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는 아들의 짙고 맑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순간 미안한 마음이 스쳤다.“우리랑 같이 갈래?”그러자 윤성은 고개를 저으며 천진한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요. 아마 동생이 저를 더 필요로 할 거예요.”그 말에는 사랑하는 아버지는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고, 그저 엄마와 단둘이 있는 걸 방해한다고 여긴다는 서운함이 담겨 있었다.구택은 룸미러 너머로 아들을 보며 칭찬하는 눈빛을 건넸다.“오늘 밤은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서 자고 가.”그 말에 윤성은 창밖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데이트에 끼워주지 않은 것도 모자라, 이제는 집에도 같이 못 가는구나 하는 서글픔이 밀려왔다.임씨 저택에 도착했을 때, 유진 역시 아들을 맡기고 은정과 함께 한 비즈니스 모임에 참석하러 나갔다.노정순은 윤성의 손을 꼭 잡으며 환하게 웃었다.“혹시 다른 집 아이들도 맡길 일 있으면 언제든 보내렴. 아이들이 많아야 집이 북적여서 좋지, 힘들긴커녕 더 즐거워.”이에 소희가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고생 많으세요.”그러나 노정순은 살짝 눈을 흘기며 대꾸했다.“전혀 힘들지 않아. 아이들 보는 것만으로도 기쁘거든.”그때 임시호가 위층에서 내려왔다. 엄격하기만 하던 얼굴은 손자를 보자마자 환하게 풀렸다.“윤성이 잘 왔다. 오늘 오후에 진기정 선생님과 바둑 두기로 했는데, 네게도 한 수 가르쳐 주실 거다.”윤성은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아버지.”아들들을 모두 맡기고 나서, 구택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섰다.모임까지는 아직 두 시간이 남아 있었는데, 은정의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 임시 회의를 열게 되었다.유진은 남편과 함께 본사로 향했고, 맞은편 카페에서 기다리며 노트북으로 업무를 정리했다.유진은 여전히 여씨그룹에 몸담고 있었다. 몇 차례 사직을 고민했지만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 때문에 차일피일 미뤄졌다. 이전 프로젝트가 끝나기도 전에 새 업무가 이어졌고, 임신과 출산으로 휴직에 들어가면서 결국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이제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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