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4191 - Chapter 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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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1화

희문은 우행을 이기려다 힘을 너무 줘서 발목을 삘뻔했다.결국 희문은 경기를 포기하고 대신 화영이 우행과 한 팀으로 들어갔다.점심 무렵이 되어 네 사람은 함께 코트 밖으로 나와 휴식을 취했다.이때 희문이 먼저 나서서 말했다.“화영 씨, 점심은 제가 살게요.”그러나 우행이 바로 거절했다.“우린 이미 예약해 둔 곳이 있어.”희문은 말끝을 흐렸고 무언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결국 삼켰다.곧 수호는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화영 씨, 아직 발목 완전히 다 나은 건 아니니까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화영은 고개를 끄덕였다.화영은 희문이 자신에게 할 말이 있다는 걸 느꼈지만, 우행은 그 대화를 막으려는 듯 일부러 자리를 만들어 주지 않았다.희문과 수호는 함께 차를 타고 나왔고, 희문은 운전대 위에 손을 올린 채 낮게 말했다.“진우행, 화영 씨 일이라면 철벽 엄청 쳐.”수호는 창밖을 보며 턱을 괴었다.“자기 사람 챙기는 게 뭐가 이상해? 그게 오히려 당연한 거지.”“하지만 가윤이는 화영 씨를 싫어해.”희문의 말에 수호는 눈썹을 찌푸렸다.“가윤이 문제가 아니라 너한테 문제가 있어. 네가 그렇게 감싸니까 버릇이 없어지는 거야. 우행이랑 사귀는 것도 아닌데, 왜 걔 주변 여자한테 적대적인데?”그러나 희문은 싸늘하게 대답했다.“난 그저 가윤이 행복했으면 해.”수호는 허탈하게 웃었다.“가윤이 아픈 게 아니라 네가 병이 있는 거야.”이에 희문은 말없이 핸들을 꺾었다.“난 지금 가윤이한테 갈 거야. 가고 싶지 않으면 여기서 내려.”수호는 한숨을 내쉬고 안전벨트를 풀었다.“그래. 그럼 난 여기서 내릴게.”수호는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희문의 차가 바람을 가르며 쌩하고 지나갔다.곧 수호는 매연을 뒤집어쓴 듯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오후, 화영과 우행은 카페에서 오후 티타임을 즐기고 있었다.그때 화영의 휴대폰 화면에 희문의 SNS 글이 잠깐 떴다가 사라졌는데 짧은 한 줄이었다.‘친구 사이에선 어떤 이유로 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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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2화

자리로 돌아오자 우행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무슨 일 있었어요?”화영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별거 아니에요.”맞은편에 앉은 수호가 잔을 들며 웃었다.“둘이 술 마시러 오면서 왜 나까지 부른 거야? 완전 들러리잖아.”화영이 대답하려 하기도 전에 우행이 먼저 말했다.“화영 씨가 그러더라고. 너는 혼자라서 집에 있어봤자 심심할 거라고.”뼈를 때리는 말에 수호의 얼굴이 굳어졌고, 자존심이 상했는지 눈을 부릅뜨고 화영을 노려봤다.“화영 씨!”이에 화영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렸다.“우행 씨는 왜 그렇게 돌려 말 못 해요? 꼭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해야 해요?”우행은 침착하게 잔을 내려놓으며 대꾸했다.“돌려 말하면 못 알아들을 수도 있잖아요. 혼자 있으면 또 쓸데없는 생각을 하니까요.”이번엔 수호는 말없이 입술을 깨물었다.이건 단순히 남성적 매력에 대한 모욕이 아니라 지능까지 모욕당한 느낌이었다.그리고 그 유머가 생각보다 취향이었는지 화영은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수호는 억울한 표정으로 잔을 들고 단숨에 비웠다.“됐어요. 이제 나를 부른 이유 알겠네요. 놀리려고 불렀죠?”화영은 진지하게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그러면 제가 여자친구 소개해 줄까요?”솔깃한 제안에 수호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조건이 하나 있어요. 화영 씨처럼 예뻐야 돼요.”이에 화영은 의미심장하게 미소 지었다.“그건 눈이 어두운 거죠. 그 사람은 나보다 더 예뻐요.”수호의 눈빛이 반짝였다.“언제 볼 수 있어요? 지금 바로 전화해요. 오늘 딱 좋은데.”그러나 화영은 고개를 저었다.“지금은 출장 중이에요.”“에휴, 난 항상 뭐가 필요할 때만 자꾸 없어지네요.”수호가 한숨을 쉬자 세 사람은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처음엔 표정이 어두웠던 수호도 어느새 평소의 활기를 되찾았다.그날 낮, 희문과 함께 차를 타고 떠난 뒤, 곧 SNS에 ‘친구 사이엔 왜 틈이 생길까?’라는 문장을 올렸다가 금세 삭제한 걸 화영은 우연히 봤다.그리고 화영은 직감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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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3화

“빠이.”화영은 짧게 인사하고 자기 차에 올라 상쾌하게 출발했다.가윤은 끝내 우행이 자신을 찾아와 사과하러 오지도 않고 전화 한 통조차 없었다. 이에 며칠째 의기소침한 채 말 한마디 하지 않자 집안 사람들은 왠지 모르게 급해 났다.배문희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동생 배유희에게 전화를 걸었다.“가윤이 요즘 너무 처져 있어. 네가 데리고 나가서 바람 좀 쐬게 해.”배유희는 가윤보다 열 살 많고 어릴 때부터 이 조카를 유난히 아꼈다.이에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바로 달려왔다.“오늘 광원빌딩 사장 부인, 주세란 씨가 모임을 연대. 같이 가서 사람들도 좀 만나고, 기분 전환하자.”배유희의 남편은 도시건설청에 근무하고 있었기에 평소에도 이런 모임에 종종 초대받곤 했다.그러나 가윤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가기 싫어요. 그게 무슨 좋은 구경이에요? 서로 잘난 척이나 하는 자리잖아요.”배유희는 부드럽게 달랬다.“주세란 씨가 말하길 오늘 지엠 총괄 디자이너도 초대해서 거기에서 봄 시즌 신상품을 공개한다더라.”“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이모가 큰맘 먹고 사줄게. 결혼 예물로라도 해줄까?”지엠 총괄 디자이너라는 말에 가윤의 눈빛이 번쩍였다.“지엠 총괄 디자이너요? 그 화영이라는 여자도 온다고요?”“그래, 네가 말한 그 사람. 요즘 아주 잘 나가잖아?”가윤은 입꼬리를 비틀며 냉소를 흘렸다.“잘 나가긴요. 결국은 부자들한테 머리 숙이는 디자이너일 뿐인데.”배유희는 그 말에 굳이 대꾸하지 않았다.가윤이 원래 세상에 삐딱한 성격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그저 조용히 물었다.“그래도 갈 거야, 안 갈 거야?”“갈게요.”가윤은 눈을 가늘게 뜨며 낮게 말했다.“근데 한 사람 더 데리고 갈 거예요.”가윤이 떠올린 사람은 송혜라였다.배유희가 눈을 크게 떴다.“누굴?”“진세명의 아내분요. 그분이면 체면 안 구기죠?”생각하지도 못한 인물에 배유희는 놀란 듯했다.“진 원장님 사모님? 그분이 오면야 체면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문학 하시는 분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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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4화

직원이 디저트와 커피를 들고 들어오자, 주세란이 주인답게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들에게 미소 지었다.“편하게들 있어요.”앞자리들은 이미 꽉 차 있었고, 주세란 옆에만 자리가 하나 비어 있었다.결국 배유희는 가윤을 데리고 뒷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이에 여자는 송혜라를 향해 미안한 듯 말했다.“죄송해요, 자리가 마땅치 않네요.”그러자 송혜라는 잔잔하게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잠시 후 송혜라가 조용히 물었다.“이건 어떤 모임이야?”그러자 가윤은 애써 웃으며 둘러댔다.“저도 잘 몰라요. 이모가 보석 판매하는 분이 온다길래요. 이모께 어울릴 만한 목걸이나 하나 사드리려고요.”“보석을 판다고?”송혜라는 의아한 눈빛을 보이자 가윤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곧 알게 될 거예요. 곧 올 거니까요.”배유희가 홍차 한 잔을 건넸다.“조금만 더 기다려요.”주변의 부인들은 설날 연휴에 아이들과 어디로 여행을 갈지 이야기하며 웃음소리를 이어갔다.그리고 이야기는 자연스레 ‘아이’라는 주제로 넓어져, 웃음과 수다가 끊이지 않았다.그때 문 쪽에서 누군가 들어와 주세란에게 보고했다.“화영 총괄 디자이너님 오셨어요.”그 말에 가윤의 어깨가 순간적으로 들썩였다.며칠간 쌓였던 분노와 불안이 단숨에 사라지고, 대신 묘한 들뜸이 가윤의 얼굴에 번졌다.가윤은 송혜라를 흘깃 바라보며 속으로 말했다.‘이제 직접 보시겠죠. 그 여자가 얼마나 비굴한지.’화영이 문가에 모습을 드러냈다.흰 셔츠에 검은 슬랙스, 거기에 고급스러운 카멜색 코트를 걸쳤다.단정하면서도 세련된 모습, 절제된 우아함이 자연스레 풍겼다.조명이 화영의 윤곽을 비추자 주위가 순간 조용해졌다.이내 주세란을 비롯한 부인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다가가며 반갑게 인사했다.“화영 씨, 어서 와요.”“밖은 춥죠?”“며칠 못 뵈었는데 얼굴이 더 좋아 보이네요. 좋은 일 있으신가 봐요?”...화영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갑자기 일이 생겨서 조금 늦었어요. 죄송해요.”“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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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5화

화영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옆에 앉은 가윤을 일부러 무시한 채 송혜라에게 말했다.“앞쪽으로 오세요.”“괜찮아요. 저기 있는 사모님들과는 아는 사이도 없으니까 여기 앉으면 돼요. 화영 씨는 일 봐요, 나까지 신경 쓰지 말고요.”송혜라는 품격 있게 자연스러운 어조로 말했다.“식구끼리 그렇게 예의 차릴 필요 없잖아요.”그 말에 가윤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화영은 송혜라가 왜 이 자리에 나왔는지 대충 짐작이 갔기에 굳이 더 권하지 않고 말했다.“저 일 끝내고 나서 다시 이야기 나눠요.”“그래요.”송혜라는 다정하고 이해심이 많은 미소를 지었다.화영은 몸을 돌려 떠났고 가윤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이에 가윤은 굴욕감과 질투로 얼굴이 달아올라 일부러 물었다.“이모, 식구라뇨? 그게 무슨 뜻이에요?”그러자 송혜라는 숨김없이 말했다.“화영은 우행의 여자친구야.”가윤은 곧바로 말했다.“그 여자는 우행이랑 어울리지 않아요!”그러나 송혜라는 미소를 희미하게 거두며 말했다.“난 오히려 우리 우행이가 어울리지 않을까 봐 걱정인데.”가윤은 이를 악물었다.“그럴 리가 없잖아요.”화영은 시간이 많지 않았다.도착하자마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다가오는 봄 시즌에 발표될 신상품 일부를 이 부인들에게 미리 선보이자 방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모두의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고, 다들 그 보석을 자신의 컬렉션에 추가하고 싶은 눈빛이었다.“화영 씨!”주세란이 친근하게 화영의 손을 잡았다.“이건 내가 착용하면 어때요?”주세란이 가리킨 것은 한 목걸이였다.양쪽 쇄골에서부터 아래로 이어지는 곡선 형태로, 가지가 엮인 듯한 연꽃무늬 장식에 크고 작은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박혀 있었다.그 화려함은 단연 돋보였다.그 말에 화영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사모님은 목이 길고 쇄골이 예뻐요. 이건 멋지긴 하지만 그 장점을 가려버리거든요. 그래서 조금 더 단정한 디자인이 더 어울릴 것 같아요.”그러며 화영은 다른 한 제품을 권했고, 주세란은 쇄골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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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6화

화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송혜라 쪽으로 다가갔다.“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금방 끝날 거예요.”주세란은 조금 전 화영이 송혜라와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처음엔 단골 고객인 줄만 알았다.하지만 지금 보니 그 관계가 단순하지 않아 보이자 주세란은 서둘러 물었다.“화영 씨, 소개 좀 해주실래요?”화영은 짧게 대답했다.“제가 아는 어른이에요.”그때 누군가 송혜라를 알아봤다.“혹시 진세명 원장님 사모님이신가요? 예전에 뉴스에서 두 분이 함께 계신 걸 본 적 있어요.”그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었다.다른 부인들도 놀라움과 존경이 뒤섞인 표정을 지었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있던 허세와 오만은 사라지고 모두 공손해졌다.연이어 송혜라에게 상석에 앉으라며 권했다.그러자 송혜라는 여전히 차분하고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전 보석은 안 봐요. 그냥 화영 씨 기다리면 되니 여기 앉아 있을게요.”화영이 돌아보며 말했다.“사모님들께서 마음에 드는 신상품은 여기 다 있으니 먼저 구경하세요.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매장에서 저를 찾아오시면 되시고요. 전 이분이랑 먼저 가볼게요.”사모님들은 굳이 붙잡지 않았고 주세란은 오히려 미안해하며 송혜라에게 연신 사과했다.“제가 너무 무례했네요.”그러자 송혜라는 그저 부드럽게 웃을 뿐 전혀 개의치 않아 했다.호텔을 나와서야 송혜라는 조심스레 말했다.“가윤이가 나한테 먼저 보자고 해서 나왔는데, 이런 자리일 줄은 몰랐어요. 괜히 화영 씨한테 민폐를 끼쳤네요.”화영은 노윤의 의도를 굳이 캐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웃었다.“우연이네요.”송혜라는 그 침착한 태도를 높이 샀다.“그날 이후로 저희 어머님이 계속 화영 씨 얘길 하세요. 오늘 오후에 시간 괜찮으면 같이 들러요. 기뻐하실 거예요.”화영은 잠시 망설였다.이제는 우행의 가족들과 거리를 두는 게 맞다고 생각했지만, 송혜라의 따뜻한 시선을 외면할 수 없었다.“좋아요. 저도 할머님 뵙고 싶었어요.”“잘됐네요.”송혜라는 미소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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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7화

화영은 동지에 팥죽을 먹는 것은 알았어도 동짓날에 만두도 빚는 건 경성뿐인 줄 알았다.그런데 신서란도 이날엔 꼭 만두를 빚는다고 하자 송혜라는 웃으며 설명했다.“할머님의 어머니 분이 경성 분이시라 그래요. 그래서 동짓날 팥죽도 먹고 만두도 빚는 풍습이 우리 진씨 집안에 쭉 내려왔죠.”그러고는 의미심장하게 덧붙였다.“이젠 몇 대가 지나 또 경성 출신 며느리가 들어올테니, 이 풍습은 계속 이어가야겠네요.”그 말에 화영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저도 몇 개 같이 빚을게요.”그때 우행이 전화를 걸어왔다.화영은 부엌에서 신서란 할머니와 나란히 앉아 만두를 빚고 있었기에, 휴대폰을 집어 들고 밖으로 나가 통화했다.“여보세요?”[아까 회의 중이라 폰을 사무실에 두고 왔어요.]우행의 목소리가 들렸다.[지금 우리 집에 가 있는 거예요?]화영은 웃으며 말했다.“오늘 밖에서 당신 어머님을 우연히 만나서 같이 할머님 뵈러 왔어요.”물론 그 전에 가윤을 만난 일은 굳이 말하지 않았다.[오늘은 야근 안 해요. 곧 갈게요.]우행의 목소리에는 묘한 웃음기가 섞여 있었고 화영은 마당을 바라봤다.저녁 햇살이 감빛으로 물든 감나무 위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그리고 그 따뜻한 빛이 화영의 눈가에도 고요히 내려앉았다.“좋아요. 그럼 기다릴게요.”부엌으로 돌아오자 화영이 말했다.“우행 씨도 저녁 먹으러 온대요.”이에 송혜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러면 좀 일찍 오라고 해요.”그러자 신서란은 장난스럽게 웃었다.“영이가 기다린다는데 늦게 올 리가 있겠니?”이런 이야기가 오가면 화영은 여전히 어색했다.부끄러워서인지 아니면 마음이 불편해서인지 그저 묵묵히 손만 놀렸다.신서란의 손놀림은 능숙했다.신서란이 빚은 만두는 하나같이 예쁘고 단단해, 꼭 작은 금덩이 같았다.화영은 옆에서 배우며 따라 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제법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다.만두가 절반쯤 완성될 무렵에도 우행은 오지 않았다.대신 진씨 집안의 다른 가족들이 하나 둘 돌아왔다.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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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8화

세면대가 절반 높이로 막힌 욕실 안, 하얀 나비란 화분 뒤로 희유가 얼굴을 쏙 내밀었다.장난기 어린 눈동자가 두 사람을 오가며 반짝였다.화영은 손에 들고 있던 두툼한 봉투를 희유가 볼까 봐, 생각할 틈도 없이 재빨리 우행의 뒤로 숨겼다.그 순간, 마치 우행을 끌어안은 듯한 자세가 되어 버렸고, 멀리서 보면 꼭 연인이 다정하게 포옹하는 장면처럼 보였다.이에 우행은 표정을 굳힌 채 말했다.“이제 곧 밥 먹을 거니까. 주혜영 아주머니랑 식탁 좀 정리해.”“푸하하.”희유는 웃음을 터뜨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알았어요, 알았어요.”그러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총총히 뛰어나갔다.곧 화영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고, 뒤로 물러서려던 여자의 손목이 우행의 손에 붙잡혔다.시선이 마주친 순간 공기가 달라졌다.이곳은 본채에서 조금 떨어진 별채 욕실이었다.건너편 부엌과는 마당과 복도를 사이에 두고 있었고, 마당엔 붉게 익은 감이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가 두 그루 서 있었다.또한 촘촘한 가지와 잎이 빛을 가려 자연스러운 차폐막이 되었다.날은 이미 어두워졌고, 부엌 쪽에서는 불빛과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하지만 이쪽은 어둑했다.어스름 속 두 사람의 그림자가 서서히 겹치며 하나로 녹아들었다.“내가 준 향수 썼네요?”우행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지만 묘하게 가슴을 울렸다.화영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고 무언가에 홀린 듯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또한 우행이 고개를 숙이며 숨결이 가까워지는 걸 뚜렷하게 느꼈다.우행의 반쯤 내리뜬 눈 속엔 깊은 어둠이 깃들어 있었고, 그 어둠은 마치 심연처럼 화영을 끌어당겼다.입술이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우행은 갑자기 멈추고는 화영의 허리를 조심스레 감싸며 낮게 속삭였다.“지금은 여기까지 하고 나머지는 돌아가서 하죠.”허스키한 음성에 화영의 마음이 쿵 하고 떨어졌다.또한 무너져 내린 자리에 남은 것은 불규칙한 숨결뿐이었다.이에 화영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고 우행은 살짝 피식하고 웃으며 숨소리를 흘렸다.화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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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9화

다들 한 소리씩 하자 희유가 웃음을 터뜨렸다.“농담이에요, 다들 그렇게 긴장하지 마세요.”“입 다물고 만두나 먹어.”숙모는 곧장 만두 하나를 집어 자신의 딸 입에 쑤셔 넣었다.그 장면에 식탁 위는 또 한바탕 웃음으로 물들었다.우행은 화영의 앞에 양고기국을 떠서 내려놓았다.“이거 좀 먹어요. 몸이 따뜻해질 거예요.”화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릇을 받아들었다. 국물에 잠긴 투명한 동치미 무를 한 조각 건져 먹자, 맑은 국물에 은은한 양고기 향이 배어 있었다.“맛있어요.”우행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그릇에 다시 국을 떠서 옆에 두었다.“이건 식히는 중이니까 그거 다 마시면 이거 먹어요.”‘이걸 언제 다 마셔.’화영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그래도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창밖에는 찬 바람이 매섭게 불어 석류나무 가지가 흔들리고, 실내에서는 전골냄비에서 김이 피어올라 유리창에 하얀 김이 서렸다.겨울의 차가움 속에서도 방 안은 포근하고 따뜻했다.그날,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지만 화영은 가장 따뜻한 저녁을 먹었다.식사 후 가족들은 모두 거실로 옮겨 담소를 나눴다.화영은 잠시 전화받으러 복도로 나왔다가 부엌 쪽으로 향하는 우행의 뒷모습을 보았다.이에 호기심에 따라간 화영은 문틈으로 우행의 목소리를 들었다.“주혜영 아주머니, 아까 그 양고기국은 어떻게 끓인 거예요? 시간 되실 때 레시피 좀 써서 보내주시면 좋겠어요.”“그럼요, 간단해요.”아주머니는 웃으며 대답했다.“고마워요.”우행이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서 나왔다.이에 화영은 재빨리 몸을 옆으로 돌려 우행과 마주치지 않으려 했고, 휴대폰을 든 채 다른 쪽으로 걸어갔다.날이 차가워서인지 신서란 할머니는 오래 붙잡지 않고 오늘은 일찍 들어가라며 재촉했다.이에 화영은 진씨 집안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이제는 처음의 어색함도 사라지고 정말 식구처럼 자연스러웠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거리는 환했다.동짓날이 지나 곧 크리스마스, 이어서 새해와 설날까지 겨울은 유난히 이벤트가 많았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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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0화

가윤이 전화를 걸어오자마자 불만스러운 어조로 말했다.[내가 전화하지 않았으면, 정말 나한테 계속 연락 안 할 생각이었어?]그러자 우행은 담담하게 답했다.“다른 사람이 뭐라 하든, 결국 네가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는 게 더 중요하지.”가윤은 우행의 말투가 냉담하다는 걸 느끼고, 남자가 다시 화낼까 봐 목소리를 낮췄다.[전에 내가 좀 충동적이었어.]우행은 가윤이 잘못을 인정하자 태도를 조금 누그러뜨렸다.“알면 됐어.”이에 가윤은 다시 웃으며 말했다.[우리 몇 명이 저녁에 같이 밥 먹기로 했어. 다들 네가 이번에는 꼭 체면 세워줄 거라며 나더러 전화하라고 하더라. 지금 나와.]우행은 잠시 생각한 뒤 짧게 물었다.“어디서?”가윤은 우행이 허락하자 매우 기뻐했다.[새로 생긴 양식당이야. 내가 도착하면 위치 보낼게.]“좋아.”전화를 끊은 뒤 우행은 화영에게 다가갔다.“수호 쪽에서 저녁 약속을 잡았는데 같이 갈래요?”화영은 이미 외출복으로 갈아입은 상태였고 눈길을 살짝 돌리며 물었다.“아까 전화는 가윤 씨였죠?”“맞아요.”그러자 화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그럼 나는 안 갈게요. 우행 씨 혼자 다녀와요.”우행이 미간을 찌푸리자 화영은 곧바로 덧붙였다.“나랑 가윤 씨는 지금 당장은 안 만나는 게 좋아요. 다들 휴일이라 오랜만에 모이는 거잖아요. 분위기 망칠 필요 없죠.”“마침 내일 회의에 쓸 보고서가 방금 도착해서 정리 좀 해야겠어요.”“피할 필요는 없어요.”우행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고 화영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피하는 게 아니라 굳이 만날 이유가 없다는 거예요.”우행은 잠시 화영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저녁은 뭐 먹을 거예요? 나가기 전에 주문해 둘까요?”화영은 피식 웃었다.“나 이제 스스로 뭐든 잘할 수 있는 환자가 아닌 정상인이니까, 당신 빨리 가요. 뭐 먹고 싶으면 내가 알아서 시킬게요.”“그럼 다녀올게요.”“조심해서 다녀와요.”화영은 미소를 띠며 문 앞까지 배웅했다.우행이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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