚫었다.“나 너한테 잘못한 거 없어. 그런데 왜 내 목숨을 노려?”심명은 반쯤 몸을 낮춰 앉았다. 눈가에 어른거리는 매서운 기운은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내가 너를 죽이려는 게 아니야. 너희를 데리러 오는 자들은 이미 도중에 처리됐어.”“네가 강성에 끌어들인 세력도 지금 전부 소탕당하고 있어. 넌 이 집을 벗어날 수 없어.”“내가 널 소희 앞에 데려간 건 네가 죽기 전에 알아야 할 걸 알려주려 했던 거야.”“네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세상에는 네가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존재한다는 걸 알려주려는 거고.”규연은 머리는 명석했으나 사람의 마음을 몰랐다. 감정 없는 껍데기, 결국은 그저 계산에 능한 존재일 뿐이었다.피가 한순간에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시선은 흐려졌고, 떨리는 손이 심명의 옷깃을 붙잡으려 애썼다.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듯, 입술이 겨우 움직였다.“심, 명...”심명은 손을 들어 규연의 눈을 덮었는데 목소리에는 한 치의 온기도 남아 있지 않았다.“네가 날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어. 그래서 마지막 길은 내가 배웅하는 거야. 괜히 헛되이 좋아한 건 아니게 해주려로.”규연의 마지막 기억은 며칠 전 카페였다. 그날, 심명은 자기랑 같이 호주로 가자고 말했다. 그 순간, 마음이 흔들렸었다.‘임무도, 강성에서의 모든 것도, 빛을 보지 못하는 자신의 성씨마저도 버리고 그를 따라 떠날까?’심명의 마음이 진심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단 한 번쯤은 자유롭게 살아보고 싶다고.규연은 수많은 가짜 이름과 신분을 살아왔지만, 그 순간만큼은 오직 ‘백구연’일 수 있었다. ‘만약 그날 승낙했더라면, 정말 나를 데려갔을까?’눈꺼풀이 천천히 감겼다. 심명의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미묘한 온기는 구연이 세상에서 느낀 마지막 따스함이었다. 이윽고 몸은 점점 식어가자 심명은 무표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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