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5401 - Chapter 5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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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01화

이전에는 두 사람도 제법 가까워진 사이였다.하린은 김하운과 농담도 하고 장난스럽게 놀리기도 했다.그런데 오늘은 왜인지 머리가 하얘지고 혀까지 꼬여 버렸다.하린이 앞으로 다가가 찻잔을 집으려 했다.“저도 차는 끓일 줄 아... 앗!”말을 끝내기도 전에 뜨거운 찻잔에 손이 닿아 황급히 손을 뺐다.“데었어요?”김하운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옆에는 찻잔을 씻는 곳이 있어 김하운은 하린의 손목을 잡아 그곳으로 데려간 뒤, 여자의 손을 잡아 차가운 물 아래에 갖다 댔다.손가락은 빨갛게 달아올라 화끈거리고 있었다.하린은 그런 김하운의 잘생긴 옆모습을 바라보다가 심장이 더욱 빠르게 뛰는 걸 느꼈다.조금은 창피했지만 조금은 설렜다.오늘의 하린은 평소답지 않게 너무 덤벙거렸다.“아파요?”김하운이 부드럽고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시원한 물이 손끝을 적시자 화끈거림도 조금씩 가라앉았고, 하린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조금 더 식혀야 해요.”김하운은 살짝 고개를 숙인 채 나지막이 말했다.“오늘 원래는 린당서점에 가려고 했어요.”“집을 나서려는데 그제야 할아버지께서 하린 씨랑 이순철 어르신이 집에 오신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하린의 마음에 잔잔한 물결이 번지더니 손끝도 저도 모르게 살짝 움츠러들었다.곧 하린은 눈을 내리깔고 물었다.“책 사러 오려고 했어요?”“아니요.”김하운은 물을 잠근 뒤 옆에 있던 휴지를 집어 하린의 손을 조심스럽게 닦아주고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하린 씨를 만나러 가려고 했어요.”그 말은 마치 한 줄기 빛이 심장 위에서 터진 것만 같았다.하린은 갑자기 고개를 들고 다시 물었다.“뭐라고요?”그러자 김하운은 하린의 손을 놓고, 단정한 미소를 띤 채 말했다.“처음 만났을 때는 하린 씨가 싫어하는 줄 알았어요.”“괜히 부담을 드릴까 봐 제가 먼저 할아버지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씀드렸고요.”“근데 그게 오히려 오해를 만들었던 것 같아요. 미안해요.”하린은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래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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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02화

김하운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그때는 제가 사람을 제대로 볼 줄 몰랐어요.”하린은 김하운을 바라봤는데 원래도 붉었던 얼굴이 더 새빨개졌다.이순철은 김하운이 이렇게 솔직하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자 더는 화를 낼 수가 없어 그저 허허 웃으며 말했다.“나는 괜찮은데 우리 하린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문제겠네.”갑자기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오자 하린은 얼굴이 확 붉어졌다.“저는...”그때 김군호가 말을 받았다.“자네도 참, 이제는 정말 노망이 났군. 하린이가 당연히 좋다고 한 거지. 아니면 왜 나한테 직접 차를 따라줬겠어?”하린은 원래 그런 뜻이 아니었지만, 김군호가 분명 자신을 난처하지 않게 해주려는 것임을 알고 그저 웃기만 했다.이순철 역시 손녀인 하린의 마음을 모를 리 없었다.올 때만 해도 내키지 않아 했지만, 지금은 분명 마음이 있다는 것이 보였다.이순철은 흐뭇한 마음으로 김하운에게 당부했다.“우리 하린이는 정말 착한 아이니까 꼭 잘 대해줘.”그러자 김하운은 곧바로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일에 김군호는 기쁜 얼굴로 말했다.“하린이 데리고 가서 놀다 와. 우리 두 늙은이 옆에만 있지 말고.”김하운은 고개를 끄덕이고 하린을 데리고 2층 자신의 서재로 올라갔다.남자의 서재는 매우 넓었고, 별도의 발코니까지 있었다.고풍스러운 수정 조명 아래에는 금으로 장식이 된 골져스한 책장이 놓여 있었고, 여러 분야의 책들이 빼곡하게 정리되어 있어 진한 책 향기가 감돌았다.하린이 상상했던 모습 그대로였다.곧 하린은 책장 앞으로 다가갔다.한 칸에는 자신의 서점에서 팔았던 책들이 가득 꽂혀 있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이윽고 하린은 돌아서서 물었다.“이 책들 다 읽었어요?”김하운은 고개를 끄덕였다.“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읽었고 지금은 거의 다 읽었어요.”하린은 그런 김하운이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다.자신은 서점을 운영하면서도 책은 띄엄띄엄 읽고, 한 권을 다 읽는 데도 오래 걸렸다.김하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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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03화

명경이 온성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밤이었다.명경이 비행기에서 내렸고 기사와 수행비서 우무진이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검은색 카이엔이 주차장을 빠져나가자, 조수석에 앉은 무진이 뒤를 돌아보며 보고했다.“사장님, 임희현 씨 잡혔어요. 호송하고 구출하려던 사람은 모두 열다섯 명이었는데, 그중 다섯 명은 죽었고 나머지 열 명은 위에 넘겼어요.”“임희현 씨만 따로 남겨두고 사장님께서 돌아오셔서 처분하시기를 기다리고 있어요.”희현의 수중에는 강성에 남아 있는 간첩들의 명단이 있을지도 몰랐기에 아직은 죽게 둘 수 없었다.명경은 검은 셔츠 차림이었는데 살짝 풀어진 옷깃 사이로 길고 반듯한 목선이 드러났다.그 때문에 뒷좌석에 앉은 명경은 어둠과 거의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을 줬다. 길게 뻗은 두 눈은 날카롭고 서늘한 빛을 띠고 있었고, 명경은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래요. 가서 보죠.”“네.”기사가 대답함과 동시에 차는 번화한 도심의 거리를 가로질러 한 별장 앞에 도착했다.별장 정문을 지나 길게 뻗은 아스팔트 길을 달린 차가 마당에 멈춰 섰고, 밖에는 검은 옷을 입은 경호원 대여섯 명이 서 있었다.명경이 차에서 내리자 경호원들은 남자의 뒤를 따라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곧 명경은 사람들을 이끌고 곧장 지하실로 향했다.아래에는 길고 깊은 복도가 이어져 있었고, 양쪽으로 똑같은 크기의 방들이 줄지어 있었다. 어두운 밤과 달리 머리 위 조명은 대낮처럼 환하게 빛나고 있었지만 여전히 음산하고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복도 끝에는 양쪽으로 경호원 다섯 명씩이 서 있었고, 모두 고개를 살짝 숙인 채 공손하게 명경을 맞이했다.명경이 걸음을 멈추자 무진이 앞으로 나서더니 지문을 인식시킨 뒤 문을 열었다.명경이 안으로 들어가려던 순간, 발걸음이 우뚝 멈췄고 뒤따르던 사람들의 표정도 일제히 변했다.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희현을 묶어두었던 수갑만 풀린 채 한쪽에 버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에게 구출된 것 같았다.더 큰 문제는 이곳이 겹겹이 감시되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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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04화

뒤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빠르게 가까워졌다.명경은 반사적으로 몸을 날렸고, 벽을 힘껏 걷어찬 반동으로 단숨에 앞으로 치고 나가, 앞에서 달리던 사람의 얼굴을 걷어찼다.결정적인 순간, 그 사람은 누구보다 제 몸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인 것 같았다.몸놀림이 민첩해 등에 업고 있던 희현을 방패 삼아 막아낸 뒤, 어느새 3미터 밖으로 몸을 빼냈다.어두운 밤, 그 사람은 온몸을 검은 옷으로 감싸고 있었고, 전신에서 드러난 것은 두 눈뿐이었다.짙은 어둠 너머로 남자는 침착하게 명경과 시선을 마주했다.그리고 내던져진 희현은 쿵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원래 정신을 잃고 있던 희현은 명경의 발길질을 맞고 바닥에 떨어진 충격에 오히려 정신을 차렸다. 입에서 낮은 신음이 흘러나왔고, 몸을 움직여 바닥에서 일어나려 했다.그때 이쪽에서 벌어진 소란에 별장 안의 경호원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검은 옷을 입은 사람은 오늘의 작전이 실패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는 싸움을 이어가지 않고 몸을 훌쩍 날려 가볍게 높은 담벼락을 타고 오른 뒤 그대로 유유히 사라졌다.명경의 뒤에서 몇 발의 총성이 울렸다.총알은 검은 옷자락을 스치며 담벼락이나 마당 밖의 나무에 박혔지만 그 사람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였다.무진 일행이 다가와 희현의 상태를 확인하고 즉시 사람을 보내 계속 뒤쫓게 했다.“쫓지 마세요. 따라잡지 못해요.”명경은 한마디를 남기고 사람들에게 희현을 다시 데려가라고 했다.희현을 가뒀던 곳으로 돌아온 명경은 문 뒤를 한번 살펴봤다.과연 그곳에는 임시로 설치한 고리가 하나 있었다.그러니 처음 방에 들어와 희현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을 때, 희현은 사실 이곳에 매달려 있었던 것이다.감시 카메라를 확인하러 갔던 사람이 돌아와 몇 분간 영상이 비어 있어 그 사람의 모습이 찍히지 않았다고 보고했다.그러자 무진은 싸늘한 표정으로 물었다.“복구할 수 있어요?”그러나 명경은 복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이미 그 사람의 이동 경로를 거의 짐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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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05화

메이렌은 지난 몇 년 동안 세계 각국을 떠돌며 활동해 온 도둑이었다.3년 전, 메이렌은 대낮에 F국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던 15세기 어느 국왕의 왕관을 훔쳐 단번에 이름을 떨쳤다.그 이후에도 사람들을 경탄하게 만든 일은 많았다. 그중에는 1년 전 Y국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던 C국의 국보를 훔쳐낸 일도 있었다. 한 달 뒤, 그 국보는 경성에 나타났고, 지난 3년 동안 국보를 도난당한 나라들은 메이렌을 뼛속 깊이 증오했다. 하지만 메이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나이가 많은지 적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귀신인지 뭔지 그림자를 본 사람도 형체도 없는 것같이 느껴졌다. 메이렌을 숭배하는 사람들은 심지어 하나의 세력을 이룰 정도로 늘어났고, 메이렌이라는 이름도 사람들이 제멋대로 불렀다.“메이렌은 항상 혼자 움직인다고 들었는데, 왜 임희현 씨를 구하러 온 걸까요?”무진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묻자 명경이 대답했다.“지난 3년 동안 메이렌이 그렇게 많은 큰 사건을 저지르고도 잡히지 않았다는 건, 뒤에서 보호해 주는 강력한 조직이 있다는 뜻이에요.”“임희현 씨를 구하러 온 것도 아마 윗선에서 내려온 임무겠죠.”그러자 무진은 곧 이해했다.“사장님 말씀은 임희현 씨의 배후에 있는 사람이 메이렌의 배후 조직을 찾아가 거액을 주고 임희현 씨를 구해달라고 했다는 뜻인가요?”명경이 고개를 끄덕였다.“메이렌의 배후 조직은 어느 국가에도 속하지 않아요.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국제적으로 처리하기 쉽죠.”이런 조직은 국적의 제약을 받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 국가에서는 떳떳하게 나서서 할 수 없는 일을 돈을 주고 그 사람들에게 맡기기도 했는데, 국제 용병과 비슷했다.무진은 눈을 내리깔았고, 표정에는 엄숙함과 죄책감이 서려 있었다.“메이렌이 이곳에 잠입해 임희현 씨를 거의 빼돌릴 뻔했어요. 제 불찰이니 사장님께서 벌을 내려주세요.”명경은 무진을 한번 바라봤다.“메이렌에게 당한 건 불찰이라고 할 수 없어요. 하지만 메이렌까지 왔으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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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06화

명경의 차갑고 준수한 얼굴에는 약간의 예의와 짙은 거리감이 묻어 있었다.“어르신이 기억해 주시니 저야 영광이죠.”“명 사장님이 와주시는 덕분에 저희 민씨 집안이 빛나는 거죠. 어서 들어오세요.”명경이 거느린 사업체와 민씨 집안은 사업상 거래가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몇 마디 인사를 주고받았고, 민용훈은 직접 명경을 이끌고 후원으로 가서 손경애에게 인사를 올리게 했다.손경애는 별도의 안채에서 혼자 지내고 있었다. 앞쪽에서 나와 정원을 하나 가로지르면 손경애가 묵는 곳이 나왔다.오늘 손님은 많았지만 후원까지 들어가 손경애에게 직접 축사를 올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더군다나 민용훈이 직접 길을 안내하는 경우는 더욱 드물었다.손경애의 안채는 예전의 구조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정면에는 다섯 칸짜리 본채가 있었고 양옆에는 별채가 딸려 있었다. 거실에는 온통 자단목 가구가 놓여 있었는데, 거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자단목 탁자가 눈에 들어왔고, 그 위에는 동쪽에 화병, 서쪽에 거울이 놓여 있었다.앞쪽에는 팔선탁 하나가 놓여 있었고 좌우로 둥근 등받이 의자가 하나씩 자리했다.그리고 한가운데에는 눈에 띄는 ‘수’ 자가 걸려 있었다.이 ‘수’ 자에도 특별한 내력이 있었는데 과거 유명한 서예가 채상의 친필이었다.오늘은 손경애의 생일인 만큼 거실 안은 온통 축하하는 분위기로 꾸며져 있었다.양쪽 병풍도 복, 기쁨과 장수를 상징하는 길상 문양으로 바뀌어 있었다.이때 손경애는 상석에 앉아 있었고, 곁에는 귀부인들이 서 있거나 앉아 있었다. 모두 저마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 손경애의 기분을 맞춰주고 있었다.민용훈이 문 안으로 들어서며 큰 목소리로 말했다.“어머니, 명경 사장님 오셨어요.”거실 안이 순간 조용해졌다.손경애는 고개를 돌려 바라보다가 명경을 발견하자 얼굴에 더욱 인자한 미소를 띠었다. 그리고 에메랄드 팔찌를 찬 손을 내밀며 인사했다.“어서 와. 정말 오랫동안 못 봤네. 이리 와서 얼굴 좀 보자.”명경과 손경애 사이에는 인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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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07화

송이란이 가볍게 나무랐다.“어른들 이렇게 많이 계시는데, 좀 얌전하게 굴어.”우영은 장난스럽게 혀를 살짝 내밀자 민용훈이 농담하듯 웃으며 말했다.“할머니께 장수 복숭아를 가져다드리러 온 거야? 아무래도 명경 사장님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기다리지 못하고 달려온 것 같은데...”사람들 사이에서 의미심장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아빠!”우영은 부끄러워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리고 눈꼬리로 명경을 흘끗 바라본 뒤 민용훈에게 다가가 팔짱을 끼며 투정하듯 말했다.“또 나 놀리는 거예요?”손경애는 준수한 외모에 비범한 기품을 지니고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는 명경을 바라봤다.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어 명경이야말로 미래의 손녀 사윗감이라는 생각을 굳혔다.그때 도우미 한 명이 뒤쪽에서 다가오더니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틈을 타 손경애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곧 손경애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으나 그 자리에서 화를 내지는 않았다. 그저 알았다는 뜻으로 살짝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명경은 손경애의 표정이 변한 것을 알아차리고 곧 앞으로 나서서 작별을 고했다.“그래. 우선 사람 시켜 쉬는 곳으로 안내해 줄게. 이따가 나랑 술도 몇 잔 더 마셔야 해.”손경애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명경은 알았다는 듯 대답한 뒤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우영의 시선은 거실을 떠나는 명경의 뒷모습을 줄곧 따라갔다.그러다 곁눈질로 민용훈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서야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렸다.명경이 떠난 뒤 한 부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어르신이 한참 말씀하셔서 이제 피곤하시겠어요. 먼저 좀 쉬세요. 이따 생신 파티에서 다시 이야기 나눠요.”다른 사람들도 잇달아 맞장구를 쳤다.송이란은 손님들을 모시고 다른 룸으로 가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손경애도 자리에서 일어나 뒤쪽으로 향하고는 다도실에 도착하고 나서야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유씨 집안 사람들이 갈수록 예의가 없어지는구나.”민용훈이 서둘러 물었다.“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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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08화

이쪽은 민씨 저택의 고풍스러운 정원이었다.기암괴석과 정자가 곳곳에 자리하고 작은 다리 아래로 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양옆에는 온갖 진귀한 꽃과 풀이 무리 지어 자라 눈길 닿는 곳마다 화려하게 펼쳐져 있었다.멀리 푸른 대나무와 늘어진 버드나무 너머로 명경은 한 여자가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여자는 칠부 소매의 긴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눈썹은 먼 산처럼 은은했고 눈은 가을 호수처럼 맑았다. 흠잡을 데 없이 아름다운 모습은 마치 완벽하게 조각된 조각상 같았지만, 영혼이 없는 듯했다.명경은 걸음을 멈췄다.여자가 가까이 다가오자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다.“유청 씨? 맞으시죠?”나뭇잎 사이로 얼룩진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햇살은 잘게 부서져 내려앉았다.유청의 피부는 거의 투명하게 느껴질 만큼 희었다. 그 때문에 별처럼 빛나는 검은 눈동자와 입체적이고 정교한 이목구비가 더욱 선명하게 돋보였다.유청은 걸음을 멈추고 눈을 내리깐 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청아한 분위기에는 다소 거리감이 묻어 있었다.두 사람이 서로를 스쳐 지나가던 순간, 명경이 갑자기 손을 뻗어 유청의 팔을 잡으려 했다.“유청 씨, 조심해요.”옆에는 감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아직 푸른 감 하나가 어쩐 일인지 갑자기 떨어져 유청을 향해 곧장 날아왔다.유청은 순간 놀라 굳었는데, 낯선 남자의 손길이 닿는 것이 싫었던 듯 비틀거리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마침 뒤꿈치가 길 가장자리에 걸렸고, 그대로 볼썽사납게 잔디밭에 넘어졌다.조금 전까지 유청을 도우려던 것처럼 보였던 명경은 정작 여자가 바닥에 넘어지자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차가운 눈으로 지켜보기만 했다.유청은 어려서부터 단정하고 예의 바르게 교육받아 이런 망신을 당해본 적이 없었다.희고 고운 얼굴이 순식간에 부끄러움으로 새빨개졌다. 곧 유청은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유청아.”멀지 않은 곳에서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흰 셔츠를 입은 남자가 빠르게 다가와 유청을 부축하려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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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09화

생신 파티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시끌벅적하고 아주 좋은 분위기 속에서 민씨 집안의 저력을 드러냈고, 민씨 집안과 친분이 있는 집안들과의 관계도 더욱 돈독히 했으니 여러모로 이득이었다.파티가 끝난 뒤, 우영은 민용훈의 눈짓을 받고 직접 명경을 배웅하러 나갔다.우영은 분홍빛이 감도는 흰색 긴 원피스로 갈아입어 한층 더 순수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그리고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눈웃음을 지으며 명경을 바라봤다.“작은아버지 가족이 일이 있어서 귀국하지 못했어요. 모레야 도착하는데, 그때 집에서 가족끼리 다시 식사하기로 했고요.”“아빠가 사장님도 초대하라고 하셨는데 시간 괜찮으실까요?”가족끼리 모이는 자리에 명경을 초대한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분명했다.명경은 먹빛처럼 검은 눈으로 우영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대답했다.“좋아요.”명경이 승낙하자 우영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기다릴게요.”명경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려 차에 올랐다.우영은 검은색 차가 멀리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다가 그제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돌아갔다....한 시간 뒤, 차는 천천히 별장으로 들어섰고, 무진은 이미 별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명경이 도착하자 공손하게 앞으로 다가갔다.“사장님.”명경은 긴 다리를 내디뎌 별장 안으로 걸어가며 물었다.“조사는 어떻게 됐어요?”희현은 강성에서의 작전에 실패해 신분까지 드러났고, 원래대로라면 이미 이용 가치가 없는 사람이었다.하지만 희현의 배후 조직은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거액의 보수를 주고 메이렌을 고용해 희현을 구하려 했다.이는 희현에게 배후 조직이 원하는 무언가가 아직 남아 있다는 뜻이었다.그래서 명경은 무진에게 조사하라고 지시했다.이윽고 무진이 보고했다.“알아냈어요.”두 사람은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명경이 자리에 앉은 뒤에야 무진이 자세히 보고했다.“임순청 씨는 임희현 씨의 작전이 실패하기 전부터 자신의 결말을 예상했던 것 같아요.”“국내외에 있던 재산을 처분해 1조가 넘는 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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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10화

명경이 코웃음을 쳤다.“린아도 여자라고 할 수 있나요?”무진이 웃으며 말했다.“린아가 사장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 걸 들으면 속으로 삐치겠는데요?”명경은 입꼬리를 올렸다.“너무 심하게 손대지는 말라고 전해요. 아직 쓸 데가 있으니까요.”“네.”...다음 날 아침 일찍, 명경은 막 잠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왔다가 린아를 발견했다.표정을 보니 희현을 심문하는 일이 그다지 순조롭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이때 명경이 말했다.“임희현은 쉽게 입을 열지 않을 거예요. 입을 여는 순간 자신에게 남는 건 죽음뿐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쓸모가 없어진 사람에게 남은 결말은 하나뿐이었다.린아는 시원하게 숏컷을 하고 있었고 눈매는 날카롭고 차가웠다.그리고 얇은 입술을 꾹 다문 채 말했다.“어차피 말하지 않을 거라면 더는 살려둘 필요도 없어요.”“나한테 생각이 있어.”명경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러자 린아는 더 이상 말하지 못했다.곧 명경은 린아를 한번 바라봤다.“아침 먹었어? 이리 와서 같이 먹어.”린아는 눈을 내리깔고 한결 누그러진 목소리로 대답했다.“네.”아침 식사를 마친 뒤 명경은 외출 준비를 위해 위층으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었고, 린아는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그때 도우미가 나무로 만든 조각 장식의 도시락을 들고 들어오는 것이 보이자 물었다.“그게 뭐예요?”도우미가 서둘러 대답했다.“민씨 저택의 기사가 가져왔어요. 민씨 집안 셋째 아가씨께서 직접 만든 간식인데 사장님께 드리는 거라고 했어요.”린아가 차갑게 미간을 찌푸렸다.“입에 들어가는 걸 어떻게 함부로 사장님께 드려요? 버리세요.”도우미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공손하게 대답했다.“네.”말을 마친 도우미는 도시락을 들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잠시 후, 명경이 검은 셔츠로 갈아입고 위층에서 내려왔는데, 곧게 뻗은 체격은 한층 더 차갑고 늘씬해 보였다.명경은 린아를 한번 바라보며 말했다.“가자.”린아는 눈을 내리깔고 명경의 뒤를 따랐다.하루가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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