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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11화

“기현 씨, 누구한테서 전화 온 거예요?”유청하는 휴대폰 벨 소리에 잠이 깼는지 몸을 돌려 앉으며 아들을 안으려 몸을 내밀었다.“여보, 안 돼요. 안으면 안 먹어요. 지금 분유 타는 중이에요.”성기현은 다급히 아내를 말렸다.“얘가 얼마나 눈치가 빠른데 여보 냄새 맡으면 절대 분유 안 먹을 거예요.”유청하는 남편이 이미 분유를 준비 중인 걸 보고는 아들을 안는 걸 포기했다. 몇 번 우는 건 사실 괜찮았다.“집사한테서 온 전화에요. 어머니를 찾는다는 노인 몇 분이 오셨는데 어머니가 오래전부터 찾던 분들이라고 했어요.”성기현은 분유를 타며 말했다.“진짜인지 아닌진 모르겠지만 일단 집사한테 정중히 모시라고 했어요. 아기 분유 먹이고 내려가서 직접 보려고요.”“혹시... 외할머니께서 살아계실 때 곁을 지켰다는 그 분 말이에요?”유청하마저 시어머니가 이씨 가문과 얽힌 사연을 알고 있었고 성기현이 그동안 사람을 시켜 어머니가 찾는 인물을 수소문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수십 년이 지난 일이라 사실상 찾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시어머니는 어렴풋이 그 사람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 오랜 시간 동안 사람은 바뀌게 마련이었다. 게다가 그분이 아직 살아 있다면 아흔이 훌쩍 넘었을 터였기에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 찾고 있었다.마치 시어머니가 여동생을 찾을 때처럼 이십 삼십 년을 수소문하다 결국 조카들을 찾아낸 것처럼 말이다.조카들을 찾은 것만으로도 시어머니는 큰 위안을 얻었다.그 뒤로 하예정 자매와의 인연이 이어졌고 유청하는 그런 시어머니의 모습이 이전보다 훨씬 활기차고 단단해진 걸 느낄 수 있었다.시어머니는 외할머니를 위해 복수도 잊지 않고 있었지만 유청하가 생기면서 어느 정도 마음을 놓은 듯 보였다. 아마 이제는 자신만이 아니라 함께 짊어져 줄 사람이 생겼다고 느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하예진은 강성에서 회사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고 여러 사업 계약도 성사했으며 직원 채용도 활발히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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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12화

아기는 금세 배가 불러 조용해졌다.성기현은 조심스럽게 아들을 아내에게 안겨주고는 핸드폰을 들어 소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나 그 노인을 찾은 소식이 있는지 물어보려는 것이었다.하지만 소지훈은 다소 미안한 말투로 말했다.“계속 찾고는 있는데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기현 씨,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분은 이미 세상을 떠나셨을 가능성이 높아요.”일흔, 여든 넘은 노인은 많아도 아흔 가까운 노인은 드물었다.성기현의 어머니가 찾고 있는 사람은 거의 백순에 가까운 나이였다.그게 수십 년 전 일이라 관련된 정보도 극히 적었고 성기현의 어머니조차도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그저 어릴 적 아저씨라 부르던 기억뿐이었다.성이라도 알면 다행인데 그것조차 없으니 소지훈 입장에서는 찾아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그런데 말이죠. 지금 집에 노인 몇 분이 찾아오셨거든요. 자기가 바로 어머니께서 찾고 있던 사람이라고 한다는데...”성기현이 조심스럽게 말을 잇자 소지훈은 바로 반응했다.“혹시 사기꾼은 아니겠죠?”“저도 아직 직접 뵌 건 아니에요. 아이 분유 먹이고 내려가 보려던 참입니다.”성기현이 말했다.“혹시 도움이 될까 해서 전화한 거예요. 만약 그분들이 진짜라면 소 도련님도 정보를 좀 갖고 계실 수 있잖아요. 집으로 온 노인들은 사기꾼이 아니면 소씨 가문도 개입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존재겠죠.”“네. 알겠어요. 일단 가서 직접 만나보시고 조용히 사진 하나 찍어줘요. 근접 사진 있으면 저희가 정보를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어요.”“알겠습니다.”성기현이 대답했다.“이른 아침에 연락드려서 죄송합니다. 돌아오시면 제가 식사 한 끼 대접할게요.”소지훈은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저도 방금 일어났어요. 약속은 지켜요. 저희는 설 전에 돌아갑니다.”소지훈 세 식구는 연성에서 꽤 오래 머물렀다.소지훈의 부모와 정윤하의 부모는 벌써 서로를 사돈이라 부르고 있었다.정윤하 입장에서는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벌써 사돈이라니 어이없기도 했지만 부정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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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13화

유청하는 웃으며 말했다.“소 도련님의 여자 친구 손을 잡는 건 곧 소 도련님 손을 잡는 거나 마찬가지예요.”성씨 가문의 맏며느리인 그녀는 굳이 누굴 아부하거나 비위를 맞출 필요 없는 위치에 있었다.하지만 소씨 가문의 도련님과 자신의 남편을 가까이 두는 건 언제든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었다.실제로 지금처럼 소씨 가문의 도움이 필요할 땐 전태윤을 통해서만 접촉이 가능했으니 말이다.사교계 여인들의 소통이라는 게 다 그런 거였다. 진짜 친구는 몇 없고 대부분은 이해관계에 따라 맺어지는 인연뿐이었고 결국엔 서로의 필요에 의한 이용하는 것뿐이었다.“얼른 내려가 봐요. 어르신들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해야죠.”유청하는 아기를 조심스럽게 안으며 말했다.“아기는 금방 잠들 거예요. 저도 같이 조금 더 자고 있을 테니까 굳이 깨우지 말고 당신은 아침 먹고 회사로 가요.”“알았어요.”성기현은 그녀의 얼굴에 살짝 입을 맞추고 아기의 뺨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지금 이대로 아내와 아들 곁에서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내고 싶었다.“어서 가요.”유청하가 웃으며 재촉하자 성기현은 그녀의 입술에 다시 한 번 입을 맞추고는 작게 속삭였다.“아기가 두 달 될 때면... 괜찮겠어요?”“네...”유청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얼굴이 붉어졌다.성기현은 그녀가 몸조리를 더 잘하도록 일부러 산후 한 달이 지나고도 한 달을 더 기다려왔다. 아기가 두 달이 되면 다시 부부로서의 시간을 가지려는 것이었다.“좀 더 자요. 다녀올게요.”성기현은 아내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방을 나섰다.몇 분 후.“큰 도련님.”집사는 계단 아래에서 성기현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가 내려오자 공손히 인사했다.거실에는 다섯 명의 어르신이 앉아 있었고 집사는 그들에게 따뜻한 차와 다과를 내놓은 상태였다.주방에도 지시를 내려 아침 식사를 몇 인분 더 준비하도록 해두었다.혹시 이분들이 정말 사모님이 찾던 분들이라면 당연히 함께 식사하게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어차피 이따가 옆집의 예비 사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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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14화

얼굴 가득한 주름 사이로 보이는 인상은 어머니가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 그려낸 초상화와 닮은 부분이 30% 정도에 불과했다.이래서 소지훈 쪽에서도 찾지 못했던 거였다.기억이 흐릿한 탓에 어머니가 그려낸 그림이 아무리 생생해도 얼굴이 잘못 기억되어 있다면 화공이 아무리 뛰어나도 무용지물이었다.‘이 어르신이 정말 외할머니가 생전에 가장 믿고 따르던 전능 비서란 말이야?’“실례지만 어르신들 성함을 여쭤봐도 될까요?”그러자 나이가 가장 많은 이가 말했다.“우리 성이 중요한가요? 수십 년 동안 아무도 우리 성을 물은 적 없어요. 이제는 우리도 잘 기억이 안 나요.”이 말을 한 이는 바로 늙으신 신의님였다.“성 도련님, 저는 평생 의사로 살아온 사람이라 신의님이라는 별명까지 가졌어요. 이름은 중요하지 않고 그저 의술을 배운 자일 뿐이에요. 도련님도 제 제자 이름은 들어봤을 거예요. 정겨울 말이죠.”신의는 간단히 자신을 소개하며 덧붙였다.성기현처럼 젊은 세대는 본인의 이름은 몰라도 제자인 정겨울의 이름은 분명히 들어봤을 것이다.정겨울은 얼마 전에 여씨 가문 맏딸의 눈을 치료한 적이 있었다.“저도 돌려 말하는 거 싫어해요. 여기 앉은 이 형님은 수십 년 전 제가 구해낸 분이에요. 당시 암살자들에게 쫓기며 중상과 독까지 맞은 상태였고 꼴이 말이 아니었는데 운 좋게 제가 구조했죠.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거예요. 제가 치료를 맡아 천천히 회복되긴 했지만 후유증이 남아 매일 약값도 만만치 않았어요. 처음엔 이 형님도 저를 경계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 뒤로 은호가 나서서 오랜 시간 조사한 끝에야 이분이 바로 예전에 강성의 이씨 가문, 그러니까 이은숙 씨 곁을 지키던 전능 비서였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도련님도 잘 알겠지만 이씨 가문 내부 사정은 복잡해서 우리도 더 이상 말하지 않겠어요. 이분이 복수를 하지 않은 건 안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하고 싶어도 힘이 없어서 못 한 거예요. 지금 이씨 가문의 가주는 수단도 잔인하지만 능력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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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15화

신의는 오랜 세월 동안 그 노인이 왜 복수를 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진짜 이유를 대신 설명해 주었다.그 말을 듣는 동안 노인은 격한 감정에 휩싸여 주름진 얼굴로 눈물을 뚝뚝 흘렸고 죄책감이 밀려온 듯 고개를 떨구며 자신이 주인을 저버린 것 같다고 중얼거렸다.그는 너무 감정이 북받쳐 갑작스레 심하게 기침을 쏟아냈다.신의는 곧바로 늘 지니고 다니던 약통을 꺼내어 알약 두 알을 꺼내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형님, 그렇게 흥분하지 마세요. 아직 형님이 그리워하던 이경혜 씨를 만나지도 못했잖아요.”다른 이들도 노인을 다독이며 감정을 가라앉히라고 위로했다.약을 먹고 물을 마신 뒤에야 노인의 호흡이 점차 진정되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성기현도 노인의 건강이 몹시 걱정됐기 때문에 내심 긴장했다.그는 비록 직접 신의를 본 적은 없었지만 그의 제자인 정겨울의 명성은 잘 알고 있었다.정겨울은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 눈을 치료해 준 사람이었고 정겨울의 사부님인 신의는 예씨 가문과 사돈 사이였다.그리고 성씨 가문 역시 예씨 가문과 혼인으로 맺어진 사돈이었기에 이 관계는 결과적으로 얽히고설킨 친척이 되는 셈이었으니 그만큼 무례할 수 없었다.노인이 한숨 돌린 걸 확인한 성기현은 입을 열었다.“어르신들, 제가 어머니를 모시고 내려오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그는 특히 노인에게 정중히 덧붙였다.“어르신, 저는 어르신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어르신께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걸 저희 어머니도 알고 계세요. 어머니께선 한 번도 원망하신 적 없습니다. 그러니 너무 부담 갖지 마십시오.”그러고는 집사에게 말했다.“손님들 잘 모셔요. 전 위로 다녀오겠습니다.”“알겠습니다. 큰 도련님.”집사는 고개 숙여 대답했다.2층으로 올라간 성기현은 먼저 예준하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를 받은 예준하에게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준하 씨, 지금 바로 우리 집으로 좀 와줄 수 있어요? 네. 꼭 지금 당장 와주셔야 해요.”예준하는 아침부터 미래 아내의 큰 오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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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16화

전화 통화 중이던 전태윤은 성기현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고 대답했다.성기현은 전태윤이 우빈을 돌보고 있을 거로 추측하며 화를 억눌렀다.“말씀하세요.”드디어 전태윤이 성기현에게 말을 건냈다.만약 하예정이 이 시간에도 쉬고 있을 거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면 성기현은 전태윤과 정말 통화하고 싶지 않았다. 전태윤의 말투는 마치 성기현이 그에게 보고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했다.성기현이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신의님께서 우리 외할머니의 특별 비서와 함께 찾아오셨어요. 동행한 분들은 몇 분의 어르신들인데 아마도 수십 년 전에 명성을 떨친 세외고인들일 거예요. 예정에게 알려주어서 가능하면 데리고 한번 와 줘요.”전태윤은 눈살을 찌푸렸다.“신의님이요? 확실해요?”“확신할 수 없어서 준하 씨를 불러서 확인해 보려고요. 준하 씨가 신의님을 본 적 있거든요. 그런 고수분들을 함부로 사칭할 사람은 없기 때문에 거짓말을 할 리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분들의 제자들도 전 세계에 널려 있고요.”공은호라는 정보통의 제자는 특히 인맥이 넓다고 알려져 있다.목소리가 큰 분이 바로 ‘도둑의 신’이라고 불리는 이백훈인데 바로 허윤주의 스승이다. 허윤주는 현재 만성 남씨 가문의 안주인으로 살고 있다.다른 분들의 제자들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허윤주와 정겨울의 신분만으로도 사람들을 압도하는 위엄을 보이고 있었다.특히 정겨울은 의술과 독술의 고수로 알려져 있기에 ‘독’이라는 글자만으로도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었다.정겨울이 사람들 모르는 사이에 독을 타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까 봐,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고 세상을 뜰까 봐 두려워했다.심지어 죽은 후에도 극한 독약을 사용해 시체조차 남지 않을지도 모른다.“알겠어요. 지금 바로 예정이에게 말해서 갈게요. 반드시 가야죠.”이은숙의 특별 비서를 찾았다는 사실은 큰 사건이다. 하예정이 꼭 성씨 가문에 갈 것을 알고 있었던 전태윤은 그녀를 혼자 보내기 불안해 함께 가려고 했다.“네. 그럼 빨리 오도록 해요. 제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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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17화

전태윤이 웃으며 대답했다.“좋아. 우리 우빈이가 이모랑 잘 지내기만 하면 이모부도 약속할게. 넌 우빈이가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널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너무 많잖아. 자, 얼른 양치하고 세수하고 가방도 메고 와. 내려가서 아침 먹어야지. 기사 아저씨가 유치원까지 데려다줄 거야. 이모부랑 이모는 오늘 바빠서 못 데려다줘.”우빈은 다시 입을 삐죽 내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세수하러 갔다.전태윤은 안방으로 돌아가 하예정을 깨우고 늙은 신의가 특별 비서를 데리고 왔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하예정은 즉시 가장 빠른 속도로 옷을 갈아입고 얼굴을 씻고 나서 전태윤의 손을 잡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한편 성기현은 그의 부모님을 깨웠다.몇 분의 늙은이들이 찾아왔는데 그중 한 분이 정겨울의 스승이라는 소식을 듣자 이경혜는 바로 밖으로 나가려 했다.그때 성문철이 그녀의 팔을 잡았다.“여보, 아직 옷도 안 갈아입었잖아. 그분들이 직접 찾아오셨으니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계실 거야. 세수하고 단정하게 차려입고 내려가자.”이경혜는 재빨리 화장실로 향했다.성문철은 성기현에게 말을 건넸다.“기현아, 동생들도 깨워서 함께 가자고 해. 그런 고수분들이 오셨는더 인사드려야지.”성기현이 물었다.“아버지, 그분들을 아세요?”“내가 그런 분들을 알 만한 위인일 리가. 다만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을 뿐이지. 관리가 잘 되어 있어 늙어 보이지 않지만 사실 모두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거든. 신분을 떠나서도 그렇게 많은 어르신이 우리 집을 찾아주셨는데 우리 가족 모두가 정성껏 대접해야 하는게 맞거든. 청하는 아기를 돌봐야 하니 부르지 않아도 돼.”유청하가 직접 아이를 돌보느라 힘들다는 점을 고려해 성문철은 특별히 성기현에게 그녀를 깨우지 말라고 했다.하지만 성주현과 성소현은 반드시 깨워야 했다.성문철은 두 아들딸을 깨우라고 지시한 뒤 그 역시 단정하게 차려입고 나섰다.10분 후.성씨 가문의 모든 가족이 아래층으로 내려왔다.유청하 모자도 인사하러 나왔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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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18화

이경혜가 ‘아저씨'라고 부르자 막내 여동생 이경희도 따라서 ‘아저씨'라 불렀다.오직 그녀와 여동생만이 한성근을 ‘아저씨'라고 불렀고 매번 그는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이경혜의 흐릿한 기억 속에서 부모님과 한성근은 모두 매우 바쁜 삶을 살았다.이은숙의 건강은 좋지 않아 사업을 종종 여동생 이은화에게 일을 맡기곤 했다.이은숙은 건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은화에게 회사와 가족의 일을 도맡아 처리하게 했지만 이은화는 되려 권력을 빼앗으려는 마음을 품었다.이은화는 분명 자신이 많은 일을 했음에도 모두가 여전히 이은숙의 편을 드는 것을 보고 오직 이씨 가문의 주인이 되어야만 모두가 완전히 자신을 따르리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네...”이경혜가 ‘아저씨'라고 부르자 한성근은 눈물을 머금으며 대답했다.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기억이 선명하지 않았지만 이경혜의 잘 관리된 외모로 인해 이은숙 부부를 닮은 모습을 한눈에 알아 볼수 있었다.한성근은 마치 이은숙 부부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공은호의 반복적인 확인과 정겨울 일행의 확인을 통해 한성근은 이경혜가 가주의 장녀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그러나 이경희는... 10여 년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다행히 그녀는 두 아이를 남겼고 이경혜도 자식과 손주가 있었다.이은숙의 혈통이 드디어 이어질 수 있게 된 것이다.한성근은 감정이 북받쳐 이경혜의 손을 꼭 잡으면서 몇 번이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말이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는 목이 메기만 했고 오직 흘러내리는 눈물만이 그의 감정을 표현해 주었다.감정이 과도해지고 나이도 많고 건강이 좋지 않은 탓인지 한성근은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기절하고 말았다.“아저씨!”이경혜는 얼굴이 파랗게 질려 한성근을 부축하며 성기현에게 소리쳤다.“얼른! 빨리 구급차를 불러!”“병원으로 보낼 필요 없소. 우리 맏형이 지나치게 흥분한 탓이오. 우리 중에서도 가장 연세가 많아 지나친 기쁨이나 슬픔은 금물이라오.”늙은 신의 김청산은 침착하게 한성근의 맥을 짚어본 뒤 이경혜에게 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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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19화

작년에도 한성근은 저승 문턱을 한번 갔다가 돌아온 적이 있었다.한성근은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려 노력했고 동생들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이경혜에게 말했다.“아가씨, 저는 반드시 살아남을 거예요. 아가씨가 우리 가주님의 원수를 갚고 지금 가주가 처벌할 때까지... 안 그러면 죽어도 눈을 감을 수 없어요. 제가 너무 무능한 탓이에요.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가주의 원수를 갚지도 못하고 아가씨 자매의 소식도 찾지 못했으니...”만약 한성근이 이경혜 자매의 소식을 더 일찍 알았다면 이경희도 그렇게 일찍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는 이은숙을 보호하지 못했고 그녀의 두 딸도 지켜내지 못했다.한성근은 늘 이은숙에게 면목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특별 훈련을 받고 이은숙의 곁에서 많은 일을 해냈지만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일은 실패했기에 구천에 있는 이은숙을 볼 면목이 없다고 여겼다.그를 훈련한 기지에서는 이은숙이 세상을 뜨고 이은화가 이씨 가문의 권력을 잡자마자 즉시 새로운 특별 비서를 파견했다.과거 한성근이 사용할 수 있었던 인맥은 전부 이은화의 특별 비서에게 넘어갔다. 그러나 그가 직접 쌓아온 인맥만은 그를 배반하지 않았다.다만 이은화의 추격을 받을 때 그들은 한성근을 보호하기 위해 하나둘 죽어갔을 뿐이다.이은화는 인정사정없이 전부 사살하려 들었다.이은숙과 이은경에게도 가차 없이 손을 댔고 두 조카딸에게도 무자비했으니 어떻게 그들을 살려둘 수 있었겠는가?한성근이 끊임없이 도망쳐도 계속 추격당했지만 그래도 생존 가능성은 남아있었다.도망가지 않으면 죽는 길뿐이었으니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이은화가 한성근을 미워하는 또 다른 이유는 과거 그녀가 그에게 고백했다가 거절당했기 때문이다.그는 이은숙의 특별 비서로서 평생 결혼하지 않기로 맹세했다. 만약 결혼하더라도 오직 가주와의 결혼뿐이었다.하지만 이은숙은 이미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고 그 남자에게 두 딸까지 낳아 주었다.이은숙이 결혼하는 순간, 한성근은 평생 가주의 특별 비서로만 남을 운명임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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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0화

이경희의 무덤 앞에서 이경혜는 눈이 메일 정도로 울었지만 여동생을 다시 살릴 수는 없었다.오직 두 조카딸에게 더욱 각별한 사랑을 주는 방법밖에 없었다.비참한 유년 시절에서 이경희의 죽음까지, 그리고 그녀들의 부모님 죽음의 진실을 알게 된 이경혜는 이은화를 이가 갈릴 정도로 원망했다.한성근도 분노에 차서 말했다.“남모르게 한 일이라도 반드시 들통나기 마련이죠. 반드시 자신의 죗값을 치르게 될 거예요.”“맞아요, 아저씨. 반드시 대가를 치를 거예요.”“하지만 제가 너무 무능해서... 제가 가진 증거는 많지 않아요. 게다가 과거의 증인들도 전부 살해당해서 아무런 증거도 없어서 고소하기도 어려웠어요.”한성근은 말을 마치며 다시 눈물을 흘렸다.이경혜는 냉철하게 말했다.“증거가 있든 없든 저는 반드시 이씨 가문의 권력을 되찾을 거예요. 제가 조카딸을 그 자리에 앉힐 거예요. 그 여자가 아무리 많은 일을 꾸며내고 많은 것을 빼앗아도 이씨 가문을 반드시 우리 어머니 혈통으로 돌아오게 할 거예요. 지금도 이미 벌을 받고 있는걸요. 그 여자의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양녀가 매일 싸우고 있거든요. 아, 양녀는 이미 죽었을 거예요. 그리고 친딸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지 않아 두 모녀가 진정으로 한마음이 되기도 어렵대요. 아저씨께서 가진 증거를 전부 저에게 주세요. 제가 그 증거를 사촌 동생 이윤미에게 전해줄게요. 보내주게 되면 두 모녀가 절대로 한마음이 될 수 없을걸요.”이윤미는 이씨 가문의 후계자로서 많은 고생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만약 이은숙의 죽음이 이은화와 관련되었다는 증거가 나온다면, 후계자 자리를 이경혜에게 돌려주겠다고 약속한 바 있었다.이경혜가 하예진을 후계자로 키우려는 것도 이경혜의 자유이고 이윤미 또한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윤미는 그저 이씨 가문을 떠나 진정한 그녀로 살고 싶을 뿐이다.이씨 가문에는 너무 많은 악습과 비인간적인 가족 규율이 있었는데 그 규율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이윤미는 마음속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한성근 역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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