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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1화

“아저씨, 경희의 큰 딸은 강성에 갔어요. 지금은 그곳에서 일하고 있어서 당장은 만날 수 없을 거예요.”이경혜는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한성근이 성소현을 자꾸 쳐다보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아마 이은숙의 혈통에서 이씨 가문을 이을 만한 사람이 없다고 걱정하는 모양이다.한성근은 가장 충성스러운 비서였다. 그는 이씨 가문이 반드시 이은숙의 혈통에 의해 이어져야 한다고 여기고 있다.이은화가 가주의 자리에 40년 넘게 앉아 있었지만 한성근은 그녀의 합법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이은화가 한성근을 살려두지 않으려 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한성근이 살아있으면 그녀가 가진 모든 것이 정당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한성근과 이경혜 자매가 전부 죽어야만 그녀가 이씨 가문을 잇는 것이 당연해 보일 것이다.“예정이가 오고 있어요. 조금 있으면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예정이는 아버지를 더 닮았고 예진이가 경희를 더 닮았어요. 예진의 아들 우빈은 경희의 어릴 적과 아주 똑같아요. 치마를 입히고 양갈래 머리를 하면 더 닮았을걸요.”하예진은 한때 너무 뚱뚱해져 원래 모습을 잃었기에 이경혜가 오랫동안 하예진 자매를 찾지 못했다.한성근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다 알고 있어요. 친구들이 다 말해줬어요.”이경혜는 몇 분의 노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한성근의 목숨을 구해주고 수십 년 만에 재회할 수 있게 해준 것에 대한 감사였다.“우리도 이 형의 충성심에 감동하여 구해준 것뿐이오. 우리가 더 일찍 경혜 아가씨가 관성에 계신 걸 확인했더라면 많은 일의 결말이 달라졌을 텐데 너무 아쉽소.”이경혜가 말했다.“어떻게 어르신들을 탓할 수 있겠어요. 저 자신도 최근에서야 제 신분을 확실히 알게 되었는데...”이경혜의 기억 속에는 가족들이 전부 떠나고 여동생과 함께 계속 옮겨 다니다가 결국 그녀들의 보호자들까지 전부 죽어 나갔고 결국 관성의 고아원에 들어간 것밖에 없었다.당시 갑작스러운 사고로 어린 자매는 그 비극의 진실을 알 수 없었다.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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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2화

김청산은 전씨 가문의 남자들이 마치 예씨 가문의 형제들처럼 가정 분위기가 좋다고 여겼다. 왠지 두 가문 사이가 좋더라니, 이제 와서 보니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었다.“어르신.”전태윤 역시 공손하게 김청산에게 인사했다.김청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친구들을 전태윤 부부에게 소개했다.마지막으로 한성근을 가리키며 하예정에게 말했다.“사모님, 이분이 바로 사모님께서 계속 찾던 분이오. 사모님의 이모께서 ‘아저씨’라고 부르던 분이오.”“신의님, 그냥 예정이라고 불러주세요.”하예정은 한성근을 바라보며 인사했다.“할아버지.”하예정은 한참 후배라 한성근을 만난 적이 없었고 한성근 역시 그녀를 본 적이 없었다. 하여 하예정과 한성근은 서로 만났지만 아까처럼 감정이 격해지지 않았다.한성근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정 아가씨군요.”이경혜의 말대로 하예정은 이경희와 많이 닮지 않았다.처음 보았을 때 조금은 닮은 듯했지만 자세히 보면 또 달랐다. 아마 하예정은 해씨 집안의 유전자를 더 물려받은 모양이다.“네, 제가 하예정입니다. 우리 언니 하예진은 강성에 가서 설날쯤 관성으로 돌아올 예정이에요.”한성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하예정의 근황을 물었고 그녀 또한 스스로 강인하게 성장한 사람이라는 걸 알자 더욱 흐뭇해했다.이은숙의 후손들은 어릴 적 고난을 겪었지만 자라서는 반드시 훌륭한 인물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전씨 할머니의 안목이 무척 빼어나 하예정의 우수함을 알아보고 전태윤을 설득해 현재 정말 잘살고 있었다.이은숙의 후손들은 정말 뛰어났다.“아저씨, 어르신들. 아침 식사하러 이동하시죠.”이경혜가 모두를 식당으로 안내했다.그리고 그녀와 성문철이 앞장서 한성근을 부축해 주었다.김청산 일행은 신체가 튼튼했기에 부축이 필요 없었다.김청산의 말에 따르면 그들은 아직 소 한 마리를 때려잡을 힘이 있을 정도로 건강하다고 했다.모두는 성씨 가문에서 아침을 먹은 후 이경혜는 한성근과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한성근이 지쳐갈 때쯤 이경혜는 한성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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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3화

이경혜의 안색이 확 변했다.“어르신, 우리 아저씨를 몇 년 더 살릴 방법은 정말 없나요?”김청산이 대답했다.“저와 우리 제자도 함께 힘을 모아 명약을 모두 써봤는데... 우리도 최선을 다했소. 맏형이 이렇게 오래 버틴 건 우리가 건강을 관리해준 덕도 있지만 마음속의 집념 때문이었소. 비록 이 가주님의 원수를 갚지는 못했지만 당신들이 잘살고 세력도 갖춘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인 모양이오. 이제 원수를 갚는 일은 당신들에게 맡기고 가주 곁으로 갈 준비를 하는 것 같소. 집념이 사라지면 정신력도 떨어져 오래 버티지 못하오. 게다가 그는 이미 백 세 가까운 나이라 그런 날이 온다 해도 담담히 받아들여야 하오.”다들 장수 백 세라고 외치고 있지만 정말 백 세까지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이경혜가 걱정스럽게 방안을 바라보자 김청산은 그녀가 한성근이 잠든 채 깨어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임을 눈치채고는 천천히 위로했다.“아직 증거를 당신에게 넘기지 않았으니 버틸 수 있을 거요. 증거는 모두 그가 직접 숨겨둔 것이라 우리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소.”결국 한성근은 동생들을 완전히 신뢰하지 못했던 것이다.하지만 그들 역시 한성근을 원망하지 않았다. 그들도 남의 일에 관여하기를 꺼리는 성향이었으니까.용정 역시 복수를 안고 있었지만 그들은 용정의 복수를 대신에 해주지 않았다.다만 용정에게 가르침을 주었을 뿐 복수할지는 용정 본인이 결정할 일이라고 생각했다.용정이 김청산의 제자였음에도 그의 복수에는 관여하지 않았는데 하물며 한성근의 가주 복수 문제에 대해서는 더 말할 나위도 없었다.“우리는 여기 오래 머물지 않을 거요. 우리 맏형을 모시고 가서 증거를 받아서 당신에게 보낸 뒤 맏형만 당신 집에 며칠 머물게 할 생각이오.”이경혜가 말을 이었다.“당연하죠. 아저씨는 우리 어머니 곁에서 지내셨기에 저희 식구나 다름없어요. 이제는 더는 왔다가 갔다 하실 필요 없이 여기서 편히 지내시게 할 계획이에요. 제가 아저씨를 모실 거예요.”“옛정을 잊지 않고 이렇게 마음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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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4화

이경혜가 고개를 끄덕였다.“오후에 우빈이도 같이 와.”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신의님의 말씀대로 할아버지께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으셨대. 후손들은 다 만나보게 해드리려고.”모두 서로를 바라보았다.하예정이 걱정스럽게 물었다.“할아버지께서는 무슨 병이라고 걸리셨어요?”“아마 예전의 부상 후유증 때문일 거야. 나이가 들면 다들 병이 있기 마련이지. 나이가 너무 많으셔서...”이경혜는 한숨을 쉬며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김청산은 그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제안했다.“오후에 우빈이도 데리고 같이 올게요.”하예정도 한성근의 나이를 고려하고 그의 소원 성취 후의 상황을 이해해 주었다.“언니도 불러올까요?”“당장은 필요 없어. 할아버지께서 아직 증거를 넘겨주지 않으셨으니 당장은 괜찮을 거야. 다음에 아저씨가 오시면 우리 집에 묵게 하시고 함께 살면서 우리가 모실 거다.”한성근은 평생 독신으로 자식 없이 살았다.그는 이경혜 자매를 친자식처럼 여겼기에 이경혜도 한성근을 당연히 모셔야 한다고 생각했다.성기현 남매는 모두 직장이 바빠 한성근을 돌볼 시간이 없었지만 이경혜 부부는 지금 은퇴한 상태라 한성근을 돌보기에 마침 적합했다.함께 지내다 보면 한성근의 수명도 더 연장될지 모르는 일이었다.“그럼 언니가 설날에 돌아오면 그때 뵙게 해드리죠.”“그래. 할아버지 오신 일은 비밀로 해. 강성에 있는 그 여자도 아직도 아저씨를 찾고 있을 테니까. 무언가 알아냈을지도 몰라.”모두가 대답했다.“절대 말하지 않을게요.”이경혜는 자식들을 믿었다. 입이 무거운 아이들이었다.그들은 말하지 말라면 절대 입 밖에 내지 않을 것이다.“윤미에게는 조금 흘려도 좋아. 반응을 보려는 것뿐이라 너무 자세히 말하지는 말고.”이경혜는 아직도 그 이윤미를 시험해볼 필요가 있다고 여겼다.“저녁에 내가 예진에게 전화할게.”하예진은 저녁에야 시간이 날 것이다.하예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집에 가서 잘 쉬어. 자네, 예정이를 잘 부탁할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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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5화

“예정아, 우리 잠시 본가에 들러 할머니께 말씀드리자. 할머니께서도 그 어르신들을 만나보고 싶어 하실 거야.”같은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다.전씨 할머니는 그 시절 관성에서 꽤 이름 있는 인물이셨다. 어르신들도 전씨 할머니를 알고 있을 것이다.전태윤은 하예정이 아침 일찍 일어난 사실을 떠올리더니 마음을 바꾸었다.“먼저 집에 가서 쉬어. 내가 본가에 다녀올게. 할머니께서 오고 싶어 하시면 모시고 올게.”하예정은 재빨리 대답했다.“안 피곤해요. 같이 가요. 한동안 안 갔는데... 이번 주말엔 우빈이를 데리고 가서 이틀 정도 묵고 와야겠어요. 겸사겸사 우빈이를 데리고 A시에 놀러 갈 거라는 사실도 알려드려야 되거든요.”전태윤이 걱정스럽게 물었다.“너무 힘들지 않겠어? 피곤하면 쉬어. 몸이 상하면 안 되니까.”하예정은 배를 쓸어내리며 말했다.“배가 너무 불룩하게 나온 것도 아닌데요. 우리 아기가 아직 작아서 힘들지 않아요.”“자꾸 만지지 마. 애가 자고 있을 텐데 깨겠다.”전태윤은 손을 내밀어 하예정의 배를 살짝 쓰다듬었다. 그는 저녁에 일찍 퇴근하면 우빈이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는 하예정의 옆에 누워 그녀의 배를 바라보곤 했다.가끔 만지다 보면 아기가 반응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병원에서 검사 할 때도 의사가 프로브를 그녀의 배에 대자 작은 아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전태윤은 매일 아침 출근 전에 그 검사결과의 사진을 꺼내 보고 나가곤 했다.두 사람의 사랑 결정체였다.이제 태아로 되었다.전에는 단지 배아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형태를 갖추어 태아라고 할 수 있었다.그는 차 문을 열어 하예정을 태운 후 차에 올라탔다.차에 앉은 하예정이 말을 건넸다.“우리 아기는 지금 자는 시간이 많을걸요. 태어나도 처음엔 자는 시간이 많고 가끔은 밤낮이 바뀌기도 한대요. 태윤 씨가 잘 땐 아기가 깨어 있고 아기가 깨어 있으면 당신은 잘걸요.”“괜찮아. 네가 산후조리할 때 나도 한 달 휴가 내서 같이 있을게. 아기는 내가 보고 넌 쉬면서 몸조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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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6화

특히 하예정이 임신한 뒤로 전태윤은 하루 24시간을 그녀의 곁에서 보내고 싶었다.하지만 하예정도 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그를 붙잡아두지 않았다.하예정이 임신 중에도 일하는데 전태윤도 일하지 않을 수 없었다.분유값을 벌어야 하지 않은가.우빈이 말하길 하예정의 뱃속에는 남동생이 들어있다고 했다.만약 정말로 아들이라면 앞으로 집과 차도 사줘야 하고 장가도 들여야 한다.돈이 꽤 많이 들 터였다.물론 전태윤은 지금 돈이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돈은 많아도 나쁠 건 없지 않은가.현재 전태윤이 이미 벌어들인 돈만 해도 아들이 평생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다.먼 훗날 손자까지 대대로 물려주어 그의 자손 대에 이르러서도 전씨 가문이 여전히 관성의 최고 부자가 되길 바랄 뿐이었다.“유림 도련님도 내년부터 출근할 수 있어요? 유림 도련님은 아직도 고등학생 같은데. 동안이라 그런지 여전히 학생 같아요.”하예정은 전씨 가문의 여덟 번째 손자 전유림이 여전히 어린 아이처럼 느껴졌다.전유림은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고등학생으로 오해할 정도였다.전태윤이 입을 열었다.“얼굴만 어려 보이는 거야. 이미 성인이거든. 우리 형제 중 미성년자는 지율이 뿐이야. 유림이도 내년이면 스물셋이야. 유하는 스물셋에 일을 시작했고.”하예정이 웃으며 말했다.“유림 도련님의 얼굴 보면 계속 어린애로 보여요. 어느새 출근할 나이가 됐네요.”그녀도 알고 있었다. 전씨 가문의 형제들은 보통 가업에 뛰어들기 시작해야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을.그전에는 가족의 보호 속에서 지내며 외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상류층이 아니면 사람들은 전이혁 아래의 형제들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전씨 가문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은 전태윤이고 전이진과 전호영이 그 뒤를 이었다. 전이혁을 포함한 동생들은 많은 사람이 만나보지조차 못했다.“할머니께서 우리 아기가 태어나 만월 잔치를 할 때 유림이를 데리고 다니며 손님들을 만나보게 할 생각이셔.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유림을 소개하는 거지.”하예정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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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7화

하예정이 말을 이었다.“당신이 지금도 이렇게 긴장하는데 내가 출산할 때면 소현 언니처럼 혼자 차를 몰고 병원으로 가는 거 아니에요?”전태윤은 진지하게 말했다.“소현 누나랑 비교하지 마. 난 절대 그렇지 않거든. 긴장은 하겠지만 당신을 잊고 혼자 가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난 분만실에 같이 들어갈 거라고.”“당신이 분만실에 같이 들어온다고요?”“그래. 언제든, 무슨 일이 있어도 네 곁에 있을 거야.”하예정은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태윤 씨, 고마워요. 날 이렇게 사랑해 주고 이렇게 잘 대해줘서!”전태윤은 다시 정정했다.“‘여보'라고 부르라니까. 난 당신이 ‘여보'라고 부르는 게 좋더라.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나야. 날 위해 아이를 낳아 주는 사람은 너야. 너는 우리 집안의 큰 공신이나 다름없어.”“이제 서로 감사 인사는 그만 해요.”하예정은 웃으며 전태윤의 품에 안겼고 그도 아내를 꼭 안았다. 행복이 그녀의 마음을 가득 채웠다.과거 과묵했던 이 남자는 이제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 달콤한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으로 되었다. 그녀를 위해 이렇게 많이 변했고 진심으로 그녀를 소중히 아끼고 있었다.한 시간 후.전태윤의 차가 서원 리조트에 도착했다. 장소민이 집에서 마중 나왔는데 잘 관리된 얼굴에는 긴장감이 맴돌았다.장남 전태윤과 며느리가 예고 없이 갑자기 찾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장소민은 무척 불안해했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닌지 걱정만 먼저 앞섰다.전태윤의 차가 멈추자마자 장소민은 문을 열려고 다가갔고 운전기사는 재빨리 급히 차량 잠금을 해제했다.장소민은 차 문을 열고 허리를 굽혀 하예정을 부축하며 물었다.“예정아, 어디 아픈 데라도 있어? 의사 선생님을 불러야 하는 거 아니야? 전화해서 가정 의사를 부르게 할게. 태윤아, 예정을 어떻게 돌보는 거야? 네가 하예정 잘 돌본다고 했잖아. 회사 일이 아무리 중요해도 예정보다 중요해? 일만 하지 말고 내 며느리 잘 돌보라고. 할머니도 참... 너희 집으로 가서 예정이를 돌보겠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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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8화

“전혀요, 아주 건강해요.”시댁 식구들의 하예정에 대한 걱정은 과장된 수준이었지만 이 또한 그녀와 그녀 배 속의 아기를 진심으로 아끼고 있다는 증거였다.“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엄마는 네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걱정했잖아.”장소민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엄마 친구 중에 며느리가 임신 5개월 됐는데 엊그제 태아가 심장이 멈추었대. 다 형체를 갖춘 남자 아기였는데... 갑자기 왜 그런지... 아이고, 날 좀 봐. 우리 예정이는 건강하고 아기도 튼튼하니까 괜찮을 거야.”장소민이 이렇게 긴장한 이유도 친구 며느리의 사연을 들었기 때문이다.“임신 5개월에 태아 심장이 멈추었다고요?”장소민은 하예정의 손을 잡고는 친 모녀처럼 다정하게 집 안으로 들어갔다.전태윤은 이미 두 여인에게 잊힌 지 오래였다.전태윤은 벌써 익숙했다. 본가에 오면 부모님이 하예정에게만 관심을 보인다는 것을.지금은 하예정 배 속의 아기조차 전태윤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졌다.그가 없었으면 부모님이 이렇게 빨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될 수 있었겠는가.아들을 구석으로 밀어내고 며느리만 챙기는 부모의 편애에 전태윤은 속으로 투덜거렸다.“집사님, 할머니는 지금 어디 계세요? 할머니를 모셔오세요. 할머니께 말씀드릴 게 있어요.”양 집사가 웃으며 대답했다.“어르신께서는 산기슭에 계십니다. 집에 계시지 못하는 성미시잖아요. 지금 바로 모셔오겠습니다.”양 집사는 멀지 않은 차로 향해 걸어갔고 이내 차를 몰고 자리를 떠났다.양 집사가 전씨 할머니를 모시고 올 때는 항상 차를 이용했다. 전기자전거로 모시다가 전씨 할머니가 흔들려 떨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 날까 봐 걱정이 컸다.양 집사가 떠나자 전태윤은 계단을 올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장소민이 하예정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그 집은 우리 집과 정반대야. 딸만 많고 아들이 없어서 대를 이을 걱정에 시험관 아기를 시도했대. 이미 딸 두 명이나 두었대... 결국 5개월까지 버텼는데 태아가... 참 안됐어.”장소민은 한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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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9화

장소민은 계속 말했다.“우리 전씨 가문은 대대로 사내만 많아 딸을 못 본 지 몇 대째야. 만약 딸을 얻는다면 당연히 모두가 귀여워해 줄 거란 말이지. 나는 그냥 그 손녀가 마음껏 행복하게 살길 바랄 뿐이야. 가문의 짐을 지우고 싶지 않아. 형제들이 다 같이 도와줄 테니 비바람이 몰아친다고 해도 아무런 걱정도 없을 거야.”하예정은 잠깐 생각하다 웃으며 말했다.“엄마 말씀도 일리가 있네요. 후계자 같은 무거운 일은 아들이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하예정은 시댁의 태도를 알고 있었다.하예정 역시 딸에게 가문의 짐을 지우고 싶지 않았다.일단 딸을 낳고 나서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우빈은 그녀 배 속의 아기가 남동생이라고 했고 그녀의 직감도 아들이었다.만약 정말로 딸을 원한다면 둘째, 셋째를 더 낳아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아버님은 안 계세요?”집 안에서 시아버지 전현림이 보이지 않자 하예정이 물었다.장소민이 바로 대답했다.“아마도 너희 둘째 삼촌 댁에 가셨을 거야. 내가 외출하지 않으면 그분도 잘 안 나가시거든. 이제 할아버지가 될 나이인데도 여전히 젊을 때처럼 나를 따라다니는 것을 좋아하시더라.”하예정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아버님께서는 어머님을 몇십 년째 첫사랑처럼 대하시잖아요. 너무 행복해서 부러울 지경인데 어머님께서 너무 자랑하고 계신 거 아니에요? 제가 어머님 나이가 됐을 때도 태윤 씨가 저를 지금처럼 대해준다면 너무 행복해서 입도 다물지 못할걸요.”장소민이 아들을 변호할 필요도 없이 뒤따라 들어온 전태윤이 말을 받았다.“여보, 나는 부모님의 우수한 유전자를 물려받았거든. 우리도 우리 부모님처럼 몇십 년째 첫사랑처럼 살 거야.”장소민도 웃으며 덧붙였다.“그건 태윤이 말이 맞아. 이 가문 남자들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그거야. 가족과 결혼에 충실하고 평생 오직 아내만 사랑한다니까.”장소민의 친구들은 남편이 밖에서 사생아를 낳아 그들 자식의 재산에 손대지만 않으면 바람피우는 걸 눈감아주었다.만약 밖에서 자식을 낳으면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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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30화

‘내가 살이 쪘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전태윤은 매일 꾸준히 운동했고 결혼 전과 같은 식습관을 유지하고 있었다.몸무게도 거의 변하지 않았고 항상 일정한 수치를 유지하고 있었다.“예정이 영양제... 제가 조금 먹긴 했어요. 그건 예정이가 다 못 먹어서 제가 대신 먹은 건데.”전태윤은 처음에는 영양제를 먹지 않았다고 말하려 했지만 거의 매일 하예정이 남긴 영양제를 대신 먹은 사실을 떠올리더니 목까지 올라온 말들을 삼켜버렸다.그는 자신의 몸매 관리가 더 걱정되어 급히 하예정에게 물었다.“여보, 나 좀 봐줘. 살쪘어? 복근이 없어졌어?”그는 자신의 배를 만져보기도 했다.하예정은 배를 움켜쥐고 웃음을 터뜨렸다. 전태윤의 반응이 너무 웃겼다.그 정도로 외모에 신경 쓰다니.“여보, 안 쪘어요. 복근도 여전히 탄탄하고 멋있는걸요. 정말로. 어머님은 그냥 놀리려는 것뿐이에요.”전태윤은 시름이 놓이지 않아 화장실로 달려가 거울 앞에서 자신을 살펴보고 나서야 안에서 나왔다.그는 걸어 나오며 장소민에게 불평을 털어놓았다.“엄마, 제가 올 때마다 살쪘다고 하시면 제가 자꾸 자괴감이 들잖아요. 저도 성심성의껏 제 아내 잘 챙기고 있다고요. 정말 잘 돌보고 있다니까요.”전태윤의 목소리에는 억울함이 가득했다.과거 장소민은 하예정이 아들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교양 있는 사람이라 하예정을 다치게 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심지어 밖에서도 항상 하예정을 잘 챙겨주었고, 최고의 시어머니는 아니더라도 다른 많은 시어머니보다 훨씬 나은 분이셨다.하지만 지금은 하예정이 장소민의 마음속 1위를 차지했고 아버지가 2위, 그리고 전태윤과 동생들은 공동 꼴찌로 되였다.“자꾸 살쪘다고 하시니까...”장소민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알았어, 알았어. 더는 살쪘다고 안 할게.”하예정도 웃으며 말했다.“어머님, 정말 다음부터는 그런 말씀 마세요. 우리 남편은 정말 잘 관리하고 있거든요. 저도 살이 빠지지 않았는걸요. 산부인과에서 몸무게를 쟀는데 살이 쪘대요. 언니랑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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