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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1화

“내가 방금 송금한 돈으로 영양제를 사서 몸조리하고.”여천우는 여운별이 안쓰러웠지만 너무 많은 돈을 줄 수는 없었다.여운별은 재산을 탕진하는 데 능할 뿐 아니라 두 고모에게도 휘둘리기 쉬운 성격이었다.여천우는 여운별의 지출을 통제해야 했기에 아무리 욕을 들어도 돈을 더 주지 않을 작정이었다. 그의 부모님도 여운별의 성격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에게 너무 많은 돈을 주지 말라고 당부하셨다.“알았어, 내 몸인데 내가 안 챙기겠어? 맛있는 거나 사줘.”여운별은 짜증스럽게 말했다.“뭐 먹을래?”“네가 전씨 가문 도련님의 처남인데 나를 관성 호텔로 데려가 주면 안 돼? 거기서 공짜로 먹으면 안 돼?”여천우가 대답했다.“형부한테 말씀드리면 아마 공짜로 해주실 거야. 하지만 누나, 내가 사줄게. 그냥 우리끼리 조용히 먹자. 지금 가면 자리조차 있을지도 모르는데 근처 식당에서 먹는 게 나을 것 같아.”사실 여천우는 여운별이 전씨 가문의 구역에서 말썽을 부릴까 봐 걱정했다.여운별이 여운초를 얼마나 미워하는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여운별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입을 열었다.“그래. 근데 말이야, 그 장님은 왜 아직도 임신을 못 하지? 임신을 못 하는 거 아니야?”여천우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누나, 큰누나는 이제 장님이 아니야. 계속 그렇게 부르지 좀 마. 큰누나는 건강하고 아직 형부랑 두 사람만의 세계를 즐기다가 나중에 아기를 낳으실 계획이셔.”사실 여운초는 지금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다. 그것 또한 친엄마 추미자의 작품이었다.여운별은 못되게 웃으며 말했다.“못 낳는 게 사실이네. 엄마가 그러는데...”여운별은 말을 이어나가지 않았다.여천우도 화제를 돌렸다.“난 내일 부모님 뵈러 갈 건데 누나도 갈래?”여운별은 투정을 부리며 말했다.“부모님은 너만 편애하시잖아. 재산 전부를 너한테 주셨어. 나한텐 한 푼도 안 주고 그냥 매월 용돈 좀 주면서 거지 취급하셨다고. 나는 안 갈래. 가면 20년 넘게 속았다는 생각만 들어.”여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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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2화

여천우가 보기에는 그의 부모님은 여운별을 가장 아꼈다. 재산을 그에게 넘긴 이유도 그가 부모님께 여운별이 재산을 탕진하는 사례와 두 큰고모님이 노리는 상황을 설명했기 때문이다.여태웅 부부는 재산을 지키기 위해 어쩔수 없이 여천우의 말대로 재산의 모든 명의를 변경하신 것이다.“나는 지금 너랑만 연락하는 거야. 네가 자꾸 부모님 이야기하고 설교하고 싸우기만 하면 너랑도 연락을 끊을 거야. 어차피 지금보다 더 나쁠 수는 없을 테니까.”여운별은 지금 용태호를 만나 돈을 마음껏 쓰고 있었다. 용태호와 일만 잘하면 나중에 관계가 끝나도 상당한 돈을 모을 수 있었으니 아무런 염려도 없었다.이런 가족들은 차라리 연락하지 않는 것이 나았다.여천우는 여운별이 이미 구제 불능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더 설득하려 하지도 않았다.설득하려 할 때마다 계속 싸웠다.그는 묵묵히 커피값을 계산한 뒤 여운별을 데리고 식사하러 갔다.여천우는 식사 후에는 여운별에게 집을 구해주러 다녔고 생활용품도 사주느라 밤 11시까지 바삐 돌아쳤다.“누나, 너무 늦었어. 이제 갈게.”여천우는 시간을 확인하더니 더는 머물지 않으려 했다.“집안의 환경도 좋으니까 이불만 펴면 잘 수 있을 거야. 청소가 필요하면 내일 오후에 다시 와서 도와줄게.”여천우는 나중에 찾아오기 편하도록 열쇠 한 벌을 챙겼다.여운별이 대답했다.“그래, 가. 조심히 가고 집에 도착하면 문자 보내. 내가 여기 산다는 건 너의 누나한테 말하지 마. 난 여운초랑은 절대 어울릴 생각 없으니까. 그 여자가 행복한 모습을 보면 미쳐버릴 것 같아.”여천우 앞에서 여운별은 여운초에 대한 질투를 숨기지 않았다.여천우는 못 들은 척하며 아파트를 떠났다.여운별은 베란다에서 여천우가 건물을 나와 택시를 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그리고 안으로 들어와 문과 창문을 단단히 닫고는 열쇠를 들고 나가 문을 잠그고는 서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내려가면서 용씨 가문의 경호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차로 마중 나오라고 지시했다.용씨 가문의 경호원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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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3화

여운초의 사람들이 전씨 가문의 소속이 아닐 수는 있지만 만약 그들을 건드리게 된다면 여운초의 추측이 확실해지게 될 것이다.현재의 여운별은 여운초가 보낸 사람들을 상대할 능력이 없다.여운별이 입을 열었다.“알겠어요. 그럼 유인한 다음에 저를 데리러 와주세요.”여운별은 어쩔 수 없이 지갑을 두고 온 듯한 시늉을 하며 다시 아파트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그녀는 경호원들이 연락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G성의 한성 호텔.두 대의 차가 호텔 주차장에 들어섰다.얼마 지나지 않아 한 무리의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최상층 로얄 스위트룸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선우민아가 경호원들의 호위 속에서 걸어 나왔다.그녀의 뒤로 두 명의 여경호원이 따라나섰다.룸 앞에 도착하자 두 남자 경호원은 걸음을 멈추고 경호원들만 선우민아를 따라갔다.선우민아가 문을 열 필요도 없이 안에서 전창빈이 문을 열며 공손하게 인사했다.“아가씨, 오셨어요? 야식을 준비해 두었습니다.”선우민가가 룸에 들어갔지만 방문은 닫히지 않았고 두 여경호원이 문 앞에 서 있었다.전창빈이 떠날 때까지 기다린 뒤 그녀들도 휴식할 예정이었다.그 경호원들은 선우민아의 옆방에 머물고 있었기에 무슨 일이 생기면 즉시 달려올 수 있었다.선우민아는 담담하게 전창빈의 인사에 간단히 응답한 뒤 거실 소파에 앉았다. 그녀는 한성에 도착하자마자 저녁도 먹지 못한 채 업무를 처리하러 갔다.전창빈이 준비해 준 간식 몇 조각으로 온 저녁을 버텼다.공항에서 내리자 전창빈은 선우민아에게 업무부터 보지 말고 식사부터 하라고 권했지만 그녀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전창빈에게 야식만 준비하라고 했다.전창빈은 그저 요리사일 뿐 자신의 말이 무겁지 않음을 알고는 더 이상 권하지 않고 그저 로얄 스위트룸에 남아 가져온 재료들로 담백한 야식을 준비했다.저녁을 거르고 깊은 밤이 된 만큼 기름진 음식보다는 가벼운 요리가 좋으리라 생각했다.그가 가져온 재료도 많지 않았기에 오늘 밤만 쓰면 남겨진 재료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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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4화

간단한 야식이지만 색깔과 모양이 식욕을 자극했다.선우민아는 저녁을 거르고 간식 몇 조각으로 허기를 달랬기에 배가 무척 고팠다.“창빈 씨는 식사하셨어요?”선우민아가 숟가락을 들며 전창빈에게 물었다.전창빈이 비록 가정 요리사이지만 사업가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선우민아는 그에게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선우민아는 전창빈이 이미 성공한 사업가임에도 신분을 내려놓고 끊임없이 배우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가정 요리사로 일하러 왔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전창빈은 순식간에 요리사 역할에 적응하며 선우민아를 깍듯이 모셨다.선우민아는 확신했다. 이 남자는 앞으로 더 큰 성공을 이룰 것이라고.전창빈의 잠재력은 예측할 수 없을 정도였다.하여 선우민아는 가끔 선우정아를 놀리곤 했다. 만약 선우정아가 진심으로 전창빈을 좋아한다면 기꺼이 두 사람을 이어려고 했다.전창빈은 정말 뛰어난 인재였고 외모마저도 출중했다.선우정아와 함께라면 진짜 잘 어울리는 한 쌍이 될 것이다.“이미 먹었습니다.”전창빈은 자신의 배를 섭섭하게 대할 리가 없었다.선우민아가 업무를 보러 간 사이 전창빈은 맛있는 저녁을 준비해 배불리 먹고 호텔 주변을 둘러보며 환경을 익혔다.그리고 밤 9시가 넘어서야 선우민아를 위한 야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선우민아는 밤 11시쯤 호텔에 도착할 것이라고 알려왔다.전창빈이 이미 식사를 마쳤다는 대답을 들은 선우민아는 더는 함께 먹자고 권하지 않았다.전창빈도 그 자리에 머물지 않고 살며시 거실로 나가 앉았다.선우민아가 식사를 마치면 설거지를 할 참이었다.그녀는 먹는 속도가 빨랐지만 식사 예절은 흠잡을 데 없었다. 집안의 교양이 느껴지는 모습이다.“정리해주세요.”선우민아가 식탁에서 일어났다.전창빈은 공손히 대답한 후 일어나 식탁을 정리하고 주방에서 설거지한 후 청소까지 깨끗이 마쳤다.그는 주방이 완벽하게 깨끗해지자 그제야 나왔다.선우민아는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전창빈이 다가가 선우민아의 곁에 멈추며 부드럽게 보고했다.“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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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5화

전창빈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두 남자 경호원 중 한 명은 샤워 중이었고 다른 한 명은 TV를 보고 있었다.전창빈은 그들과 간단히 인사만 나누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한성에 도착한 전창빈은 선우민아의 곁에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미 방을 정리해 둔 상태였다.이제 샤워만 기다리면 된다.시간을 보니 자정이 넘어 있었고 전창빈은 가족 그룹 채팅에 메시지를 올렸다.[형님들, 아직 안 주무시는 분 계시나? 잠시 대화 좀 나누고 싶은데.]곧바로 맏형 전태윤이 답장했다.[대화는 개인적으로 하는 거로. 그룹 채팅에서 하면 어른들께 방해될 수도 있어.]그의 아내 하예정은 보통 밤 10시에 취침했다.전창빈은 전태윤과 단독으로 음성 메시지로 연락하기 시작했다.전태윤이 휴대폰으로 문자를 치는 시간을 아까워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형, 아직 안 쉬었어? 또 저녁 약속이 잡힌 거야?”전창빈이 걱정스럽게 물었다.“너도 안 잤잖아. 너의 그녀한테 야식을 만들어 주려고 기다리고 있는 거야? 잠깐만, 나 밖으로 나가서 말할게. 네 형수님께 방해될 수 있으니까.”전태윤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면서 외투를 걸치고 침실을 나와 베란다로 나갔다.“아가씨는 이미 야식을 다 드셨어. 난 이제 샤워할 타이밍이야.”“너 기숙사가 스위트룸이 아니었어? 샤워도 순서를 기다려야 해?”전창빈이 웃으며 대답했다.“형, 오늘 밤에 아가씨를 따라 한성으로 출장 왔어. 한성 호텔에 묵고 있거든. 비서님이 나랑 남자 경호원 두 명을 한 방에 배정해 주었거든. 방이 두 개인데 내 방엔 욕실이 없어서 기다리는 중이야.”전태윤은 멈칫하더니 입을 열었다.“출장할 때도 데리고 다니는 거 보니 너 없이는 라면도 못 먹을 판이군.”전태윤은 선우민아가 간단한 요리조차 못 한다면서 혹여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굶어 죽을 판이라고 조롱했다.요즘 시대에 굶어 죽는 사람, 그것도 입맛 까다로워서 굶어 죽는다면... 네티즌들은 ‘자업자득'이라고 할 게 분명하다!“요리할 줄 아는지는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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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6화

전창빈이 말을 이었다.“할머니께서 골라주신 아내감인 데다 내가 이혁 형처럼 다른 여자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 민아 씨는 분명 나의 아내가 될 사람인데 당연히 보호해줘야지. 할머니께서 이렇게 입맛 까다로운 아내를 골라주신 건 내가 요리를 좋아하고 그녀 역시 먹는 걸 좋아해야 서로 잘 맞는다는 생각이셨던 거야. 안 그럼 내 요리에 흠잡을 사람도 없으면 어떻게 발전하겠어?”전태윤이 낮게 웃으며 말했다.“일리 있네. 할머니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셔서 입맛 까다로운 분을 골라주셨을지도 몰라. 출장까지 데려가는 걸 보면 널 어느 정도 신뢰하는 모양이니 잘 보살펴 줘. 너의 장점을 보여주면 사귀기도 쉬울 거야.]“난 민아 씨의 삼시 세끼만 챙겨주면 돼. 다른 건 신경 안 써도 되니까 천천히 다가갈 거야. 아직 얼마 안 됐는데 깊은 감정이 있을 리가 없잖아.”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첫눈에 반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할머니께서 골라주신 아내감이라는 것을 알고 자연스럽게 그녀를 아내 역할로 대하며 전씨 가문의 남편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을 뿐이었다.“설에는 못 오는 거야?”“아마 안 될 것 같아. 지금처럼 출장도 데려가는데 내가 집으로 돌아가면 민아 씨는 어떡해?”전창빈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었지만 사실은 즐기고 있었다.전이진이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넌 설을 쇠고 난 뒤 갔어야 했어.”“설이 끝나고 왔더라면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를 얻지 못했을 거야. 형, 올해 설에는 우리 부모님 모시는 일을 형과 형수님께 부탁할게.”“이진의 결혼식은 올 거지?”“당연하지. 이진 형이랑 호영 형의 결혼식은 설 뒤로 미루었다고 했잖아?”원래는 연말에 하려다가 여운초와 고현이 연말은 너무 바쁘다며 3월로 미루기로 했다. 날씨도 따뜻할 때가 좋다면서.“그래. 그때는 미리 와. 선우민아 아가씨가 너랑 같이 올지 안 올지는 그때 가서 다시 상황을 살피고.”3월이면 그리 멀지도 않았다.하지만 전창빈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때쯤이면 아직 감정도 안 생겼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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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7화

다음 날도 비가 내렸다.오늘은 비가 훨씬 약해져 가랑비가 내렸다.올해 들어 기온은 관성에서 가장 낮은 온도 7도까지 떨어졌다.추운 겨울 아침에 성씨 가문에는 몇몇 낯선 손님이 찾아왔다.초인종이 울리자 성씨 가문의 집사가 중얼거렸다.“이른 아침에 누가 이렇게 일찍 오는 거야...”일꾼들도 아직 일을 시작하지 않은 시간이다.날씨가 추운 데다 비까지 오는 바람에 정원 관리 담당자들은 8시쯤 출근하기로 했다.어제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집사의 결정으로 하루 휴가를 주었다.집사는 이웃에 사는 예준하일 거로 생각했다. 그는 새벽부터 찾아와 성소현과 아침 식사를 함께하는 일이 잦았다.우산을 쓰고 대문까지 걸어가던 집사는 문 앞에 일렬로 서 있는 다섯 노인을 보았다. 한 명은 많이 아파 보였고 나머지 네 분은 하나같이 신선처럼 도도하고 초월적인 분위기를 풍겼는데 집사는 그 모습에 깜짝 놀라 잠이 덜 깬 건가 싶었다.특히 그들의 복장이 고풍스러워 더욱 그러했다.다섯 노인은 모두 남자였고 하나같이 흰 수염을 길게 기르고 있어 집사는 다시 눈을 비볐다.“이 자식이 우리를 귀신으로 아는 모양이군. 표정을 보니 귀신을 본 줄 알았거나 자기가 일어나는 방식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야.”한 노인이 입을 열었다.‘일어나는 방식? 일어날 때 무슨 방식이 있다는 거지? 다 깨서 눈 뜨고 일어나는 거 아닌가?’“이봐, 우리는 귀신 아닐세. 귀신이면 초인종 누를 필요 없이 벽 뚫고 들어왔을 거 아닌가. 사실 이 문 따위는 우리 발길을 막을 수도 없어. 내가 원하기만 하면 단숨에 이 문을 뜯어낼 수 있다네. 다만 내 친구들이 예의가 아니라고 말려서 이렇게 들어온 거야. 먼 길을 밤낮없이 달려온 건 이 늙은이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네. 배고파 죽겠는데 들어가지도 못하다니. 너무 추워. 여긴 눈도 안 오는데 우리 고향보다 더 춥잖아?”집사는 간신히 정신을 차렸고 속으로 중얼거렸다.‘그곳은 아마 난방이 있겠지... 관성에는 없잖아. 다들 겨울에는 오로지 강인한 정신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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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8화

기침하던 노인이 부드럽게 말했다.“괜찮다. 그냥 쉬지 않고 달려오느라 좀 힘들 뿐이야.”“이봐, 문 열어 보게. 이분이 힘들어하는 거 못 보았나? 우리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지만 손님을 이렇게 대접하는 게 성씨 가문의 예의냐?”문을 뜯을 수 있다던 노인은 목소리도 크고 성미도 급했다. 그는 집사를 노려보며 문 열기를 재촉했다.다른 노인들이 말리지 않았으면 정말 성씨 가문의 대문을 뜯어버렸을지도 모른다.“넷째야.”기침한 노인이 꾸짖었고 넷째라고 불리는 노인은 즉시 입을 다물었다.“이보게, 우리 맏형은 당신 사모님이 오랫동안 찾던 사람일세. 걱정하지 말게. 우리는 나쁜 사람이 아니네. 문 열어서 따뜻한 차나 한잔 대접해주게. 우리 맏형 몸이 좋지 않거든.”다섯 노인 중 가장 젊은 노인이 맥을 짚고 있었는데 그가 바로 정겨울의 스승 신의였다. 그 늙은 신의는 용정과 함께 서원 리조트에 돌아가 예씨 가문에서 손주를 돌보고 있었다.하지만 맏형이 관성에 가서 성씨 가문의 사모님을 만나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건강이 걱정된 신의는 어쩔 수 없이 귀여운 손주를 두고 급히 돌아와 다른 형제들과 합류해 맏형을 모시고 관성으로 날아왔다.90세가 넘은 맏형은 비록 신의가 수시로 건강을 챙겨주었지만 해가 갈수록 상태가 나빠지고 있었다.신의는 형제들에게 맏형의 상태가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길어도 1년, 짧으면 몇 달밖에 안 남았다고 사실대로 털어놓았다.아마도 자신의 운명을 직감했는지 맏형은 이씨 가문의 전임 가주의 후손이 찾아졌다는 소식을 접하더니 그 후손을 만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동생들이 아무리 말려도 듣지 않았다.성씨 가문의 사모님을 불러오자고 해도 맏형은 동생들의 거처가 노출될까 봐 걱정되어 단호하게 거절했다.이 노인들이 바로 전설로 남겨진 세외고인들이었다.이미 30년 가까이 세상과 단절한 채 조용히 살아온 이들이다.최근 그들의 소식이 알려진 이유는 정겨울과 만성 남씨 가문의 현임 안주인이 바로 이 노인들의 제자이기 때문이다.문을 뜯겠다고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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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9화

한성근은 수없이 이은숙의 원수를 갚으러 돌아가려 했지만 매번 신의 일행에게 저지당했다.‘복수한다 해도 가주 자리를 누구에게 물려줄 것이냐'는 말에 말문이 막혔다.이은숙의 딸을 찾기 전까지는 불가능한 일이었다.한성근이 전임 가주의 딸 소식을 접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었다.공은호의 공이 컸다.한성근은 이은숙의 딸 행방을 알게 되자 서둘러 만나려 했지만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당장 움직일 수 없었다.신의가 긴 시간 동안 정성껏 치료한 덕에 조금 나아지자 자신의 나이를 생각하면서 얼른 이경혜를 만나 이은숙의 유언과 일부 증거를 전하려고 했다.한성근은 이은숙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원수를 갚지 못한 채 이 중대한 임무를 이경혜에게 넘겨야 했으니 말이다.공은호는 이은숙의 두 딸 중 한 명은 10여 년 전에 이미 교통사고로 사망해 두 딸만을 세상에 남겼다고 알려주었다. 그러나 사망한 동생의 시댁이 잔인하게 보상금을 가로채고 그 아이들을 내쫓았지만 하늘이 도와 지금은 잘 살고 있다고 한다.한 명은 관성 최고의 명문가 전씨 가문에 시집갔고 다른 한 명은 노씨 가문의 도련님과 연애 중이라 역시 노씨 가문의 며느리가 될 예정이었다.그리고 이은숙의 큰딸은 성씨 가문에 시집가 지금은 할머니가 되었다.전임 가주의 후손들이 모두 잘 되고 있다는 소식에 한성근은 큰 위안을 받았다.성씨 가문의 집사는 서둘러 대문을 열었다. 이 노인들의 나이를 합치면 수백 세인데 계속 문밖에 두었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책임질 수 없었다.문을 열면서 집사가 성기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성씨 가문에서 가장 일찍 일어나는 사람은 항상 성기현이었다.특히 아버지가 된 후로 말이다. 게다가 갓난아이가 부모와 함께 자는 탓에 더욱 그러했다.아기는 밤중에 분유를 먹고 기저귀를 갈아야 했는데 성기현은 아내가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직접 분유를 타주었다. 분유를 먹으면 아기가 더 오래 잠들기 때문이다.모유를 먹이면 금방 다시 깨서 또 울어댔다.아버지가 된 후로 성기현은 잠이 매우 얕아져 꼬마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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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10화

이 순간, 성씨 가문의 손자는 울고 있었다. 성기현은 아들을 안고 방안에서 왔다 갔다 하며 달래고 있었다.유청하는 눈도 뜨지도 않은 채 물었다.“배고픈 거 아니에요? 아니면 기저귀를 갈아주어야 할 시간이 됐나?”“아마 배고픈 것 같아요. 먼저 쉬어요. 내가 분유 타줄 테니까.”유청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려 다시 잠에 빠졌다.집에는 아기를 돌보아줄 보모가 있었지만 아기가 잠들었을 때만 보모가 안을 수 있었다. 깨어 있을 때 보모가 안으면 2분도 안 돼서 울기 시작했다.엄마 냄새가 나지 않아 불안했던 모양이다.낮에는 대부분 유청하가 직접 아이를 돌보았다. 다행히도 이경혜와 성소현이 도와줄 때 아기가 순순히 따라주어서 그나마 편했다.성소현은 아기가 어려서부터 핏줄을 구분한다며 놀라워했다. 가족이 안으면 울지 않는데 보모가 안으면 바로 운다면서 말이다.유청하의 어머니가 안아도 오래 가지 못했다. 어린 아기도 사람을 가릴 줄 아는 모양이다.성기현은 아들을 침대에 눕히고 분유를 타러 갔다.모유에 익숙한 아기는 원래 분유를 잘 먹지 않았지만 배가 너무 고프면 어쩔 수 없이 빨아 먹곤 했다.이때 휴대폰이 울렸다.성기현은 불쾌했다.‘이른 아침에 누가 전화를 거는 거지? 내가 아기를 돌보느라 바쁜 줄 모르나...’유청하의 잠을 방해할까 봐 성기현은 일단 전화를 받았다. 집사에게서 온 것임을 확인하자 휴대폰을 어깨에 끼고 계속 분유를 타기 시작했다.“무슨 일이세요?”“응애응애...”배고파서 깬 아기는 아직 먹을 것을 받지 못하고 성기현에게 침대에 눕혀지자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렸다.“노인 몇 분이 오셨는데 사모님께서 찾으시는 분들이라고 하셔. 난 처음 보는 분들이거든. 날씨도 추운데다 나이를 합치면 수백 세는 되실 것 같아서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일단 안으로 모셨어.”‘어머니를 찾는 사람들이라고?’성기현은 즉시 자신의 어머니가 찾고 있는 외할머니의 특별 비서 한성근을 떠올렸다. 지난번 하예진이 전해온 말에 따르면 이은화가 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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