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혁은 의현의 뒤를 일정한 간격으로 따라왔다. 의현은 뒤에 눈이 달린 것도 아닌데, 선혁의 시선이 자신에게 꽂혀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등에 땀이 맺히는 듯 긴장감이 일었고 손바닥은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자리로 돌아오자 선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엄마, 내가 이모 잘 데리고 왔어. 걱정하지 마. 변기통에 빠진 것도 아니잖아.”그러자 의현의 등이 순간 굳어지며 할 말을 잃었다.유승란은 눈을 흘겼다.“쓸데없는 소리 좀 하지 마.”의현은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우리 큰 조카 참 농담도 잘하네요.”선혁은 혀끝으로 윗니를 밀며 고개를 갸웃했고 웃음 속에 짙은 장난기가 스쳤다.“큰 조카?” 유승란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의현은 선혁의 시선을 피하며 웃으며 설명했다.“제가 언니랑 자매처럼 지내잖아요. 그러면 아드님은 제 큰 조카가 되는 거죠.”유승란은 잠시 멍하니 있더니 곧 고개를 젖히며 크게 웃었고 선혁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엄마, 나한테 소개해 준 여자친구가 갑자기 이모가 됐는데 그게 그렇게 웃겨?”원래는 모두가 눈치껏 넘어가야 할 자리였는데, 선혁이 대놓고 드러내 버리자 의현은 순간 당황했다.유승란은 웃느라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러고는 아들을 흘겨보더니 의현에게 장난스럽게 물었다.“그럼 네 큰 조카, 좀 괜찮아 보이니?”의현은 고개를 돌려 선혁을 유심히 훑어보았다.“이마가 넓고, 눈썹은 칼처럼 뻗었고, 눈매는 길고, 입술은 얇네요. 보아하니 여자 인기도 많겠지만, 본성은 바람기 많고 정에 박한 쪽인 것 같네요.”유승란은 놀란 눈빛으로 아들을 보고 다시 의현을 보며 물었다.“의현아, 너 관상도 볼 줄 알아?”선혁은 코웃음을 치며 비아냥거렸다.“그게 무슨 소리예요? 여자친구 한 번도 사귄 적 없는 내가 무슨 바람둥이예요. 그냥 아무 말 대잔치잖아요.”“너 이모한테 어떻게 그런 말을 해!” 유승란이 단호하게 꾸짖자 선혁과 의현은 할 말을 잃었따.분위기는 이미 맞선 자리가 아니라, 엉뚱한 ‘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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