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소희는 머쓱한 듯 눈썹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아무리 좋은 스승이 있어도, 제자가 다 잘하는 건 아니잖아.”구택이 다가와 소희의 어깨 뒤로 서더니 그녀가 들고 있던 흑돌을 집어 바둑판 위에 내려놓았다.“몇 날 며칠 배운 주제에 감히 내 아내를 웃음거리로 삼아?”윤성은 순간 얼굴을 굳히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런 건 아니고 그냥 조금 의외였을 뿐이에요.”구택은 큰 체구로 소희를 감싸 안으며 여전히 냉엄한 얼굴을 했다.“네 엄마가 봐주고 있는데, 그것도 모르고 큰소리만 치다니.”윤성은 나이가 어려도 아버지가 어머니를 지나치게 아낀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그 말에 더는 반박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바둑판을 바라보며 깊이 생각하는 기색을 보였다.이에 소희는 입술을 다물고 조용히 웃었고, 남편의 도움을 받아 결국 윤성을 한 수로 이겼다.소희는 자리에서 일어난 뒤 구택을 의자에 앉히며 말했다.“당신 윤성이랑 바둑 둬. 난 씻고 올게.”구택은 부드럽게 대답했다.“다녀와.”소희는 씻고 나온 뒤 막내아들 윤후를 보러 갔다. 놀이방에서는 전문 베이비시터가 청각과 촉각 훈련을 하고 있었고, 도우미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소희가 다가가 시터가 들고 있던 딸랑이를 받아들며 말했다.“제가 할게요.”그러자 시터는 곧장 옆으로 물러서 소희와 함께 윤후를 달래주었다.아이가 잠들자 소희는 화영의 전화를 받고는 곧바로 서재로 들어가 임시 화상회의를 열었다.밤 아홉 시가 되었을 무렵, 구택이 서재에서 나오다 보니 방금 씻은 윤성이 이불을 들고 안방 쪽으로 가고 있었다. 뒤에는 서현숙 아주머니가 따라오며 임구택을 보자 공손히 인사했다.구택이 물었다.“어디 가냐?”윤성은 고개를 치켜들고 또렷하게 대답했다.“오늘은 엄마랑 같이 잘 거예요.”그러나 구택은 단호히 잘라 말했다.“네가 몇 살인데 아직도 엄마랑 같이 자겠다고 그래?”윤성은 ‘아직 네 살이니까 엄마랑 잘 수 있다’고 큰 소리로 말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아버지에게 바로 반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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