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Bab 3951 - Bab 3960

3999 Bab

제3951화

연희의 얼굴에 마침내 안도의 빛이 스치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좋아.”구택이 옅은 웃음을 지었다.“연희 씨, 수고 많았어요.”연희는 고개를 젓고 곧바로 입꼬리를 올렸다.“연희 고생 많이 했죠. 근데 난 이유도 없이 당신한테 주먹까지 맞았잖아요. 그건 또 어쩔 거예요?”장난 섞인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들려왔는데 심명이 나선 것이다.연희는 소희의 팔짱을 끼고 재미있다는 듯 거들었다.“일이 다 끝났으니 이제 따질 건 따지자고요. 오늘이 아니면 기회 없으니까.”구택은 무표정하게 심명을 바라봤다.“그 주먹은 억울할 게 없을 것 같은데요?”이미 오래전부터 때려주고 싶었던 상대였다.“소희야!”심명이 투정 섞인 목소리로 소희를 불렀다.이에 구택의 이마에 핏줄이 불거졌고 성큼 앞으로 다가가 목소리를 낮췄다.“부르지 마세요. 심명 씨한테 빚진 거야 원한다면 맞아도 가만히 있죠.”명성은 금테 안경을 밀어 올리며 흥미로운 듯 장면을 지켜봤다.소희는 그런 두 사람 사이에서 미소 지으며 말했다.“심명, 네가 진짜로 때리진 못할 거 알아.”그러나 심명은 이를 갈며 주먹을 움켜쥐었다.“쉽게 장담하지 마.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임구택이야.”구택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나도 마찬가지거든요.”심명이 한발 다가서자, 소희의 이마가 살짝 찌푸려졌다. 그걸 본 남자는 허탈하게 손을 내렸다.“그만두자. 너 속상하게 할 짓 내가 왜 해.”연희는 옆에서 불을 지폈다.“심명, 이번 기회 놓치면 다시없어.”이때 구택의 눈빛이 성연희로 향했다.“연극은 연극이었지만, 연희 씨가 나한테 불만 많은 건 진심이었네요.”그 말에 연희가 콧방귀를 뀌었다.“이제 알았어요? 진심 아니면 그렇게 실감 나게 연기 못하죠.”순간,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심명은 시계를 힐끗 보고는 어깨를 으쓱였다.“이제 자정 넘었어. 임산부 둘은 어서 집에 들어가 쉬어.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재미난 장면을 못 보고 가네.”연희는 못내 아쉬운 듯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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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2화

규연이 임씨 집안에 들어온 둘째 날, 구택은 곧장 명우에게 야지가 강성에 오기 전의 모든 행적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백호균과 구연이 요양을 명분 삼아 강성에 들어온 뒤 임씨 집안을 방문하고, 곧장 임씨그룹에 들어온 일련의 과정은 도저히 우연이라 보기 어려웠다. 특히 소희가 곧 출산을 앞둔 상황에서, 단 하나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었다.명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중요한 단서를 찾아냈다. 백호균에게는 실제로 해외에 거주하는 손녀 ‘백구연’이 있었지만, 동시에 집안에는 ‘백규연’이라는 사생아가 존재했다.규연은 백씨 집안 사람들과 공개석상에 거의 나타난 적이 없었고, 이력 또한 단출했다.다만 특이한 점은 중학교 시절, 운동회에서 사격 대회 전교 1등을 한 기록뿐이었다.그 외에 더 깊은 자료는 찾기 어려웠지만, 백씨 집안이 오랫동안 군사 분야를 연구해 왔다는 사실이 있었다.그리고 최근 삼각주 지역의 긴박한 상황이 겹치며 구택의 의심은 더욱 짙어졌다.이에 구택은 이 모든 의심을 소희와 공유했다.진언이 운영하는 군수 공장은 사실 내부 배신자가 도망쳤다는 건 단순한 위장에 불과했다. 진언이 삼각주로 향한 진짜 이유는, 자국과 맞닿은 R국이 한 무기상으로부터 대량의 핵무기를 사들였다는 첩보 때문이었다. 이는 자국 국경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상황이었고, 진언의 임무는 바로 그 운송 중인 핵무기들을 가로채어 파괴하는 것이었다.하지만 무기상은 이미 소식을 입수해 경호 인력을 분산시켰고, 일부 핵폭탄을 D국과 자국 국경에 밀반입하여 두 나라 간 전쟁을 유도하려 했다.진언은 그 과정에서 무기상의 부하 한 명을 생포했고, 그로부터 핵폭발 암호기가 한 ‘신비한 인물’의 손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소희는 그 신비한 인물이 바로 백호균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했다.그래서 소희는 구택에게 조급해하지 말고, 진언의 작전을 돕는 동시에 두 명을 우선 지켜보자고 설득했다.다음 날 아침, 구택이 출근하자 칼리가 문서를 들고 들어왔다. 이에 구택은 서명하면서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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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3화

소희는 구택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히 말했다.“네 책임을 잊지 마.”구택의 책임은 단순히 임씨 집안의 후계자라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남자는 말리연방의 이디야였고, 진언과 함께 삼각주의 안정을 지켜야 했다. 삼각주의 안정은 곧 자국 국경의 안보와 직결되는 일이었다.그렇기에 출산휴가 따위는 생각할 수 없자 구택은 더 답답해졌고 속으로는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며칠 전 회의 자리에서 칼리가 데이터 손실 문제를 보고했을 때, 이미 진우행은 그 배후에 규연이 있음을 눈치채고 있었다. 하지만 구택이 침묵하자 우행 역시 모른 척 넘어갔다.규연은 칼리의 남자친구를 매수해 바이러스를 심고 데이터를 파괴했다. 이는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하나는 칼리를 밀어내고 구택 곁의 수석 비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임씨 집안의 보안 시스템을 시험해 훗날 침투를 준비하는 포석이었다.결국, 일은 규연이 바라는 대로 흘러갔다. 구택은 칼리를 징계했고, 규연은 수석 비서 자리에 올랐다.첫 단계가 성공하자, 규연은 곧바로 소희의 곁을 파고들기 시작했다.규연이 첫 번째로 접근한 이는 우청아였다.연희는 규연의 속셈을 알지 못한 채, 청아를 데리고 나섰다가 오히려 백구연의 덫에 걸렸다.구택은 공개적으로 규연의 음모를 밝힐 수 없어 연희에게 조용히 당부했다.“섣불리 움직이지 마요. 자칫 잘못하면 뱀의 꼬리를 밟거든요.”규연이 연희를 통해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건, 곧 백씨 집안의 세력이 이미 강성 안에 깊숙이 침투했다는 의미였다. 다행히 연희는 곧 상황을 파악하고 더 큰 불상사는 막아냈다.청아를 이용할 수 없게 되자 규연은 이번엔 임유민을 노렸다.마장에서 소희가 말에 치일 뻔한 사건이 터졌을 때, 구택은 분노를 억누르지 못했다. 그는 즉시 백호균과 규연을 제압해 버리고 싶었다.구택운 더 이상 백씨 집안의 출신이나 목적, 혹은 이디야의 정체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단 한 가지, 소희를 건드리는 자는 그 어떤 이유로도 용서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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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4화

구택은 심명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시점에 강성으로 돌아온 순간만큼은, 마음속의 답답함이 약간 풀렸다. 마치 산 위에 앉아 호랑이 싸움을 구경하는 기분, 묘한 쾌감이 스쳤다.규연이 심명을 짓밟든, 남자가 규연을 희롱하든 상관없었다. 그 둘이 피를 보든 웃음거리가 되든, 구택은 그저 즐거웠다.첫 번째 대결에서 심명은 이미 발을 헛디뎠다.사진 사건이 폭로되자 각종 스캔들이 퍼져 나갔으나 구택은 질투하지 않았다.왜냐하면 전날 밤, 구택은 소희와 함께였으니 애초에 흔들릴 이유가 없었다.그런데도 구택은 전화를 걸어 투덜거렸다.“헛발질이 따로 없군. 심명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멍청해.”소희는 피식 웃으며 받았다.“여보, 이럴 때 같은 편을 헐뜯는 건 좀 무례하지 않아?”구택은 목소리를 낮췄지만 불쾌함이 묻어났다.“누가 그 사람을 내 편이라 했어? 스스로 잘난 척하다 무너졌는데, 내가 뭐라 한들 문제 있어?”소희는 태연히 응수했다.“하지만 이번 사건 덕에 강성 안에 숨어 있던 백씨 집안의 세력 일부를 드러냈잖아. 손해 본 건 아니지.”구택은 비웃듯 말했다.“그 빚은 곧바로 갚아줄 거야.”그리고 곧 기회가 왔다.유진과 은정의 약혼식.심명은 스스로 미끼가 되어 규연을 함정에 몰아넣었다. 규연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망신당했고, 동시에 소희와 심명 사이의 스캔들도 잠잠해졌다.구택은 심명의 계획에 호응하며 남자의 체면을 살려주었고 그걸로 빚은 갚은 셈이었다.이번 일에는 소희의 의도도 담겨 있었다.규연은 끊임없이 그녀의 곁사람들을 건드렸다. 친구든, 임씨 집안 사람이든 가리지 않았다. 소희는 직접 드러나지 않았지만, 혹시 누군가 다칠까 우려했다.그래서 소희는 일부러 이번 기회를 이용해 규연의 속도를 재촉하고, 허점을 드러내게 하려 했다.그러던 중 연희가 위기를 맞이했고, 그 일로 소희의 인내심을 완전히 박살 내버렸다. 이에는 소희는 더 이상 가만있지 않고, 백씨 집안 사람을 직접 치며 경고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백구경은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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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5화

임씨그룹에 발을 들인 뒤, 규연은 여러 차례 소희에게 접근하려 했지만 매번 실패했다. 소희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언제나 누군가가 나서서 일을 부드럽게 정리해 버렸다.결국 규연은 조급해졌다. 그래서 소희에게 진언이 위험하다는 소식을 고의로 흘렸다.그러나 이 소식을 받은 소희와 구택은 곧장 거짓이라 판단했다. 누군가 일부러 소희를 삼각주로 끌어내려는 계략이었다.소희는 성급하게 움직이지 않고, 다른 계획을 세웠다. 구택과 상의했으나, 남자는 곧바로 반대했다.소희는 자신이 직접 함정에 들어가 심명을 이용해 구택을 자극하고, 두 사람 사이가 틀어진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그리고 마치 진언을 구하기 위해 삼각주로 떠나는 듯한 연기를 해 백호균과 규연을 속이려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하지만 구택은 선뜻 동의할 수 없었다. 진짜로 불화가 생기는 것이라면 차라리 싸우지 않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무엇보다 심명이 그 사이에 끼어드는 것이 더욱 못마땅했다. 그러나 소희는 달랐다.소희는 오직 이렇게 해야만 삼각주의 정세를 더 빠르게 끌어낼 수 있고, 백씨 집안이 본색을 드러낼 수 있다고 보았다.구택은 결국 소희를 꺾지 못했다.모든 것은 규연이 소희와 심명이 레스토랑에서 만나는 장면을 본 순간부터 시작됐다.이후의 전개는 전부 소희의 예상안에 있었다.규연은 바로 구택에게 가서 이간질했고, 남자는 소희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순간, 수화기 너머로 소희가 웃으며 말했다.[자기야, 목소리를 조금 더 딱딱하게 해봐. 약간은 불만스럽고, 실망한 것처럼 들려야 해.]구택은 잠시 말이 막혔다....이에 소희는 다시 힌트를 줬다.[요즘 출산휴가 핑계로 일하기 싫다고 했었잖아? 그때처럼 귀찮아하는 투정이면 돼.]구택은 매일 규연이라는 가짜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을 떠올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감정이 고조됐다.집으로 돌아온 구택은 소희에게 툭 던지듯 말했다.“너, 규연 때문에 일부러 연기 연습까지 한 거야?”소희는 깔깔 웃었다.“잊었어? 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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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6화

파티장에서 연희는 일부러 규연에게 다가갔다. 누구보다도 증오했기에, 이 기회에 소란을 일으켜 따귀 한 대로 울분을 풀고 싶었다.어차피 소희의 편에 서서 규연을 때린다는 건 충분히 명분이 있었다.심명은 연희가 움직였다는 걸 알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뒤따랐다. 다행히 무사히 빠져나오는 걸 확인한 뒤 돌아가려 했으나, 호텔 문 앞에서 분노와 굴욕으로 얼굴이 뒤틀린 규연과 마주쳤다.심명은 소희와 구택이 일부러 꾸민 연극이라는 건 알았지만, 그 뒤에 얽힌 복잡한 흐름까지는 알지 못했다. 그래서 남자는 규연을 적당히 달래며 말을 끌어 내려 했다.그러나 규연은 특수 훈련을 받은 특공이었다. 설령 심명에게 미묘한 남녀 감정을 품고 있었다 해도, 모든 걸 털어놓을 만큼 어리석지는 않았다.그런데도 심명은 중요한 사실 하나를 알아냈다.규연의 목표는 구택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구택이 아니라면, 남은 건 소희였다.그렇다면 사랑이 아니라 원한 때문일 터였다.그날 밤 이후 심명은 규연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고 결심했다.그 뒤에 벌어진 정기검진 사건은 전부 의도된 판이었다.칼리의 손에 들린 일정표는 일부러 백구연이 보도록 꾸민 것이었고, 사실 소희는 이미 전날 구택과 함께 검진을 마친 상태였다.식당에서 갈등은 격렬히 터졌고 구택은 결국 참지 못하고 심명을 주먹으로 쳤다.나중에 연희는 이 장면을 두고 순전히 개인적 앙심이었다고 말했지만, 구택은 절대 인정하지 않았다. 구택은 그저 상황을 더 그럴듯하게 만들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그 시점에서 연희와 심명은 모두 규연이 소희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만 알았기에, 소희의 계략에 맞춰 여자가 더 빨리 본색을 드러내도록 도왔다.도씨 저택에 돌아와서 소희가 내뱉은 말은 연희를 경악하게 했다.연희는 거의 구택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든 소희를 막아야 한다고 말할 뻔했다.이미 밀수 사건을 겪었던 터라, 설령 소희가 임신하지 않았다 해도 또다시 홀로 위험에 뛰어드는 건 절대 막았을 것이다. 하물며 지금은 출산을 앞둔 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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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7화

구택은 얼굴을 소희의 부드러운 머리칼에 파묻은 채 낮게 속삭였다.“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어. 내가 보장해.”소희는 고요한 목소리로 물었다.“도대체 어떻게 들어온 거야?”도우미들은 눈치 못 챘다 해도, 내일이 되면 도경수나 강재석은 분명 알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미리 변명거리를 준비해 두어야 했다.구택은 대답하지 않았다. 소희의 시선이 옆으로 흘러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커튼을 보자,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이 터졌다.구택은 불쾌하다는 듯 소희를 부드럽게 돌려세우며 이마를 눌렀다.“웃지 마.”구택은 과거 용병 시절, 맨손으로 수십 층 건물을 기어올랐던 사람이다. 그랬기에 이 정도 두 층짜리 집은 남자에겐 아무것도 아니었다.하지만 말리연방의 이디야로 불리던 구택이, 아내를 보려고 창문을 타고 들어오는 꼴이라니. 결코 영광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소희에게 비웃음까지 당했으니 말이다.소희는 입술을 꼭 다물며 웃음을 감췄다. 달빛이 흘러내린 속눈썹은 나비 날개처럼 떨리며 구택의 품에 기대었다.“나도 많이 보고 싶었어.” 낮고 진솔한 속삭임이 흘러나왔다.구택은 손바닥으로 소희의 얼굴을 감싸 자기 목 언저리에 대며 비로소 안도했다.그리고 무엇도 이제 둘을 갈라놓을 수 없다는 확신이 밀려왔다.그러나 진짜 고비는 이제부터였다.구택은 앞으로도 계속 화가 난 척해야 했다. 소희에게 서운해하며 도씨 저택에 가서 사과하지 않겠다는 모습을 연기해야 했다.거칠고 불안정한 태도 또한 보여주어야 했다. 하지만 그 분노와 불편함은 연기가 아니었다.매일 밤 아내를 만나려면 몰래 창문을 타고 들어와야 하는 남자의 심정을 어찌 잠재울 수 있겠는가?소희를 품에 안을 때만이 구택은 아무런 스트레스도 없이 가장 편안해질 수 있었다.이틀 뒤, 소희의 계획은 계속 진행됐다. 겉으로는 강재석과 함께 강성을 떠난 척하며 자취를 감췄다.그러나 아심은 꼭 백협에 가야겠다고 고집했다. 아무리 소희가 말려도, 직접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협이 그리웠고, 시언을 만나고 싶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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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8화

백씨 집안은 일이 순조롭게 흘러가자 곧장 R국 내의 세력과 접선을 시도해 출국 준비에 들어갔다. 국내에서 구택이 직접 무기를 동원하기는 쉽지 않았으므로, 백씨 집안을 제거하는 임무는 남궁민에게 맡겨졌다. 남궁민은 Y국 귀족 신분 덕에, 경호원들이 합법적으로 무기를 들여올 수 있었다.그러나 가장 아이러니한 건 규연이 심명을 좋아하게 된 일이었다.철저하게 규율 속에 살아온 규연은, 상식을 깨는 심명을 만난 순간부터 무너져 내렸다.아마 규연이 진정으로 사랑한 건 심명이라는 남자가 아니라, 그가 상징하는 자유와 제멋대로의 삶, 얽매이지 않는 이상향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그래서 떠나기 전, 위험을 무릅쓰고도 마지막으로 심명을 만나려 했다.그 소식을 들은 심명은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좋아. 죽기 전에 진실이라도 알게 해주지.”그 전날 밤, 심명은 남궁민과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반쯤 취한 남궁민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 백규연, 너한테 마음이 남다른 것 같더라. 내가 임구택 몰래 신분을 바꿔서 호주로 보내줄 수도 있어.”심명은 고개를 돌려 남자를 바라봤다. 술기운에 입술은 붉게 물들었지만 눈빛은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아니? 소희의 안전을 위협하는 자는 누구든 죽어야 해.”순간 술이 확 깨어난 남궁민은 멍한 듯 심명을 바라보다가, 곧 피식 웃어버렸다.“원래는 경쟁자 하나 줄여보려 했는데, 내 계획이 실패했군.”심명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렸다.잠시 후 남궁민의 얼굴에는 드문 진지함이 드리워졌다.“만약 서희가 살아있다는 걸 알았다면 나는 결코 방탕하게 살지 않았을 거야. 세상을 다 뒤져서라도 찾아냈을 거였고.”“하지만 그땐 서희의 위패 앞에서 추억만 되새겨야 했어.”소희가 살아있음을 알았을 땐 이미 늦었다. 반쯤은 무너진 삶, 이미 자신은 그녀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소희는 고귀했고, 강했고, 피로 얼룩진 길을 걸어오면서도 끝내 따뜻한 심장을 지닌 여자였다.“내겐 언제나 신 같은 존재였어. 하지만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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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9화

규연이 백호균을 대신해 총알을 맞고 피밭에 쓰러진 모습을 본 심명은 그래도 약간 안타까움을 느꼈다. 규연의 자질과 머리라면, 소희만큼의 성과는 아니더라도 굉장히 뛰어난 여자가 되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정의가 없으니 규연의 뛰어남은 오히려 그녀를 더 빨리 죽음으로 몰아갔다.규연의 문제가 해결되자, 심명은 구택에게 그 주먹 한 대 값을 치르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소희와 구택이 함께 서 있는 모습을 보자 심명은 문득 그녀가 찡그리는 모습을 차마 보고 싶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괜찮아.’일단 일이 일단락되었으니 심명은 계속 강성에 남아 소희의 출산을 기다릴 것이었다. 구택이 자신을 미워하건 어쩌건 어쩔 수 없고 그 자체로 복수라 생각하면 된다.그래서 심명은 기분 좋게 소희와 연희랑 작별 인사를 했다.심명의 뒤에서 구택은 남자의 속마음을 알아챈 듯했다. 속으로는 질투가 남아 있었지만, 예전처럼 심명에 대한 혐오감은 사라진 듯했다. 곧 구택은 소희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그리고 두 남자는 각자 자신이 이긴 줄 알았다.삼각주, 백협 인근의 한 낡은 공장. 테이근은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다가 마침내 물었다.“백호균과 연락했나?”부하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이미 안전한 곳으로 보냈습니다.”테이근의 험악한 얼굴에 희미한 안도감이 떠올랐다.신형 핵폭탄 100발 중 지금 그의 손에는 겨우 10발만 남아 있었다. 나머지는 진언이 인솔한 이들에 의해 파괴되었다. 하지만 이 10발만이라도 R국으로 옮길 수 있다면, 헛수고는 아니었다.테이근은 알리가주의 군수업자였다. 원래 진언의 백협과는 서로 간섭하지 않았으나, 돈 때문에 이 거래를 맡았던 것이다.무기를 운송하기 전에 백호균은 테이근에게 백협의 진언을 조심하라고 경고했다.진언의 이름은 널리 알려져 있었고 테이근은 절대 방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행동 전 다수의 용병을 고용해 운송을 보조하게 했지만, 결국 진언과 말리연방의 연합 공격을 받으며 참패했다. 말 그대로 범 무서운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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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0화

그 무리의 두목은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군용 창고의 방어가 이렇게 허술하다니, 초소 위에 몇 명이 교대 근무를 서고 있을 뿐, 마당에는 사람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이미 이곳까지 왔는데, 이렇게 물러날 수는 없었다. 두목이 옆에 있는 부하를 향해 눈짓을 보내자, 그 부하는 곧장 중기관총을 들어 올려 두꺼운 강철 창고 문을 향해 사격을 퍼부었다.쾅!순간 거대한 폭음과 함께 철문이 폭발하듯 벌어졌다. 불꽃이 튀고 연기가 자욱하게 퍼져나갔다.사람들이 일제히 안으로 돌입했으나 그 안에는 온통 탱크뿐이었다. 연기 너머로 줄지어 선 검은 병사들이 일당들을 겨누고 있었고, 아직 반응할 틈도 없이 전차가 일제히 포격을 가했다.그제야 모두가 자신들이 덫에 걸렸음을 깨달았다. 어마어마한 연기 속에서 땅을 구르며 달아나려 했으나, 비명이 하늘을 찌를 듯 울려 퍼졌다.두목은 그 자리에서 폭사했고, 나머지 인원은 우두머리를 잃어 사방으로 흩어졌다.그들은 모두 전쟁터를 수없이 경험한 전문 용병들이었다. 전투 경험도 풍부했고, 몸놀림도 날렵했으며, 매복을 당했을 때의 탈출 수법도 익숙했다. 하지만 창고 주변은 사방이 매복이었다. 어디로 달아나도 총을 든 병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텅 비어 있던 창고는 이제 온통 군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누군가는 허겁지겁 초소로 달려 올라가 몸을 숨기려 했으나 그제야 깨달았다. 방금 쓰러진 병사는 사람이 아니라 허수아비였음을.즉, 진언은 이미 철저하게 준비를 해두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작전이 어떻게 새어 나간 거지?’두목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생각할 겨를도 없이 초소에서 몸을 날려 도망치려 했다.탕!이때 총성이 울리며 두목의 후두부가 꿰뚫렸다. 몸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져 땅바닥에 쓰러졌고, 다시는 움직이지 않았다.어둑한 빛 속, 시야가 초소 난간에 서서 창고 안을 여전히 달아나고 있는 이들을 향해 냉소를 지었다. 남자는 손에 쥔 저격총을 들고 방아쇠를 당겼다.탕!담을 넘어 달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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