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4051 - Chapter 4060

5044 Chapters

제4051화

“기회를 줘도 모르는 거야?”소용이 달려들며 아름의 머리채를 잡으려 하자 갑자기 보디가드가 나타나 남자의 얼굴을 한 대 때렸다. 소용은 비틀거리며 몇 걸음 물러섰고 화를 참다 다시 손을 쓰려고 했으나 마주 선 두 명의 건장한 보디가드를 보고는 다시 움찔했다.“유아름, 넌 기다려, 반드시 무릎 꿇고 빌게 할 거니까.” 소용은 독한 말을 남기고 돌아서 가자 아름은 분노로 몸이 떨렸다. 두 달 동안 소용에게 시달렸고 거절할 수도 없이 여러 번 했음에도 남자는 물러서지 않았다. 소용은 그저 무뢰한이었다.이때 보디가드가 돌아서며 물었다.“유 선생님, 괜찮으세요?”이에 아름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괜찮아요.”돌아가는 길에 운성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선생님, 이 일 서현숙 아주머니께 말씀드려요, 아주머니가 분명 도와주실 거예요.”그러나 아름은 고개를 저었다.“이건 내 사적인 일이라 사모님께 폐를 끼칠 수 없어.”운성의 눈빛은 걱정으로 가득했다.“하지만 위험할지도 몰라요.”아름은 다독이는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내가 무시하면 돼. 그 남자는 감히 날 해치지는 못하거든”설연은 맑은 눈으로 말했다.“선생님, 저랑 오빠가 지켜줄게요.”이에 아름은 감동해 두 사람을 안으며 말했다.“그래, 너희가 크면 선생님을 지켜줘.”소용은 전화를 걸어 기사에게 오라고 했다. 얼굴에 맞은 펀치에 속이 부글거렸던 소용은 기사에게 대충 이유를 대며 호통을 쳤다.차에 올라탄 소용은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누나, 나 돈 없어, 돈 좀 줘”이에 소동은 냉소적으로 말했다.[추소용, 너 아직도 내가 ATM인 줄 알아?]그러나 소용은 뻔뻔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러게 왜 누나예요? 누나가 신경 안 쓰면 누가 날 신경 써요?”이에 소동이 차갑게 말했다.[처음에 널 밖으로 끌어낸 거 내 잘못이었어.]이에 소용은 조롱조로 물었다.“왜 날 밖으로 꺼냈는지 누나가 더 잘 알잖아요. 그래서 돈 줄 거예요? 안 줄 거예요?”소동은 쉽게 돈을 줄
Read more

제4052화

다음 날 아침 아홉 시, 연하 아버지인 방건홍은 수술실로 들어갔고, 연하와 연하 엄마인 주설주는 바깥에서 기다렸다.주설주는 의자에 앉아 딸에게 당부했다.“교수님이 직접 수술을 맡고, 이렇게 짧은 시간에 자리를 잡아줬으니 네 친구가 정말 큰 도움을 준 거야. 꼭 고맙다고 제대로 인사해야 해.”연하는 담담하게 말했다.“알아요, 엄마. 고맙다고 할게요.”주설주는 이 기회를 놓칠세라 바로 물었다.“그 친구 남자야? 여자야?”“남자요.”“결혼했대?”연하는 엄마의 의도를 뻔히 알기에 한숨 섞인 목소리를 냈다.“결혼은 안 했지만 여자친구 있어요. 이제 됐죠?”주설주는 못내 아쉬운 듯 딸을 흘깃 보고는 말을 삼키자 연하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엄마, 그 눈빛 뭐예요?”“나이 든 노처녀를 보는 눈빛이지.”연하는 픽 웃었다.“저 아직 서른한 살이에요!”주설주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몇 년만 지나면 노처녀가 아니라 고령 산모가 되는 거야.”연하는 어이없어할 말을 잃었고 그저 웃음만 나왔다.“아빠가 안에서 수술 중이신데, 아빠 걱정이나 하세요. 제 일은 좀 제쳐두고요.”주설주는 수술실 쪽을 보며 중얼거렸다.“의사가 작은 수술이라고 했으니 괜찮을 거야.”두 사람은 잠시 조용히 기다렸는데 그때 한 남자가 다가와 공손히 인사했다.“어머니.”연하가 고개를 들어 순간 멍해졌고 주설주도 놀란 눈치였다.“누구...?”진구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저는 연하 선배예요. 마침 병원에 볼일이 있어 왔다가, 아버님 수술 소식을 듣고 인사드리러 왔어요.”주설주는 금세 얼굴에 웃음을 띠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단정하게 차려입고 예의 바른 젊은 남자를 보고는 딸을 툭 건드리며 말했다.“인사 안 해?”연하는 마지못해 말했다.“제 선배 여진구라고 해요.”“진구 군이구나!” 주설주는 더없이 반갑게 웃더니 곧 뭔가 떠오른 듯 급히 물었다.“혹시 우리 연하 아버지 수술 자리를 잡아준 게 진구 군인가요?”이에 진구는 차분한 미소로 대답했다.“마침 아는
Read more

제4053화

연하는 이번만큼은 진 빚이 있다는 걸 알았지만 대답하지 않았다.이에 진구는 옆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앉아. 나 본다고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연하는 코웃음을 쳤다.“누가 긴장했다고 그래요?”진구는 손목의 시계를 흘끗 본 뒤, 목소리를 조금 누그러뜨렸다.“김주남 교수님은 이 분야의 전문가셔. 이런 작은 수술은 수없이 해왔고 한 번도 실수한 적 없으니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연하는 진구가 자신을 달래려 한다는 걸 알았고, 눈을 내려 조용히 말했다.“이번엔 정말 고마워요. 다음번에 내가 한턱낼게요. 유진이랑 은정 씨도 부르고, 선배 여자친구도 불러요.”진구는 앞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넌 내 여자친구가 그렇게 궁금해?”“아니요.” 연하가 담담하게 말하자 진구는 얼굴빛이 어두워지더니 고개를 돌렸다.이윽고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연하가 말했다.“작은 수술이라 엄마는 친척들에게도 말 안 했어요. 그러니 선배도 굳이 여기서 나랑 기다릴 필요 없으니까 가서 볼일 봐요.”진구는 곧장 대답하지 않고 한참 뒤에야 말했다.“어머니 돌아오시면 그때 갈게.”연하는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무려 30분이 지나서야 주설주가 천천히 돌아왔다. 얼마간 자리를 비우더니 물 한 병을 들고 와 진구에게 건넸다.“병원이라 뭐 준비된 게 없어서 물이라도 마셔요. 다음에 집에 오면, 연하 아버지가 좋은 차 내려줄 거예요. 찻장이 가득하거든요.”이에 진구는 일어나 두 손으로 물을 받아서 들며 말했다.“감사드려요. 어머니, 마침 목이 마르던 참이었거든요.”주설주의 얼굴에는 더없이 따뜻하고 자애로운 미소가 번졌다. 볼수록 진구가 마음에 들어왔고 그래서 더 안타까웠다. ‘이렇게 멀끔하고 성품도 좋은 청년이 어째서 벌써 여자친구가 있는 건지.’진구가 물을 받아 막 떠나려는 순간, 닫혀 있던 수술실 문이 열리며 간호사가 급히 나왔다. 그리고 손에는 한 장의 서류를 들고 있었다.“방건홍 가족분 계신가요?”연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곧장 나섰다.“네,
Read more

제4054화

반 시간쯤 지나서 방건홍이 수술실에서 밀려 나왔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며칠만 입원해 경과를 지켜보면 된다는 결과였다.병실로 돌아오자 친척들이 하나둘 몰려왔다. 원래는 방연하의 고모 한 사람에게만 알렸는데, 순식간에 소문이 퍼져 친척들이 다 찾아온 것이다.진구는 상황을 보고 연하에게 말했다.“네가 아버지랑 친척들 먼저 챙겨. 난 약 받아오고 수속 밟고 올게.”들어온 친척들 가운데는 연하의 두 고모, 한 명의 외삼촌, 그리고 고모네 집 사촌 오빠와 언니도 있었다.처음에는 다들 방건홍의 병세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언제부턴가 화제는 연하에게로 옮겨갔다.“연하, 아직 남자친구도 없지?” 사촌 언니가 먼저 말을 꺼냈다.“겉으로는 젊어 보여도 이제 서른은 넘었잖아?”연하는 짧은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쓸어 넘기며 웃었다.“결혼 안 했으니까 젊어 보이는 거죠.”사촌 언니는 그 말이 자신을 겨냥한 것 같아 불편한 웃음을 지었다.“결혼도 안 하고, 애도 안 낳고 그러면 인생에 무슨 의미가 있니?”그러자 연하는 태연하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요즘 세상엔 남자들이 결혼이랑 출산으로 여자 협박 안 해요. 언니네 집은 혹시 아직도 조선시대 사상에 갇혀서 사나요?”사촌 언니는 할 말을 잃었고, 연하의 말빨을 아는지라 더는 붙잡지 않았다.하지만 외삼촌이 못 말린다는 듯 장광설을 늘어놓았다.“연하야, 너 부모님 생각도 좀 해라. 연세도 드셨는데, 네가 빨리 결혼해야 마음 놓으시지.”연하는 미소 지으며 맞받았다.“지금도 마음 편하게 잘 지내세요. 오히려 내가 집착남 만나 맞고 산다면 그때야말로 매일 우실걸요.”얼마 전 외삼촌 딸이 남편한테 맞아 친정으로 돌아온 일이 있었는데, 그 얘기는 이미 친척들 사이에서 한동안 떠돌던 이야기였다.이에 외삼촌 얼굴이 굳어졌다.“네 엄마 말 들어보니 직장도 그만뒀다던데, 이 나이에 일도 없고 남자친구도 없고 너 인생 어쩌려고 그러니?”연하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받아쳤다.“외삼촌은 저보다 서른 살 많으
Read more

제4055화

“약 가져왔...”연하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진구가 약봉지를 손에 쥐여주며 차갑게 말했다.“당해도 싸.”말을 마치고는 진구는 곧바로 몸을 돌려 떠나버렸고 연하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겨우 친척들을 다 돌려보낸 뒤, 방건홍의 마취가 조금씩 풀리며 의식이 또렷해졌다.연하는 곁에 앉아 뜨거운 수건으로 방건홍의 얼굴을 닦아주었다.다시 아버지가 깊은 잠에 빠지자, 연하는 점심을 사와 엄마를 불렀다.“엄마, 밥 드세요.”주설주는 문득 물었다.“그 진구 군은 언제 갔어?”“아빠 들어오실 때 약 받아다 주고 바로 갔어요.” 연하가 대답하자 주설주는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네 고모랑 외삼촌이 갑자기 몰려와서 사람이 너무 많았잖아. 제대로 챙기지도 못했네. 네가 대신 사과 좀 해줘.”연하는 담담하게 말했다.“괜찮아, 그 사람은 신경 안 쓸 거야.”주설주는 못내 아쉬운 듯 말했다.“진구 군 같은 사람이 드물지. 성실하고 잘생기고, 또 이렇게 마음 씀씀이까지 좋은데 여자친구가 있다니, 참 아까워.”이에 연하는 피식 웃었다.“사람이 여자친구 있는 게 좋은 일이지, 엄마가 뭘 아쉬워해요? 그런 이기적인 생각은 얼른 고쳐야 해요.”그러자 주설주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오늘 네 외삼촌, 사촌 언니 말이 거슬리긴 해도 틀린 건 아니야. 네가 평생 결혼 안 하고 살 순 없잖아.”연하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왜 안 된다는 거야?”주설주는 곧장 맞섰다.“생각해 봐라. 네 아빠가 아프고, 나도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너 혼자 어떻게 감당하려고? 네게 형제자매가 있었다면 내가 결혼 재촉 안 했을 거다.”연하는 눈썹을 치켜올렸다.“결국 내가 남자친구 사귀라는 건, 내 짐을 같이 들어줄 사람 하나 데려오라는 뜻이에요?”주설주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네 남자친구가 우리를 챙기면, 너도 그 사람 부모를 챙기게 될 거야. 부부라는 게 원래 서로 의지하는 거야.”“네가 결혼하면 나는 아들이 하나 늘고, 그 집
Read more

제4056화

유진과 진구는 함께 병원을 나섰고 이때 남자가 말했다.“어디로 가? 내가 태워다 줄게.”유진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괜찮아요. 남편이 데리러 와요. 금방 도착할 거예요.”진구는 그냥 밖에서 함께 기다리며 회사 일 이야기를 몇 마디 나누었다.그리고 일 얘기가 끝난 뒤 진구가 무심한 듯 물었다.“반년 전에 연하 남자친구 사귀지 않았어?”유진은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아니요? 그런 말은 못 들었는데요? 왜요?”이에 진구는 가볍게 웃었다.“실연해서 도망쳐 온 줄 알았거든.”유진은 잠시 생각에 잠긴 얼굴을 했다.“아마 아닐 거예요. 말한 적 없었으니까.”진구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곧 주제를 바꾸어 유진의 아들 이야기를 꺼냈다.그리고 아들 얘기가 나오자 유진은 할 말이 끝이 없었다.주차장 뒤편, 누군가 몰래 몸을 숨긴 채 사진 몇 장을 찍고는 급히 사라졌다.몇 분 뒤, 은정이 도착했고 유진은 진구와 인사한 후 각자 차에 올라 떠났다.동시에 유진과 진구가 함께 있는 사진이 이미 박슬윤의 휴대폰으로 전송되었다.슬윤은 두 사람이 빈번히 사적으로 만나는 것을 보고, 점점 더 둘 사이에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사적인 관계가 있다고 확신했다.그러나 슬윤은 유진에게 직접 따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슬윤의 아버지는 부동산업자라 돈은 있지만, 임씨 집안이나 구씨 집안과는 감히 비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슬윤은 속으로 다짐했다. 절대로 유진이 다시는 진구 곁에서 일하게 두지 않겠다고.방건홍의 회복은 매우 빨라 며칠 뒤에는 퇴원할 수 있게 되었다.퇴원하는 날 역시 유진과 진구가 도와주러 왔다. 이에 주설주는 두 사람을 열정적으로 집에 초대했고, 유진은 흔쾌히 응했으며 진구도 거절하지 않았다.이번이 진구가 처음으로 연하가 자라온 집을 찾은 날이었다.집은 방 두 칸과 거실 구조였는데, 거실은 넓은 편이었고, 그중 절반을 방건홍이 차실로 꾸며놓았다. 책장과 테이블은 모두 정교한 홍목 가구로 아담하고 품격이 있었다.또한 차실과 발코니
Read more

제4057화

진구는 몸을 곧게 펴고서 연하의 방을 천천히 둘러보았다.거실에 놓인 정교한 홍목 가구들과 달리, 방 안은 원목색 침대와 옷장으로만 꾸며져 있었다. 이는 단순하면서도 깔끔했고 군더더기 없는 분위기였다.연하가 새로 산 집도 비슷한 인테리어였으니 이런 취향을 확실히 좋아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침대보는 연한 회색, 창가에 걸린 흰 망사 커튼은 바람결에 살짝 흔들리며 방 안을 시원하고 부드럽게 물들였다.진구는 옷장 위에 올려져 있던 피규어 인형을 손에 들어 올렸다. 어느 인기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였는데, 묘하게 귀여운 표정을 하고 있자 기억이 불시에 밀려왔다.작년 연말 무렵 연하가 해외에서 돌아오던 날이었다.비행기에 오르자마자 연하가 메시지를 보냈었다.[선배, 나 돌아갈테니까 씻고 기다려요.]연하의 특유의 대담한 말투는 이제 익숙해져 있었고, 진구는 메시지를 보고 웃음만 지은 채 다시 회의에 집중했었다.퇴근 후 연하 집으로 향하려던 길, 다시 메시지가 도착했다.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찾아왔다는 내용이었고 지금 맞은편 햄버거 가게에 있다는 것이었다.그래서 진구는 서둘러 가게로 들어섰다.창가에는 진청색 코트에 주황색 머플러를 두른 연하가 앉아 있었다.짧은 머리는 전보다 조금 자라 있었고, 피곤한 듯 소파에 기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진구가 마주 앉자 연하는 눈을 떴고 그제야 안도한 기색을 보였다.이에 진구가 비꼬듯 물었다.“무슨 죄라도 지은 거야? 왜 늘 그렇게 긴장하고 있어?”연하는 나른하게 몸을 일으키며 대꾸했다.“꿈을 꿨거든요. 비행기 사고가 나서 내가 원시림에 떨어지는 꿈이요.”“그래서?”“눈을 떴는데 앞에 원시 고릴라가 앉아 있더라고요.”진구가 상황을 파악하곤 자리에서 일어나 연하 옆으로 옮겨 앉았다. 그리고 곧장 손을 뻗어 간질이려 하자, 연하는 장난스럽게 남자의 품에 매달리며 머리를 파묻었다.“그만해요. 지금은 배고프고 졸려 죽겠단 말이에요.”그 순간 진구의 마음이 부드러워졌고 목소리도 한결 낮아졌다.“그럼
Read more

제4058화

연하는 손을 뻗어 인형을 받아 다시 책장에 올려두며 담담히 말했다.“내가 직접 받은 건데 어떻게 버릴 수 있겠어요?”진구가 바로 맞받아쳤다.“나도 그때 같이 있었으니 내 몫도 있는 거지.”연하는 등을 돌린 채 손끝으로 인형 얼굴을 매만졌고 긴 속눈썹이 살짝 떨렸다.진구의 가슴속에서 묵혀온 감정이 차올랐고 오랫동안 품어온 질문이 마침내 터져 나왔다.“반년 전에 왜 그렇게 한 거야?”끝까지 다 말하진 않았지만 연하도 충분히 알아들었다.반년 전, 연하가 갑자기 끝내자고 했던 건 사실상 이별 선언과 다르지 않았다.연하는 평정심을 되찾은 얼굴로 돌아섰다. 무심한 듯, 또 어딘가 비웃는 듯한 표정은 마치 방어막 같아 속마음을 전혀 읽을 수 없게 만들었다.“별 이유 없어. 그냥 순간적인 충동이라 생각해.”진구의 화는 시간이 지나며 옅어지기는커녕, 연하의 태도 때문에 오히려 더 짙어졌다.그러나 연하는 나가려 했다.“물 끓었으니까, 나가자.”진구는 연하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쥐자 길고 단단한 손가락이 깊숙이 파고들었다.그러자 연하는 진구의 손을 내려다보며 낮게 말했다.“선배, 지금 여자친구 있잖아요. 이러는 게 맞아요?”진구는 깊은 눈빛으로 연하를 꿰뚫었다.“연하야, 먼저 다가온 건 너였어.”그때 복도에서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연하는 얼굴을 굳히며 손목을 세차게 뿌리쳤다.“나한테 들이댄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그러면 전부 책임져야 해요?”이에 진구의 얼굴빛이 순간 하얗게 질렸다. 눈빛에서 마지막 불꽃 같은 열정이 꺼져가고, 차갑고 음울한 겨울 안개만이 남았다.연하는 고개를 숙였다.“처음부터 말했잖아. 그냥 어른들 사이의 가벼운 관계라고.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이제 넌 여자친구도 있잖아. 과거 일은 다 잊어.”연하가 곧장 걸음을 옮겼는데 마침 문 앞에서 주설주가 다가왔다.“지난달 아주머니가 인도네시아 갔다 오면서 커피콩을 한 통 주셨는데, 유진이랑 은정 군한테 물어보고 커피 마실래?”연하는 황급히 몸을 비켜 주설주의 시선을
Read more

제4059화

진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유진은 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며 물었다.“갑자기 왜 그런 걸 묻는 거예요?”“별거 아니야.” 진구가 짧게 대답했다.반 시간쯤 뒤, 유진과 연하, 진구 세 사람은 식당에 앉아 있었다. 잠시 후 슬윤도 도착했다.유진은 슬윤이 자신을 따라온 거라고 짐작했다. 진구와 자신이 함께 있는 걸 확인하고 일부러 전화를 걸어 식사를 제안한 것 같았다.슬윤은 유진을 발견하자 일부러 놀란 표정을 지었다.“진구 오빠, 여기서도 만나네요?”연하는 조용히 시선을 옮겨 진구의 여자친구를 살폈다. 높게 묶은 포니테일, 화려한 도파민 색 계열의 세트 정장, 발랄해 보이지만 표정 하나하나가 과하게 연출된 듯했다.유진은 슬윤에게 연하를 소개한 뒤, 방건홍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 진구가 도와줬던 일을 간략히 설명해 주었다.슬윤의 눈에는 진구가 나선 이유가 유진 때문이라고밖에 보이지 않았다.이에 슬윤은 가볍게 토라진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친구 아버지가 아프셨다면서, 왜 나한테 말 안 했어요? 나도 같이 병문안 갔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진구는 대꾸하지 않은 대신 연하가 받아 말했다.“관심 가져주셔서 고마워요. 다행히 큰 문제 아니었고 지금은 이미 퇴원했어요.”슬윤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진구 옆자리에 앉았다.“메뉴는 주문했어?”유진이 맞장구쳤다.“아직 안 했어요. 슬윤 씨는 뭐 먹고 싶은 거 있어요?”슬윤은 메뉴판을 진구 앞으로 밀어놓으며 다정한 듯한 어투를 썼다.“오빠가 골라줘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아닌지 한번 보죠.”진구는 별다른 반응 없이 메뉴판을 받아 들고는 주문했다.“간장 양념 도미머리찜, 철판 황어구이, 그리고 농어찜.”이에 연하는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저 세 가지는 진구가 자신과 함께 있을 때 자주 주문하던 요리였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들이었다.진구는 주문을 마친 뒤 메뉴판을 유진에게 건넸다.“나머지는 네가 먹고 싶은 걸로 골라.”진구가 고른 세 가지는 슬윤이 좋아하는 음식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
Read more

제4060화

연하는 순간 굳어버렸다. 여느 때처럼 날카롭게 맞받아치지 않고 처음으로 남의 지적 앞에서 바로 반응하지 못했다.슬윤은 진구가 자기편을 들어주자 금세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진구 오빠 말이 정말 맞죠.”슬윤은 눈을 반짝이며 존경스러운 시선으로 진구를 바라보았다.유진은 두 사람이 함께 연하를 몰아붙이는 모습이 못마땅했는지 숟가락을 내려놓고 비웃듯 말했다.“선배도 아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고 하지 않았어요? 연하도 자기 생각을 말한 건데, 그게 왜 그렇게 날카로운 거죠?”진구는 유진을 대할 때는 한결 부드러웠다.“유진아, 그건 괜히 말꼬리 잡는 거야.”그러나 유진은 지지 않았다.“난 그냥 궁금해서 그래요. 뭐가 날카로운 건지 연하한테 그렇게 말한 건 날카로운 건 아니야?”진구는 더 이상 말싸움을 이어가지 않고 한발 물러섰다.“내가 표현을 잘못했어. 이 얘기는 그만하자.”슬윤은 속으로 진구가 안쓰럽고 동시에 유진에 대한 반감이 깊어졌다. 진구가 연하와 유진에게 보이는 태도의 차이를 보며 슬윤은 더욱 확신했다.진구에게 유진은 특별한 존재라고.“유진 씨, 오빠 탓하지 마요. 잘못한 건 저예요. 우리 그냥 이 얘기는 안 하는 게 어때요?”슬윤은 귀엽게 웃으며 분위기를 풀려고 했으나 연하는 마치 벌레라도 삼킨 듯 불쾌했다. 오늘 자리가 자신이 초대가 아니었다면 진작 가방을 들고 일어났을 것이다. 슬윤은 유진에게 시선을 보냈는데 이는 괜히 같이 흥분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식사는 이어졌지만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잠시 후 슬윤이 침묵을 깨고 활기찬 목소리로 물었다.“유진 씨는 언제 다시 회사에 복귀하세요?”슬윤은 여씨그룹의 직원도 아니었지만 마치 사장 부인인 양 묻는 태도였다.유진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아직 정해지지 않았어요.”그러자 슬윤은 눈을 굴리더니 갑자기 연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아까 보니까 방연하 씨가 일자리를 구한다던데요? 그러면 유진 씨 대신 당분간 회사에서 일하면 어때요?”“유진 씨는 집에서 아기 돌보
Read more
PREV
1
...
404405406407408
...
505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