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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1화

“아, 맞다. 듣기로는 양상철 손녀와도 아주 친하다면서요? 그런데 김예훈 씨 현재 신분으로는 무신 손녀와 만날 자격이 없을 거예요. 진주 5대 도련님만 된다면 신분 문제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거예요. 이 세상에 자기 힘으로 진주 5대 도련님이 된 남자를 거절한 여자가 어디 있겠어요.”이 순간 김석천의 표정은 한없이 온화했다.마치 이 세계에서 오직 그만이 김예훈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낼 수 있다는 표정이었다.김예훈은 그가 제시한 조건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그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어르신, 세 살짜리 아이한테는 먹히겠지만 저를 속이려면 좀 어려울 텐데요? 비록 저는 이런 음모와 계략을 좋아하지 않지만 진주 5대 도련님을 시켜주겠다는 것도,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주겠다는 것도 저를 속이기 위해 찾은 핑계라는 걸 알고 있어요. 제가 정말 사모님께 소식을 전해서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 혼란을 가져다줘서 아드님이 수장 자리에 오르게 된다면 어르신께서는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진주 5대 도련님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마 저를 죽여버리는 거겠죠. 결국 다른 사람이 알아서는 안 되는 비밀인 거잖아요. 그리고 저를 믿지도 않을 거고요. 제가 이 비밀을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도 죽여야만 안심이 되는 거 아니겠어요?”김예훈이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태연하게 말하자 김석천은 멈칫하다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그는 김예훈이 이렇게 젊은 나이에 멀리 내다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게다가 재벌가의 행동 방식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대단하네.’김석천은 머릿속에 드는 생각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시가에 불을 붙여 한 모금 빨아들이면서 말했다.“김예훈 씨, 저를 너무 안 좋게 보는 거 아니에요? 이건 저를 무책임한 사람으로 보는 거잖아요. 비록 제 아들이 출세하기를 바라고, 돈과 권력을 좋아하지만 저도 양심이 있는 사람이에요. 저는 사업가로서 거래할 뿐이에요. 싸우고 죽이는 건 제 스타일이 아니에요. 그럴만한 용기도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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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2화

김예훈은 핸드폰을 건네받아 잠시 살펴본 뒤 웃으며 말했다.“어르신께서는 이익을 위해 딸까지 팔아넘길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놀랍네요. 저를 사위로 들이고 싶다고요? 제가 원하느냐, 원하지 않느냐는 둘째치고 저를 이용하고 나면 결국엔 내팽개칠 거잖아요. 이런 거로 제 입을 막으려는 건 아마 방금 생각해낸 임시방편이라고 생각해요. 어르신 따님도 방금 이용당한 거 모르실 거 아니에요. 재벌가가 정 없다는 말을 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야 알 것 같네요.”퍽.김예훈은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던지고는 다리를 꼬고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어르신께서 제시한 조건은 꽤 괜찮지만 저는 비열한 인간과 손잡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거절할게요.”퍽.김석천은 테이블을 내리치면서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다.“김예훈 씨, 정말 실망이네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저랑 친해지려고 안달인데요.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제 딸과 결혼하고 싶어 하는데 제가 거들떠보지도 않은 거 알아요? 어렵게 출세할 기회를 주려고 하는데 이런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고 나를 함부로 모욕하다니.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김석천이 말하는 동안, 단발머리의 비서와 보디가드들은 김예훈을 바보 보듯이 쳐다보고 있었다.그들은 김예훈이 정말 자기 분수를 모른다고 생각했다.‘복이 앞에 떡하니 놓였는데. 이대로 거절한다고? 정말 죽고 싶은 모양이네.’“지나치다고요?”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사실 더 한 일도 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오늘 있었던 일을 전부 사모님께 알린다든가. 옮고 그름은 사모님과 수장님께서 알아서 잘 판단할 수 있다고 믿어요.”“네가 감히?”김석천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김예훈, 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이 건물에서 살아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이렇게 된 이상 계속 착한 척하는 것도 아무 의미가 없었다.이 순간 김석천은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담담하게 말했다.“왜요? 여기 있는 사람들로 저를 붙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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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3화

김석천은 시가를 한 모금 빨아들이고는 진한 연기를 뿜어내면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뭐라도 해야 할지 모르겠네. 뻔뻔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아직 젊고 혈기 왕성하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오늘은 내가 한 수 가르쳐줘야겠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줘야겠어.”이 순간 김석천은 더 이상 위장된 사람이 아니라 진정한 상위자였다.살벌하고 단호한 상위자 말이다.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어르신, 정말 이 사람들을 이용해서 저를 건드리려고요? 그 정도로는 부족할 것 같은데요?”“충분해. 이제는 너도 네 실력을 똑똑히 알 수 있을 거야.”김석천은 옆에 있는 단발머리 비서를 보면서 말했다.“하 비서, 저 자식한테 진정한 탑 장병급 실력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줘. 그리고 저깟 실력은 명문가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도 알려줘. 아, 맞다. 그냥 손발만 부러뜨려. 죽이지는 말고. 어쨌든 진주 5대 도련님이 되겠다고 약속할 것이 있으니까. 약속해야만 이곳을 떠날 수 있는 거야. 알았어?”“네.”하지은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으로 나서서 김예훈의 길을 막았다.김석천은 시가를 집어 들고 무심한 표정으로 대표 사무실에서 나갔다. 마치 모든 결말이 이미 정해진 듯했다.김예훈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나머지 세 명의 보디가드도 다가와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 총알을 장전했다.“도련님, 이대로 떠나시면 안 되죠.”하지은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며 거만하고도 도도한 태도를 드러냈다.“떠나려면 대표님께 진주 5대 도련님이 되겠다고 약속해야 할 거예요. 대표님의 모든 조건을 들어줘야 한다고요. 알겠어요?”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하지은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어깨를 으쓱거렸다.“정말 저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하지은은 피식 웃으며 몸에 걸친 외투를 벗어 어깨와 쇄골을 드러냈다.하체에는 운동복을 입고 있어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했고, 또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김예훈에게 감상할 시간도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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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4화

피웅.총알이 날아가며 화약 냄새가 풍기면서 살벌한 기운이 풍겼다.그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자비를 베풀 생각도 없었다. 지금 그녀가 해야 할 일은 바로 김예훈의 목숨만은 살려두는 것이다.그녀의 속도도 빨랐지만 안타깝게도 김예훈의 속도는 더욱 빨랐다.하지은이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김예훈은 몸을 피해 그녀의 품으로 뛰어들었다.퍽.총알은 결국 천장에 박혔고, 하지은은 책장에 부딪혀 눈과 입에서 피가 흐르고 갈비뼈도 부러지고 말았다.그녀가 놓친 총은 손이 닿을 수 없는 곳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탑 장볍 급이라고? 겨우 이 실력을 갖추고?”김예훈의 경멸스러운 표정에 하지은의 얼굴은 순간 창백해졌다.김예훈은 그녀를 신경 쓰지 않고 혼자서 대표 사무실을 떠났다.그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건물을 벗어나려 했다.“누구야.”“뭘 어쩌려고.”경호원들은 반응하면서 그를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김예훈은 사람을 헤치고 나가 곧장 벤츠 마이바흐 뒤로 가더니 방아쇠를 당겼다.원래 닫혀 있어야 할 차 문이 이 순간 활짝 열리면서 김석천이 모습을 드러냈다.방탄유리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김석천은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졌을 것이다.김석천을 한 방에 죽이지 못한 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였다.보디가드들이 계속 접근하려고 하자 무심코 방아쇠를 당겨 전부 바닥에 쓰러뜨렸다.그러고는 그제야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석천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르신께서는 정말 운이 좋으시네요. 오늘은 한 방에 죽이지 못했지만 다음번에는 아마 이렇게 운이 좋지 않을 거예요.”김석천의 얼굴에는 매우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한편으로는 김예훈이 감히 자신을 향해 총을 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고, 또 한편으로는 탑 장병급 실력자인 하지은이 김예훈을 붙잡지 못한 것에 대해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이 두 가지 모두 그의 예상 밖이었다.하지만 김석천은 그래도 만만찮은 인물이라 김예훈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뭘 어쩌려고.”“한 방에 제대로 맞히지 못했는데 굳이 또 총 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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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5화

“뭐라고? 김승준 별장을 떠나서 김석천한테 잡혀갔다고? 하 비서를 병신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 김예훈 그 새끼가 김석천의 뺨을 때렸다고?”진주 병원 VIP 병실.김서하는 김현민에게 사과를 깎아주면서 통화하고 있었다.전화를 끊은 그녀의 얼굴에는 믿기 어려운 표정이 가득했다.곧 그녀는 사과 한 접시를 들고 김현민 앞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포크를 건넸다.김현민은 태블릿을 내려놓고 잠시 업무를 멈추고 김서하에게 물었다.“무슨 일이에요?”김서하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김석천이 무슨 미친 짓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김예훈을 붙잡아갔다가 큰 손해를 봤대. 체면을 완전히 잃은 셈이지.”김서하는 아까 벌어진 일을 요약해서 말했다.김현민은 사과 한 조각을 베어 물고는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재밌네요. 김태빈이 집법부대에 잡혀가 권력을 잃은 것도 어찌 보면 김예훈 때문인데 삼촌이 손을 잡으려고 사무실로 불러들였다고요? 뒤에 싸움이 벌어진 건 양측이 협상이 결렬되었대요?”김현민은 이 일이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예리하게 감지했다.‘셋째 삼촌도 비즈니스계에서 교활한 여우인데 어떻게 함부로 이 일에 개입한 거지? 아들을 나 몰라라 하다가 뒤에서 음모를 꾸미는 것이야말로 셋째 삼촌 스타일인데. 직접 나선 것도 다른 목적이 있겠지.’김현민은 김예훈만 생각하면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그런데 오늘 있었던 일을 듣고 나니 김예훈이 결코 만만찮은 인물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만약 그를 단순히 내륙에서 온 평범한 사람으로 본다면 큰 손해를 입을지도 모른다.‘나도 김예훈이 만만찮다는 것을 알아차렸는데 셋째 삼촌은 몰랐을 리가?’그래서 김현민은 김석천이 다른 목적을 품고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김석천이 김예훈과 손잡고 싶어 한다고?”김서하는 멈칫하고 말았다.“말도 안 돼. 아들이 김예훈 때문에 목숨을 잃을 뻔했는데도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다른 목적이 있다면 충분히 참을 수도 있죠.”김현민은 한순간 김석천의 진짜 목적이 떠오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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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6화

“수장님 아버지요?”김현민은 멈칫하다 곧 반응하며 담담하게 말했다.“보아하니 셋째 삼촌께서 조용히 김태빈을 제 자리에 앉히려는 모양이군요. 그런데 문제는 증거가 있어요? 아무런 증거도 없으면 셋째 삼촌이 절대 인정하지 않을 건데요?”김서하는 핸대폰으로 김현민에게 사진 한 장을 보여주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석천이 십 년 전 사건을 증명할만한 증거를 쥐고 있데. 셋째 집안만 빼고 나머지 모든 집안이 연루됐다는 걸 입증할 만한 증거.”사진 속에는 김예훈과 김석천이 마주 앉아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김현민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한참 살펴보다가 흥미롭게 말했다.“그런데 문제는 십 년 전 사건에 셋째 삼촌도 연루되어 있는 거잖아요. 십 년 전 사건에 대한 증거를 꺼냈다가 저희를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자기가 함정에 빠질까 두렵지도 않대요?”김서하가 담담하게 말했다.“늙은 여우 같은 성격을 봤을 때 당연히 자기한테 유리한 증거만 남겼을 거야. 게다가 아마 김예훈을 통해 그 증거들을 박연서에게 전달하려고 할 것이고. 박연서가 김예훈을 얼마나 신뢰하는데. 김예훈이 가져온 증거라면 백 퍼센트 믿을 거야. 만약 김예훈이 정말 김석천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넷째 집안과 피 터지게 싸워야 할 거야. 어떤 일들은 설명해봤자 소용없거든.”김서하는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그래도 김예훈이 거절해서 다행이야. 그 자식이 비록 거만하긴 해도 이번 일에 대해서는 건방질 만했어.”김현민이 생각하더니 말했다.“셋째 삼촌이 김예훈에게 어떤 조건을 제시한 거예요?”“내가 듣기로는 김예훈이 김석천의 요구를 들어주고, 김태빈 사건을 뒤집어주고, 또 십 년 전 사건증거를 박연서에게 넘기면 진주 5대 도련님을 시켜주겠다고 했대.”김서하는 분노에 찬 얼굴로 말했다.“이런 젠장. 자기가 정말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 제까짓 게 진주 5대 도련님을 시켜줄 만한 능력이 된대? 우리를 그냥 궁지로 몰아넣으려는 거잖아. 현민아, 앞으로 김석천을 조심해야겠어. 절대 아무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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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7화

저녁 무렵 노을이 질 때면 빅토리아 항구의 풍경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김예훈은 요트 옥상에 낮아 새로 산 신문을 몇십 장을 넘기고 있었다.하지만 다 읽고 나서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기자들이 아직 겁먹고 있네. 내가 얼마나 큰 기삿거리를 줬는데 어떻게 이렇게 무미건조하게 쓸 수 있지?’기자들은 김현민과 김석천의 체면을 살려주기로 한 것이다.“역시 돈 있고 권력 있는 게 대단한 거구나. 언론까지 장악할 수 있는 걸 보면.”김예훈이 감탄하고 있을 때, 누군가 요트 위로 올라와 김예훈 옆자리에 앉았다.그는 바로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수장인 김승준이었다.그는 오늘 하와이안 꽃무늬 셔츠에 큰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고, 뒤에는 따라오는 보디가드도 없었다.김예훈이 그를 몰랐다면 아마 그냥 지나가는 평범한 아저씨로만 생각했을 것이다.김승준이 선베드에 눕자 김예훈은 아무렇지 않게 그에게 커피 한 잔을 따라주면서 말했다.“수장님께서 어떻게 여기에 오셨어요?”이곳은 추하린이 김예훈을 위해 마련해준 곳이었다. 어차피 김예훈도 시즌 호텔에서 지내는 것이 지겨웠던 때였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별장도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기 십상이라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어서 환경을 바꿔보려고 했다.김승준은 김예훈이 건넨 커피잔을 받으면서 웃으며 말했다.“솔직히 말해서 전 커피를 좋아하지 않아요. 가끔은 정신을 맑게 해주지만 또 가끔은 제정신이 아니게 할 때도 있죠.”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수장님께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군요. 제가 뭐 도와드릴 거라도 있을까요?”김승준이 잠시 침묵하다가 조용히 말했다.“방금 제 둘째 형한테서 연락이 왔거든요.”김예훈이 흥미롭게 말했다.“전설 속에 무술에 푹 빠진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둘째 집안의 김재호 씨요?”“맞아요.”김승준은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제 둘째 형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집안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무술에만 집중하는 사람이에요. 그것 때문에 진주·밀양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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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8화

김석천은 바람막이를 입고 상위자의 포스를 풍기고 있었다.그의 얼굴에 남은 상처는 치료받아 이제는 흔적을 찾아볼 수도 없었다.하지만 김예훈은 그래도 그의 얼굴에서 희미한 손바닥 자국을 볼 수 있었다.김승준은 흥미롭게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김석천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 궁금했다.“수장님, 계세요? 엇, 이게 누구야. 김예훈 씨는 왜 여기 있어요?”이곳으로 초대받지도 않은 김석천은 요트로 달려가서 김예훈과 엄청 친한 척했다.이 모습만 봐도 오늘 아침 김예훈을 어떻게 해보려다 오히려 뺨 맞았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김예훈은 그저 이 늙은 여우가 보통이 아니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뺨 맞은 것이 아직도 생생한 텐데 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는 거지? 대단하네.’하지만 김예훈은 이대로 김석천을 그냥 놔두려고 하지 않았다.“어르신, 세상이 참 좁네요. 아침에도 만났는데 이렇게 또 만났네요? 뺨 맞은 것이 아직도 아픈지 모르겠네요. 치료비가 꽤 많이 나왔을 텐데 정말 죄송해요. 제가 젊어서 좀 경솔하고 흥분하는 스타일이라서 그래요. 치료비는 제가 배상해드릴게요. 가격만 말씀해주시면 바로 수표에 사인해서 드릴게요.”김석천은 화내지도 않고 오히려 웃으면서 말했다.“김예훈 씨, 별것도 아닌 일을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예전에 승준이가 수장 자리에 오르기 전까지만 다 같이 참전했던 사이인데요, 뭘. 전쟁터에서는 상대방에게 뺨을 맞고, 진주에 돌아와서는 권력자들에게 뺨을 맞고. 그때부터 저희는 무조건 출세하겠다고 맹세했었죠. 봐봐요. 승준이가 수장 자리에 오르니까 아무도 저희를 건드리지 못하잖아요. 저도 이제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수장님의 친형이잖아요.”김석천은 감회에 젖은 표정으로 말했다.“굳이 말하자면 최근에 저를 건드리는 사람이 없어서 가끔은 길거리에서 남한테 뺨 맞던 시절이 마침 그리웠었는데 김예훈 씨 덕에 추억 놀이를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고맙다고 해도 모자랄 판에 제가 신경 쓸 리가요. 치료비든 정신적 손해배상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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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9화

김석천은 몸이 살짝 굳더니 손에 든 찻잔을 도저히 내밀 수가 없었다.그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승준을 잠시 바라보다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수장님을 오래 하다 보니 형제애가 다 사라졌나 보군. 남들이 명문가에 정이 없다고 할 때는 믿지 않았는데 지금은 알 것 같네.”김승준이 차갑게 말했다.“형, 할 말 있으면 그냥 해. 내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김석천은 김승준이 이렇게도 자기 체면을 세워줄 줄 몰랐는지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둘째 형이 너한테 전화했을 거야. 태빈이를 풀어줘.”김승준이 냉랭하게 말했다.“왜 그래야 하는 거지?”“내 아들이야. 비록 잘못은 있지만 죽을죄는 아니잖아. 집법 부대에서 모든 걸 관리하긴 해도 네 한마디에 집법 부대가 감히 거역할 수 있겠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 자식이 원래 그렇게 많지 않은데 태빈이가 그래도 그중에서 제일 괜찮지 않겠어? 난 내 아들이 이대로 좋은 앞날을 망치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아. 네가 원한다면 네 호적에 올려줄 수도 있어. 어쨌든 네 조카잖아. 우린 한 가족인데 굳이 이렇게 죽기 살기로 싸워야겠어? 가장 중요한 건 태빈이의 안전이야. 그래야 우리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도 안정을 지킬 수 있지. 현민이랑 견줄만한 사람은 그래도 우리 태빈이 아니겠어? 태빈이가 없으면 어르신은 모든 기대를 현민에게만 걸 수밖에 없을 거야. 그렇다면 너도 수장 자리에서 물러날 날이 머지않았다는 얘기지.”김석천은 마치 이러면 김승준을 설득할 수 있는 것처럼 간절한 표정을 지었다.“그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김승준은 무표정으로 아주 직설적으로 말했다.“둘째 형 체면을 봐서 태빈이를 놔줄 수는 있는데 한 가지 물을 것이 있어. 형은 이 대가로 뭘 내놓을 건데?”김석천은 김승준이 이런 요구를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건 김승준의 평소 성격과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다.하지만 김석천도 이 기회가 흔치 않다는 걸 알기에 고개 들어 김승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승준아, 네가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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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10화

김예훈은 김석천이 떠나서야 한 권의 서류를 훑어보면서 조용히 말했다.“수장님께서는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 거예요? 이 자료들이 김석천 씨 손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면 진작에 빼앗아 와서 아드님의 억울함을 풀어줬어야죠. 왜 굳이 일을 이렇게 복잡하게 만드는 거예요? 이 자료 때문에 김태빈을 풀어주고 심지어 복직까지 시켜주겠다고요? 너무 손해 보는 장사 아니에요?”김승준이 담담하게 말했다.“이런 물건은 제가 직접 찾는 거와 다른 사람이 저한테 넘기는 건 엄연히 다른 거예요. 적어도 어르신한테는 다르게 느껴질 거예요. 김태빈을 풀어주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태빈이를 풀어주지 않으면 제 양딸인 김청미를 풀어줄 명분이 없으니까요.”김예훈은 동공이 커지고 말았다.‘보아하니 수장님께서는 이미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 모양이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큰 어르신 생신날 아주 재미난 일들이 벌어질 것 같은데?’이 생각이 들자 김예훈도 주저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수장님, 그렇다며 큰 어르신 생신 파티에 저도 꼭 초대해주세요. 직접 가서 구경하지 않으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아서 그래요.”김승준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힐끔 쳐다보고는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김예훈 씨가 제 발로 안 와도 제가 직접 모시러 갔을 거예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큰 어르신 생신날은 다음 수장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날인데 김예훈 씨가 참석하지 않는다면 저도 너무 아쉬울 것 같아요.”“그러면 그렇게 하기로 하고 큰 어르신 생신날 뵙기로 해요.”김승준이 김청미를 풀어주려는 걸 보면 아마 김예훈의 제안을 고려한 모양이다.이 순간 김예훈은 꽤 기대하고 있었다. 최종적으로 만약 김청미가 수장이 된다면 김현민 일행의 표정이 얼마나 어두울지 상상이 되는 것 같았다.“아, 맞다. 이미 용연옥에 연락했는데 곧 김청미를 풀어줄 거예요. 원래대로라면 제가 아빠로서 직접 마중 나가야 하는데 제 신분이 워낙 특별해서 그러는데 혹시 김예훈 씨가 저 대신 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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