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3981 - Chapter 3990

3999 Chapters

제3981화

사실 시간이 지루했던 게 아니라, 옆에 백림이 없어서 지루했던 거였다.백림이 곁에 있으면 지루함조차도 여유로운 시간이 된다.백림은 한결 편안한 표정으로 유정에게 홍차 한 잔을 내밀었다.유정은 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한 모금 마신 뒤 문득 고개를 돌려 물었다.“혹시 우리가 없어진 걸 누가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그래서 둘은 방해받지 않기 위해 두 시간 동안 휴대폰을 꺼두기로 약속했었다.백림이 웃었다.“네가 말했잖아. 우리가 도망갔다고 생각하겠지.”“결혼식 전날, 신랑이랑 신부가 같이 도망간다니.”유정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렸다.백림은 유정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어깨에 살짝 고개를 기댔다.남자는 문득 내일을 떠올리며 지금 이 오후가 유난히 아름답게 느껴졌다.그러고는 부드럽게 물었다.“네 할아버지, 할머니가 힘들게 하진 않았어?”햇살은 따뜻하게 내려앉았고 졸음이 올 정도로 나른했다.유정은 기지개 켜듯 느릿하게 대답했다.“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집에 와서 내가 조씨 종가에서 출가해야 한다고 했어. 근데 외할아버지가 듣고는 바로 단호하게 거절했지.”“그리고 삼촌, 숙모는 우리가 결혼 날짜 잡은 이후로는 얼굴도 못 봤어.”그 말은 곧 두 집안이 이제는 원수처럼 갈라섰다는 뜻이었다.하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할아버지의 말을 따라 삼촌에게 청첩장을 보냈다.웃긴 건, 조엄화 쪽에서는 아무런 답도 없었고 아마도 유정네 집안을 진저리나게 미워하는 것 같았다.백림은 담담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유신희 남매는 이미 내 손바닥에 있어. 내가 사람을 보내 경고했으니 감히 움직이지 못할 거야.”유정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대꾸했다.“결혼식에 와서 소란 피워도 난 두렵지 않아.”백림은 그녀를 한 팔로 감싸 안으며, 눈빛에 어둡고도 단단한 기운을 담았다.“우리의 결혼식은 반드시 완벽해야 해. 누구도 망칠 수 없어.”정은 문득 떠오른 듯 고개를 돌려 물었다.“조시안이 풀려났다고 들었어.”백림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응.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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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2화

백림은 피아노 의자에 앉아, 식당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손님들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미소 지었다.“한 곡 칠게요. 곧 제 아내가 될 유정에 대한 헌정곡이에요.”객석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백림은 깊은 눈길로 유정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건반 위에 올렸다. 곧 다섯 손가락이 구름이 흐르듯, 물줄기가 쏟아지듯 자유롭고도 맑은 선율을 흘려냈다. 그 소리는 청아하고 귀를 사로잡을 만큼 아름다웠다.백림은 고급스러운 흰색 셔츠 차림이었다. 소매는 반쯤 걷어 올려져 있었고, 곧은 자세와 여유로운 태도가 곡과 어울리며 고귀하고도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Hiding from the rain and snow”“Trying to forget but I won't let go”“Looking at a crowded street”“Listening to my own heart beat”“So many people all around the world”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낮고 울림이 깊었다. 반쯤 내려 깔린 검은 눈동자 속엔 진심과 몰입이 담겨 있어, 단 한 순간도 눈길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유정은 예전 몇 차례 모임에서 그가 노래하던 순간을 떠올렸다. 어쩌면 그때, 무심코 그의 노래를 더 오래 바라보다가 마음이 흔들렸고, 결국 이렇게 그의 따뜻함에 조금씩 잠식되어 버린 게 아닐까 싶었다.“Take me to your heart take me to your soul”“Give me your hand and hold me”“Show me what love is - be my guiding star”“It's easy take me to your heart”“Standing on a mountain high”...한낮의 햇살은 피아노의 매끄러운 곡선을 따라 흘러내려 백림의 어깨와 옷자락 위로 퍼졌다. 마치 그를 감싸 안은 빛이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 같았다.백림의 긴 손가락은 건반 위를 자유로이 오갔다. 연주 도중 불현듯 유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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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3화

유정은 고개를 끄덕이고 집 안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뒤돌아보니 노을빛 속에 드리워진 백림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이에 유정은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엄마!”서은혜는 길게 한숨을 내쉰 뒤 곧장 다급한 목소리를 냈다.[너 어디 갔던 거야?]“집에 있는데요!” 유정이 대답했다.[거짓말! 위아래 다 찾아도 없고, 전화도 안 받아서 정말로 경찰에 신고할 뻔했어!] 서은혜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안도감이 섞여 있었다.“정말 집에 있어요. 뒷마당에서 그네 타다가 잠들었어요!” 유정이 말하며, 발코니로 뛰어나와 뒤뜰을 내려다보는 엄마를 보았다. 이에 서은혜는 손을 흔들었다.“보이죠?”그러자 서은혜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가볍게 나무랐다.“왜 방에서 안 자고 그런 데서 자니?”유정은 웃으며 말했다.“밖 공기가 더 좋아서요.”그러다 잠시 멈칫한 뒤 낮게 덧붙였다.“죄송해요, 걱정 끼쳐서.”“괜찮아. 조금 있으면 의현이랑 강희도 돌아올 거야. 저녁 먹을 준비해.” 서은혜가 당부했다.“네.” 유정은 전화를 끊고 다시 한번 뒤를 돌아보고는 발걸음을 가볍게 옮겨 저택으로 들어갔다.오늘 오후는 정말 마치 정원에서 낮잠을 자다 꾼 꿈처럼, 너무도 비현실적으로 달콤했다. 이에 유정은 절로 미소를 지었고 내일이 기다려졌다.그날 밤, 유정네 저택에는 손님들이 찾아와 북적였다. 유정의 할아버지, 할머니도 함께 와서 지난 일은 묻지 않고 화기애애하게 자리를 채웠다.유정은 신부라 응대할 필요가 없어, 저녁을 마치고는 외할아버지 방으로 올라가 이야기를 나누었다.서정후는 원래 사람들과 어울리길 좋아했지만, 술자리와 형식적인 만남은 꺼려 일찍 방으로 올라와 있었다.유정이 들어갔을 때 서정후는 막 전화를 마친 참이었고 여자를 보자 기분 좋게 웃었다.“장석호하고 주칠강도 내일 온다더구나. 아침 7시 비행기라 9시쯤 도착할 거야.”유정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그분들도 오세요?”장석호와 주칠강은 연세가 많아, 유정은 힘들게 하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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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4화

어릴 적부터 서정후는 늘 유정을 자랑스러워했다.유정은 자신의 성격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큰 부분이 서정후의 영향에서 비롯되었다고 늘 생각했다.서정후는 유정에게 용기와 정직함 그리고 강인함을 가르쳤다. 그것은 남녀 구분 없이 누구나 지녀야 할 자질이었다.서정후가 감탄하듯 말했다.“늘 네가 아직 어린 소녀 같은데, 어느새 훌쩍 자라 있구나. 그 사이의 세월은 어떻게 흘러갔는지 나조차 잘 기억이 안 나는구나!”유정은 추억이 가득 담긴 사진첩을 덮으며 조심스레 제안했다.“외할아버지, 제가 결혼하면 이쪽으로 오셔서 사세요. 여기서 지내시면 제가 집에 돌아올 때마다 바로 뵐 수 있잖아요.”서정후는 유정의 기대 어린 눈빛을 보며, 이 순간 흥을 깨고 싶지 않아 웃으며 말했다.“생각해 볼게.”그러고는 목소리를 낮추어 당부했다.“연애할 때는 네가 백림이랑 다투어도 젊은 연인 사이의 다툼일 뿐이지만, 결혼하고 나면 너희는 같은 전선에 선 전우야.”“서로를 이해하고 아끼고, 언제나 상대를 먼저 생각하며 함께 성장해야 해. 계속 싸우기만 한다면 아무리 깊은 정이라도 옅어지게 마련이지.”“내부가 불화로 가득하면 그 군대는 결코 승리할 수 없어.”유정은 장난스럽게 물었다.“그러면 걔가 저를 괴롭히면요?”서정후는 즉시 단호하게 대답했다.“그럼 내가 주관해서 상황에 따라 처벌을 내릴 것이애. 심하면 영구 제명이지!”유정은 소파에 쓰러지듯 웃음을 터뜨리며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았다.“이 말 하나도 빼놓지 않고 그대로 백림한테 전할 거예요!”서정후는 고개를 진지하게 끄덕였다.“필요하다면 가훈으로 적어두어도 돼.”유정은 서정후의 근엄한 얼굴을 보며 더욱 웃음이 터졌다.서정후는 유정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렸다.“농담은 농담이고 핵심은 반드시 가슴에 새겨.”유정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츰 표정을 진지하게 바꿨다.“다 기억했어요. 그리고 가슴속에 꼭 새겼어요.”둘은 그렇게 웃고 떠들며 오래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간이 늦어지자 유정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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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5화

내일 백림은 가장 좋은 상태로 유정을 맞이해야 했기에 남자는 당부했다.[너희도 너무 늦게까지 놀지 마.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잖아.]그러자 유정은 부드럽게 대답했다.“알았어.”백림은 유정을 다정히 바라보았다.[잠이 안 오면 나한테 전화해.]유정의 눈빛이 흘러가듯 번져, 단정한 얼굴에 한층 요염함이 더해졌다.“걱정하지 마, 누우면 바로 잘 수 있을 거니까.”백림이 말했다.[내가 잠이 안 오면 널 찾아갈 거야. 오늘 오후처럼 몰래 널 데려가 버리게.]당돌한 말에 유정은 눈을 크게 떴고 백림은 그제야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웃었다.[농담이야. 넌 참 잘 속아, 무슨 말을 해도 다 믿네.]유정은 백림을 곁눈질하며 웃고,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도시의 불빛이 지나치게 밝아 별빛이 희미해졌지만, 한가운데 떠 있는 둥근 달은 맑고 투명하여 티끌 없이 높이 걸려 있었고, 온 도시를 은은하게 감쌌다.두 사람은 거의 한 시간을 이야기했고, 몇 번이나 들러리들이 와서 재촉한 끝에야 백림은 아쉬움을 눌러 담으며 작별 인사를 했다.[술 조금만 더 마시다가 바로 잘 거야.]유정은 알겠다는 닷 고개를 끄덕였다.“잘 자.”[잘 자, 신부님.]백림의 저음은 고요하고 맑으면서 따스했다.유정네 저택의 연회는 깊은 밤까지 끝나지 않았고 위층에 서 있어도 아래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가 상당히 컸다.몇몇 들러리들은 피곤해 먼저 잠자리에 들었고, 끝까지 남은 사람은 강솔, 의현, 그리고 소강희 세 명이 유정 곁을 지켰다.의현이 유정에게 물었다.“피곤해? 피곤하면 자.”유정은 저녁에 마신 술 탓인지 정신이 말짱하여 전혀 졸리지 않았다.“안 졸려. 너희랑 조금만 더 얘기할 거야.”의현은 장난스레 말했다.“혹시 그 사람이 없어서 홀로 빈방에 있어 잠이 안 오는 거 아냐?”유정은 손을 뻗어 의현의 옆구리를 간질였다.“의현아, 넌 남자친구도 없으면서, 그런 농담은 잘도 하네!”그러더니 강솔이 의현에게 물었다.“너 설마 너를 쫓아다니는 사람이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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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6화

서은혜는 방으로 들어오며 말했다.“방금 손님들 다 챙겨 드리고 왔어. 혹시 네가 벌써 자는 건 아닐지 걱정했는데, 방해한 건 아니지?”유정은 서은혜를 침대에 앉게 하며 대답했다.“아니에요, 언제든 얘기할 수 있어요.”서은혜는 손에 작은 상자를 들고 와 침대 위에 올려두었다.“비록 우리가 오래된 저택에서 나와 살고 있지만, 재산 장부가 완전히 정리된 건 아니야.”“삼촌 집안이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고 있지. 네가 직접 운영하는 회사 외에는, 네 할아버지 할머니가 줄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아.”유정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할아버지 쪽 재산은 원래 기대도 안 했어요. 그리고 엄마 아빠가 제게 마련해주신 것만 해도 충분해요.”서은혜가 이미 상자를 열어젖히자 유정은 순간 멈칫했다.상자는 위아래 두 칸으로 나뉘어 있었고, 위쪽에는 전부 비취와 옥 장신구가 가지런히 들어 있었다. 따뜻한 노란 조명 아래, 세월이 켜켜이 스며든 광택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하나하나가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귀한 물건이었다.“이건 네 외할아버지가 가져온 거야. 본래 내 할머니가 남겨주신 건데, 단 한 번도 손대지 않고 네가 시집갈 때 주려고 간직해 두신 거래.”서은혜는 말하면서 아래 칸도 열었는데 그 안에는 땅문서와 집문서가 빼곡히 들어 있었다.“여기 절반은 내가 네 아버지와 몰래 네 명의로 사둔 거고, 나머지는 네 외할아버지가 경성에 가지고 있던 가게와 부동산, 지금 살고 있는 저택까지 모두 네 거야.”유정은 놀란 눈으로 서은혜를 바라보자 그녀는 미소 지었다.“외할아버지에겐 외손녀가 너 하나뿐이잖아. 누구보다도 아껴왔으니, 가진 걸 다 주시는 거야.”유정은 그것들을 바라보았다. 그저 재산이 아니라 무겁게 전해지는 사랑이었기에, 눈물이 차올라 고개를 끄덕였다.“잘 간직할게요. 언젠가 제 아이가 시집가거나 장가갈 때, 제가 다시 전해줄 거예요.”서은혜는 웃으며 말했다.“앞날을 멀리도 내다보네.”유정은 웃으면서도 목이 메었다.“이건 전통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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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7화

신화선은 특별히 맞춤 개량한복을 입고, 목에는 커다란 옥 불상을 걸어 고귀하면서도 인자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손님들이 축하 인사를 건넬 때마다 유정을 칭찬하며 손녀를 아끼는 조모의 모습만 연출했다.오늘은 유정의 큰 혼례라 서은혜도 굳이 시댁 어른들과 언쟁을 벌이지 않았다.다만 집에 들어온 친척 손님들이 유정의 외조부 서정후가 왔다는 말을 듣고는 모두가 앞다투어 응접실로 몰려가 그를 뵈었다.응접실은 인산인해로 가득 차 발 디딜 틈도 없었고, 그에 비해 거실은 한산하고 썰렁하게 보였다.유씨 저택에서, 유준성이 2층에서 내려오다가 조엄화가 옷을 갈아입고 도우미에게 가방을 챙기라고 지시하는 모습을 보았다.그러자 유준성은 얼굴을 찌푸렸다.“분명히 결혼식에는 안 간다고 했잖아. 그 집 체면 세워줄 필요 없다고. 그런데 어디 가려는 거야?”조엄화의 눈빛은 음울하고 날카로웠다.“우리 딸과 아들은 감옥에 있는데, 그 집은 잔치판을 벌이며 떠들썩하게 지낸다고요? 그렇게는 안 돼요!”속으로 아무리 생각해도 이 분노를 삼킬 수가 없었다.결국 결혼식장에 가서 한바탕 소동을 벌이기로 마음먹었다. 설령 별일이 생기지 않더라도, 유정네 식구들에게 망신을 주는 것만으로도 속이 시원할 터였다.조엄화는 남편을 흘겨보며 말했다.“같이 가요!”유준성은 아내의 말에 거역하지 못해 신발을 갈아 신고 따라나섰다.두 사람은 별장을 나서 정문으로 향했다.조엄화는 이미 도착하면 어떻게 소란을 피우고, 어떻게 시간을 지체시켜 길일을 망치게 만들지 머릿속에 시뮬레이션하고 있었다.손님들이 보는 앞에서 웃음거리를 만들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이었다.하지만 막 문 앞에 이르렀을 때, 검은 양복 차림의 경호원 두 명이 좌우에 버티고 서 있는 걸 보았다.그 사람들은 유씨 집안의 경호원이 아니었다.누군가 나오는 걸 본 경호원들이 즉시 몸을 돌려 두 사람을 막아섰다.“유 선생님, 조 여사님. 오늘은 두 분 모두 이 집 안에 머무셔야 합니다. 어디에도 가실 수 없습니다.”조엄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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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8화

신화선은 전화를 받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만해. 너희는 오지 마라.]조엄화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우린 친삼촌 숙모인데 왜 못 가요? 어머니께서 아주버님더러 유정이한테 가서 말해달라고 하세요.”“저랑 남편이 결혼식에 못 가면, 어머니 같은 할머니 할아버지도 참석 안하는 거라고 전하세요!”조엄화는 확신에 가득차서 말했다.이렇게 큰 경사에 유정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빠진다면, 결혼식을 무사히 치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신화선의 목소리는 점점 힘이 빠졌다.[엄화야, 아까 백림이 너희 아버지한테 직접 전화했는데 의사가 아주 분명했어][너희가 오면 나랑 네 시아버지는 결혼식에 참석 못한다고 했어. 그 사람들은 전혀 개의치 않아.]조엄화는 완전히 얼이 빠졌다. 그러고는 길바닥에서 고함을 치는 시장 아줌마처럼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그럼 두 분 집으로 돌아오세요. 친척들 다 모여서 그 꼴을 보게 하라고요. 이참에 웃음거리로 만들어 버리면 되죠!”그러나 조엄화가 아무리 떠들어도 신화선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결국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이쪽은 이미 아침 식사가 시작됐고 신화선은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러 오자,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갔다.유정의 첫번째 예복은 전통 혼례복이었다. 붉은빛의 천 위에 한 땀 한 땀 수놓인 자수, 그 자수는 금조각으로 장식되어 반짝였다. 작은 숄에는 값비싼 비취와 홍옥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스타일리스트가 화관과 비녀를 올려주고, 장신구까지 모두 순금으로 장식했다.이미 화장을 마친 의현이 눈부시게 장식된 유정을 바라보며 감탄했다.“너무 예쁘다.”유정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예쁘려면 대가를 치러야 해.”화관과 금비녀의 무게만 해도 3,4 킬로그램은 될 것 같았는데 목을 거의 움직이지 못할 정도였다.의현은 조심스레 정교하게 만든 금비녀를 만져 보았다.“이게 다 순금이라니, 네 머리 위에 수억 원이 얹혀 있는 거야. 그 돈 다 지폐로 바꿔 쌓으면 사람 하나는 묻히겠네.”유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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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9화

몇 사람이 웃고 떠드는 사이, 복도에서 발걸음과 웅성거림이 들려왔는데 신랑이 도착한 것이었다.강솔이 재빨리 문 앞으로 달려가 벽에 설치된 모니터를 키자 화면 속에 현관 앞 상황이 고스란히 비쳤다.백림은 손에 꽃다발을 들고, 여러 명의 들러리에게 둘러싸여 문 앞에 서 있었다. 그 뒤로는 구경 나온 하객들이 가득했고, 모두가 문 열라고 외치고 있었다.한 들러리가 화면 앞으로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친구분들, 얼른 문 열어주세요. 신랑이 신부를 데려가면, 제가 여러분께 두둑한 꽃값 쏠게요!”남자의 손에 두툼한 봉투 뭉치를 흔들었는데 보기만 해도 유혹적인 광경이었다.이에 강솔이 웃으며 대꾸했다.“신부를 데려가는 게 그렇게 쉬운 줄 알아요?”그때 진석이 다가왔다. 들러리 예복을 입은 그는 평소보다 한층 더 단정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였다. 목소리도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강솔, 일단 문 열어봐. 내가 준비한 선물이 있어.]강솔이 눈을 깜빡이자 의현이 얼른 여자를 밀어내며 외쳤다.“미남계 같은 건 안 통해요!”그러자 문밖에서 폭소가 터졌다.강솔은 자신이 진석의 얼굴에 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려는 듯 목소리를 높여 장난스럽게 말했다.“그럼 내 남자친구만 따로 들여보낼까?”“정말 한심하네!”의현과 강희가 웃으며 여자를 몰아내자 백림이 우아하게 웃으며 물었다.“그럼 어떻게 해야 문을 열어줄래요?”의현이 당당히 말했다.“우리가 다섯 개의 관문을 준비했어요. 하나를 통과할 때마다 문을 5분의 1씩 열어줄 거예요.”“전부 통과해야 문이 완전히 열리고, 그래야 안으로 들어올 수 있어요. 중간에 억지로 밀고 들어온다면, 우린 바로 뒤엎어버릴거고 신부는 절대 못 보게 할 거예요.”백림은 이미 기다릴 수 없다는 듯 웃었다.“좋아, 첫 번째 관문이 뭔지 말해봐.”강희가 거들었다.“먼저 약속부터 해. 억지로 문 열고 들어오는 건 안 되지?”백림은 뒤돌아 진석을 비롯한 들러리들을 보았다.“다들 지킬 수 있겠어?”그러자 다들 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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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0화

의현과 강희가 문 앞을 지키고 서 있었다. 두 사람 손에는 상자가 들려 있었고, 그 밑에 봉투가 붙어 있었다. 소강희가 입을 열었다.“자, 이제부터는 각자 하나씩 공을 뽑아 주세요.”여러 명의 들러리가 앞다투어 상자 안에 손을 넣었다. 모두 빨간 공을 하나씩 꺼내 열어보니, 안에는 숫자가 적힌 카드가 들어 있었다.진석은 맨 마지막으로 뽑았고, 펼쳐본 숫자는 ‘5’였다.의현이 상자 밑에 붙어 있던 봉투를 꺼내더니, 모두가 보는 앞에서 종이를 펼쳤다. 거기엔 2와 6 두 개의 숫자가 적혀 있었다.들러리들은 호기심과 긴장감이 섞인 표정으로 웅성거렸다.“이게 무슨 뜻이지?”“이 두 숫자는 뭐야?”“설마 우리한테 키스하라는 건 아니겠지?”순간 문밖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구경꾼 하객들도 폭소했고, 의현조차 배를 잡고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솔직히 말하면, 우리가 생각했던 건 그보다 훨씬 보수적인 거였어요.”숫자 3을 뽑은 들러리가 자기 카드를 흔들며 너스레를 떨었다.“어쨌든 난 아니네!”소강희가 붉은 끈을 내밀었다.“숫자 2번을 뽑은 분, 숫자 6번한테 직접 입술에 립스틱을 그려 주세요. 그게 완료되면 이 두 번째 관문은 패스예요.”그러면서 형광빛의 바비 핑크색 립스틱까지 건넸다.2번을 뽑은 들러리는 깔깔대며 웃었고, 6번을 뽑은 이는 순간 얼어붙었다.백림도 웃음을 참지 못하며 한쪽에서 구경꾼처럼 말했다.“이거 별로 어려운 거 아니잖아?”2번 들러리는 이미 눈을 가린 채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멋지게 그려 줄게.”6번 들러리는 체념한 듯 심호흡을 하고는, 마치 사지로 향하는 사람처럼 앞으로 나왔다.“적당히만 해. 대충 그려도 돼.”2번은 그의 얼굴을 더듬으며 능숙한 척했다.“걱정하지 말라니까.”그러나 첫 선은 인중 위에 대각선으로 쭉, 선명한 바비 핑크색이었다. 보기 흉하게 삐뚤어진 선이 들어가자 주변은 눈물이 터질 만큼 웃음이 쏟아졌다.방 안의 들러리들도 배꼽을 잡았고, 유정은 침대에 앉아 금으로 장식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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