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4011 - Chapter 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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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1화

이에 의현은 문득 서글픔이 몰려오는 걸 느꼈고 유정은 소파에 기대 여자의 팔짱을 끼며 웃었다.“지금 분위기 좋잖아. 그냥 밀어붙여 보는 거 어때?”의현은 고개를 저었다.“무슨 분위기? 이긴 것도 없는데.”혹여 잘못 판단해, 상대가 체력이 얼마 남지 않은 줄 알고 무모하게 쫓아갔다가 숨어 있던 적에게 순식간에 포위돼 끝내 당해 버리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게다가 만약 자신이 손을 놓아준 덕분에 선혁이 마음의 부담 없이 편히 다가올 수 있는 거라면, 더욱 움직여서는 안 되는 일이다.이윽고 사람들이 신혼부부에게 축가를 헌정한다며 합창곡을 골랐다. 선혁은 노래를 잘했고 현영도 자원했다.그러나 선혁이 갑자기 노래를 끊었다.“이 곡은 신랑한테 더 어울려. 내가 혼자 부를게. 현영이는 다음 곡에.”이에 현영은 민망한 웃음을 지으며 뒤쪽에 앉았다.선혁은 넓은 대리석 탁자 위에 걸터앉아 화면을 보며, 반주 맞춰 노래를 시작했다.“헤이, 맞은편에 있는 그 여자이 밤은 깊어져 가는데 커피는 아직 식지 않았는지”...백림의 목소리가 낮고 묵직하다면, 선혁의 목소리는 한층 더 넓고 자유로웠다. 터지듯 울려 퍼지는 음색은 남자의 성격처럼 호방했고, 시작부터 사람들의 귀를 단단히 사로잡았다.“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어내 방랑스런 영혼이무심코 네 마음을 아프게 한 걸”“만약 다시 기회가 있다면널 끝없이 사랑하는 길로 달려가겠어”...의현은 무심결에 고개를 들어 바라봤다. 선혁의 눈빛은 제멋대로 같으면서도 표정만큼은 진지했다. 주변에서 쏟아지는 환호에도 흔들리지 않고 노래에 몰입한 모습이었다.의현은 유정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이 곡, 진짜 네 남편한테 딱 어울리네.”그러자 유정은 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며 말했다.“나는 오히려 선혁이가 너한테 부르는 것 같아 보이는데?”의현의 미소가 순간 굳었다가 고개를 돌려 선혁을 보았는데, 곧 고개를 저으며 낮게 중얼거렸다.“그럴 리 없어.”마지막 부분, 선혁은 목청을 다해 절절한 감정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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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2화

노래가 끝나자, 모두가 분위기를 이어가자며 게임을 제안했다. 인원이 많으니 역시 진실게임이나 벌칙 게임이 가장 적당했다.선혁이 카드를 가져왔는데, 그 사이 오빈수가 슬쩍 의현의 옆자리에 앉아 마치 호위무사처럼 굴었다.빈수의 눈빛이 반짝이며 다정하게 웃었다.“한영구 말로는 네가 게임 정말 잘한다던데? 우리 친구 추가하자. 나중에 같이하자!”의현도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좋아.”두 사람은 휴대폰을 꺼내 게임 아이디를 교환했다.오늘 내내 빈수는 은근히 의현 쪽으로 가까이 다가왔고, 다른 사람들도 눈치챘다. 그래서 일부러 장난스럽게 거들며 말했다.“빈수야, 자리 좀 비켜줘라.”빈수는 자연스럽게 몸을 옆으로 붙이며 앉아, 거의 의현과 붙을 듯한 거리를 유지한 채 웃었다.“이따 네가 지면 내가 대신 술 마셔줄게.”그러자 영구가 바로 끼어들었다.“야, 지난번에 나랑 술 마실 땐 그렇게 방치하더니, 이제는 여자 앞이라고 완전 태도가 다르네? 이거 배신하는 거 아니냐?”의현의 얼굴은 붉게 물들었고 선혁은 묘한 시선으로 여자를 노려보다가, 탁 하고 카드를 탁자에 던졌다.빈수는 몇 명의 들러리 중에서도 가장 잘생긴 편이라, 영구를 향해 웃으며 욕을 섞었다.“너 그때도 사실은 여자 꼬시려고 술 얻어 마신 거잖아. 얻어먹고선 이제 와서 뭐라 해?”그 ‘그때도’라는 단어가, 은근슬쩍 상대의 말을 인정한 꼴이 되어 버렸다.두 사람 사이의 기류가 살짝 험악해졌을 때, 선혁이 카드를 섞으며 불쑥 고개를 들어 의현을 보았다.“너 유정 옆에 앉아라. 오늘 밤에 사람들이 일부러 장난칠 수도 있으니까, 네가 옆에서 막아줘.”이에 의현의 눈빛이 흔들렸다.“응.”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유정 곁에 앉았다.유정은 의현의 팔짱을 끼며 빈수를 흘깃 보고는 웃었다.“내가 원래 너한테 제일 잘생긴 애를 소개해 준다고 했잖아? 하필 그 애도 네 마음에 있어 하는 것 같은데 혹시 받아줄래?”그러나 의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난 느낌 없는데.”유정은 못마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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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3화

백림이 벌칙을 선택했다.주사위를 던진 남자가 내린 벌칙은 백림이 노래 한 곡을 부르는 것이었다.이에 사람들은 벌칙이 너무 가볍다며 웅성거렸다.“이거 봐주기 아니야? 일부러 백림이 편 든 거지?”이에 남자는 난처하게 웃었다.“내가 무슨 힘이 있다고 주사위를 조종하겠어?”백림은 웃으며 말했다.“이건 하늘이 날 특별히 아껴준 거지.”백림은 예전에 불렀던 노래, ‘고백 풍선’을 불렀다. 그리고 백림의 목소리가 워낙 좋아서 모두들 기꺼이 넘어가 주었다.두 번째 판에서는 다른 들러리 이름이 서준인 남자가 걸려 벌칙을 하게 됐다. 그 벌칙은 연락처에서 한 여자에게 고백하기였다.서준은 사실 오래전부터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지만, 늘 애매한 관계로만 지내왔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용기 내어 전화를 걸었다.서준이 스피커폰을 켜자, 방 안은 숨소리조차 죽이고 긴장한 기운이 감돌았다.서준의 고백이 끝나자, 전화기 너머의 여자가 잠시 멈췄다가 웃으며 말했다.[왜 이제야 말하는 거야? 나 이날을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 알아?]순간, 방 안은 천장을 울릴 듯한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그러나 상대 여자는 이내 놀란 듯 목소리를 높였다.[너 지금 장난하는 거야?]그리고 서준도 급히 당황해 얼른 전화를 집어 들었다.“아냐, 절대 장난 아니야. 방금 한 말은 다 진심이야!”서준은 말이 끝나자마자 백림에게 대충 인사만 남기고, 허둥지둥 뛰어나가 여자를 찾아갔다.그 덕분에 방 안의 분위기는 더 뜨거워졌다. 한 커플이 성사되는 순간을 지켜본 사람들은 성취감에 들떠 있었다.서준이 자리를 비운 뒤, 사람들은 다시 게임을 이어갔다.몇 판이 더 지나고, 이번엔 선혁이 걸렸다. 그리고 선혁이 선택한 벌칙은, 방 안의 여자 중 한 명과 종이를 사이에 두고 66초간 입을 맞추는 것이었다. 중간에 종이가 떨어지면 다시 처음부터 시간을 재야 했다.이에 선혁은 웃으며 물었다.“여기 계신 싱글 아가씨들, 누가 용감하게 도와줄래요?”현영이 바로 손을 들며 수줍은 듯 들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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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4화

의현은 선혁이 몸을 숙여 다가오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어차피 다른 사람들은 제대로 못 보니까, 그냥 흉내만 내면 되잖아!”선혁은 의현을 똑바로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사람들이 지금 우리를 보고 있어. 흉내 내는 거 티라도 나면, 전부 달려와서 진짜로 하는지 지켜볼 텐데. 그게 좋아?”의현은 눈을 떨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창백한 얼굴에 수줍고 긴장한 기운이 번지자 선혁의 시선이 더 깊어졌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의현은 급히 선혁의 어깨를 밀며 외쳤다.“종이는 어디 있어!”“아, 깜빡할 뻔했네.”선혁은 비로소 웃으며 종잇장을 입술에 물고 천천히 다가왔다.숨결이 가까워질수록 의현은 무심코 숨을 멈췄는데 두근거림이 북소리처럼 쿵쾅거려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듯했다.“장의현, 나 첫 키스야. 너도 좀 다정하게 해 줘.”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종이 너머로 스치며, 마치 심장 깊숙이 울려 퍼졌다.이에 의현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낮게 중얼거렸다.“누가 그걸 믿어...”“뭐라고 했어? 내 눈을 보고 다시 말해.”선혁이 낮게 다그쳤다.의현이 고개를 드는 순간 남자는 종이를 휙 빼내며 곧장 입술을 겹쳤다. 곧 의현의 커다란 눈이 놀람으로 동그랗게 커졌고, 순진한 표정이 선혁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선혁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곧 입을 더 벌리고는 깊게 파고들었다.이는 망설임 없는 오래전부터 각오한 듯한 키스였다.의현은 끝없는 심연 같은 선혁의 눈빛에 사로잡혔다. 두 손으로 선혁의 팔을 붙잡았지만, 다리가 힘없이 풀려 주저앉을 뻔한 의현의 허리를 남자는 감싸 붙잡았다.선혁의 목울대가 크게 움직이더니 의현의 리를 붙든 손에 힘이 들어가고, 눈을 감은 채 점점 키스를 깊게 이어갔다.의현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감촉은 선혁에게 전혀 새로운 세상이었고, 피가 끓어올라 더 깊이, 더 많이 탐하고자 하는 본능이 이끌었다.그때 누군가 일부러 크게 외쳤다.“25, 2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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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5화

유정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의현이랑 선혁이는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야. 의현이가 줄곧 선혁이를 좋아했는데, 예전엔 장거리 연애하기 싫다는 이유로 거절했거든.”“그런데 이번엔 누가 봐도 의현이를 보러 온 거잖아.”현영은 순간 놀란 듯하다가 이내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아, 그래서 그랬구나!”유정은 미소를 더욱 진솔하게 지으며 말했다.“괜찮은 남자는 많아. 다음엔 내가 소개해 줄게.”현영은 유정의 의도를 바로 이해했다. 자신이 선혁에게 호감을 가진 걸 유정이 눈치챘고, 그로 인해 의현을 원망하거나 삼각관계에 휘말리지 않게 하려는 배려였다.현영은 잠깐 실망한 기색을 보였으나 곧 씩씩하게 웃어 보였다.“알았어. 고마워, 유정아.”유정은 잔을 들어 그녀와 부딪쳤다.“뭘, 당연한 거지.”현영뿐만 아니라, 빈수도 내내 마음이 산만했다. 빈수는 의현에게 관심이 있었고, 오늘 제대로 좋은 인상을 남기려 했지만, 선혁이 매번 앞질러 나섰다. 예쁘고 성격까지 좋은 여자는 원래부터 경쟁자가 많았고 빈수도 쉽게 포기할 마음은 없었다.그 시각, 의현은 다른 이들의 말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고 오롯이 선혁의 강렬한 숨결만이 감각을 지배했다.숨이 막혀버릴 것 같을 즈음, 선혁이 마침내 입술을 떼고 이마에 턱을 괴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의현은 감히 시선을 들지 못했다. 선혁의 거친 호흡이 귓가를 스치자 온몸이 긴장했고, 가슴은 북소리처럼 쿵쾅거리면서 낯선 감정이 안에서 요동쳤다.그때 카운트를 세던 누군가가 외쳤다.“50!”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의현은 처음으로 1분이 이렇게 길 수 있다는 걸 절감했다.선혁이 다시 얼굴을 가까이 가져오자, 의현이 고개를 돌려 피했고 곧 남자의 허스키한 웃음소리가 들렸다.“마음에 안들어?”그 말에 의현은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선혁을 노려봤는데 이는 불만과 수치가 섞인 눈빛이었다.‘정말 키스를 서툰 걸까?’사실 입술로만이 아니라 자꾸 깨물어서, 혀끝이 얼얼하게 아팠다.“아까는 좀 급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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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6화

의현은 물로 입가에 남은 립스틱 자국을 말끔히 지운 뒤, 다시 화장을 고쳐 더 이상 눈에 띄지 않게 했다. 심장이 아직도 빠르게 뛰었지만 간신히 진정시키고 밖으로 나섰다.선혁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소파에 앉아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의현이 다가가자 주변 사람들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인사했고, 여자는 표정 하나 흐트러뜨리지 않고 담담히 유정 옆에 앉았다.유정이 다가와 장난스레 속삭였다.“누가 먼저 시작한 거야?”의현은 눈동자를 굴리며 가볍게 흥 하고 웃었다.“당연히 내가 먼저지. 이런 좋은 기회를 어떻게 놓쳐.”유정은 코웃음을 쳤다.“싫다며?”의현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싫은 건 맞아. 그냥 옛날의 아쉬움을 채운 거지.”“어릴 적엔 늘 경성 오리구이가 먹고 싶어서 어떤 맛일까 궁금했는데, 나중에 입맛이 달라져도 다시 보이면 한 입은 먹어보잖아.”유정은 억지로 웃음을 참다 물었다.“그래서 오리구이 맛은 어땠는데?”의현은 입술을 비죽 내밀며 말했다.“그냥 그래.”결국 유정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크게 웃어버리자 다른 사람들이 의아해하며 물었다.“뭐가 그렇게 재밌어?”유정은 서선혁을 흘긋 본 뒤 웃으며 말했다.“의현이가 어릴 적부터 경성 오리구이를 꼭 먹고 싶어 했는데, 막상 먹어보니 별로였대.”다른 사람들은 뜻을 몰라 장난스럽게 말했다.“경성 오리구이가 별로면 우리 강성에도 오리구이 맛집 있지. 내일 가지 말고 남아, 내가 데려가 줄게!”“경성에선 유명세 탄 집 말고 진짜 제대로 하는 데 가야 해. 언제 같이 모여서 내가 진짜 맛집 데려가 줄게!”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오직 선혁만이 미묘한 웃음을 띠며 의현을 바라봤다.‘그냥 그래? 흥, 아까 그렇게 내 허리를 꽉 붙잡던 건 누구였는데?’다음 라운드에서 빈수가 걸렸고 벌칙은 누군가를 골라 함께 풍선 열 개를 터뜨리는 것이었다.그 역시 의현을 지목했다.의현은 가만히 앉아 있었고 남녀가 하는 게임은 괜히 분위기가 애매해진다. 몸을 붙여 풍선을 터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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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7화

그러나 선혁은 대수롭지 않게 유정에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한테 맡겨!”유정은 선혁의 어깨를 톡 치며 눈을 가늘게 떴다.“다시는 지난번처럼 하지 마!”유정의 말에는 숨은 뜻이 담겨 있었고, 선혁은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백림이 다가와 유정의 손을 잡았다.“그럼 우리는 먼저 갈게요. 다들 도착하면 단톡방에 메시지 남겨요.”“잘 가!”몇 사람이 서로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의현은 그 자리에 서서 백림과 유정이 나란히 걸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자, 이유 모를 깊은 감동이 밀려와 눈가가 서서히 젖어 들었다.그 옆으로 다가온 선혁이 고개를 기울이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왜 울어?”의현은 곁눈질로 흘겨보곤 말없이 돌아서 걸음을 옮겼고 선혁도 곧 발걸음을 맞춰 따라갔다.4월의 강성은 이미 여름처럼 더웠고, 오직 저녁 바람만이 은은한 서늘함을 남겨 그녀의 취기를 조금씩 날려 보냈다.형형색색의 불빛이 그녀의 눈동자에 비치고, 의현은 느긋하게 걸음을 옮기며 낮게 말했다.“굳이 안 데려다줘도 돼. 나 혼자 좀 걷고 싶어.”선혁은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은 채 태평한 걸음걸이로 웃으며 말했다.“마침 잘됐네. 나도 좀 걷고 싶거든.”의현은 발걸음을 멈추고 선혁을 돌아보더니 눈에는 의문이 가득했다.‘예전엔 나를 피해 다니기만 하던 사람이, 이번엔 왜 이렇게 자꾸 다가오는 걸까? 정말 대외적으로 조카 노릇을 하려는 걸까?’이에 선혁도 멈춰서더니 손을 내밀었다.“내 휴대폰 배터리가 다 닳았어. 네 핸드폰 좀 빌려줘, 전화 하나만 할게.”의현은 잠시 멍해졌다가,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잠금을 해제한 뒤 건넸다.이윽고 의현은 몸을 돌려 화려한 야경을 바라보며 선혁이 전화를 마치길 기다렸다.하지만 뒤에서는 아무 통화 소리도 들리지 않아 돌아본 순간, 선혁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뭐 하는 거야?” 의현이 묻자 선혁은 웃으며 휴대폰을 돌려주었다.“내 연락처 다 다시 저장했어.”의현은 놀란 눈으로 선혁을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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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8화

두 사람은 서로 마주 선 채 있었다. 가로등의 부드러운 빛 아래, 선혁은 깊은 눈빛으로 의현을 바라보았다.“처음엔 분명히 망설임이 있었어. 네가 경성을 떠난 그날 이후 우리 사이에 연락이 끊기고 나서야 문득 네가 너무 보고 싶다는 걸 깨달았어.”선혁의 얼굴에는 평소의 가벼운 웃음기가 사라져 있었다.“시간이 지날수록 그 마음은 더 커졌어. 여러 번, 정말 여러 번 참지 못하고 해성까지 너를 찾아가고 싶었어.”스스로를 비웃듯 웃으며 선혁이 낮게 말했다.“사람을 진심으로 좋아하면 그 어떤 망설임도 아무 의미 없더라.”의현의 눈가가 붉어졌고 반짝이는 눈물 속에는 오래된 억울함이 숨어 있었다. 고개를 돌린 의현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와서 이런 말 해서 뭐 해?”선혁의 손끝이 의현의 눈가를 스쳤고 눈빛에는 미안함과 애틋함이 어려 있었다.“의현아, 미안해. 나한테 다시 한번 기회를 줘.”격렬하게 뛰던 심장이 서서히 가라앉자, 의현은 머릿속이 맑아졌다. 그러고는 차분히 고개를 들어 선혁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모든 이별이 다시 만남으로 이어지진 않아. 누구도 같은 자리에 서서 끝없이 기다려주지 않아.”밝던 선혁의 눈동자가 마치 한밤중 길에 막힌 차처럼 서서히 굳어갔다. 손가락이 움찔거렸다가 힘없이 내려앉았고, 어두운 눈빛으로 의현을 바라볼 뿐이었다.의현은 한발 물러서더니 돌아서서 앞을 향해 걸어갔다.선혁의 두 다리는 납덩이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생전 처음 용기를 내어 고백했지만 돌아온 건 단호한 거절이었다.의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가슴 속이 싸늘하게 저렸고, 방금까지 벅차게 차오르던 기쁨과 뜨거움은 순식간에 얼음이 된 듯 얼어붙었다.그래, 아무도 영원히 제자리에 서서 기다려주지 않았다. 이는 선혁이 너무 늦게 깨달은 사실이었다.화려한 불빛의 도시는 갑자기 멀고 흐릿하게 느껴졌다.앞서 걷던 의현이 갑자기 멈춰서더니 돌아서서 선혁을 향해 불만스럽게 외쳤다.“내가 제자리에 없으면, 넌 두 발짝 나아와서 잡으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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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9화

사거리 하나를 지나서야 선혁은 의현을 내려주고, 이번에는 여자의 손을 꼭 잡고 걸음을 옮겼다.의현은 따뜻하고 넓은 손바닥에 단단히 감싸이는 순간, 몸의 모든 세포가 행복으로 가득 차오르는 듯 느껴졌다.의현은 여전히 선혁을 좋아하고 있었다. 지난번 마음을 다치고 연락처를 모조리 지워버리며 단호하게 끊어냈지만, 결국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카페 앞을 지날 때마다 선혁이 떠올랐고, 게임을 할 때도 생각났으며, 길에서 비슷한 뒷모습을 발견할 때면 본능적으로 호흡을 멈추고 발걸음을 늦추곤 했다.비록 두 사람이 안 지는 오래되지 않았고 만난 횟수도 손에 꼽을 만큼 적었지만, 의현은 이미 선혁을 사랑하고 있었다.마치 사랑에 빠진 학생처럼, 한번 마음을 주면 돌아서기가 힘들었다.엄마와 약속한 대로 맞선을 보기도 했다. 사람들의 말처럼 새로운 연애가 상처를 빨리 잊게 해줄 거라 믿고 싶었지만, 맞선 자리에 앉을 때마다 의현은 도망치고 싶어 안달이 났다.다른 남자를 받아들일 수 없었는데 몸도 마음도 격렬하게 거부했다.다행히도 원래 성격이 밝아 스스로 위로하고 스스로와 화해하며 살아갈 수 있었다.새 연애가 구원하지 못한다면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 믿었고, 바쁜 일상에 기대며 흘려보냈다.설마 평생 잊지 못하리라곤 믿지 않았다. 시간이 약이라고 했으니까.그런데 그 약이 듣기 전에, 예상치 못한 순간 모든 아픔이 끝나고 의현은 다시 살아난 듯한 기쁨을 얻게 되었다.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은 마음을 다해 사랑한 이가 그 사랑을 되돌려줄 때였다.특히 그것이 오랜 짝사랑일 때의 행복은 더욱 컸다.의현은 입술을 꼭 다물고 웃음을 참았다. 들키기 싫어 고개를 숙인 채 발끝으로 인도 위의 낙엽을 툭툭 차며 걸었다. 마치 긴 하루 수업이 끝나고 드디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 위의 학생처럼, 흩날리는 머리칼조차 가벼운 해방감을 안겨주었다.호텔에 도착하고서야, 들뜬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두 사람은 함께 엘리베이터를 기다렸고 안에 들어서자 말없이 나란히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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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0화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불빛이 자동으로 켜졌다. 의현은 선혁이 따라 들어오지 않은 걸 알아차리고 의아해 고개를 돌렸다.이에 선혁은 문가에 서서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나까지 들어오길 바라는 거야?”의현은 얼굴이 금세 붉어졌다.“너, 너도 들어와서 물이나 한잔하고 가.”선혁이 낮게 웃자 의현은 더더욱 얼굴이 화끈거려 고개를 돌렸다.“내가 들어가면, 단순히 물만 마시는 걸로 끝나지 않을 텐데?”“그럼 그냥 가. 조심해서 들어가.”“봐, 역시 스스로는 못 참을 거라니까. 그러니까...” 선혁이 눈썹을 올리며 말했다.“이번엔 내가 이성적인 쪽을 맡아야겠네.”의현은 부끄러움과 짜증이 뒤섞인 눈길을 던졌다.“뭔 소리야? 알아듣지도 못하게.”선혁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들어가. 난 이제 간다.”“응.”의현은 조심스레 문을 닫으려 했지만 그 순간, 문이 안쪽에서 힘껏 밀려 다시 열렸다. 그래서 놀라 고개를 들자 어두운 눈빛이 깊게 내려다보고 있었다.“도저히 못 가겠네.” 선혁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짙은 눈매와 가라앉은 음성은 묘하게 콩닥콩닥 거리게 했다. 의현은 마치 절벽 끝에 다다른 듯 심장이 뛰었고, 결국 몸을 던지듯 그 시선을 받아들였다.서로 말없이 마주하다가 선혁이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졸려? 안 졸리면 게임이나 더 하자. 오늘은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잖아.”의현은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끄덕였다.“좋아.”문이 닫히고, 두 사람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한밤중 호텔 객실 안, 은근한 기류와 얽힌 관계가 의현의 심장을 빠르게 뛰게 했다.의현은 애써 태연한 척하며 가방을 내려놓고 물었다.“뭘 마실래?”“콜라.” 선혁이 웃으며 대답하자 의현은 테이블 위에서 콜라 한 캔을 집어 따고 그에게 건넸다.남자는 소파에 앉아 크게 한 모금 들이켠 뒤 옆에 두고, 휴대폰을 꺼냈다.“자, 접속해.”의현은 선혁의 옆에 앉아 등을 소파에 기대고 게임을 켰다.선혁이 바짝 몸을 기울이며 물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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