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림이 입을 열었다.“8786781!”강희가 곧장 물었다.“처음 데이트했을 때 날씨가 어땠죠?”이번에는 백림이 잠시 생각하다가 2초쯤 뒤에 대답했다.“아마 2월쯤 하루였을 거야. 아침에는 맑았는데, 우리가 점심 먹고 나서 비가 조금 내렸지.”방 안에 있던 유정이 약간 놀란 눈빛으로 고개를 돌렸다. 사실 그날은 양쪽 부모가 억지로 주선한 자리라 서로 형식적으로 만났을 뿐, 유정은 이미 그날 일을 다 잊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그걸 기억하고 있다니 뜻밖이었다.곰곰이 떠올려 보니 헤어질 때 정말 비가 내렸고 그때 백림은 외투를 벗어 건네주었다. ‘그때는 괜히 귀찮다고 여겼는데.’유정이 회상에 잠긴 사이 밖에서 또 다른 질문이 이어졌다.“유정은 고양이를 좋아해요, 아니면 강아지를 좋아해요?”백림은 주저하지 않았다.“강아지요!”백림은 예전에 결혼 후 반려동물을 키우자는 얘기를 나누며, 유정이 차라리 조이를 별장으로 데려오자고 했던 걸 기억해 냈다.강솔은 더 까다롭게 만들 듯 재빨리 말했다.“바로 지금 신부의 장점을 다섯 가지 말해봐요!”백림은 화면 속 카메라를 보며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재능 있고, 강하고 낙천적이고, 성격은 시원시원하면서도 섬세하고, 예쁘고, 남편도 잘생겼죠.”백림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유를 술술 이어가자 의현이 일부러 딴지를 걸었다.“마지막 거 뭐라고 했죠? 잘 안 들렸는데요?”이에 백림은 웃음을 머금은 채 또렷하게 말했다.“남편이 잘생겼다고 했죠.”“그게 무슨 장점이에요?”강솔이 눈을 크게 뜨며 묻자 백림이 되물었다.“이것도 장점 아닌가요?”순간 또다시 웃음이 터졌다. 다들 백림의 자신감이 웃긴 건지, 두꺼운 얼굴 가죽이 웃긴 건지 알 수 없었다.의현이 다시 물었다.“다섯 가지 언어로 ‘유정아, 사랑해’라고 해봐요.”백림은 F국어, D국어, I국어, M국어로 차례차례 ‘사랑해’를 말한 뒤, 마지막엔 또박또박 모국어로 말했다.“유정아, 사랑해.”유정은 화면 너머로 백림의 눈을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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