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천은 바람막이를 입고 상위자의 포스를 풍기고 있었다.그의 얼굴에 남은 상처는 치료받아 이제는 흔적을 찾아볼 수도 없었다.하지만 김예훈은 그래도 그의 얼굴에서 희미한 손바닥 자국을 볼 수 있었다.김승준은 흥미롭게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김석천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 궁금했다.“수장님, 계세요? 엇, 이게 누구야. 김예훈 씨는 왜 여기 있어요?”이곳으로 초대받지도 않은 김석천은 요트로 달려가서 김예훈과 엄청 친한 척했다.이 모습만 봐도 오늘 아침 김예훈을 어떻게 해보려다 오히려 뺨 맞았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김예훈은 그저 이 늙은 여우가 보통이 아니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뺨 맞은 것이 아직도 생생한 텐데 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는 거지? 대단하네.’하지만 김예훈은 이대로 김석천을 그냥 놔두려고 하지 않았다.“어르신, 세상이 참 좁네요. 아침에도 만났는데 이렇게 또 만났네요? 뺨 맞은 것이 아직도 아픈지 모르겠네요. 치료비가 꽤 많이 나왔을 텐데 정말 죄송해요. 제가 젊어서 좀 경솔하고 흥분하는 스타일이라서 그래요. 치료비는 제가 배상해드릴게요. 가격만 말씀해주시면 바로 수표에 사인해서 드릴게요.”김석천은 화내지도 않고 오히려 웃으면서 말했다.“김예훈 씨, 별것도 아닌 일을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예전에 승준이가 수장 자리에 오르기 전까지만 다 같이 참전했던 사이인데요, 뭘. 전쟁터에서는 상대방에게 뺨을 맞고, 진주에 돌아와서는 권력자들에게 뺨을 맞고. 그때부터 저희는 무조건 출세하겠다고 맹세했었죠. 봐봐요. 승준이가 수장 자리에 오르니까 아무도 저희를 건드리지 못하잖아요. 저도 이제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수장님의 친형이잖아요.”김석천은 감회에 젖은 표정으로 말했다.“굳이 말하자면 최근에 저를 건드리는 사람이 없어서 가끔은 길거리에서 남한테 뺨 맞던 시절이 마침 그리웠었는데 김예훈 씨 덕에 추억 놀이를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고맙다고 해도 모자랄 판에 제가 신경 쓸 리가요. 치료비든 정신적 손해배상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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