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3961 - Chapter 3970

3999 Chapters

제3961화

백협 사람들이 눈치채고 전투기를 추적하기 전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이에 테이근은 곧장 남은 핵폭탄 열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백호균이 연구한 이 핵폭탄은 가볍고도 위력이 막강했다. 핵폭탄 하나의 무게는 고작 스무 킬로그램에 불과했지만, 단 한 발로도 천만 명이 사는 대도시 하나를 완전히 파괴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엄청난 가격에 팔려나갈 수 있었다.비행기 안에서 부하가 테이근에게 보고했다.“공항에서 교전을 벌일 때, 말리연방의 전투기를 발견했습니다.”테이근의 미간이 단단히 찌푸려졌다.“네 말은 말리연방이 아예 철수하지 않았다는 건가?”남자의 눈빛이 음울해졌다.“그럴 가능성이 큽니다.”테이근의 눈동자가 굴러가며 새로운 계책이 떠올랐다. 이 세 대의 전투기는 곧 무용지물이 될 터였지만 이용할 수는 있을지도 몰랐다.테이근은 핵폭탄을 다른 은신처로 옮기지 않고, 곧장 말리연방으로 향했다. 군사 배치도를 근거로 그들이 가장 가까운 군사 기지를 찾아냈고, 전투기 세 대로 폭격을 감행해 백협의 소행으로 꾸밀 생각이었다.그리고 결과는 뻔했다. 말리연방은 백협의 전투기가 자신들을 공격했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고, 설령 백협이 전투기를 도둑맞았다고 해명하더라도 그건 궁색한 변명으로 비웃음을 살 뿐이었다.또한 두 세력이 맞붙게 되면, 더는 자신을 신경 쓰지 못할 터였다.몇 시간 후, 전투기 세 대가 말리연방의 한 군사 기지 상공에 나타났다. 폭격 명령이 떨어졌으나, 기체가 돌연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며 곧장 지면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조종사들은 긴급히 연락을 취하며 기체를 필사적으로 제어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모두 낙하산을 펼치고 탈출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그들을 기다린 건 하늘을 뒤덮는 탄환 세례였다.전장은 순식간에 불붙었다. 계획이 어그러진 탓에 테이근의 부하들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고, 불과 몇 분 만에 절반 이상이 전사했다.한편, 수십 리 밖 진짜 군사 기지 내부에서 명요는 거대한 스크린에 비친 전투 장면을 보며 굳은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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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2화

명요는 먼저 아군에게 전화를 걸어 서역저수지로 급파해 테이근을 차단하라고 지시했다.그리고 시경에게 전화를 걸어 테이근이 수로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알렸다.이에 시경은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진언님은 이미 눈치챘어. 우리는 병력을 두 갈래로 나누어 집중 공격 할 거야. 이번엔 절대 테이근을 놓치지 않을 거야.]명요는 놀라며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강아심과 진언이 이토록 호흡이 잘 맞는다고?’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응답했다.“앞뒤로 에워싸겠습니다. 곧바로 지원병을 보내겠습니다.”전화를 끊은 뒤 명요는 다시 아심에게 물었다.“진언님이 이번에 직접 서역저수지로 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말 진언님을 만나러 가지 않겠습니까?”아심은 잠깐 망설였으나 거절했다.“만나긴 할 거지만 지금 당장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만약 아심이 직접 간다면, 진언은 또다시 말을 듣지 않는다며 꾸짖을 것이 뻔했다.삼각주에 혼자 와버린 일 자체가 이미 뜻을 거스른 행동이었으니, 공개적으로 도발을 계속할 용기는 아심에게 없었다.명요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준비하십쇼. 곧 보내드리겠습니다.”아심이 미소 지으며 답했다.“수고가 많으시네요.”“당연한 일입니다.”테이근은 남은 부하들을 이끌고 서역 부두로 향하던 중, 말리연방 군사기지 폭격 계획이 실패했다는 소식을 들었다.출격한 전투기 세 대 중 겨우 한 사람만 탈출했다. 자신의 병력이 하나둘씩 줄어드는 것을 보며 테이근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왜 이렇게 간단한 작전도 실패했는지 부하들을 질책했다.‘거액을 들여 고용한 병력들이 이 지경이라고?’도망친 병사가 보고했다.“거기는 애초에 군사기지가 아니었습니다. 누군가가 이미 매복해 있었습니다.”이에 테이근의 얼굴이 굳어졌고, 전투기를 탈취해 말리연방을 공격할 생각을 즉흥적으로 냈다. 자신을 배신할 자가 있을 리 없다며 의심하지 않았으나, 누군가 어떻게 이러한 계획을 알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이제 테이근의 의심은 이쪽으로 흘렀다.백협에서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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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3화

10분도 채 되지 않아 핵폭탄 열 개가 모두 배에 실렸다.적재를 도운 선원 책임자가 보고하러 다가왔을 때, 테이근은 그 사람을 바라보다가 갑작스레 음습한 웃음을 짓더니 총을 들어 그 자리에서 쏴 버렸다.곧이어 테이근의 부하들 역시 일제히 부두에 있는 선원들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고요하던 항구는 순식간에 총성과 비명으로 가득 찼다. 수많은 시신이 피와 함께 쓰러졌고, 붉은 물결이 바다로 흘러들어 저녁노을처럼 해안을 붉게 물들였다.테이근의 부하들은 사살을 이어가며 배 쪽으로 접근했고, 먼저 올라간 인원들이 다른 사람들을 맞이했다. 테이근은 자신의 행방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남겨두지 않았다. 단순한 선원이라 할지라도, 미래의 위험 요소는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수년간 군수 거래 속에서 무수히 죽을 고비를 넘긴 테이근의 생존 철칙이었다.마침내 모든 선원을 죽이고 배로 오르려던 순간, 갑판에서 갑자기 수십 명의 용병들이 뛰쳐나왔다. 검은 전투복을 입고 기관총을 들고 있던 사람들은 훈련된 동작으로 테이근의 부하들을 향해 집중 사격을 퍼부었다.그 사람들은 선원들과는 전혀 달랐다. 숙련된 무력과 정예 장비로 단숨에 주도권을 장악했고, 테이근의 부하들은 당황하며 다시 부두 쪽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고용된 자들이었기에 곧 정신을 다잡고 반격하며 테이근을 호위했다.테이근의 시선은 배에 실린 열 개의 핵폭탄에 꽂혀 있었다. 남자는 차 뒤로 몸을 숨기며 기관총을 걸쳐 들고 배를 향해 거세게 사격했다.부두에는 선원들의 시신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고 총알이 빗발치는 가운데 또다시 사람들이 쓰러졌다. 귀청을 때리는 폭음 속에서 바닷바람은 짙은 피 냄새를 몰고 와 칼날처럼 얼굴을 베는 것만 같았다.팽팽한 교전이 이어지던 그때 멀리서 거대한 프로펠러음이 들려왔다. 테이근은 고개를 번쩍 들어 올렸는데 전투기 한 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그러자 테이근의 얼굴빛이 순간 굳어졌다. 아군인지, 아니면 진언이 보낸 자인지 분간할 수 없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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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4화

테이근은 부하들의 엄호를 받으며 차를 몰고 도주하려 했지만, 달려온 사야의 총탄에 그대로 쓰러졌다.시경은 인원을 남겨 현장을 정리하게 하고 바다 위에 정박한 배를 바라보며 진언에게 처분을 물었다.진언은 헬기로 향하다가 잠시 뒤돌아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백협으로 가져가서 시온에게 넘겨라.”“알겠습니다.시경은 곧장 지시를 이행했다.진언이 헬기에 올라탔을 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남자는 화면을 확인한 뒤 전화를 받았다.[진언 님, 모든 상황이 정리됐습니다. 제 사람들은 먼저 철수시켰습니다.]명요의 공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수고했다.”진언은 담담히 응답했다.[마땅한 일입니다.]명요는 잠시 말을 고르더니 덧붙였다.[테이근은 사망했고, 핵폭탄도 전부 확보했습니다. 이제 진언 님께서는 백협으로 돌아가시면 됩니다. 깜짝선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진언은 눈썹을 약간 치켜올렸다.“선물?”명요가 옅게 웃었다.[네, 돌아가시면 알게 되실 겁니다.]진언은 더 묻지 않았다.“이쪽 상황은 네가 정리해 이디야 측에 전달해.”[알겠습니다.]전화를 끊은 진언은 고개를 들어 조종사에게 지시했다.“백협으로 돌아가지.”‘명요가 말한 선물은 과연 무엇일까?’백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저물고 있었다. 헬기가 착륙장에 내려앉자 진언은 기체에서 내렸다. 잔디밭을 가로지르던 진언은 꽃나무 너머에서 들려오는 부드럽고 매혹적인 여자의 웃음을 들었다.“헤디야, 어서 와서 내가 만든 걸 좀 봐.”헤디야의 작은 몸이 나무 사이로 달려 나오더니 놀라움 가득한 목소리를 터뜨렸다.“와, 예뻐요!”진언의 걸음이 순간 멈췄고, 차갑던 눈빛이 석양에 물리며 한층 부드럽게 가라앉았다.이에 남자는는 발걸음을 재촉해 꽃나무를 헤치고 나아갔다. 그 시선 끝에, 땅에 반쯤 쪼그려 앉아 있는 아심이 보였다.아심은 어깨가 드러난 흰색 허리 조임 롱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넓은 치맛자락이 땅 위에 펼쳐져 있었고 손에는 정성껏 엮은 꽃화관이 들려 있었다.그 화관을 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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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5화

아심은 진언을 향해 다가갔다. 눈동자에 빛이 어리더니 진언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두 팔을 뻗어 남자의 허리를 힘껏 끌어안았다.진언의 옷감은 차갑고 단단했으며, 그 아래로 느껴지는 근육은 강철처럼 굳세어 아심의 여린 살갗을 눌렀다. 하지만 그 감각은 오히려 더욱 안정감을 주었다.진언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마음이 불안했는데, 지금은 그 모든 두려움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살아 돌아와 무사히 자신 앞에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설령 진언이 호통을 친다 해도 마음은 기쁘기만 했다.진언은 아심을 안아 올리며 긴 손가락으로 여자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미간이 살짝 좁혀졌지만 목소리에는 아낌없는 사랑이 담겨 있었다.“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아심은 고개를 들어 물었다.“삼각주에 왔는데 화내지 않아요?”어스름한 빛 아래 진언의 깊은 눈은 묵직하게 아심을 응시했다.아심은 억지로라도 웃어 보였다.“내가 원해서 온 거예요. 소희가 끝까지 말렸는데 내가 졸라서 겨우 허락받았고요.”“비행기 타기 전부터 앞뒤 좌우 전부 소희가 보낸 사람들이었고, 말리연방에 도착해서는 명요가 직접 사람을 데리고 마중 나왔어요.”“백협까지 오는 길도 명요가 계속 곁을 지켜줬고요.”진언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차라리 나한테 먼저 말했어야지. 내가 직접 말리연방까지 가서 널 데려왔을 거야.”아심은 장난스럽게 눈썹을 치켜세웠다.“그러면 바로 날 다시 집으로 돌려보냈을 거잖아요.”진언이 코웃음을 흘렸다.“그렇게 무서웠다면 아예 오지도 않았겠지.”아심은 입술을 가볍게 깨물고 시선을 고정했는데 목소리는 부드럽고도 솔직했다.“무섭죠. 그런데 더 그리웠어요.”진언의 눈빛이 한층 깊어졌다. 진언은 손바닥으로 아심의 얼굴을 감싸 쥐더니 몸을 기울여 강하게 입술을 맞췄다.아심 또한 눈을 감고 진언의 품에 몸을 기댄 채 뜨겁게 응했다.정원에 하나둘 켜진 가로등 불빛이 어둠을 밝혔고, 하늘 끝자락의 붉은 노을이 스러지자 부드럽고 영롱한 달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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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6화

진언은 아심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이제 가서 밥 먹자.”아심은 고개를 갸웃하며 웃었다.“나 헤디야랑 저녁 같이 먹기로 약속했어요.”진언은 아심을 다정하게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그러자 아심은 살짝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근데 헤디야가 좀 당신을 무서워하는 것 같아요.”그러나 진언은 전혀 자신의 문제라 생각하지 않는 듯 코웃음을 쳤다.“겁이 너무 많은 거야. 밤영이 너무 곱게 길렀지.”그러고는 속으로 소희가 헤디야 또래였을 땐 이미 훈련소에서 굴러다니고 있었음을 떠올렸다.아심은 부드럽게 웃으며 맞받았다.“그럼 당신은 겁도 없고 무서워하지 않는 아이 하나를 찾아내야겠네.”진언은 길게 난 눈썹을 살짝 올렸다.“지금 내 무릎 위에 앉아 있는 사람은 누구지?”아심은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지만 곧장 진지한 눈빛을 띄었다.“앞으로는 아이들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도 배워야 해요.”이번엔 진언도 반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맞는 말이야.”십여 분 뒤, 헤디야까지 합쳐 네 사람이 식탁에 둘러앉았다.헤디야는 여전히 진언을 무서워했기에 식사 내내 얌전하게 앉아 평소의 장난기 어린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아심은 헤디야가 좋아하는 반찬을 덜어주며 다정히 물었다.“내일은 어디에 데려가 줄 거야?”헤디야는 아심이 처음 오는 손님이라고 생각해 어제 하루 종일 안내자가 되어 이곳저곳을 보여주고, 숲속에 있는 자기 오두막까지 데리고 갔었다.이에 헤디야는 조심스레 속삭였다.“내일은 산에 가서 늑대를 잡을 거예요.”산속에 있는 야생 늑대가 헤디야가 정성껏 먹이를 주던 꽃사슴 한 마리를 잡아먹었고, 그 복수를 하겠다며 결심한 것이었다.아심은 속으로 감탄했다. ‘겨우 여섯 살에 늑대를 잡으러 간다니, 누가 겁이 많대? 이게 겁이 많은 거라고?’그러나 아심이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진언이 단호하게 막아섰다.“그건 안 돼.”헤디야는 곧장 불안한 눈빛으로 아심을 바라보자 여자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진언을 보며 미소 지었다.“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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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7화

아심은 살며시 걸음을 옮겨 진언의 곁에 앉았다. 매혹적인 곡선을 따라 몸을 기울여 진언의 가슴에 입술을 맞댔다. 단단히 다져진 근육을 따라 위로 오르며 입맞춤을 이어갔다.아심이 입은 건 장밋빛 실크 슬립 드레스였다. 가는 끈에는 작은 천연 진주가 촘촘히 이어져 있었고, 은은한 빛이 아심의 피부를 더 매끄럽고 고혹적으로 빛나게 했다.이에 진언은 낮게 숨을 내쉬며 아심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러고는 곧장 몸을 뒤집어 아심을 눌렀고, 뜨겁고 거친 키스가 쏟아졌다.시언의 입맞춤은 격렬하고도 강렬했다. 큰 몸집은 서서히 긴장되었고, 아심의 잘록한 허리를 감싼 팔은 절제된 힘으로 근육이 팽팽했다.그러다 시언은 동작을 잠시 멈췄고 무슨 생각인지 잘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아심을 내려다보며 쉰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아?”짙은 머리칼이 어두운 시트 위에 흩어져 매혹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이에 아심은 애틋한 눈빛으로 시언을 바라보았고 촉촉한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네.”진언은 마른침을 삼키면서 이성의 끈을 놓지 않고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헨터에게 물어볼게.”헨터는 진언의 개인 주치의였다.그러나 아심은 팔을 뻗어 진언을 막았고 눈빛엔 부드러운 앙탈이 담겨 있었다.“묻지 않아도 돼요.”그러나 진언은 낮게 웃으며 아심의 뺨을 꼬집듯 잡았다.“장난치지 마.”아심의 얼굴은 붉게 물들었고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조심스럽게 하면 괜찮아요.”아심의 손이 진언의 등을 따라 내려가더니 검은 민소매 끝자락을 잡았다. 그러고는 신중히 진언을 설득하듯 이어 말했다.“딱 한 번만요.”진언의 호흡은 점점 거칠어졌다. 긴 손가락이 아심의 이마에서 눈가로, 다시 뺨을 따라 내려갔다. 거친 손끝에 몸이 떨려 왔고 남자는 다시 몸을 숙여 아심의 입술을 깊게 탐했다....다음 날, 백협의 최고층 회의실에서 각 부서 책임자들이 단정히 앉아 진언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진언이 나타나지 않는 그 시점에 문득 문이 열리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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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8화

김순자는 마음이 더욱 불안해졌고 억지로 입가에 웃음을 걸고 말했다.“어르신 부부께서 아직도 저를 생각해 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저는 이미 임씨 집안에서 일을 그만두었어요.”“그러니 이 축하 선물은 명우 씨께서 다시 가져가 주시는 게 좋겠네요.”명우의 표정은 냉랭했고 오히려 엄숙해 보였다.“김순자는 생각이 분명하시군요. 임씨 집안을 떠났으니 이제는 완전히 선을 긋겠다는 거네요.”“그렇다면, 임씨 집안에서 받아온 모든 혜택도 포기하셔야 하지 않겠나요?”김순자는 놀라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죠?”명우는 오현석을 힐끗 바라보며 냉소를 지었다.“당신 아들이 지금의 자리를 자신의 학력과 능력으로 얻었다고 정말 믿고 있나요?”그 말에 김순자는 멍하니 굳어졌다.아들은 해외에서 공부를 마치자마자 유명 대기업에 입사했고, 줄곧 승진을 거듭하여 이제는 임원급이 되었다. 그랬기에 김순자는 늘 자기 아들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믿어왔다.‘그런데 아니라고?’명우의 목소리는 더욱 차가워졌다.“임씨 집안에서 20년 넘게 일하는 동안, 임씨 집안은 한 번도 소홀히 대우한 적이 없어요.”“아들을 유학 보내고, 졸업 후 자리까지 마련해 주었죠. 그런데도 돈에 눈이 멀어 임씨 집안을 배신하다니. 설마 돈만 챙기고 나가면 무사할 거라 생각했나요?”김순자는 안색이 하얗게 질리며 믿고 싶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제 아들의 직장이 임씨 집안에서 마련해준 거라고요? 그럴 리가...”명우는 현석을 향해 물었다.“오현석 씨, 어머니께 말하지 않았나요?”현석은 난처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유학이나 직장도 모두 임씨 집안의 배려였음을 알고 있었지만, 체면과 자존심 때문에 줄곧 스스로의 능력으로 얻은 것처럼 말해온 것이다.김순자는 아들의 표정만으로도 명우의 말이 사실임을 깨달았고 당황스러움과 분노가 동시에 밀려왔다. 여태 자신이 믿어온 모든 게 무너진 순간에 김순자는 억눌러온 말이 터져 나왔다.“왜 진작 말하지 않았니?”현석 역시 화가 치밀었다.“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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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9화

김순자의 시선이 불현듯 책상 위에 놓인 붉은 비단 상자에 멈췄다. 명우가 축하 선물이라며 두고 간 물건이었다.떨리는 손으로 상자를 열어본 여자는 순간 얼어붙었다.“이게 뭐예요?”현석도 고개를 들이밀며 확인했다.김순자가 상자에서 꺼낸 건 작은 크기의 정교한 녹음기였다.현석이 그것을 집어 들어 스위치를 켜자 곧바로 귀에 익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아주머니, 제가 원하는 건 살인이나 방화가 아니에요. 임씨 집안에 불리한 일을 하라는 것도 아니죠.][그냥 임유민의 가정교사를 바꿔야 한다는 말을 우정숙 사모님 앞에서 한번 흘려주기만 하면 돼요.][그리고 또 하나, 임유진의 행적을 조금만 더 살펴봐 주시면 되세요.]이어 들려온 건 김순자의 대답이었다.[안 돼요. 도우미가 주인의 행적을 캐묻거나 이에 대해 떠드는 건 규칙에 어긋나요!][정말이에요. 난 임씨 집안에 해를 끼칠 일은 절대 안 해요. 다만 임씨 집안과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을 뿐이에요.][이 카드에 6천만 원이 들어 있어요. 손자 보러 해외에 간다고 하셨죠? 마침 필요할 때 쓰시면 돼요.][당신은 내가 아들네로 간다는 걸 어떻게 알았죠?][그건 따로 묻지 마세요. 그냥 돈만 받으시면 되세요.]뒤이어 들려온 건 그녀가 한동안 망설이다가 결국 돈을 받으며 내뱉은 말이었다.[다른 건 못 해요. 당신이 말한 대로 잔소리 한마디 정도야 해줄 수 있겠지만 절대 임씨 집안을 해치는 건 기대하지 마요.][걱정하지 마세요!]김순자는 그 순간을 떠올리며 숨이 막혔다. 정말로 백규연이 임씨 집안을 해치지 않을 거라 믿었던 걸까? 진실은 오직 본인 자신만 알 뿐이었다.녹음을 끝까지 들은 뒤, 김순자의 얼굴은 핏기가 없어졌다. 돈을 받은 날부터 이미 임씨 집안은 모든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맞이한 파국은 결코 억울한 일이 아니었다.접견실구은서는 누군가 면회를 청했다는 말을 듣고 약속된 시간에 자리에 앉아 기다렸다.머리를 짧게 잘라 예전의 화려함은 사라졌지만, 몰락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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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0화

은서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바뀌었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뭐라고 했어요?”은정은 냉담한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내 말 똑똑히 들었을 텐데. 앞으로 소희에게 해가 되는 짓을 다시 한다면, 넌 평생 여기서 못 나가.”은서는 눈을 크게 부릅떴다.“오빠가 무슨 권한으로 그래? 아버지를 만나게 해줘요! 아버지께 말씀드릴 거니까요!”그러자 은정은 비웃음을 흘렸다.“아버지는 더는 널 만나지 않을 거다. 구택의 뜻을 다시는 거스르지 못하니까.”말을 끝낸 은정은 자리에서 일어나 뒤돌아섰고 더는 쓸모없는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은서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비명을 질렀다.“돌아와요! 오빠가 거짓말하는 거라고요! 난 아빠의 친딸이고 그분은 절대 날 버릴 리 없어요!”곧바로 옆의 교도관이 달려와 은서를 눌렀다.“자리에 앉으세요. 함부로 소리 지르지 마시고요!”은정은 끝내 대꾸하지 않았고, 남자의 뒷모습은 이미 문 너머로 사라졌다.은서는 체면 따위 잊고 광기에 가까운 비명을 내질렀다.이에 곧 수갑이 채워졌고 절망에 잠긴 얼굴만 남았다. 구은태마저 자신을 외면한다면 이제 그 어떤 기대도 남아 있지 않았다.‘정말 이곳에서 평생을 썩으며, 짐승만도 못한 나날을 보내야 한다고? 그럴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낫겠어.’은서는 절망에 빠져서 생각했다.그날, 소희는 하루 종일 도씨 저택에 머물렀다. 해가 저물 무렵, 아심에게서 영상 통화가 걸려 왔다.그곳은 아침 햇살이 환했으며 아심은 배 갑판에 서 있었는데 푸른 바다와 하얀 구름이 뒷배경이 되어 아름다웠다. [소희야!]아심은 붉은 드레스를 입고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조금 전에 외할아버지랑 할아버지께 전화드렸는데, 두 분 다 외출하신 것 같아. 내가 여기서 잘 지낸다고 꼭 전해줘. 며칠 뒤 오빠랑 함께 강성으로 돌아갈 거야.]소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꼭 전할게. 거기서도 즐겁게 지내.”곧 아심의 곁으로 헤디야가 다가오자 여자는 허리를 굽혀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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