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맞다. 듣기로는 양상철 손녀와도 아주 친하다면서요? 그런데 김예훈 씨 현재 신분으로는 무신 손녀와 만날 자격이 없을 거예요. 진주 5대 도련님만 된다면 신분 문제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거예요. 이 세상에 자기 힘으로 진주 5대 도련님이 된 남자를 거절한 여자가 어디 있겠어요.”이 순간 김석천의 표정은 한없이 온화했다.마치 이 세계에서 오직 그만이 김예훈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낼 수 있다는 표정이었다.김예훈은 그가 제시한 조건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그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어르신, 세 살짜리 아이한테는 먹히겠지만 저를 속이려면 좀 어려울 텐데요? 비록 저는 이런 음모와 계략을 좋아하지 않지만 진주 5대 도련님을 시켜주겠다는 것도,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주겠다는 것도 저를 속이기 위해 찾은 핑계라는 걸 알고 있어요. 제가 정말 사모님께 소식을 전해서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 혼란을 가져다줘서 아드님이 수장 자리에 오르게 된다면 어르신께서는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진주 5대 도련님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마 저를 죽여버리는 거겠죠. 결국 다른 사람이 알아서는 안 되는 비밀인 거잖아요. 그리고 저를 믿지도 않을 거고요. 제가 이 비밀을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도 죽여야만 안심이 되는 거 아니겠어요?”김예훈이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태연하게 말하자 김석천은 멈칫하다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그는 김예훈이 이렇게 젊은 나이에 멀리 내다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게다가 재벌가의 행동 방식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대단하네.’김석천은 머릿속에 드는 생각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시가에 불을 붙여 한 모금 빨아들이면서 말했다.“김예훈 씨, 저를 너무 안 좋게 보는 거 아니에요? 이건 저를 무책임한 사람으로 보는 거잖아요. 비록 제 아들이 출세하기를 바라고, 돈과 권력을 좋아하지만 저도 양심이 있는 사람이에요. 저는 사업가로서 거래할 뿐이에요. 싸우고 죽이는 건 제 스타일이 아니에요. 그럴만한 용기도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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