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3991 - Chapter 3999

3999 Chapters

제3991화

백림이 입을 열었다.“8786781!”강희가 곧장 물었다.“처음 데이트했을 때 날씨가 어땠죠?”이번에는 백림이 잠시 생각하다가 2초쯤 뒤에 대답했다.“아마 2월쯤 하루였을 거야. 아침에는 맑았는데, 우리가 점심 먹고 나서 비가 조금 내렸지.”방 안에 있던 유정이 약간 놀란 눈빛으로 고개를 돌렸다. 사실 그날은 양쪽 부모가 억지로 주선한 자리라 서로 형식적으로 만났을 뿐, 유정은 이미 그날 일을 다 잊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그걸 기억하고 있다니 뜻밖이었다.곰곰이 떠올려 보니 헤어질 때 정말 비가 내렸고 그때 백림은 외투를 벗어 건네주었다. ‘그때는 괜히 귀찮다고 여겼는데.’유정이 회상에 잠긴 사이 밖에서 또 다른 질문이 이어졌다.“유정은 고양이를 좋아해요, 아니면 강아지를 좋아해요?”백림은 주저하지 않았다.“강아지요!”백림은 예전에 결혼 후 반려동물을 키우자는 얘기를 나누며, 유정이 차라리 조이를 별장으로 데려오자고 했던 걸 기억해 냈다.강솔은 더 까다롭게 만들 듯 재빨리 말했다.“바로 지금 신부의 장점을 다섯 가지 말해봐요!”백림은 화면 속 카메라를 보며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재능 있고, 강하고 낙천적이고, 성격은 시원시원하면서도 섬세하고, 예쁘고, 남편도 잘생겼죠.”백림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유를 술술 이어가자 의현이 일부러 딴지를 걸었다.“마지막 거 뭐라고 했죠? 잘 안 들렸는데요?”이에 백림은 웃음을 머금은 채 또렷하게 말했다.“남편이 잘생겼다고 했죠.”“그게 무슨 장점이에요?”강솔이 눈을 크게 뜨며 묻자 백림이 되물었다.“이것도 장점 아닌가요?”순간 또다시 웃음이 터졌다. 다들 백림의 자신감이 웃긴 건지, 두꺼운 얼굴 가죽이 웃긴 건지 알 수 없었다.의현이 다시 물었다.“다섯 가지 언어로 ‘유정아, 사랑해’라고 해봐요.”백림은 F국어, D국어, I국어, M국어로 차례차례 ‘사랑해’를 말한 뒤, 마지막엔 또박또박 모국어로 말했다.“유정아, 사랑해.”유정은 화면 너머로 백림의 눈을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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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2화

결과적으로 종이에 적혀 있던 건 회색 DR 셋업이었다.백림이 말한 것과 똑같았고 게다가 이 답은 미리 써둔 것이니 유정이 남자를 도와 부정할 리도 없었다.강솔과 의현은 그대로 얼이 빠졌다.의현은 마치 기억을 잃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충격에 휩싸인 표정이었다.유정은 침대에 앉아 입술을 꾹 눌러 웃음을 참았다. 사실 어제 유정은 백림과 몰래 빠져나가 조지가 있는 곳에서 데이트를 했고, 그게 두 사람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그렇기에 이 사실을 아는 건 조지뿐이었다.의현이 갑자기 뭔가 떠올리듯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확인했다. 사진 속 유정은 분명히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그러나 지금 분위기는 모두가 백림이 맞혔다는 사실에 들떠 있었기에, 의현은 굳이 드러내지 않고 유정 앞으로 슬쩍 다가가 사진을 보여주며 장난스럽게 웃었다.“이 꼬마요정아,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미리 답을 슬쩍 알려준 거 아냐?”유정은 태연하게 웃으며 손으로 입을 가리고 낮게 속삭였다.“당연히 아니지. 그날 밤이 우리가 마지막으로 본 게 아니니까.”의현은 눈을 굴리다 번뜩 깨달았다.“어제 몰래 만난 거야?”유정은 크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거의 도망칠 뻔했지.”의현도 따라 웃으며 엄지를 들어 올렸다.“대단하다, 정말.”“신부 답이 정답이죠. 정답 맞혔네!”들러리들은 답이 맞다는 걸 확인하자 환호하며 문을 다시 열어젖혔다.그러나 다른 들러리들이 일제히 앞으로 나서서 문을 막아섰다.그러고는 강솔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마지막 관문도 아직 안 끝났는데 왜 이렇게 서두르는 거죠?”“또 뭐가 남았어요?”아까 게임에서 6번을 뽑았던 들러리는 이미 입술에 묻은 립스틱을 지워낸 상태였다. 그러고는 당당하게 말했다.“뭐든 덤벼요!”강솔이 미소 지었다.“마지막 관문은 사실상 거저먹는 문제죠. 우리 들러리들이 신랑한테 주는 결혼 선물이죠.”의현이 다가오며 손에 든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내밀었다.“신랑은 눈을 가린 채로 신부 앞으로 가서 이 목걸이를 직접 걸어 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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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3화

유정이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나도 언제까지나 예쁘진 않을 거야.”백림이 부드럽게 대답했다.“나도 그래. 그러니까 오늘의 나를 기억해 줘. 내가 늙더라도 싫어하지 말아 줘.”유정의 눈가가 촉촉해졌고 곧이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백림은 유정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췄다.“고마워. 나에게 시집와 줘서. 나는 평생 너를 사랑할 거야.”유정은 백림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나도 그래.”주변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바로 이 순간만큼은,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모든 사람이 사랑의 존재를 믿고 싶어졌다. 눈앞에서 그것을 직접 목격했으니까.의현이 신부 구두를 가져오자, 백림은 반쯤 무릎을 꿇고 앉아 정성스럽게 유정의 발에 신겨 주었다.이어 누군가가 부케를 가져왔고, 백림은 그것을 유정에게 건넨 뒤 두 팔로 여자를 안아 들고 일어섰다. 곧장 문을 향해 나아가자, 하객들이 몰려 따라붙었다.층계를 내려가니 이미 친척들과 어른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신랑 신부가 어른들에게 차를 올리는 의식이 시작되었다.유정은 첫 잔을 서정후에게 올렸고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할아버님, 차 드세요.”백림도 함께 무릎을 꿇고 서정후에게 차를 올렸다.옆에서 유지태와 신화선은 유정이 제일 먼저 서정후에게 차를 올리고 자신들에게는 뒤로 미루자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수많은 하객과 친척이 지켜보고 있었기에, 이는 공개적으로 자신들을 무시한 것이나 다름없었다.유지태의 얼굴이 굳어졌다. 막 입을 열려는 순간, 유지태의 어깨 위에 무겁게 얹히는 손이 있었는데, 마치 한순간에 움직임을 꽉 틀어막는 듯했다.이에 재빨리 고개를 돌리니, 검은 양복 차림의 사내가 서 있었고, 그 뒤로는 몇 명의 인물이 더 보였다.이때 모든 시선은 신랑 신부에게 쏠려 있어 이 장면을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사내는 이내 손을 거두었지만, 남겨진 압박감은 유지태의 심장을 덜컥거리게 했다. 이내 남자는 움찔하며 다시는 움직이지 못했다.서정후는 백림과 유정이 올린 차를 받아들며 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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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4화

유지태는 유정이 그대로 찻잔을 거두려 하자 오히려 당황해 서둘러 손을 내밀었다.그리고 억지로라도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할아버지가 너희 둘, 서로 사랑하며 오래오래 함께하길 바랄게.”“감사드려요, 할아버지.”유정은 평온한 웃음을 지으며 찻잔을 건네고는 이어 신화선에게도 공손히 차를 올렸다.신화선은 더는 거만하게 굴지 못하고 황급히 손을 내밀어 받으며 축복을 건넸다.작은 파동은 이 정도로 마무리되었고, 유정과 백림은 곧바로 자기 부모에게 차를 올렸다.이번에는 유정이 다시 무릎을 꿇어 정성껏 차를 건넸다.바로 옆에서 유지태의 얼굴이 굳어지고 낮게 콧소리를 흘렸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차례가 끝나자 두 사람은 어른들에게 정중히 절을 올렸고 백림이 굳은 목소리로 약속했다.“장인어른, 장모님 안심하세요. 제가 유정을 잘 보살피고 평생 아낄게요.”“그래.”서은혜는 눈가에 눈물을 머금고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늘 서로 아끼며 살아가길 바랄게.”유정은 엄마의 눈물이 떨어지는 걸 보고 마음이 저릿해졌다.“결혼해도 자주 올게요. 예전처럼요.”“그래, 그래.”서은혜는 눈물을 훔치며 연거푸 고개를 끄덕였다.곧 백림은 유정을 안아 들고 밖으로 향했다.순간 폭죽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고 환호성이 하늘을 찔렀다.성대한 결혼식 스타트는 그렇게 절정에 올랐다.봄 햇살은 눈부시고 하늘은 맑게 트여 있었다.예복 차림의 백림은 늠름하고도 멋있었고, 품 안의 신부를 단단히 안고 걸음을 옮겼다.유정은 백림의 품에 안긴 채 붉은 옷 저고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사방에서 쏟아지는 환호와 귀를 울리는 폭죽 소리 속, 유정은 눈을 반쯤 내리깔고 수줍은 듯 미소 지었다.장신구의 금빛 술이 걸음을 따라 흔들리며 손등을 스칠 때마다, 파르르 떨림이 번져 나가 유정의 심장까지 두드렸다.백림은 곧고 단단한 몸으로 신부를 품어 안았다.그 너머로 눈길이 마주쳤을 때 유정의 눈동자는 반짝였고 얼굴은 오늘의 햇살처럼 찬란히 백림의 마음을 환히 비췄다.말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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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5화

조씨 집안은 자체 호텔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고, 결혼식은 올시즌 가든 호텔에서 열리게 되었다.4월 말, 바람은 온화하고 햇살은 맑았으며, 꽃들이 만발해 가장 좋은 계절이었다.올시즌 호텔은 생태형 호텔로 경관 또한 아름다워 눈길이 닿는 곳마다 화려하고 찬란했다.반 개방식 예식장은 웅장한 아치형 돔 천장에 크고 작은 크리스털 등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고, 좌우로는 삼십 개씩의 통층 기둥이 늘어서 있었다. 그 너머로는 탁 트인 풍경이 펼쳐졌다. 한쪽은 맑고 투명한 호수로 햇빛에 잔물결이 반짝였고, 다른 한쪽은 만발한 정원으로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하객들은 그 한가운데 앉아 자연이 선사하는 극치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었다.좌석 뒤편에는 디저트 존이 마련되어 있었고, 다양하고 예쁜 과자와 음료가 놓여 있었다.하객들은 대부분 이미 도착해 있었고, 신랑 신부를 기다리며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다.임유민은 요요를 데리고 나가 배를 탔다가 내려왔다. 요요는 의자에 앉아 있는 소희와 연희를 보자, 손에 큰 연꽃을 들고 환하게 웃으며 달려갔다.“소희 이모, 연희 이모!”유민은 다른 하객들에게 부딪히지 않도록 요요의 곁을 바짝 따라붙었다.연희가 두 팔을 벌려 요요를 반겼지만, 요요는 혹시 배 속의 아기를 건드릴까 싶어 재빨리 멈춰 서며 은방울 같은 웃음을 터뜨렸다.“연꽃 드릴게요!”연희가 농담처럼 말했다.“연꽃은 한 송이뿐인데, 그럼 소희한테 주는 거야, 아니면 나한테 주는 거야?”요요가 동그란 눈을 깜빡이며 뒤돌아 유민에게 물었다.“유민 오빠, 연꽃 누구한테 줘요?”햇살 속에서 유민은 해맑게 웃었다.“아무한테도 주지 마, 네가 가지고 있어.”이에 연희가 웃으며 말했다.“유민아, 너무 편애하는 거 아니야?”요요는 연꽃에서 두 장의 꽃잎을 떼어 소희와 연희에게 하나씩 나누어주며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됐죠?”연희는 꽃잎을 들어 코끝에 대며 향을 맡았다.“정말 향기롭네.”요요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깔깔 웃었다.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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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6화

연희가 놀라며 환하게 웃었다.“드디어 마음을 정했구나! 시원 오빠도 알아?”청아는 고개를 저었다.“몰라.”이틀 동안 시원은 계속 결혼 이야기를 꺼냈다. 청아는 본래 큰 생각이 없었지만, 오늘 호텔에 들어서면서 백림과 유정의 웨딩 화보를 바라보는 시원의 눈빛을 보자 마음이 달라졌다. 더는 자기 생각만 고집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소희가 웃으며 물었다.“시원 오빠한테 깜짝 선물하려는 거야?”청아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오늘 밤에 말해줄 거야.”햇살 속 연희의 미소는 더욱 눈부셨다.“시원 오빠가 드디어 기다리던 순간을 맞게 되겠네.”그 말에 청아는 괜스레 더 부끄러워졌다.“이번엔 그냥 오빠 말대로 할 거야.”그런 사실을 알지 못한 시원은 그 시각 청아에게 사진 두 장을 보냈다. 백림과 유정의 결혼사진이었다. 한 장은 국내 유명 해변에서 찍은 것이고, 또 한 장은 파리 성당에서 촬영한 것이었다.[어느 쪽이 마음에 들어?]청아가 모를 리 없었다. 시원의 속마음을 이미 짐작했지만 일부러 모르는 척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내가 좋아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이건 유정이 결혼사진이잖아.]곧바로 시원이 답했다.[우리도 찍자. 웨딩 화보를 꼭 찍을 필요는 없지만, 네가 맡은 일도 다 끝났으니 이번엔 요요랑 같이 휴가도 다녀오자.]청아가 답장을 보냈다.[소희랑 연희가 출산하고 나서 하자.]시원은 예상치 못한 청아의 빠른 동의에 믿기지 않는 듯 다시 물었다.[정말?]청아는 웃으며 짧게 회신했다.[정말이야.]유정은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신부 전용 대기실로 들어가 메인 드레스로 갈아입고, 메이크업도 조금 수정했다. 그와 동시에 들러리들도 신부 드레스와 어울리는 들러리 드레스로 갈아입어야 했다.의현은 먼저 옷을 갈아입고 나오다가 강솔이 허둥대며 무엇인가를 찾는 것을 보고 물었다.“뭘 잃어버린 거야?”강솔이 다급하게 대답했다.“귀걸이를 한 짝 잃어버렸어. 아마 아까 타고 온 차에 두고 내린 것 같아.”내릴 때는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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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7화

선혁은 오늘 평소보다 캐주얼한 차림이었다.안에는 하얀 티셔츠 겉에는 가벼운 셔츠를 걸쳤고 아래는 연청색 청바지였다. 단정하면서도 편안한 복장이었지만 오히려 곧고 단아한 기품이 묻어났다.두 사람의 시선이 잠시 엇갈린 순간 의현은 정신을 다잡고 눈을 떨구고는 곧장 그를 지나쳐 걸음을 옮겼다.“의현아!”선혁이 불쑥 의현을 불렀다.발걸음을 멈추려던 찰나 앞쪽에서 흰 셔츠 차림의 한 들러리가 다가왔다.“의현아, 어디 갔었어? 곧 시작이야, 다들 기다리고 있어.”그러고는 자연스레 의현의 손목을 잡고 건물 안으로 향했다.“빨리 가자.”의현은 치맛자락을 들고 따라가며 비틀거렸다. 순간 고개를 돌리자 선혁이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무언가 말하려는 듯했으나 여자는 서둘러 고개를 돌려버렸다.대기실로 돌아온 의현은 강솔에게 귀걸이를 건네주었다.“강솔아, 여기 있어.”강솔은 감격스레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의현아, 정말 고마워!”의현은 미소를 지었다.“어서 껴. 나는 유정이 한번 보고 올게. 이제 곧 시작이잖아.”“응, 곧 준비 끝나.”결혼식 시각이 다가오자 하객들이 모두 자리에 앉았다.푸른 하늘과 맑은 햇살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과 새소리 사이로 은은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때 신부가 등장하자, 웅장한 예식장은 곧바로 고요하고 장엄한 기운에 휩싸였다.유정은 아버지의 손을 잡고 꽃길을 따라 걸어 나왔다. 순백의 웨딩드레스는 단아하면서도 눈부셨고, 길게 늘어진 드레스 끝에는 다이아몬드 장식이 반짝이며 유정의 자태를 한층 더 신비롭고 완벽하게 비춰냈다.백림은 지금까지 유정이 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연희가 굉장히 아름답다고 말했는지 들어만 왔을 뿐이었는데, 오늘 마침내 눈으로 직접 보게 된 것이다.심장이 쿵쾅거리는 설렘을 넘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이제 백림은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 걸어가게 된다. 그 사실만으로도 세상의 시간이 모두 빛나고 삶이 충만해졌다.유정이 크리스탈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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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8화

소희는 의자에 앉아 예복을 입고 행복한 웃음을 머금은 백림과 유정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었다.구택은 연희와 자리를 바꿔 소희 옆에 앉았다. 그러고는 소희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엄청나게 집중해서 보네. 우리 결혼식 생각나는 거야?”소희는 정교한 이목구비에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 막 귀국했을 때 요요랑 놀러 나갔다가 시원 오빠를 우연히 만났잖아. 그때 오빠가 조백림이 약혼한다면서 나를 데려가서 약혼식에 같이 참석했거든.”구택은 미묘하게 눈썹을 올리며 되물었다.“그때 네가 나타나는 걸 보고는, 시원이랑 요요가 같이 있는 걸 왜 그땐 생각도 못 했는지 모르겠네.”소희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웃었다.“혹시 그때 요요가 내 딸이라고 의심한 적 있어?”소희는 그때 많은 사람이 요요를 안고 있는 자신을 보고 그렇게 물어왔던 걸 기억하고 있었다.그러자 구택의 검은 눈빛에 교만한 기색이 스쳤다.“당연히 그런 생각 한 번도 안 했어.”다만 약혼식이 끝나고 심명이 소희를 데리러 왔을 때, 그 순간만큼은 마음속 깊이 찌르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소희는 잔잔히 웃으며 다시 화제를 돌렸다.“그날 우리도 같이 앉아 있었는데 기억나? 당신이 뭐라고 했는지?”구택은 잠시 생각하다가 얄궂게 입꼬리를 올렸다.“그때는 백림이 정말 유정을 사랑하지 않았잖아. 내가 틀린 말을 한 건 아니야.”소희는 앞쪽의 두 사람을 바라보며 눈빛을 반짝였다.“하지만 결국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게 됐잖아. 인생은 늘 뜻밖의 만남으로 채워지니까.”평범하다고만 생각했던 순간이 사실은 평생 함께할 사람을 만나는 특별한 시작이었다.구택은 소희의 손을 꼭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어떤 말들은 자꾸 하다 보면 결국 진짜가 되기도 해.”결혼식은 서약의 순서로 넘어갔다. 주례자는 단정한 예복을 입고 엄숙한 표정으로 물었다.“조백림 군, 유정 양을 아내로 맞이하겠습니까? 순경이든 역경이든, 가난하든 부유하든, 건강하든 아프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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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9화

서은혜 역시 눈가가 촉촉이 젖어 있었다. 그러고는 유탁준을 바라보며 목이 메어 말했다.“우리 딸은 분명히 행복하게 살 거예요.”유탁준은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백림은 원래 요요와 유민을 함께 화동으로 세우고 싶었지만, 올 한 해 부쩍 자란 유민은 더 이상 화동을 맡기 싫다며 완강히 거절했다. 결국 요요 혼자 화동을 하게 되었다.백림은 특별히 요요를 위해 호박 모양의 작은 꽃수레를 준비했다.황금빛으로 반짝이며 동화 속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수레에 요요가 앉아, 마치 진짜 공주처럼 천천히 신랑 신부에게 다가왔다.호박 수레가 멈추자, 요요는 공주 드레스를 입은 채 사뿐히 발을 내디뎠다. 맑디맑은 눈망울에 하얀 치아, 앙증맞은 얼굴은 그 자리의 모든 시선을 사로잡았다.“도대체 누구 딸이야? 이렇게 귀여운 애는 처음 보네.”하객들 사이에서 감탄과 수군거림이 이어졌다.수없이 화동을 해 본 요요는 능숙하게 작은 걸음을 떼며 신랑 신부 앞에 다가가 반지를 내밀었다.“백림 삼촌, 유정 이모. 두 분 매일 행복하고 오래오래 같이 지내세요.”청아한 목소리에 웃음이 묻어나, 엄숙했던 결혼식장에 순수한 기운이 번졌다.백림과 유정은 동시에 반쯤 몸을 낮춰 요요의 볼에 입을 맞췄다.“고마워, 우리 요요.”요요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이제 신부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세요.”백림은 유정의 손을 꼭 잡고, 부드럽게 반지를 여자의 약지에 끼워 주었다. 이어 유정도 남자에게 반지를 끼워 주었다. 두 사람의 손이 맞닿는 순간, 그 모습은 누구보다 완벽한 짝이었다.임무를 다한 요요는 다시 호박 수레에 올라타 돌아갔다.반지를 교환한 뒤, 두 사람은 어른들에게 차를 올렸다.주윤숙은 유정을 향한 애정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유정이 ‘어머니’라고 부르는 순간, 주윤숙의 얼굴은 이미 만족스러운 웃음으로 가득 찼다.서은혜와 유탁준 역시 백림을 더할 나위 없이 마음에 들어 했고 기쁜 마음으로 차를 받아 마셨다.유정이 조철용에게 할아버지라 부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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